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항공화물운송장이 증거가 되는 "화물의 수취"의 의미
나.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이 항공화물운송장에 기재하는 "on board"의 의미
다. 허위의 항공화물운송장을 교부한 항공운송주선인의 손해배상책임액을정함에 있어서, 그 운송장이 신용장과 일치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하환어음서류를 매입한 은행의 과실이 참작되어야 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항공화물운송장(Air Waybill)이 증거가 되는 "화물의 수취"라 함은 화물에 대한 점유가 현실적으로 송하인으로부터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에게 이전되는 것 즉, 현실인도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점유개정이나 반환청구권의 양도 등에 의한 인도방식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이 항공화물운송장에 기재하는 "on board"는 항공기에 화물이 적재되는 것을 의미하나, 항공운송에 있어서는 해상운송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간편한 적재와 운송이 가능한 점에 비추어, 현실적인 적재 전이더라도 화물이 공항에 설치된 보세창고 등에 입고되어 언제든지 항공운송인의 운항계획에 따라 항공기에 적재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상태도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 은행이 각 항공화물운송장이 여러 가지 사항에 있어서 신용장의 문언및 조건과 일치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수출업자로부터 그 불일치 사항에 관한 각서를 제출받는 데 그치거나 일부 불일치 사항에 관하여는 이를 아예 간과하여 문제삼지도 아니한 채 수출업자로부터 하환어음서류를 매입하였다면, 이러한 은행의 과실은 허위의 항공화물운송장을 교부한 항공운송주선인의 손해배상책임의 액을 정함에 있어서 충분히 참작(감액 또는 경우에 따라 책임면제)되어야 할 사유라고 본 사례.
원고, 상고인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교창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이화항공화물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진록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우리나라 항공화물운송업계에서는 수출물품을 보세구역에 장치한 후 수출면장을 교부받은 수출업자가 항공운송주선인에게 항공운송을 의뢰하면서 항공화물운송장의 발급을 요구하면 항공운송주선인은 수출면장의 발급 여부와 물품이 보세구역에 장치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다음 그 상태에서 물품을 인수하여 "on board"라고 기재한 항공화물운송장을 수출업자에게 작성·교부하는 것이 관례인 사실 및 위 관례에 따라 항공운송주선인인 피고 주식회사 이화항공화물(이하 피고회사라 한다)의 직원인 피고 2가 수출업자인 소외 주식회사 제이시(이하 소외회사라 한다)의 보세창고에 장치된 상태로 수출통관절차가 마쳐지고 화주의 요구나 항공사의 운항계획에 따라 비행기에 적재될 준비가 마쳐진 상태에서 화물을 인수한 후, 그와 같은 의미로 "on board"라고 기재한 항공화물운송장을 소외 회사에 작성.교부하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2의 위 행위는 위와 같은 관례에 따른 것이므로 아무런 잘못이 없고, 원고 은행이 위 문구를 믿고 이 사건 하환어음을 매입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하더라도 피고 2의 위 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에 기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항공화물운송장(Air Waybill 또는 Air Consignment Note)은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에 의하여 발행되는 항공운송증권으로서, 항공운송인과 송하인과의 운송계약의 체결 및 항공운송인에 의한 화물의 수취사실과 운송의 조건에 관한 증거가 되는 서류인데(위 협약 제11조 제1항), 운송인용·수하인용·송하인용 등 3통의 원본으로 작성되고 그 중 송하인용 원본은 항공운송인이 화물을 항공기에 적재하기에 앞서 서명하여야 하며(위 협약 제6조 제3항) 화물을 인수한 후에 송하인에게 교부하도록 되어 있고(위 협약 제6조 제2항), 한편, 송하인이 항공운송주선인(Forwarder)에게 운송을 의뢰하는 경우에는 그 운송주선인이 항공운송인의 지위에 서서 송하인용의 혼재(혼재)항공화물운송장(House Air Waybill, 약칭 HAWB)을 작성.교부하게 되며, 그 혼재화물이 항공사에 인도될 때 그 운송주선인은 송하인의 지위에 서서 항공사로부터 항공화물운송장(Master Air Waybill, 약칭 MAWB)을 작성·교부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에 의한 화물의 수취라 함은 화물에 대한 점유가 현실적으로 송하인으로부터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에게 이전되는 것 즉, 현실인도(민법 제188조)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점유개정(민법 제189조)이나 반환청구권의 양도(민법 제190조) 등에 의한 인도방식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며, 한편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이 항공화물운송장에 기재하는 "on board"는 항공기에 화물이 적재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나, 항공운송에 있어서는 해상운송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간편한 적재와 운송이 가능한 점에 비추어, 현실적인 적재 전이더라도 화물이 공항에 설치된 보세창고 등에 입고되어 언제든지 항공운송인의 운항계획에 따라 항공기에 적재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상태도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항공운송주선인인 피고 회사의 피용인(업무과장)인 피고 2는 소외 회사로부터 소외 회사 구내에 설치한 보세창고에 장치하여 수출통관절차를 마치고 수출면장이 발부된 이 사건 화물의 운송주선을 의뢰받고, 소외 회사가 제시하는 수출면장과 상업송장·포장명세서 등의 서류를 확인한 다음 화물을 현실인도를 받지 않고 그 창고에 그대로 둔 채 송하인용 항공화물운송장을 작성 서명하였을 뿐 아니라, 화물이 항공기에 적재되거나 공항의 보세구역으로 옮겨져 적재의 준비가 마쳐지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on board" 기재를 하여 이를 소외 회사에 교부한 사실이 인정된다.
