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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북부지원 1997. 11. 5.자 97카합2072 결정 : 항고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 ][하집1997-2, 329]
판시사항

[1] 원문이 동일한 복수 번역문에 있어서 복제를 인정하기 위한 판단 방법

[2] 이전의 다른 성경을 기초로 삼은 새로운 성경이 복제가 아니라고 한 사례

결정요지

[1] 복수의 번역문이 존재하는 경우 그 번역의 기초로 된 원문이 동일한 것인 한 그 내용이나 용어 자체가 부분적으로 동일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당연하므로 그것만으로 일방의 번역문이 다른 번역문을 복제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어디까지나 저작물을 복제하는 경우라고 함은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저작물의 내용 및 형체를 충분히 추지할 수 있도록 재제되어 그와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때를 가르키고, 이러한 의거성 내지 동일성의 여부는 구체적으로 원문의 번역에 임하는 기본적 태도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새로운 성경의 번역작업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성경의 실제 내용에 있어 이전의 다른 성경의 오역된 부분이나 불분명한 부분을 수정하여 그 표현을 바꾸거나 그 뜻을 분명히 하고, 어려운 고어나 한자어 및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을 현대 표준어로 쉽게 바꾸거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수정을 가하는 등 신학적 측면이나 어문학적 측면에서 대폭적인 수정, 보완한 것인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새로운 성경이 이전 성경에 상당 부분을 의거한 것이기는 하나 그 내용 및 형체를 추지할 수 있도록 재제되어 그와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새로운 성경 제작자의 정신적 노작의 소산인 사상이나 생각의 독창성이 나름대로 표현되어 있다고 보기에 족하다는 이유로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신 청 인

재단법인 대한성서공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세중)

피신청인

한국성경공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오상현)

주문

1.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2. 신청비용은 신청인의 부담으로 한다.

신청취지

피신청인은 별지목록 기재 저작물에 관하여 인쇄, 제본, 발매, 반포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피신청인이 서울 금천구 가신동 60의 52 소재 우진제책사(대표 김을산)에서 제본 또는 보관중인 위 저작물의 완제품, 반제품과 고양시 일산구 식사동 288 소재 주식회사 천우에 보관중인 위 저작물의 인쇄제판용 필름에 대한 피신청인의 점유를 풀고 신청인이 위임하는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집행관에게 그 보관을 명하고, 집행관은 위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는 결정

이유

1. 기초사실

기록에 나타난 제반 소명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가 인정된다.

가. 신청인은 기독교 성서를 번역, 출판, 반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법인으로서 우리 나라 최초로 1938.경 우리말 성경인 '성경개역'을 출판하였고, 1952.경 당시의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따라 위 '성경개역'을 수정하여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이하 1952년판 성경이라 한다)을 발행하고 그 후 다시 1956.경에 위 1952년판 성경의 잘못 번역된 부분 등을 원문 성경에 맞도륵 수정 또는 변경하는 작업을 마친 후 1961. 7 10.에 이르러 새로이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이하 1961년판 성경이라 한다)을 발행하였다.

나. 그런데 피신청인은 1996.경부터 '하나님의 말씀 신구약성경'(이하 이 사건 성경이라 한다)이라는 제하의 성경의 간행사업을 진행하여 1997. 6. 중순경 고양시 일산구 식사동 288 소재 주식회사 천우에서 이 사건 성경 30,000부를 인쇄한 후 현재 서울 금천구 가산동 60의 52 소재 우진제책사에서 제본작업을 준비중에 있다.

2. 신청인 및 피신청인의 주장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간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 사건 성경은 신청인이 저작인격권을 가지고 있는 위 1952년판 성경 및 저작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1961년판 성경을 복제하여 그와 전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 성경의 발행은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신청취지와 같은 가처분결정을 구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피신청인은 피신청인이 간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 사건 성경은 이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신청인 발행의 위 1952년판 성경을 기초로 삼기는 하였지만 그 중에서 신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수정하거나 어휘의 번역을 원문의 의미에 맞게 바로 잡고, 어려운 한자어나 미숙한 번역을 현대어로 바꾸거나 현대어법에 맞게 바로잡은 등 상당 부분을 수정 보완한 것인 이상 위 1952년판 성경 및 1961년판 성경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저작물이라 할 것이므로 결코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다투고 있다.

