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파기: 양형 과다
서울고등법원 2010.9.16.선고 2010노1257 판결
위력자살결의(인정된죄명자살교사)
사건

2010노1257 위력자살결의 ( 인정된 죄명 자살교사 )

피고인

류○○ ( ○○○○○○ - ○○○○○○○ ), 자영업

주거 서울 ○○구 ○○ 동 00 - 0 ○○주택 ○○동 ○호

등록기준지 서울 OO구 OO동 OOO - O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범기

변호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조두영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0. 4. 15. 선고 2009고합349 판결

판결선고

2010. 9. 16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살을 교사한 사실이 없고, 자살교사의 범의도 없었기에 자살 교사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설령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자살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합의 동사를 하자고 했던 것으로 자살교사가 아닌 자살방조에 해당한다 .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에게 자살교사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징역 7년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

2. 판단 .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가정이 있는 유부남, 유부녀로서 내연관계를 맺고 2009. 3. 말경부터 2009. 7. 초순경까지 동거하게 되었으나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지기로 마음먹고 남편과 자식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 사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와 내연관계로 인하여 처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여 이혼판결을 앞두고 있었고, 경제적 곤란으로 오갈 데가 없는 처지에 있어 피해자에게 집착한 나머지 만나주지 않으면 불륜사실을 피해자의 가족과 시댁에 알리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한 사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만나자는 피고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2009. 12. 1. 피해자의 집 앞에서 피고인을 만났는데, 피고인은 피해자를 자신의 그랜져 승용차에 태워 경기 ○○군 소재 ' ○○모텔 ' 로 데려간 사실, 위 모텔에 도착한 후 피고인은 피해자를 데리고 ○○○호실에 들어가 맥주 6병을 시켜 먹으면서 피해자에게 자신과 내연관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을 따르지 않자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차량에 보관중이던 제초제인 그라목손이 들어있는 생수통을 가져오도록 한 다음 컵에 그라목손을 따라놓고 " 같이 죽자. 이 약은 냄새도 안 나고 먹기 좋다. 마셔라 " 라고 말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위 그라목손을 마시게 한 사실, 그 후 피해자는 2009. 12. 3. 23 : 13경 천안시 ○○구 ○○동에 있는 ○○○대학교 ○○병원에서 그라목손 중독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위 인정사실 및 위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즉, 피해자는 피고인과 내연관계를 청산한 후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갔고 피해자의 남편인 조○○은 피해자의 불륜 행위를 용서해주었기에 피해자는 가족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생활해오고 있었으며, 위 조○○은 " 피해자가 농약을 마시기 전에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였다 " ( 공판기록 85 ) 라고 진술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 농약을 마시기 전까지는 특별히 자살을 할 동기나 정황은 없었던 점,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만나주지 않으면 불륜사실을 피해자의 가족뿐만 아니라 시댁에까지 알리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피고인을 만나게 된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약 4시간에 걸쳐 피해자에게 자신과의 내연관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면서 " 전라도에도 알리고, 남편한테도 알리고, 너를 못살게 망가뜨린다. 너를 밟아 죽이고 애기 아빠하고 못살게 한다. 시댁에 가서도 폭로한다. 잘사나 보자, 너를 끝까지 괴롭힐거다. 너 못살게 할거다 " ( 증거기록 48, 49, 51, 58 ) 라는 취지로 피해자를 협박한 점, 또한 피고인은 2009. 11. 14. 농약상에서 제초제인 그라목손을 구입하여 생수통에 넣어 피고인이 타고 다니는 그랜져 승용차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피해자에게 위 승용차에서 그라목손이 든 생수통을 가지고 오도록 하여 피고인이 직접 컵에 그라 목손을 따라 놓고 피해자에게 " 약을 먹으면 깨끗이 끝나니까 먹어라. 먹기 부드럽고 냄새도 안나고 먹기 좋다 " ( 증거기록 62 ) 라고 이야기하면서 피해자에게 그라목손을 먹도록 부추겼고, 피해자가 그라목손을 먹고 있을 때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을 뿐 피해자의 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지 않은 점, 피고인 스스로도 경찰에서 " 피고인의 가정만 피해자와의 불륜으로 파탄이 났고 피해자는 아무 일도 없이 가정으로 돌아갔다. 피고인의 인생이 끝난 것으로 피해자와 같이 죽으려고 약을 구입하였다. 피해자는 가정으로 돌아가서 잘 살고 있어 끝내려고 연락을 하였다 " ( 증거기록 66 ), " 모텔에서 컵에 농약을 따라 놓은 후 피해자에게 ' 우리 같이 못살 바에는 여기서 죽자 ' 라고 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 딸 ○○와 시댁 식구에게 우리 관계를 알린다 ' 고 하자 피해자가 컵을 들고 농약을 마셨다 " ( 증거기록 68 ) 라고 진술하고 있어 피해자가 농약을 마시기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륜관계를 주위에 알리겠다면서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점, 더구나 피고인은 경찰에서 " 피해자는 죽을 마음이 없었는데 피고인이 시댁과 딸 ○○에게 알린다면서 공갈, 협박을 하여 피해자가 약을 먹은 것이다 " ( 증거기록 72 ) 라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은 적어도 자신의 협박으로 피해자가 자살을 결의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남편의 용서를 받고 피고인과의 내연관계를 청산하고 가정으로 복귀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 특별히 자살할 동기가 없었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내연관계의 유지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시댁과 딸에게 불륜행위를 알린다고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협박하였고, 피해자와 같이 살지 못할 바에야 같이 죽자라면서 피해자에게 농약을 마시도록 종용하였으며, 피고인의 위와 같은 협박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자살교사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

