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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2007. 3. 22. 선고 2006노1642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상고[각공2007.5.10.(45),1097]
판시사항

음주측정을 위한 목적이 아닌 진료를 위해 채혈하였던 혈액을 감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269%로 나온 사안에서,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피고인이 술이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음주측정을 위한 채혈이 아닌 진료를 위해 채혈하였던 혈액을 감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269%로 나온 사안에서, 혈액 채취 전에 피부를 소독하기 위해 사용한 70% 알코올솜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점, 감정 의뢰한 혈액 샘플이 음주측정용 세트를 사용하여 채혈된 것이 아닌 점, 진료를 담당한 의사의 진술 및 피고인의 운전 경력 등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피고인이 술이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김일권

변 호 인

변호사 이정학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피고인 혈액에 대한 감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가 0.269%로 나왔는바, 비록 병원에서 피고인의 진료를 위하여 채혈한 혈액을 사용하여 검사한 것이라 하더라도 관련 경찰관, 간호사 및 임상병리사의 진술에 의하면, 위 혈액의 채취, 보관 과정에서 에틸알코올이 혼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설령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술을 마셨거나 피고인의 혈액에 고의로 알코올을 혼입하지 않은 이상 위와 같은 높은 수치가 나올 수는 없는 점, 전남목포병원에서 피고인을 초진한 공소외 1이 ‘내원 당시 만취상태로 보이지 않았으며’라는 소견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오히려 피고인이 만취상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술이 취한 상태였음을 반증하는 것인 점, 공소외 2, 3, 4가 피고인은 사고 당일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들이 계속 피고인을 지켜보았다고는 볼 수 없고, 또한 피고인과의 관계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진술하였을 가능성도 있는 점, 피고인이 목포전남병원에서 술 취하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하더라도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269%인 상태에서도 만취한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말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점은 그 범죄의 증명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를 배척하고 무죄라고 판단한 후, 나아가 업무상과실치상의 점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 단

