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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2008. 9. 18. 선고 2007가합835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용경 외 1인)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08. 8. 21.

주문

1.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41,666,667원, 원고 2에게 금 18,111,111원, 원고 3, 4에게 각 금 16,111,111원 및 각 위 돈에 대하여 1977. 10. 13.부터 2008. 9. 18.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6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254,158,305원, 원고 2, 3, 4에게 각 금 119,438,87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1977. 10. 1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 갑2, 3호증의 각 1 내지 3, 갑4 내지 8, 10호증, 갑11호증의 1, 2, 4 내지 26, 31 내지 36, 41 내지 44, 갑13 내지 15호증, 갑16, 17호증의 각 1, 2, 갑18, 19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가. 소외 2(1940. 1. 31.생)는 1975. 4. 1.경 진해 소재 육군 수송기지창(현 육군 제3정비창) 소속 군무원으로 임용되어 항공기 정비사로 근무하였고, 원고 1은 그의 처, 원고 2, 3, 4는 그 자녀이다.

나. (1) 소외 2는 1977. 10. 12. 07:35경 출근하여 기체공장장 소외 4의 지시를 받고 위 부대 R-813 활주로에서 항공기 검사관 소외 1과 함께 0-1A 비행기(기체번호 51-12474, 이하 ‘이 사건 비행기’라 한다)를 점검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소외 1은 소속부대 군무원의 처인 소외 5와 간통하여 자신의 처와 소외 5의 남편으로부터 고소를 당할 처지에 이르자 비행기를 몰고 월북할 결심을 한 다음, 위 같은 날 09:30경 연료주입사병인 소외 6에게 책임자가 발행한 확인전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출고대기하는 비행기이어서 시급하다고 속여 위 항공기에 연료 7갤런을 주입하도록 하고 소외 2를 태운 상태에서 시운전 하는 양 가장하다가 같은 날 09:54경 허가 없이 불시에 이륙하였다. 소외 1은 이 사건 비행기를 조종하여 수원, 오산 지역 상공을 거쳐 751 전방 관측소를 통과한 다음 같은 날 12:05경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이하 ‘북한’이라 한다)으로 넘어가 월북(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하였다.

(2) 위 부대를 관할하는 제1005보안부대장 대령 소외 7은 같은 해 10. 17. 보안사령관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소외 2는 이 사건 비행기 점검차 탑승하였다가 소외 1의 돌발적인 이륙을 저지하지 못하여 대동 월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하였다.

다. 그 후 1981. 10. 4.경 ‘월북자의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소외 1의 사진이 실려 있는 북한 선전전단이, 1982. 7. 19.경 소외 1과 소외 2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종신특혜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북한 선전전단이 경기 파주군 일대에서 각 습득되었다. 이에 육군 제39사단은 소외 1과 소외 2에 대하여 구 반공법위반, 구 국가보안법위반, 군형법위반 등의 죄명으로 수사를 개시한 다음 1984. 11. 3.경 원고 1을 군 월북자의 연고자로 내사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같은 해 12. 4. 소외 2에 대하여, 그가 소외 1의 월북 기도를 알지 못하고 이 사건 비행기에 탑승하였다가 이륙 후에 그의 비행을 저지하지 못하자 동조하여 함께 월북하였다는 피의사실로 기소중지처분을 하였다. 관계 보안부대는 그 후 1984. 12.경부터 1985. 9.경까지 사이에 소외 2의 동생인 소외 8의 동향을 세 차례 조사, 보고하는 등 그 가족 및 친인척에 대해 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펴왔다.

라.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 이후 가장을 잃고 월 임료 15,000원에 방 1칸을 빌려 거주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주변에 월북자의 가족으로 알려지면서 원고 1은 정규직을 얻지 못한 채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려나갔고, 원고 2는 1993년경 단기하사관에 지원하였으나 서류심사에서 신원문제로 탈락하고 사병으로 입대한 뒤에도 보급병에서 운전병으로 보직이 변경되는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아 왔다.

마. (1) 원고들은 소외 2에 대하여 실종신고를 하여 2005. 8. 23. 창원지방법원에서 1983. 4. 20. 실종기간 만료를 원인으로 한 실종선고심판( 2005느단31 )이 내려졌다.

(2) 원고들은 그 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소외 2가 자진월북자가 아닌 납북자임을 증명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여 2007. 6. 7. 그가 의사에 반하여 납북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회신을 받았고, 그 무렵 통일부에 ‘납북자 인정절차 및 통계관리 지침’에 따라 납북자 인정신청을 하여 같은 해 7. 25. 같은 이유로 그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3) 이에 원고들은 같은 해 11. 22. 이 사건 소를 제기하는 한편,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체결 이후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07. 4. 27. 법률 제8393호로 제정, 이하 ‘납북피해자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라 납북피해자보상및지원심의위원회에 보상신청을 하여 2008. 6. 30. 납북자인 소외 2에 대한 피해위로금 26,199,610원(원고들에게 각 6,549,900원)의 지급결정을 받았다.

