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red_flag_2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7. 19. 선고 2007노301 판결
[업무상배임][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및 검사

검사

정승면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 변호사 송흥섭외 2인

주문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1) 업무상 배임의 범의에 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기준 하에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① 이 사건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한 바가 없는 피고인들이 현대중공업의 사장과 부사장으로서 평생을 바쳐 일해 온 회사에게 2,0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칠 것을 용인하고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범행의 동기에 대한 설명 및 입증이 없고, ②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경위에 비추어 보면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 상호간에는 지급보증을 해 주던 것이 관행이었고, 계열사 상호간의 지급보증으로 자금사정이 원활해지면 이는 전체 그룹 계열사의 신용향상으로 이어져 계열사 전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며, 피고인들이 처음에는 현대전자의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요구를 거절하다가 이익치가 현대중공업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도록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면서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연명으로 각서를 작성함으로써 형식은 풋옵션계약이나 실질은 지급보증을 하는 것과 같게 되어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배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업무상 배임의 범의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각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① 이 사건 각서상의 약정내용은 1997. 6. 5.자 현대전자의 이사회에서 포괄적으로 승인된 것으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을 완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별도의 이사회결의가 필요하지 않고, ②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서에 관하여 이사회결의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사건 각서는 현대중공업에 대하여 효력이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유효한 이 사건 각서를 제공받고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은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원심이 피고인들의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각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양형부당

가사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당시의 관행에 따라 지급보증의 의미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인 점, 피고인들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바 없는 점, 현대중공업에서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현대중공업이 현대증권, 현대전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청구금액의 80%에 대하여 승소하여 손해의 대부분이 회복된 점, 피고인들이 이제는 현대중공업에서 퇴직한 점, 피고인들에게 전과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형량(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의 항소이유

피고인들이 현대중공업의 최고경영자 위치에 있으면서 적정한 손해보전조치 없이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현대중공업에 2,0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치게 되었고, 민사소송의 결과를 감안하더라도 현대중공업에게 원금 4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점, 당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관련 사건에서의 이익치에 대한 형량과의 균형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1997년경 시행되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소정의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현대’(이하 ‘현대그룹’이라 한다)는 투자신탁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국민투자신탁증권 주식회사(이하 ‘국민투신’이라 한다)의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방침을 세웠고, 이에 따라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국민투신의 주식을 매입하였으며 국민투신이 유상증자를 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 국민투신의 경영권을 확보하였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전자는 국민투신의 주식 중 52.56%를 보유하게 되었는데 당시 관련법령에 따른 출자총액제한을 초과하게 되어 일정 수의 주식을 향후 2년 내에 처분하여야 할 상황에 처하였고 또한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성도 생기게 되자 같은 계열사인 현대증권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던 국민투신의 주식 중 1,300만 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매각하여 줄 것을 의뢰하였다.

(2) 현대그룹의 투자신탁업 진출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하고 있던 현대증권의 대표이사 이익치는 위 매각의뢰에 따라 현대증권 직원인 공소외 7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 매각을 주선하도록 지시하였다. 공소외 7은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anadian Imperial Bank of Commerce, 이하 ‘CIBC’라 한다)에 이 사건 주식 1,300만 주의 매각을 추진하였는데, CIBC는 당시 이 사건 주식의 가치하락에 대비하여 매도인인 현대전자 단독으로 또는 신용상태가 양호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함께 매수당사자로 하여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공소외 7은 1997. 5. 중순경 현대중공업의 재정부관리과장으로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업무를 담당하던 공소외 8에게 CIBC가 요구하는 매도청구권의 매수상대방이 되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공소외 8은 당시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급보증을 축소하고 있고, 매도청구권의 매수상대방이 되는 것은 지급보증보다 책임이 더 무거운 주채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현대증권은 위와 같이 현대중공업에게 매도청구권의 매수상대방이 되어 줄 것을 계속 권유하는 한편 현대전자로 하여금 일단 1997. 6. 4. CIBC와 사이에 아래에서 보는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제외한 채 이 사건 주식을 1주당 미합중국화 약 13.46달러(이하 ‘달러’라 한다)씩(당시 환율로는 11,994원 정도이다) 합계 175,000,000달러{당시 환율로는 155,925,000,000원(175,000,000달러 × 891원) 정도이다}에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Share Purchase Agreement)을 먼저 체결하도록 하였다. 현대전자는 주식매매계약의 체결일 다음날인 1997. 6. 5.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을 추인하였다.

