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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2861 판결
[횡령][공1984.4.15.(726),541]
판시사항

신빙할 수 없는 피해자의 진술과 유죄 인정의 적부

판결요지

유일한 직접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이고 그것이 신빙할 수 없는 것이라면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일 후 수개월간 잠적하여 행적이 묘연하고 그 잠적기간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등 혐의를 받을 만한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는 피고인이 횡령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주재황, 강안희

배상신청인

정연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 제1점 및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 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이 판시 일시, 장소에서 판시 피해자 정연수(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로부터 매각의뢰와 함께 보관받은 판시 금괴 3,075돈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그 증거로서 피해자인 정연수와 공소외 서영란, 조성무, 원준호등 4인이 경찰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진술을 열거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조성무의 진술은 동인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의 이건 금괴횡령사건 내용을 들었다는 진술로서 결국 이는 피해자의 주장을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여 피해자의 진술과 다를바 없다 할 것이고, 공소외 원준호의 진술내용은 동인이 피해자 집 장농속에 보관된 수량미상의 금괴를 2차례 목격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이는 피고인이 이건 금괴를 피해자로부터 보관받아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의 유죄의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며, 공소외 서영란의 진술내용은 동인이 피해자가 판시 일시, 장소에서 이건 금괴를 피고인에게 보관하는 현장을 목격한 사실은 없고 판시 횡령일자에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피고인의 거래처인 수개의 금은상(정은사 곽사장에게 3개, 유시명씨에게 3개, 예지동 이사장에게 3-4개쯤)에게 금괴를 갖다 주고 그 매각대금을 받아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는 내용과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피해자 소유인 이건 금괴를 횡령하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으로서 전단의 내용은 1,2심증인 곽준섭의 증언 (공판기록 141,345정 참조)과 원심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위 증인은 위 일자에 피고인으로부터 자기가 같은해 1월 피고인에게 매각한 금괴를 되샀다는 것이고, 1심증인 유시명의 증언에 의하면 위 일자에 금괴를 산 사실이 없다는 것이고 같은 이영주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으로부터 금괴를 구입한 사실도 없고 피고인을 알지도 못한다고 증언하고 있어 위 서영란의 증언은 믿을 수 없거나 믿는다 하여도 그것이 바로 이건 금괴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이건 공소사실에 관한 직접적인 유죄증거가 될 수 없고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건 금괴를 매각, 알선명목으로 인수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에 그 보강적 정황증거의 구실을 할 수 있을 따름이고 후단의 내용은 결국 원진술자인 피해자의 진술을 옮겨 놓은데 불과하여 피해자의 진술 그것과 다를바 없으므로, 결국 원심이 채택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직접증거는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 하나에 귀착된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진술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아래와 같은 여러가지 문제점이 내재하고 있다.