한편, 피고인은 자살교사의 범의가 없었다거나 자살방조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나 , 자살교사에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적어도 피해자가 자살을 결의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하였던 이상 자살교사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의 동기나 목적은 고려대상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단지 재결합을 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하여 불륜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합의 동사를 제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살교사죄가 성립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피고인을 만나기 전까지 자살을 할 특별한 동기나 이유가 없었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만나 모텔에서 약 4시간에 걸쳐 피해자에게 내연관계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불륜사실을 시댁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였으며, 그럼에도 내연관계의 청산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 같이 죽자 ' 라고 합의 동사를 먼저 제의하면서 피해자에게만 컵에 제초제인 그라목손을 따라 주었고 , 피고인의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린 피해자가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그라목손을 마셔 피해자만 사망하게 되었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단지 자살자의 자살행위에 정신적 또는 물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자살할 의사가 없는 피해자에게 자살을 결의하게 하여 자살행위를 하도록 하는데 관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결국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은 피고인과 내연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간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계속 찾아가 불륜관계를 지속할 것을 요구하고 그와 같은 목적으로 맹독성 농약인 그라목손을 구입하여 휴대하고 다니던 중 피해자에게 다시 불륜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시댁과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같이 죽자고 하면서 자살을 교사하여 결국 피해자로 하여금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중하고 ,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충격을 주었음에도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 불리한 사정이 있다 .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자가 자살한 것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으로 2회 처벌받은 외에는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이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였고,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법령의 적용

무죄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9. 12. 1. 11 : 00경 경기 ○○ 소재 ' ○○모텔 ' 로 피해자를 데려간 다음 , 약 4시간에 걸쳐 피해자에게 자신과 내연관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을 듣지 않자, 컵에 제초제인 그라목손을 따라 놓고 피해자에게 " 나랑 같이 살지 않으면 너를 밟아 죽인다. 너의 딸과 시댁에도 나와의 관계를 모두 알리고 네남편하고 살지 못하게 만들겠다. 나랑 살지 않을 거면 차라리 같이 죽자. 이 약을 먹으면 모든 것이 끝나니 마셔라. " 라고 말하였다 .

피고인은 위와 같이 위력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자살할 것을 결의하게 하고, 자살을 결의한 피해자가 컵에 담긴 그라목손을 마시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09. 12. 3 .

23 : 13경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

2. 판단

위력자살결의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위력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여 피해자가 그 의사결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위력의 정도가 피해자의 의사결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하거나,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위력의 강약 그 자체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위력의 내용과 정도, 위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자살 당시의 정황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아울러 위력이 위와 같은 정도에까지 이르렀는가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피해자의 단순한 주관이나 심리상태만에 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행위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여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이었는지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녹취록 ( 피해자의 진술 ) 의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여 그라목손을 먹도록 한 사실이 없는 점, 피해자는 본인이 심적으로 괴롭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여 순간적으로 그라목손을 먹게 된 것이라고 진술한 점, 피고인이 자신의 차 안에 보관하던 그라목손을 피해자가 스스로 모텔 방으로 가지고 올라온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륜관계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였다 하더라도 이로써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그 의사결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

그렇다면,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자살교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이강원

판사 백승엽

판사반정모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