가. 무릇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525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① 피고인의 혈액을 감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269%로 나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장의 감정의뢰회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은 자동시료주입장치를 사용하여 분석결과 데이터 처리 및 컴퓨터 저장을 자동으로 실행하므로 오류의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검출된 적이 없고, 동일인에 대하여 무알코올솜, 70% 알코올솜, 알코올을 흠뻑 적신 솜으로 피부를 소독한 후 채혈하여 감정한 결과 모두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10% 미만으로 나왔다는 공소외 5의 진술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장의 사실조회회보, ② 통상 병원에서 채혈을 하는 경우 알코올 솜으로 피부를 한두 번 정도 닦은 후 알코올이 증발하면 주사기를 사용하여 채혈해 보관용기의 플라스틱 뚜껑을 닫아 보관하므로 전남목포병원에서 피고인의 혈액을 채혈, 보관하는 과정에 알코올이 혼입될 가능성이 없다는 공소외 6, 7의 진술, ③ 전남목포병원에서 피고인의 혈액을 교부받을 당시 공소외 6이 5초 정도 만에 병원용 보관용기를 기울여 경찰용 보관용기로 따라 주었고, 이후 즉시 그 마개를 막아 경찰서의 혈액용 냉장고에 보관하였다가 이를 감정 의뢰하였으므로 그 보관과정에 불순물이 혼입될 가능성이 없다는 공소외 8, 9의 진술이 있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혈액 채취 전에 알코올로 피부를 소독하는 경우에 주사기가 피부를 뚫을 때 알코올이 주사기 안으로 들어가거나 심지어 알코올을 함유한 소독용 거즈를 피부에 댄 상태에서 주사기 바늘이 그것을 통과하여 피부에서 빠져 나오는 경우 알코올이 혈액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이 경우 검사방법이 알코올의 극소량을 감지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어 그 영향은 심대할 수 있으며,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라도 0.12%까지 측정될 수 있는 점{ 공소외 5도 알코올솜에 의하여 0.26%가 검출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진술하고 있다(당심 제3회 공판조서)}(공판기록에 편철된 ‘음주운전단속에서 혈액분석법 운용상의 문제점 고찰’), ㉯ 통상 음주측정을 위한 채혈의 경우 채혈 및 혈액보관 과정에서 알코올 등 불순물이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경찰이 가져온 음주측정용 세트를 사용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이 가져온 음주측정용 세트를 사용하지 않고, 병원에서 피고인의 진료를 위해 채혈하였던 혈액을 경찰에서 가져다 감정 의뢰한 것이고, 전남목포병원에서는 혈액을 채혈할 때 보통 채혈부위를 알코올 70% 성분으로 만든 알코올솜으로 소독한 다음 채혈하였던 점(공판기록 144, 150, 160, 189쪽), ㉰ 사고 당일 피고인의 혈액을 채혈한 간호사는 성명불상의 응급실 간호사이고 공소외 6이나 공소외 7은 피고인에 대한 채혈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점(공판기록 158, 194쪽),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장은 피고인의 이의에 따라 당초 감정일로부터 2개월 정도 지나서 피고인의 혈액을 재감정한 결과 당초보다 0.19% 정도 적게 나왔으나, 막연히 2개월간의 알코올 증발 등을 고려해 당초 감정 결과가 맞다는 취지로 회신한 점(공판기록 95쪽) 등에 비추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피고인 혈액에 대한 감정 결과는 오류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당일 오전부터 피고인의 복분자 밭에서 인부들과 묘목 식재작업을 하다 위 인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공소외 10을 위 무쏘차량에 태워 함평읍에 가서 농약살포 분무기를 구입하여 다시 복분자 밭으로 돌아오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그 당시 피고인과 함께 작업을 하였던 공소외 2, 3은 피고인을 포함한 당일 작업인부 전원이 작업도중이나 점심시간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피고인 운전차량에 동승하였던 공소외 10도 피고인이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술 냄새가 나지도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공판기록 59, 60, 67, 70, 71쪽), ㉳ 혈중알코올농도 0.269%는 일반적으로 소주 3병 이상 만취상태로서 운동신경마비로 신체적 감각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보행이 곤란하며 의식이 희미해지고 반사능력과 언어가 불명확해지는 정도인데도, 목포전남병원의 초진의사 공소외 1은 내원 당시 피고인에게서 술 냄새가 나지 않았고, 수부손상으로 굉장히 세밀하게 움직임을 체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말을 알아듣거나 행동을 취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주관적 판단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보였다고 진술하면서, 소견서에 ‘만취상태로는 보이지 않았으며’라고 기재한 것은 당시 피고인의 만취 여부가 쟁점인 상황이어서 그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기재한 것이라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98쪽, 당심 제2회 공판조서), 또한 목포전남병원에 대한 사실조회에서도 피고인은 내원 당시 의식이 명료하였고 비정상적인 행동은 없었으며 피고인의 행동 및 의사소통 상태로 보아 만취상태로 사료되지 않는다고 회신한 점(공판기록 123쪽), ㉴ 사고 다음날 피고인의 혈액을 가지러 목포전남병원에 갔다가 피고인으로부터 채혈동의를 받은 공소외 9도 피고인에게서 술 냄새가 나거나 과음의 느낌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155쪽), ㉵ 만취상태에서 수술을 할 경우 마취 때 이상반응으로 인해 마취가 안되거나 혹은 너무 깊게 되어 위험할 수 있고, 수술시에도 비정상적인 출혈 및 조직반응이 예상되므로, 음주상태에서는 아주 응급사항(뇌출혈로 곧 사망 예상될 때) 외 모든 수술 및 검사를 시행하지 않으며, 피고인과 같이 힘줄이나 신경이 손상된 정도면 수술을 연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당시 피고인은 수술을 연기하지 않은 채 약 1시간 15분 동안 전신마취상태에서 수술을 받았고, 그 경과도 좋아 굉장히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피부 결손이 조금 발생한 것 이외에는 다른 부작용이 없었던 점(공판기록 192쪽, 수사기록 87쪽, 당심 제2회 공판조서), ㉶ 피고인이 간염보균자로서 사고 당일 감마 GTP수치도 정상인의 65보다 적은 23으로 나와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1982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래 24년 동안 한 번도 교통사고를 내거나 음주운전을 한 적이 없는 점(공판기록 23, 123쪽, 수사기록 87쪽) 등을 보태어 보면, 위 ①, ②, ③ 등의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피고인이 술이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주원(재판장) 김지후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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