(3) 현대증권의 계속되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이 CIBC의 매도청구권의 매수상대방이 되는 것에 반대하자, 이익치는 1997. 6. 하순경 현대중공업의 부사장 겸 재정담당이사이던 피고인 2에게 국민투신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므로 CIBC가 그 매도청구권을 실제로 행사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CIBC가 그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현대중공업에게 손실이 가지 않도록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CIBC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인 2는 이익치에게 현대중공업이 CIBC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하여 줄 것을 문서로 확약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4) 이에 현대전자는 1997. 6. 30. 현대증권을 통하여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과 관련하여 현대중공업은 CIBC와 위 매도주식을 3년 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되사주기로 하는 주식환매계약을 체결할 것인바, 현대전자가 주식환매계약상의 현대중공업의 의무가 현대중공업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을 확인하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가 이를 상호 확인한다”라는 내용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가 상호 기명(서명)날인하는 형식의 확인서 초안을 송부하였으나, 피고인 2는 위 확인서 초안만으로는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공소외 7에게 문서 제목을 각서로 하고,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연대하여 책임진다고 하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여 위 회사들의 법인인감을 날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은 그 무렵 그 작성일을 1997. 7. 1.로 하고, 그 내용을 별지 각서와 같은 내용으로 된 이 사건 각서에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각각 대표이사 명의로 법인인감을 날인하여 이를 현대중공업에게 교부하였다.

(5) 현대중공업은 이 사건 각서를 교부받은 후 1997. 7. 21. 이사회 결의를 거쳐 1997. 7. 23. CIBC와 사이에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CIBC가 현대중공업에게 이 사건 주식을 2000. 7. 24.에 220,633,598달러(1주당 16.97달러 정도이다. 위 금액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대금 175,000,000달러에 현대전자의 신용도에 따른 차입금리를 기초로 한 연 7.875%의 이자율을 적용하여 6개월마다 복리 계산하여 산출한 이자를 가산하여 산정된 것이다)에 매도(환매)할 수 있기로 하는 계약이다. 현대전자는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일 다음날인 1997. 7. 24.에야 이 사건 주식을 인도하고 CIBC로부터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대금을 지급받았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 사건 풋옵션계약과 관련하여 현대전자, 현대증권, CIBC로부터 어떠한 권리를 취득한 바 없다.

(6)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의 대표이사들은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들을 포함한 현대중공업 측에서도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거나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는 아니하였다.

(7) CIBC가 2000. 3. 14.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따른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통지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2000. 7. 12. CIBC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매수(환매)계약을 체결하고 매수대금으로 2000. 7. 20. CIBC에게 220,480,000달러(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약정일보다 4일 일찍 지급하게 됨에 따라 금액이 일부 감축되었다)를 지급하고 2000. 7. 24. 이 사건 주식을 인수하였다. 한편 2000. 7. 20.의 국민투신 주식의 시가는 1주당 329.5원이고 한국외환은행 고시 기준환율이 1달러당 1,113.3원이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이행으로 이 사건 주식의 매수대금 245,460,384,000원(220,480,000달러 × 1,113.3원)에서 이 사건 주식의 시가 상당액인 4,283,500,000원(13,000,000주 × 329.5원)을 공제한 241,176,884,000원(245,460,384,000원 - 4,283,500,000원)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8) 현대중공업은 현대전자(변경 후 상호 : 주식회사 하이닉스 반도체), 현대증권, 이익치를 상대로 외화대납금반환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6. 6. 14. 선고 2002나13425 판결 )에서는 “이 사건 각서는 현대전자, 현대증권이 수천 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손실보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는 중요사항에 관한 것으로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이 사건 각서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음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서에 따른 금원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배척하고, 다만, 현대전자의 대표이사 및 현대증권의 대표이사에 대한 업무상 불법행위책임과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20%의 과실상계를 하여 손해배상 192,941,507,200원{241,176,884,000원 × (100% - 20%)}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 하였는데, 쌍방이 불복하여 상고하였다.

