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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1. 12. 선고 89도377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공1990.3.1(867),478]
판시사항

동승하고 있던 운전사와 조수 중 교통사고를 낸 자가 운전사라고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동승하고 있던 운전사와 조수 중 교통사고를 낸 자가 운전사라고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본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권혁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소론의 요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날 당시(1987.10.15. 16:50경) 사고차량인 인천 7아 9006호 10톤트럭(및 이에 견인되는 경기9파2458호 15톤 트레일러)을 운전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사고차량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증거의 취사 및 증거가치에 관한 판단을 잘못함으로써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2. 제 1심판결은 이 사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진술, 검사 및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판시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 기재,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박기자에 대한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진술 기재,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실황조사서 및 검증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및 사진영상, 신석우를 비롯한 의사들 작성의 공소외인을 비롯한 피해자들에 대한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진단서 중 판시 각 사망일시 및 원인의 점이나 판시 각 상해의 부위와 정도의 점에 부합하는 각 기재 등을 들고 있고, 원심판결은 위의 각 증거들을 인용하는 이외에 원심증인 이 정석 (일명 민 지수), 조규상, 박기자, 강성봉, 이경애, 이재영, 배언호의 원심공판정에서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을 추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그러므로 과연 원심이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사고차량을 운전하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관계증거를 기록과 대조하면서 검토하기로 한다.

첫째, 피고인은 경찰이래 (늦어도 1987.10.17. 이전부터) 원심공판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함께 제1종특수운전면허를 받아 가지고 있는 운전사인 피고인과 조수인 공소외인(1963.2.12. 생) 이 교대하여 가면서 사고차량을 운전하여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다가 수원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는데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날 당시에는 공소외인이 사고차량을 운전하였고 자신은 운전석의 뒷자리에 누워서 쉬고 있었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이나 검사 및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의 진술 기재가 위 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될 수 없음은 물론, 의사들 작성의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진단서 등의 각 기재도 위 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될 수 없음이 분명하고, 둘째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 사고차량과 교행한 관광버스의 안내양인 박기자의 경찰 및 원심공판정에서의 진술내용은 "사고트럭의 운전석에서 운전사가 조수와 장난을 치며 웃고 하는 것을 보고 관광버스의 운전사에게 저 사람들 사고내겠다고 말하였고" (수사기록 146면)"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트럭의 운전석에 한 사람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았고, 트럭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려 왔으며 운전석에서 손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였는데 관광버스의 운전사가 저놈의 자식들 왜 저러지 사고내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이고(공판기록227 내지 230면), 위 관광버스의 운전사인 조규상의 원심공판정에서의 진술 내용은 "사고트럭의 운전사와 조수가 장난치는 것을 본 사실은 없고 속도가 빠르다고 말한 일이 있으며 저렇게 빨리 달리면 사고가 나겠는데"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 말을 자신과 박 기자 중 누가 하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는 취지인 바 (공판기록 286 내지 289면), 박 기자의 진술내용은 사고차량의 운전석에서 손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고 그 안에 두 사람 이상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는 취지이어서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증인 박 기자와 조규상의 원심공판정에서의 각 진술이나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박 기자에 대한 진술 조서의 진술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날 당시 사고차량을 피고인이 운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셋째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난 다음날 피고인을 면담한 경찰관인 배언호의 원심공판정에서의 진술내용은 "증인이 피고인에게 당신이 운전기사냐고 묻자 피고인이 자기가 운전기사라고 대답은 하였으나 사고당시 