2. 판단

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사실관계가 위에서 살핀 바와 같다면, 소외 2는 정비사로서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항공기를 정비하다가 피고 소속 군무원인 소외 1의 돌발적인 이륙행위에 따라 동반하여 북한으로 넘어가게 된 점, 소외 1이 이 사건 비행기로 이륙한 때로부터 월북하기까지 2시간 이상 비행하였는데도 피고 측은 이러한 경우에 대한 사전 대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이를 저지하지 못한 점, 소외 1은 위와 같은 비행거리를 고려하여 연료를 채우려 하였는데, 연료주입사병은 책임자의 확인전표가 없는데도 그의 말만 믿고 연료를 주입해 준 점 등에 비추어 소외 2는 피고 소속 공무원인 소외 2 등 관계 공무원의 직무상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그의 의사에 반하여 납북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소외 2 및 그 가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일실손해

1) 원고들은 소외 2가 이미 사망하였음을 전제로 그의 정년 이후인 1995. 7. 1.부터 60세가 되는 2000. 1. 30.까지 도시일용노임에 따른 일실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2) 소외 2에 대해 1983. 4. 20. 실종기간 만료를 원인으로 실종선고심판이 내려진 사실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으나, 실종선고는 생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 이해관계인 등이 상속관계 등 법률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구하여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므로 실종선고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실종기간 만료 후 곧바로 사망을 원인으로 일실수입의 손해를 입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소외 2가 납북되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노동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갑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소외 2는 1998년경 소외 1과 함께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어 생존해 있다고 보도되어 당시까지도 살아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외 2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일실수입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볼 만한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위자료

1)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소외 2는 그의 의사에 반하여 납북됨으로써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되었고 북한에서 종국에는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점, 원고들은 가장을 잃고 경제적인 고초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월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시대상이 되어 취업 등 신분상 크나큰 불이익을 당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소외 2 및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2) 위와 같은 사정과 원고들이 관계 법령에 따른 피해위로금 조로 2,600여만 원을 지급받은 점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위자료로 소외 2에게 5,000만 원, 원고 1에게 2,500만 원, 원고 2에게 700만 원, 원고 3, 4에게 각 500만 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

(다) 상속관계

소외 2의 손해배상금 5,000만 원은 그에 대한 실종선고로 인해 원고 1이 16,666,667원(= 5,000만 원 × 3/9, 원 미만 올림), 나머지 원고들이 각 11,111,111원(= 5,000만 원 × 2/9, 원 미만 버림)을 상속하였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가) 원고들은 납북피해자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등을 지급받게 되므로 이 사건 청구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금지한 이중배상에 해당하고, 위 법의 제정목적 등에 비추어 같은 법상 납북피해자는 국가배상법에 근거한 청구를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소는 원고 1이 소외 2의 강제납북 사실을 알게 된 1977. 10. 13.부터 이미 3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다)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소외 2의 과실이 경합되었다.

(2) 이중배상 해당 여부 등

(가) 납북피해자보상법은 그 제정목적으로, “이 법은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납북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자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보상 및 지원을 하고, 귀환한 납북자가 대한민국에 재정착하는 데에 필요한 지원을 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남북분단에 따른 아픔을 치유하며 나아가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 제1조 )하고, 그러한 납북피해자에 대해 피해위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 제9조 )하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위 법은 납북과 관련하여 국가 측의 잘못과는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위로금 등을 지급함으로써 생활을 보장하려는 정책적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볼 것이어서, 이로써 납북과 관련하여 피고 측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있었던 경우에도 피고가 책임을 면하게 된다든가 피해자가 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게 된다고 볼 수 없다.

(나) 또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무원 등이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 또는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 또는 그 유족이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피고 측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납북된 경우도 위와 같은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위에서 살핀 제정목적 등에 비추어 납북피해자보상법에 따라 지급되는 피해위로금이 위와 같은 제한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

(가)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의 경위를 안 때로부터 약 30년이 경과한 2007. 11. 22.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2)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소외 2는 소외 1에 의하여 강제로 납북되었고 그러한 사실을 피고 측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을 통해 확인하였는데도 이를 원고들에게 알리지 않음은 물론, 소외 2의 북한에서의 행적을 내세워 자진월북한 혐의로 기소중지처분을 하는 한편 원고들에 대해 그 연고자라 하여 지속적으로 동향을 감시하고 취업 등에 불이익을 가한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들이 국가권력을 내세워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피고 측에 대해, 자진월북이 아닌 강제 납북된 것으로 알았다 하더라도 시효완성 전에 피고 측 잘못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이 그러한 행위에 나서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피고 측의 행위 등에 비롯된 것이라 할 것이어서 피고가 새삼스레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원고들이 소외 2에 대해 납북자로 인정받은 2007. 7.경에는 위와 같은 장애사유가 소멸되었다고 볼 것이나 그때부터 기산한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

(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소외 2의 과실 존부

(가) 소외 2가 이 사건 비행기에 동승한 이상 비행중 월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되면 추락 등으로 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사실은 넉넉히 추단되어 월북 자체를 막지 못한 데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그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있어 어떤 잘못이 있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나)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소결

그러므로 피고는 상속분을 합쳐 원고 1에게 41,666,667원(상속분 16,666,667원 + 위자료 2,500만 원), 원고 2에게 18,111,111원(상속분 11,111,111원 + 위자료 700만 원}, 원고 3, 4에게 각 16,111,111원(상속분 11,111,111원 + 위자료 500만 원) 및 각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다음날로서 원고가 구하는 1977. 10. 1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08. 9. 18.까지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남수(재판장) 이영선 이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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