나. 이 사건 각서의 효력에 대한 피고인들의 법률적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서에 따른 현대전자의 채무부담행위는 현대전자의 1997. 6. 5.자 이사회 결의에서 승인되었거나 또는 별도로 이사회 결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현대전자는 처음에는 CIBC의 매도청구권을 전제로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주식을 매각할 것을 추진하였고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1997. 6. 4.에는 CIBC의 매도청구권의 매수상대방이 확정되지 아니한 점, 1997. 6. 5.자 이사회 결의 당시에는 CIBC의 매도청구권의 매수상대방이 확정되지 아니한 결과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제외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만이 의안으로 상정된 점, 이 사건 풋옵션계약은 위 이사회 결의일부터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1997. 7. 23.에야 체결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1997. 6. 5.자 이사회 결의 내용에는 이 사건 각서에 따른 현대전자의 채무부담행위가 포함되어 있다거나 별도의 이사회 결의가 필요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다. 배임의 범의의 인정 여부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사정 또는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현대그룹에서는 투자신탁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국민투신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현대전자는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다가 이를 매각할 필요성이 생기자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며, 매수인인 CIBC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청구권을 요구하고 그 상대방으로 현대중공업을 지정하자 현대중공업이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서 결국 이 사건 풋옵션계약은 현대중공업의 의사 또는 이익과는 상관없이 현대그룹 또는 현대전자의 의사 또는 이익을 위하여 체결된 것인 점, ② 이 사건 풋옵션계약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주식을 매수하기로 하는 CIBC가 현대중공업에 대하여 이 사건 주식을 2000. 7. 24.에 220,633,598달러에 매도할 수 있기로 하는 계약으로서, 현대중공업이 매도(환매)의 상대방이 된다는 점에서 현대그룹 계열사 사이의 통상적인 지급보증과는 그 형식과 구조 및 법적 효과가 다르고 따라서 현대중공업의 실무자이던 공소외 8 역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을 반대한 바 있으나 피고인들이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을 주도한 것인 점, ③ 이 사건 풋옵션계약은 현대중공업이 CIBC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의무만을 부담하는 내용이고 이로 인하여 현대중공업은 아무런 권리나 이득도 취득하지 못하는 점, ④ 또한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 또는 부사장 겸 재정담당이사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매도인인 현대전자, 매수인 겸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권리자인 CIBC와 현대증권을 통하는 이외에는 연락을 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목적물인 이 사건 주식의 발행인인 국민투신의 재정상태, 경영상태 및 국민투신 주식의 과거·현재 시세 및 미래의 예상 시세 등에 관하여 아무런 검토를 하지 아니한 사실, 또한 피고인들은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따른 현대중공업의 의무를 이행하는 절차 내지 방법 등 사후대책에 대하여도 검토하지 아니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어 결국 피고인들은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 등에 있어서 이 사건 각서를 작성 받는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검토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자 또는 최고경영자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지시에 따랐거나, 그러한 지시를 받았거나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익치의 부탁에 따랐거나, 스스로 현대그룹의 방침에 따르기로 하여 현대그룹 또는 그 계열사인 현대전자를 위하여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또한 이 사건 풋옵션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현대중공업이 매수(환매)대금과 이 사건 주식의 주가와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이 사건 풋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범의가 없다는 이 부분 항소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피고인들은 계열사 상호간의 지급보증으로 자금사정이 원활해지면 이는 전체 그룹 계열사의 신용향상으로 이어져 계열사 전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와 같은 간접적인 이익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들에 대한 배임의 범의를 인정함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라. 손해발생 가능성의 인식 여부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사정 또는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별지와 같이 이 사건 각서에는 ‘각서’, ‘연대’, ‘의무’, ‘부담’, ‘책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어 있어 이 사건 각서는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CIBC의 매도청구권 행사로 현대중공업이 부담하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인수하기로 하는 약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이 사건 풋옵션계약)상의 현대중공업의 의무가 현대중공업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책임질 것’을 각서한다는 것이어서,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사전 또는 사후에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따른 현대중공업의 의무(환매의무)를 인수(또는 이행)한다는 약정인지, 사후에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현대중공업이 입게 되는 손해의 전부를 배상한다는 약정인지, 현대중공업의 경영 또는 유동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환매의무를 인수(또는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한다는 약정인지,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자 또는 사실상의 최고경영자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는 약정인지, 아니면 다른 약정인지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의무의 내용과 범위가 분명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CIBC가 현대중공업을 매도청구권의 매수상대방으로 지정한 이유는 현대중공업이 재무구조가 건실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는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의 재무구조가 현대중공업보다 덜 건실하였음을 반증하는 점, ③ 이 사건 각서에 따른 현대증권의 의무를 보증채무의 부담행위라고 한다면 그러한 부담행위는 관련법령에 의하여 금지되는 점( 피고인 1도 당심에서 증권회사의 보증행위는 당시 법령에 의하여 금지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④ 이 사건 각서에 따른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의 의무를 보증채무의 부담행위라고 한다면 그러한 채무를 부담하는 업무는 이사회가 일반적·구체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위임하지 않은 업무로서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만 유효한데도 이 사건 각서와 관련하여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이사회 결의가 없었던 점 및 피고인들을 포함한 현대중공업에서는 이사회 결의를 요구한 바도 없고 이사회 결의가 있었는지 확인한 바도 없는 점, ⑤ 위에서 본 확인서 초안이 1997. 6. 30. 작성되고 그 후에 이 사건 각서가 작성되고 그 무렵 현대중공업에게 제공된 사실이 인정되므로(피고인들은 당심에서 이 사건 각서는 작성일자로 되어 있는 1997. 7. 1.이 아닌 7. 2.에 작성되었고, 7. 4. 18:00 이후에야 현대중공업에게 제공되었다고 주장한다) 위 기간이 아주 짧아 그 사이에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믿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서를 작성 받음으로써 현대중공업이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따른 매수(환매)의무를 이행하더라도 현대중공업에게는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아니할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인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마.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의 수단과 결과, 피고인들의 연령, 경력, 성행, 가정환경 등 제반 양형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워서 원심이 가진 양형에 관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났다고는 판단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원심의 양형을 탓하는 피고인들 및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각서 생략]

판사 이상주(재판장) 정은영 서경원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