원심은 이에 관하여, 우리나라 항공화물운송업계에,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항공운송을 의뢰받은 항공운송주선인은 수출면장이 발급되었는지 및 화물이 수출회사 구내의 보세창고에 장치되었는지만을 확인한 다음 그 상태에서 화물을 인수하고 "on board"의 기재를 한 항공화물운송장을 작성·교부하는 관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 2의 행위는 이러한 관례에 따른 것이므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상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증인 소외 1의 증언(기록 154장), 한국항공화물협회의 제1심에 대한 회보(기록 229장) 및 한국항공법학회의 제1심에 대한 회보(기록 227장) 등이 있으나, 증인 소외 1은 이 사건 거래 당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었고 제1심 이래 피고 회사를 위하여 보조참가까지 하고 있는 자인 점에 비추어 그 증언의 객관성과 신빙성이 희박하고, 한국항공화물협회도 피고 회사가 소속된 단체인 것으로 보여 그 객관성이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위 회보서에 기재된 다른 회보사항 중에 객관적 진실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점에 비추어 위 회보사항의 신빙성마저 의심스러우며, 한국항공법학회의 회보내용은 운송주선업자가 송하인으로부터 화물을 현실인도받은 후의 시점에서 실제의 항공기 적재 전에 "on board" 기재를 하는 관례가 있다는 취지이지 현실인도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기재를 한다는 취지가 아니어서 원심인정과 같은 관례의 존재를 인정하기에 부족한 내용이다. 가사 항공운송주선업계의 일각에서 그와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화물의 현실인수도 없이 항공화물운송장에 "on board" 기재를 하여 주는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업무처리가 정당화되기 위하여는 그러한 행위의 정당성이 항공화물운송장거래에 관계되는 모든 당사자 사이에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터인데, 이러한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 2의 위와 같은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허위의 내용이 기재된 항공화물운송장에 서명을 하여 송하인에게 교부한 점에서 이미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을 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항공화물운송장의 작성에 관한 항공운송주선인의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데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다만, 신용장에 기초하여 작성된 하환어음서류를 매입하는 원고 은행으로서는 당해 각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문언 및 조건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점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이 사건에 적용되는 1983년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5조 전문), 이러한 신용장과 서류 사이의 문면상 일치 여부의 점검에 관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지 아니한 이상, 그 서류의 정확성·진정성·위조 등의 하자 및 상품의 수량.품질.실존 여부 그리고 송하인.운송인 기타 모든 관계자의 성실성·신용상태 등에 관하여는 아무런 의무나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위 신용장통일규칙 제17조),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화물이 송하인으로부터 운송주선인에게 현실인도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치 항공기에 적재가 된 양 "on board" 기재까지 마쳐진 항공화물운송장이 작성되었고 그 후 화물의 항공기 적재가 소외 회사의 부도와 근로자들에 의한 저지로 말미암아 방해되어 화물이 발송되지 못하고 말았다 하더라도, 그 서류의 기재 내용이 신용장의 문언과 조건에 일치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한, 원고 은행으로서는 하환어음서류의 매입에 소요된 신용장금액을 수입국의 신용장개설은행으로부터 상환받을 수 있어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 은행은 이 사건의 각 항공화물운송장이 여러가지 사항에 있어서 신용장의 문언 및 조건과 일치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소외 회사로부터 그 불일치사항에 관한 각서를 제출받는 데 그치거나 일부 불일치사항에 관하여는 이를 아예 간과하여 문제삼지도 아니한 채 소외 회사로부터 하환어음서류를 매입한 사실이 엿보이는바, 이러한 원고 은행의 과실은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의 액을 정함에 있어서 충분히 참작(감액 또는 경우에 따라 책임면제)되어야 할 사유 임을 지적해 둔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