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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6564 판결
[업무상배임][공2009상,912]
판시사항

을회사와 동일 기업집단 내 계열사인 갑회사가 을회사의 보유 주식 매각과 관련하여 을회사로부터 손실보상각서를 받고 위 주식의 매수인인 병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계약(풋옵션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각서는 을회사가 병으로부터 주식매도대금을 받기 위하여 부담할 주식재매수의무를 갑회사가 대신 부담하되, 그 사무처리과정에서 갑회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을 을회사로부터 보상받기로 확약받은 것에 불과하여, 갑회사의 이사들에게는 을회사 이사회가 위 손실보상약정의 체결을 승인하였는지에 관하여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을회사로부터 이사회의 결의 없이 작성된 손실보상각서만을 받고 갑회사 이사들이 병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계약(풋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을회사와 동일 기업집단 내 계열사인 갑회사가 을회사의 보유 주식 매각과 관련하여 을회사로부터 손실보상각서를 받고 위 주식의 매수인인 병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계약(풋옵션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각서는 을회사가 병으로부터 주식매도대금을 받기 위하여 부담할 주식재매수의무를 갑회사가 대신 부담하되, 그 사무처리과정에서 갑회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을 을회사로부터 보상받기로 확약받은 것에 불과하여, 갑회사의 이사들에게는 을회사 이사회가 위 손실보상약정의 체결을 승인하였는지에 관하여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을회사로부터 이사회의 결의 없이 작성된 손실보상각서만을 받고 갑회사 이사들이 병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계약(풋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송흥섭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1은 1997년 7월 당시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이하 ‘현대중공업’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 피고인 2는 현대중공업의 재정담당 이사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 등 임원은 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위배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업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이사인 공소외 1, 2, 3, 4, 5, 6과 공모하여 다음과 같이 업무상배임죄를 범하였다.

1997. 6. 4.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전자산업 주식회사(이하 ‘현대전자’라고 한다)가 이익치와 현대증권 주식회사(이하 ‘현대증권’이라고 한다)의 주도 아래 캐나디언 임페리얼 상업은행(Canadian Imperial Bank of Commerce. 이하 ‘CIBC’라고 한다)과 사이에 현대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국민투자신탁 주식회사(이하 ‘국민투자신탁’이라고 한다)의 주식 약 2,200만 주 중 1,300만 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미합중국화 1억 7,500만 달러(1주당 13.46달러)에 매도하기로 하는 주식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CIBC가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현대중공업에 대하여 3년 후 미합중국화 약 2억 2,063만 달러(1주당 16.97달러)에 이 사건 주식의 환매를 청구할 수 있는 계약(이하 ‘이 사건 풋옵션계약’ 이라고 한다)의 체결을 별도로 요구하였다.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현대중공업으로서는 3년 후 이 사건 주식의 가격이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1주당 16.97달러의 고정된 가격으로 매수하여야 할 의무만 부담할 뿐이며,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CIBC로부터 정하여진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는 보유하지 못하여 이익은 전혀 없고, 이 사건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CIBC의 풋옵션 행사에 의하여 최대 미합중국화 약 2억 2,063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 국민투자신탁은 수년 동안의 영업부진 등으로 1조 원 이상의 누적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고, 당기순이익도 1996년 이래 계속적으로 적자인 상황에서 경영상태가 매우 악화되어 3년 후 CIBC의 풋옵션 행사가 충분히 예상되었다. 더구나 이 사건 풋옵션계약은 현대중공업의 영업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1과 재정담당 주무이사인 피고인 2, 그리고 이사인 공소외 1, 2, 3, 4, 5, 6 등은 이익치로부터 이러한 풋옵션계약의 체결을 권유받더라도 현대중공업 및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그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야 하고, 부득이 위 계약을 체결하게 되더라도 현대전자나 위 계약을 주선한 현대증권 등으로부터 손해를 보전할 물적 담보를 확보해 두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여 현대중공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1997. 7. 1.경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의 각 대표이사 명의로 “… 풋옵션 계약과 관련하여 현대중공업의 의무가 현대중공업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책임질 것을 각서한다”라는 내용의 법적인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만 교부받은 채 같은 달 23일 피고인 2는 현대중공업을 대표하여 CIBC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2000. 3. 14.에 이르러 CIBC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기하여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할 것을 요구하자, 피고인들은 같은 해 7월 20일 현대중공업으로 하여금 미합중국화 2억 2,048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한화 246,011,584,000원 상당)에 환매하도록 함으로써 현대전자로 하여금 미합중국화 2억 2,048만 달러에서 이 사건 주식의 당시 시장가격 합계 불상액을 공제한 불상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현대중공업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각서와 관련하여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의 이사회 결의가 없었는데도 피고인들이 위 회사들의 이사회 회의록을 요구하는 등 이사회 결의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은 주식회사의 임원의 임무를 저버린 것으로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여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할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하여 이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라도, 이와 같은 이사회 결의사항은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그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거래행위는 유효하다 할 것이고(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3649 판결 등 참조), 이 때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결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회사가 주장·입증하여야 할 사항에 속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회사의 대표자가 거래에 필요한 회사의 내부절차는 마쳤을 것으로 신뢰하였다고 보는 것이 일반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다48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현대전자는 1997. 4. 11. 국민투자신탁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신주인수대금으로 138,091,510,000원을 납입함에 따라 국민투자신탁에 대한 주식보유 비율이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1997. 8. 30. 법률 제54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정한 출자총액 제한을 초과하게 되고 또 회사의 유동성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생기자, 이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현대증권에게 이 사건 주식 1,300만 주(총 발행주식 42,035,849주의 30.93%이다)를 바로 매각하여 줄 것을 의뢰하였다.

