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민법 제840조 제6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의미 및 판단 기준 /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혼 청구를 허용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공1991, 2158)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공2015하, 1601)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공2021상, 891)
원고,상고인
원고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태우)
사건본인
사건본인
원심판결
울산가법 2022. 1. 21. 선고 2021르273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민법 제840조 제6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란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파탄의 계기가 된 초기의 일시적인 사정이나 상황에 국한하여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체 혼인기간,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지속 기간,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와 정도, 그 전 과정에 걸쳐 파탄 상태의 극복 및 혼인관계 지속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여부, 부부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올바른 자각 하에 온전한 상태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자세의 존부, 자녀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그 밖에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야 한다. 나아가 배우자 사이에 출생·성장한 국적이 다른 등 각자의 문화적 특성과 감수성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므로 그에 대한 이해 또는 존중이 부족한 것이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인지 여부도 파탄 여부와 정도 및 귀책 여부를 평가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하고, 특히 성별을 막론하고 부부 일방의 폭행, 상습적 음주 기행, 불건전한 경제적 습벽 등은 건전한 혼인생활의 지속에 중대한 장애사유가 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그 점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지닌 자로서 심각한 정서적·심리적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이는 혼인관계의 형식과 명분만으로 무시될 수 없는 배려와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이 역시 파탄 여부와 정도 및 귀책 여부의 평가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고, 비록 그것이 민법 제840조 제3호 에서 정한 독자적인 이혼사유에 해당할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보아서는 안 된다 .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실질적으로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가 허용되어야 한다 ( 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지만,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지도원리로 하는 것으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책임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까지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한다거나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허용될 수 있으므로 (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파탄의 주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하여도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혼인과 가족제도의 실질적 형해화 우려 등의 관점에서 앞서 본 여러 사정을 두루 살펴 그 예외적 허용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
2.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피고의 혼인관계
가) 원고는 베트남 국적 여성으로 (연월일 생략) 피고와 혼인신고를 마쳤고, 현재까지 피고와 사이에 미성년 자녀로 사건본인을 두었다.
나) 원고는 2008. 3. 결혼상담소를 통하여 베트남에서 피고를 만나 약 1주일 후에 그곳에서 결혼식을 한 후 2008. 7. 21. 국내로 입국하여 혼인생활을 시작하였다.
다) 원고는 2020. 3.경 부부싸움을 하다가 사건본인과 함께 집을 나가 피고와 별거를 시작한 후 2020. 9. 10.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아래와 같은 사유로 현재까지 일관되게 이혼을 희망하고 있는 반면 피고는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
2) 원피고의 혼인생활
가) 피고는 혼인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상당한 양의 음주를 해왔고, 이로 인하여 잦은 외박을 하거나 집안 곳곳에 다수의 술병 등 음주의 흔적을 치우지 아니함은 물론 인사불성 상태에서 귀가하여 현관 입구에서 잠이 드는 등의 행태로 인하여 원고와 지속적인 갈등·분쟁의 원인이 되었다.
나) 피고는 음주 상태에서 원고와 몸싸움을 하거나 훈육 등을 이유로 사건본인을 폭행하기도 하였다.
다) 원피고는 경제적 문제로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었고, 특히 피고는 상의도 없이 대출을 받아 제3자에게 대여하거나 제3자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돈을 차용함은 물론 노래방·주점·모텔 등에서 유흥비로 적지 않은 돈을 소비하는 행태를 보였다.
라) 위와 같은 행태의 연장선 아래 피고는 2021. 10. 21. 원고에 대한 상해죄·재물손괴죄로 약식명령이 청구되어, 원심판결 선고 무렵 확정되었다. 그 범죄사실은 피고가 별거 중인 원고의 주거지로 찾아가 주먹·무릎·손 등으로 원고의 머리·가슴·어깨를 폭행하여 15일 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늑골 염좌·긴장상 및 두피의 표재성 손상 등을 가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자 휴대전화를 집어 던져 이를 손괴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아래와 같이 판단된다.