즉, 피해자의 진술을 취신하여 이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1) 피해자가 과연 이건 금괴를 구입, 취득한 사실이 있는가 (2) 취득한 사실이 있다면 피해자가 이건 금괴를 판시 횡령일시까지 소지하고 있었는가 (3)소지하고 있었다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건 금괴를 보관시킨 사실이 있는가라는 3가지의 숙챠적 의문이 피해자의 진술을 통하여 긍정적으로 해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차례로 검토하여 보건대, (1) 피해자는 이건 금괴를 취득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1967.4.부터 1968.8.까지 주월남 비둘기부대에서 월남어 통역병 (계급병장)으로 복무하였는데, 마침 인근에 주둔해 있던 미군 1사단소속 대위 하지로부터 피해자 근무 부대용으로 보급되는 군수품 1추럭(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 2추럭이라고 증언하고 있다)을 수령하여 이를 월남인들에게 불법으로 매각하여 금괴구입자금을 마련하였다는 것이나 통역병이 군수품 수불업무를 담당한다는 자체가 우선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또한 1개 병졸의 지위에서 그같은 대량의 군수품을 불법으로 빼돌려 매각 착복한다는 것은 아무리 전쟁의 와중에서라 하더라도 지극히 이례에 속하는 일이라 할 것이어서 위 금괴구입자금의 조달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부분은 경험칙상 그 신빙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보여질 뿐더러, 피해자가 월남에서 구입하였다는 금괴의 수량이나 종류에 관하여도 1982.11.24자 및 동년 12.7자 각 경찰진술에서는 총 3,075돈을 구입하였다고 했다가 동년 12.15자 경찰진술과 제1심에서는 총 4,075돈이라고 진술을 변경하고 있고, 1982.12.7자 경찰진술에서는 49.9돈짜리 40개, 100돈짜리 8개, 기타 금괴 4개등을 구입한 것으로 진술하다가, 제1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구입금괴는 모두 49.9돈짜리였다고 증언하였으며 원심법정에서는 위 금괴는 모두 49.9돈짜리였는데 귀국 후에 그 중 40개만 49.9돈짜리 그대로 두고 나머지는 용해하여 100돈짜리로 변형시켰다고 증언하는 등 피해자 자신이 구입한 금괴의 단위중량에 관하여서까지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점에 비추어 도대체 피해자가 위 금괴를 취득한 사실이 있었는지 자체가 지극히 의문스럽다 할 것이고 (2) 가사 피해자가 월남에서 이건 금괴를 실제로 구입하여 온 것이라 하더라도 (금괴반입 과정에 관하여도 피해자는 3,000 내지 4,000여 돈이나 되는 다량의 전체 금괴를 하나의 상자에 넣어 일시에 공공연히 부산항을 통하여 반입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위 금괴를 지참하여 입국한 것이 1968.8. 경의 일이고, 피고인에게 이를 처분 의뢰하였다는 일자는 1982.2.2이었다는 것이니 그 사이에 무려 14년의 세월이 흘렀으며,특히 피해자는 귀국후인 1977.3.경부터 1979년도까지 약 3년간 서울에서 손수 금은상을 경영하기까지 하였다는 것인 바, 그렇다면 그 기간이야말로 국내로 밀반입한 금괴를 처분하여 현금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아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3년동안 피해자의 수중에 있는 이건 금괴에는 손을 대지 않고 오로지 타 금은상으로부터 별도의 금을 구입하여 이를 전매하기만 하였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는 점술가들의 충고에 의하여 금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고 해명하나, 설득력 없다)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당시까지 이건 금괴를 보유하고 있었는지 조차 의문이 간다할 것이고, (3) 또한 피해자가 이건 금괴를 이 사건 발생당시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군입대 전인 1963.3.부터 1966.3.까지 3년간 원주시 소재 모 금은방에서 종업원으로 종사한 경력이 있고, 제대후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3년간 서울에서 손수 금은상을 경영하기까지 한 경력이 있음에 비추어 장기간 거래하던 금괴도매상 등과의 접촉이 얼마든지 가능하였을 터임은 쉽게 짐작이 간다 할 것임에도 하필이면 피해자가 경영하는 음식점에서 피고인이 점심식사를 매식하는 정도의 인연 외에는 특별히 금은의 거래관계나 기타 신뢰관계가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피고인에게 판시와 같은 다량의 금괴를 그것도 보관증이나 수령증등 하등의 증빙문서도 받음이 없이 일시에 모두 맡겨 매각을 의뢰한다는 것은 좀처럼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욱 기이한 것은 피해자가 사건 당일의 상황을 진술함에 있어서 1982.11.24자 및 동년 12.7자 각 경찰진술에서는 피해자가 위 금괴를 피고인 책상위에 얹어 놓고 화장실에 갔다가 10분쯤 후에 돌아와 보니 피고인이 금괴보따리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고 주장하다가, 동년 12.15자 경찰진술에서는 사건당일 08:00경 피고인을 만나 위 금괴를 매각해 달라고 보관시키고, 대금은 그날 15:00에 지급받기로 하고 헤어졌다가 약속한 당일 15:00에 피고인 사무실에 나와보니 피고인은 자리에 없고, 경리직원인 공소외 서영란이만 있길래 동인의 말을 들어보니 피고인이 여러곳의 거래처에 서영란이를 시켜 금괴를 매각한 후 그 대금과 매각하지 못한 나머지 금괴를 가방에 챙겨넣고 조금전에 사무실을 나갔다고 하므로 예감이 이상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그 진술을 변경하고 있는 점도(서영란이 역시 피해자의 진술의 변경과 꼭 같은 내용으로 사건당일의 상황에 관한 진술을 따라서 바꾸고 있다) 피해자가 과연 위 금괴를 피고인에게 매각 의뢰하였거나 보관시켰다고 보기에는 심히 의문되는 바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진술은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려운 많은 의문점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쉽사리 믿을 수 없다 할 것이고, 그 나머지 증거들은 앞서 본바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니면, 이건 공소사실에 관한 직접증거가 될 수 없는 것들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일이라는 1982.2.2 이후 수개월간을 잠적하여 그 행적이 묘연하였고 그 잠적기간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등 피고인에게도 혐의를 받을만한 여러가지 요인이 없는것은 아니나, 그에 앞서 이 사건에 관한 유일한 직접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라면 피고인이 지니고 있는 위와 같은 특이점만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결국 이건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빙성없는 피해자의 진술을 취신하여 이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를 탓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변호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우영(재판장) 김중서 이정우 신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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