3. 판 단

그러므로, 과연 이 사건 성경이 위 1952년판 성경 및 1961년판 성경을 그대로 복제하여 그와 동일한 저작물인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피신청인이 제출한 제반 소명자료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현재 한국기독교단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신청인 발행의 위 1952년 및 1961년판 성경과 1993년판 표준새번역 성경 등이 그 원문의 번역과정에서 신학적으로 문제되거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이 많고 옛 어투의 문체와 어려운 한자어로 표기된 부분, 철자법이 틀린 부분 등이 많이 있다고 보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피신청인에 소속된 회원교단들에서 파송한 신학교 교수들을 번역위원으로 위촉한 후, 구약은 독일성경공회가 발행한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를, 신약은 네슬 알란트의 "Greek-English New Testament(제26판)"을 그 번역의 기초대본으로 삼고 이에 다수의 영역본 성경과 위 1952년 및 1961년판 성경을 비교 참조하여 새로운 번역작업을 거쳐 이 사건 성경의 원고를 작성하고 이를 편집·인쇄하여 위와 같이 이 사건 성경의 간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한편으로 위 1952년판 성경 및 1961년판 성경과 이 사건 성경의 각 실제 내용을 비교 대조해 보면, 예를 들어 사도행전 7장 42절의 경우 위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이 "하나님이 돌이키사 저희를 그 하늘의 군대 섬기는 일에 버려두셨으니"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사건 성경은 "하나님이 그들을 외면하고 그들로 하여금 그 하늘의 별들을 섬기도록 내버려 두셨으니"라고 번역하는 등으로 이 사건 성경은 위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에서 신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던 잘못된 번역 부분이나 그 뜻이 분명치 아니한 번역 부분을 30곳 이상이나 바로 잡거나 달리 번역하고 있고, 또한 시편 38장 15절의 경우 위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이 "망자돈대할까", "망자존대할까"라고 번역한 부분을 이 사건 성경에서는 '거만해질까'로 수정하는 등으로 어려운 고어나 한자어를 현대 표준어로 쉽게 풀이하여 번역하고, 그리고 창세기 14장 14절의 경우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이 "길리고 연습한"이라고 번역한 부분을 이 사건 성경에서는 "기르고 연습시킨"으로 수정하여 번역하는 등으로 어법에 맞지 않는 곳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맞추어 번역하고 있는바, 이 사건 성경은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과 전체적으로 약 7,410곳에서 부분적인 번역상의 차이점이 발견됨을 인정할 수 있다.

무릇 복수의 번역문이 존재하는 경우 그 번역의 기초로 된 원문이 동일한 것인 한 그 내용이나 용어 자체가 부분적으로 동일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아니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하여 일방의 번역문이 다른 번역문을 복제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저작물을 복제하는 경우라고 함은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일뿐만 아니라 그 저작물의 내용 및 형체를 충분히 추지할 수 있도록 재제되어 그와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때를 가르키고, 이러한 의거성 내지 동일성의 여부는 구체적으로 원문의 번역에 임하는 기본적 태도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신청인이 이 사건 성경의 번역작업에 이르게 된 동기와 그 경위, 그리고 이 사건 성경이 실제 내용에 있어 위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의 오역된 부분이나 불분명한 부분을 수정하여 그 표현을 바꾸거나 그 뜻을 분명히 하고, 어려운 고어나 한자어 및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을 현대 표준어로 쉽게 바꾸거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수정을 가하는 등 신학적 측면이나 어문학적 측면에서 대폭적인 수정, 보완한 것인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성경은 위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에 상당 부분을 의거한 것이기는 하나 그 내용 및 형체를 추지할 수 있도록 재제되어 그와 동일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피신청인의 정신적 노작의 소산인 사상이나 생각의 독창성이 나름대로 표현되어 있다고 보기에 족하므로, 결국 이 사건 성경은 위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성경이 위 1952년판 및 1961년판 성경을 복제하여 그 저작권을 침해한 것임을 전제로 한 신청인의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결국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를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용균(재판장) 양정일 이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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