(2) 현대증권의 대표이사로서 현대그룹의 투자신탁업 진출에 관한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하고 있던 이익치는 현대전자의 위와 같은 매각 요청에 따라 현대증권의 직원인 공소외 7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의 매각 주선을 지시하였다.

(3) 공소외 7은 이 사건 주식의 매수상대방으로 CIBC를 물색하였는데, CIBC는 이 사건 주식의 가치하락에 대비하여 매도인인 현대전자 단독 또는 신용상태가 양호한 현대중공업을 현대전자와 함께 매수당사자로 하여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하고 이를 보장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현대전자와 CIBC와의 주식매매는 현대전자가 단독으로 또는 현대전자 및 현대중공업이 함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상대방이 될 것을 전제로 협상이 진행되었다.

(4) 공소외 7은 1997년 5월 중순경 현대중공업의 재정부 관리과장으로 있던 공소외 8에게 현대중공업이 CIBC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상대방이 되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공소외 8 등의 현대중공업 직원은 이를 거부하였다.

(5) 이에 현대증권은 현대중공업에게 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상대방이 되어 줄 것을 계속하여 권유하는 한편 현대전자로 하여금 일단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계약 부분을 유보한 채 주식매매계약만을 먼저 체결하도록 하여, 현대전자는 1997. 6. 4. CIBC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을 1주당 미합중국화 약 13.46달러씩 합계 미합중국화 1억 7,500만 달러에 CIBC에게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CIBC가 그로부터 3년 후에 일정한 가격으로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받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6) 현대전자는 1997. 6. 5. 이사회를 개최하여 거기서 1997. 6. 4.자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을 추인하였다.

(7) 그런데 CIBC와의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계약의 상대방을 현대전자 단독 또는 현대전자와 현대중공업으로 할 경우 실질적인 외자도입에 해당하여 당시 시행 중이던 외국환관리법이나 ‘외국인투자 및 외자도입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현대전자 및 현대증권의 내부검토 결과가 나오고, 1997. 6. 19. 재정경제원장관으로부터 같은 취지의 경고를 받게 되자, 현대전자는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의 상대방을 현대중공업만으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풋옵션계약 체결을 현대중공업에게 부탁하였으나 현대중공업은 이를 계속 거절하였다. 그 결과 현대전자는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에도 CIBC와의 이 사건 풋옵션계약 체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여 주식매도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8) 이러한 교착상태에서 이익치는 1997년 6월 하순경 현대중공업의 부사장이던 피고인 2에게 CIBC가 그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현대중공업에게 손실이 가지 않도록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을 요청하였고, 피고인 2는 이익치에게 현대중공업이 CIBC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하여 줄 것을 문서로 확약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9) 현대중공업은 1997. 7. 1.경 현대전자 및 현대증권으로부터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과 관련하여, ① 현대전자는, CIBC가 그 매입자금을 3년 후에 만기가 도래하는 신용연계채권(credit-linked notes)을 발행하여 조달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확인하고, ② 현대중공업은 CIBC와 위 매도주식을 3년 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되사주기로 하는 주식환매계약을 체결할 것인바,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주식환매계약상의 현대중공업의 의무가 현대중공업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책임질 것을 각서하고,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이를 연대하여 각서한다”라는 내용의 이 사건 각서를 교부받은 다음 CIBC와의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10) 현대중공업은 1997. 7. 23. CIBC와 사이에 그 행사일을 2000. 7. 24.로, 그 매수대금을 미합중국화 220,633,598달러(1주당 미합중국화 16.97달러 정도이다)로 각각 정하여 CIBC가 현대중공업에 대하여 이 사건 주식에 관한 매수청구권을 가지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약정 매수대금은 이 사건 주식의 매매대금 미합중국화 1억 7,500만 달러에 현대전자의 신용도에 따른 차입금리를 기초로 한 연 7.875%의 이자율을 적용하여 이 사건 풋옵션계약일로부터 약정 행사일까지 6개월마다 복리로 계산하여 산출한 이자를 가산하여 산정된 금액이었다.