자기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사고경위는 잘 모르겠다고 하였으며, 피고인이 조수가 살았느냐고 물어 보았으나 환자인 피고인에게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조수가 죽지는 않고 가료 중에 있다"고 대답하였다는 취지이고(공판기록 262 내지 267면),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 이재영의 원심공판정에서의 진술내용은 "사고당일 현장검증을 시행하였는데, 사고차량에 증거가 될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라는 상사의 지시를 받고 사고가 난지 하루인지 이틀인지 뒤에 정비공장에 가서 그곳에 세워져 있던 사고차량의 운전석 및 조수석에서 슬리퍼들을 발견하고 사진을 촬영하여 검증조서에 첨부하였다는 것으로서, 이 사건 교통사고가 피고인이 저지른 것이라고 증인이 인정한 근거는 차량의 파손부위, 슬리퍼의 위치, 기타 현장상황 등으로 미루어 보아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정하고 인지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이며(공판기록 207 내지212면),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고인이 입은 상처를 치료하였던 의사인 강 성봉과 간호사인 이경애의 원심공판정에서의 진술내용은 "피고인은 왼쪽 가슴의 타박상, 왼쪽늑골의 연골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고, 조수인 공소외인은 가슴의 둔상과 양쪽대퇴부골절등의 상해를 입었는데, 피고인이 처음 병원에 후송되었을 때 의식은 있었고 그 당시 운전사가 많이 다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하였다"는 취지이고(공판기록 270 내지 277면과 281 내지 283면),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난 직후에 현장을 목격하고 피해자를 구조한 이 정석 (일명 민 지수)의 원심공판정에서의 진술내용은 "사고차량이 왼쪽으로 비스듬히 넘어져있었는데 한 사람은 운전대에 끼어져 있어 사망한 것 같았고, 또 한 사람은 차 밖으로 튕겨져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운전석쪽의 차 문이 반쯤 열린 채로 그 사람의 다리를 누르고 있어 문짝을 들어올리고 그 사람을 끌어내었으며, 그 사람이 하의는 가느다란 흰줄이 있는 트레이닝복을, 상의는 밤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피고인인지의 여부는 확실히 모르겠고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곤색유니폼 같은 상의를 입고 있었다"는 취지로서(공판기록 120 내지 124면), 위와 같은 증인들의 원심공판정에서의 각 진술만으로도 피고인이 사고차량을 운전하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며, 넷째 사법경찰이(이재영 및 양창환) 작성의 검증조서에 첨부된 사진(수사기록 45, 46면)에 의하면 사고차량의 조수석 부근의 바닥에 조수인 공소외인의 소유로 밝혀진 감색 슬리퍼 한 켤레가, 운전석 부근의 바닥에 피고인이 자신의 소유인 점을 인정한 황색 슬리퍼 한 켤레가 놓여져 있었던 사실(이 사실은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날 당시 피고인이 운전석에, 공소외인이 조수석에 각기 타고 있었다고 추측할 만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위 슬리퍼들이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서 바로 발견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인 이재영이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 난지 1, 2일 뒤에 정비공장에 똑바로 세워져 있던 사고차량의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발견하고 이를 촬영한 사진을 검증조서에 첨부한 것임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증인 이재영의 증언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 교통사고가 일어날 당시의 충격이나 피고인 및 공소외인의 구조과정, 그후 사고차량을 일으켜 세워 견인하는 과정에서 슬리퍼의 위치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 점등에 비추어 보면, 슬리퍼들의 위와 같은 위치만으로 바로 피고인이 사고차량을 운전하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원심이 내세운 위 각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날 당시 피고인이 사고차량을 운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며 (사고차량의 운전석 부위보다 조수석 부위가 더 심하게 파손되었고 피고인은 부상정도가 심하지 않은 데 비하여 공소외인은 중상을 입고 그날 사망한 사정만으로는 당시 피고인이 운전석에, 공소외인이 조수석에 각기 타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난 직후에 현장을 목격한 제1심증인 최위순 및 원심증인 이정석 (일명 민지수)등이 사고 차량의 운전석에 한사람 ( 공소외인으로 보인다)이 끼어져 있었고 한 사람 (피고인으로 보인다)은 사고차량의 운전석 쪽 문밖으로 떨어져 나와 땅바닥에 있었는데 운전석 쪽의 차문이 반쯤 열린 채 그 사람의 다리를 누르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고차량의 앞부분이 크게 파손되어 운전석의 앞쪽 창틀과 덮개가 떨어져 나가고 핸들이 반이상 찌그러지는 등의 심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가슴부위의 타박상과 늑골연골골절 등의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은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날 당시 사고차량의 운전석 뒷자리에 누워서 쉬고 있었다는 변소가 수긍되는 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각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사고차량을 운전하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사실을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고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치 못할 것이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재성(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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