1) 원피고는 현재까지 2년 이상 별거 중인데, 그 기간 동안 피고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그 거주지로 지속적으로 찾아가자 원고가 두려움에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형사고소를 하여 피고가 상해·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반면, 당사자 사이에 정상적인 부부나 가족 관계 하에서 마땅히 기대되는 수준의 상호교섭은 없는 상태로 보인다. 혼인 이후 별거를 시작하기까지 12년간 국내에서 지속된 혼인관계 및 자녀관계에 비추어 외국 출신의 원고의 경우 문화적 차이 내지 생경함에도 불구하고 부부로서의 의무 이행에 필요한 진지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원고 및 사건본인에 대한 폭행, 비정상적인 음주 기행, 부적절한 경제적 습관 등을 통해 드러난 피고의 처신은 그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원고는 이혼을 강하게 원하면서 피고와는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을 계속 할 수 없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 피고는 혼인계속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혼인관계의 갈등·분쟁의 원인을 원고에게만 돌리고 있을 뿐 부부관계의 회복에 대한 기대와 적극적인 의지·노력,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나 조치 등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피고가 별거 이후에도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지에 찾아가 폭력을 행사한 것은 별거 이전에 이미 나타난 피고의 폭력·상습적인 음주 등 비정상적이고 불건전한 피고의 행태를 개선할 진지한 의사가 없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밖에 혼인생활의 전 과정, 다른 가족들 및 이 사건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 드러난 당사자의 언행·태도·상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 회복과 유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는 등 진지하고도 진정한 혼인계속의사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
3) 원피고의 경제적 상황, 각자의 직업·생계수단, 원피고 사이에 자녀로 미성년자인 사건본인만 있는 점, 피고가 사건본인에 대하여도 훈육 등을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혼인관계 중에도 집안에서 상습적인 음주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미성년 자녀인 사건본인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여지도 많다.
4)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회식 참석 및 술자리에서의 모습 등이 유책사유에 해당되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설령 이에 해당하더라도 앞서 본 피고의 폭력·상습적인 음주·부적절한 경제적 습관 등에 비추어 이러한 원고의 유책사유가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 파탄에 이르게 된 직접적·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5) 위에서 살펴본 피고의 귀책으로 돌릴 수 있는 여러 사정들은 건전한 혼인생활의 지속을 저해하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자 이로 인하여 원고와 사건본인이 정서적·심리적·육체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피해를 지속적으로 입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어,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 파탄 여부 및 정도를 평가함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사정이 그러하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실질적으로 더 무겁다거나, 그럼에도 원고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혼인과 가족제도의 실질적 형해화 우려 등의 관점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6)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피고 사이에 있었던 혼인기간 중의 사정을 전 기간에 걸쳐 구체적·실질적으로 살펴 혼인관계가 주된 부분에 있어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닌지, 나아가 파탄의 주된 원인이 오로지 원고의 귀책사유 때문인지 아니면 피고의 폭력·상습적인 음주·경제적 습관 등 피고의 귀책사유 때문인지 혹은 위 각 사유가 상호 불가분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인지 등을 면밀히 심리한 다음, 결과적으로 원피고 모두가 책임의 비율을 떠나 혼인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로서, 원칙적 혹은 예외적으로라도 민법 제840조 제6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7)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폭력·상습적인 음주 등으로 인한 피해자이기도 한 원고가 가출한 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정만을 중시한 나머지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한편, 가정적 판단으로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로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의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평석
- 2022년 중요판례분석 ⑥ 친족법 배인구 法律新聞社
관련문헌
- 정현경 국제결혼의 해소와 친권자ㆍ양육자 지정 사건 심리를 위한 제언 재판자료. 제144집: 젠더법 실무연구 / 법원도서관 2023
- 현소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 특히 ‘6호 사유’를 중심으로 민사법학 101호 / 한국사법행정학회 2022
참조판례
- 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참조조문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본문참조조문
원심판결
- 울산가법 2022. 1. 21. 선고 2021르273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