(11) 현대전자는 현대중공업과 CIBC 사이에 이 사건 풋옵션계약이 체결된 다음날인 1997. 7. 24.에서야 CIBC에게 이 사건 주식의 주권을 인도하고 CIBC로부터 이 사건 주식의 매매대금인 미합중국화 1억 7,500만 달러를 수령하였다.

(12) CIBC는 1997. 7. 15.경 재정경제원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주식의 취득에 대하여 ‘외국인투자 및 외자도입에 관한 법률’ 소정의 신고를 하여 수리되었으나, 주식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채 계속 현대전자로 하여금 국민투자신탁에 대한 이 사건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왔고 약정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일이 가까워 온 2000. 2. 28.에 가서야 CIBC 명의로 주식명의개서를 하였다.

(13) CIBC는 2000. 3. 14.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기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였고, 현대중공업은 2000. 7. 12. CIBC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재매수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0. 7. 20. CIBC에게 주식재매수대금으로 미합중국화 2억 2,048만 달러를 지급하고 2000. 7. 24. 이 사건 주식을 인수한 후, 2000. 8. 31. 피공탁자를 현대전자로 하여 이 사건 주식을 공탁하였다.

(14) 이 사건 주식의 매수로 국민투자신탁의 최대주주로 부상할 수 있었던 CIBC는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과 같은 날인 1997. 7. 23.에 오히려 현대전자와 사이에 CIBC가 국민투자신탁의 이사 1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현대전자가 주주권을 행사할 의무를 부담하고, 현대전자는 그와 같이 선임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당해 이사 및 CIBC를 모두 면책시키도록 한다는 내용의 면책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국민투자신탁의 경영을 위한 직접투자와는 거리가 먼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15) 현대전자는 이 사건 주식의 매도 후에도 그 전과 동일하게 국민투자신탁에 대한 지분율 52.63%의 최대주주로 계속 등재된 상태로 이미 CIBC에 매도한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함과 아울러 국민투자신탁의 신주인수권을 배정받아 왔다.

다.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현대전자는 비록 주식매매계약의 형식을 취하기는 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주식환매조건부로 CIBC로부터 외화를 차입하기로 하면서 외환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현대중공업에게 부탁하여 현대중공업으로 하여금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상대방인 매수의무자가 되도록 한 것이고,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거래의 최종적인 완결을 위하여는 CIBC의 요구 사항인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서에 기한 약정은 현대중공업이 CIBC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하고 장래에 CIBC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응하여 주식재매수대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그로 인하여 현대중공업이 안게 될 경제적 비용이나 손실 등의 부담을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연대하여 법적으로 인수하겠다는 취지를 약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처음에는 현대전자를 위한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을 계속 거절하다가 현대전자 등으로부터 현대중공업이 지게 될 부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이 사건 각서를 교부받고 현대전자를 위하여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주식환매대금채무를 부담하기에 이른 것으로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및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관계, 위 각 계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위 각 계약 체결 후의 당사자들의 태도 및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현대전자의 이사회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승인결의를 하면서 정작 그 계약 체결에 필수불가결한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 또는 그 위탁에 관하여는 승인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정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전자가 이 사건 각서에 기하여 현대중공업에게 상환하여야 하는 금액은 만일 현대전자 자신이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당사자가 되었다면 현대전자가 CIBC에 대하여 이 사건 주식의 환매대금으로 지급하였어야 할 금액을 당연히 포함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이 사건 각서를 통하여 현대전자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거액의 새로운 채무를 부담시킨다고 인식하기보다는 현대전자가 주식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CIBC에 대하여 부담하여야 할 주식재매수의무를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 대신에 부담하면서 그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주식환매대금 상당의 비용에 관하여는 민법 제688조 제1항 에 의하여 현대전자로부터 이를 상환받을 권리가 있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고, 이러한 현대전자의 비용상환의무를 이 사건 각서를 통하여 현대전자로부터 확약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설령 이 사건 약정의 체결 등에 관하여 현대전자 이사회의 명시적인 승인결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그 점에 관하여 이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서를 교부받는 것에 관하여 현대전자의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현대전자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내부적인 사유를 들어 현대전자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각서의 법적인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현대중공업에게 거액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의 이사회 결의도 없이 작성되어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이 사건 각서를 받는 이외에는 이 사건 주식의 시세 전망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검토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범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배임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 또는 이 사건 각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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