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이 을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면서는 ‘자판기 대금을 지급하였는데 자판기를 인도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다가, 지급명령에 터 잡은 추심금 청구소송에서는 ‘자판기를 납품하였으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을 변경하고, 을이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에서는 ‘기망당하여 자판기 구매대금을 편취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을의 범죄경력 및 사건번호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한 사안에서, 위 증거신청은 모색적인 증거신청에 해당하여 부적법하고, 모색적 증거신청이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면서는 ‘자판기 대금을 지급하였는데 자판기를 인도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다가, 지급명령에 터 잡은 추심금 청구소송에서는 ‘자판기를 납품하였으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을 변경하고, 을이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기망당하여 자판기 구매대금을 편취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을의 범죄경력 및 사건번호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한 사안에서, 갑의 주장이 수시로 변경되고, 대금을 지급하였다거나 자판기를 공급하였다는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실마리를 제시하거나 실마리를 추론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을의 기망사실을 증명한다는 이유로 한 위 증거신청은 당사자가 증명할 사실을 특정하지 아니한 채 증거조사를 통하여 새로운 주장사항을 만들어 내려는 모색적인 증거신청에 해당하여 부적법하고, 모색적 증거신청이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신 담당변호사 김종표)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기)
변론종결
2015. 5. 13.
주문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춘천지방법원 2004차4095호 지급명령 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2. 이 법원이 2014카기10016 강제집행정지 신청사건에 관하여 2014. 7. 10. 한 강제집행정지결정은 이를 인가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 사실은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2002. 6.경 인터넷 자판기 2대 대금 1,980만 원을 지급하였음에도 원고가 자판기 2대를 공급하여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춘천지방법원 2004차4095호로 지급명령 (이하 ‘이 사건 지급명령’이라 한다)을 신청하였다.
나. 이 법원은 2004. 9. 23. ‘원고는 피고에게 1,98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급명령 정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이 사건 지급명령을 발령하였고, 이 사건 지급명령은 2004. 10. 4. 송달되었으며, 2004. 10. 19. 확정되었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하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4타채6822호 로 채무자는 원고, 제3채무자는 주식회사 위델컴퍼니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받았다.
라. 피고는 제3채무자인 주식회사 위델컴퍼니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가단36737호 추심금 소를 제기하였는데, 피고는 위 추심금 소에서, ① 피고는 물품을 공급하는 개인사업자이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았으며, ② 원고가 피고에게 인터넷 자판기 2대를 주문하였고, 피고는 2002. 6.경 원고에게 위 자판기 2대를 납품하였으나, ③ 원고는 대금 1,98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였다.
2.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장
피고는, 피고는 원고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주식회사 조이앤점프(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자판기 구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회사에 자판기 구매대금 1,980만 원을 입금하였는바, 이는 원고가 피고를 기망하여 1,98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불법행위자인 원고는 피고에게 1,980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피고의 증거신청의 적법성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2002. 6.부터 2004. 12.까지 사기, 횡령 또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인한 범죄경력이 있는지 여부를 밝혀 원고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겠다고 하면서 법무부에 원고에 대한 범죄경력 및 사건번호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하였다.
피고의 위와 같은 증거신청의 적법성 여부를 본다. 증거신청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①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규칙이 정하는 방식을 준수하여야 하는 증거신청의 적법성, ② 신청 당시를 기준으로 신청한 증거를 조사하면 요증사실을 인정될 수 있다는 요증사실 관련성, ③ 증명할 사실이나 증거가 쟁점판단에 필요하다는 쟁점판단 필요성, ④ 상대방이나 제3자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등의 요소와 비교·형량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절차운영의 적정성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가 증명할 사실을 특정하지 아니한 채 증거조사를 통하여 새로운 주장사항을 만들어 내려는 모색적 증거신청, 즉 증거를 신청하는 당사자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실을 증거조사를 통하여 획득하고 이를 자기 주장의 기초로 삼으려는 의도로 증거를 신청하는 경우나, 당사자가 어떠한 ‘A 사실’을 주장하지만, 그러한 ‘A 사실’에 관한 아무런 실마리가 없는 경우에 그러한 ‘A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신청을 하는 경우 등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다만 ① 상대방의 배타적 증거 지배, 신청인의 접근 곤란 등으로 증명 취지를 밝힐 수 없는 구체적 사유가 있고, ② 해당 증거방법으로 증거조사 필요성(요증사실 관련성 및 쟁점판단 필요성)을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사정이 있어야 하며, ③ 다른 회피 수단이 없어 모색적 증거신청이 불가피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하거나, ④ 증거신청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피고는, ①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하면서 피고가 원고에게 자판기 2대 대금을 지급하였으나 자판기를 인도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② 이 사건 지급명령에 터 잡은 추심금 청구소송의 청구원인에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자판기 2대를 납품하였음에도 원고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그 주장이 변경되었으며, ③ 이 사건 소의 청구원인으로 원고로부터 기망당하여 자판기 구매대금을 편취당한 것이라고 하여 그 주장을 수시로 변경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이든 피고가 원고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다거나, 피고가 원고에게 자판기를 공급하였다는 사정이 소명되어야 함에도, 피고는 그러한 소명, 즉 위와 같은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실마리, ① 자판기 대금 입금 자료, ② 자판기 판매 자료, ③ 고소장 내지 고소를 하였음을 짐작할 만한 자료 등을 제시하지 아니하였고, 그러한 실마리를 추론할 만한 자료도 제시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앞서 거시한 실마리가 전제되지 아니한 상태라면 원고가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는 사실에서 피고가 입증하고자 하는 요증사실이 바로 추론될 수 없다), 원고의 기망사실을 입증한다는 이유로 증거신청을 한 것은 모색적인 증거신청이므로 부적법하다.
나아가 피고에게 위와 같은 모색적 증거신청이 불가피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의 존부에 관하여 보건대, ① 앞서 거시한 바와 같은 실마리는 모두 피고의 지배영역 내에 있는 자료들이고, ② 피고가 거시한 바와 같은 실마리를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그 신청과 같은 증거조사를 한다고 하여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추론된다고 할 수 없으며(즉 위와 같은 실마리가 전혀 제시되지 아니한 채 원고의 범죄경력 등이 제시된다 하여도 이 사건 쟁점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③ 앞서 거시한 바와 같은 실마리를 제시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 위와 같은 모색적 증거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볼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고, ④ 민사소송법은 사실과 증거의 수집 및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있는데, 피고가 위와 같이 사건별로 청구원인이 수시로 변동된 점에 비추어 증명 취지의 명시를 위하여 최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에게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범죄경력은 수사 및 형사재판에 사용되는 자료로 엄격하게 취급되어야 할 자료이고, 상대방인 원고의 프라이버시와 관련 있는 자료이므로, 사건의 쟁점과 무관할 수도 있는 범죄경력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니, 원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필요도 크다 할 것이므로, 절차운영의 적정성 측면에서도 피고의 증거신청을 채택할 수 없다.
또한 피고의 위 증거신청이 유일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그 신청은 적법하여야 하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증거신청이 부적법하므로, 반드시 증거신청을 채택하여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피고의 증거신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확정된 지급명령의 경우 그 지급명령의 청구원인이 된 청구권에 관하여 지급명령 발령 전에 생긴 불성립이나 무효 등의 사유를 그 지급명령에 관한 이의의 소에서 주장할 수 있고, 이러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청구이의 사유에 관한 증명책임도 일반 민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 분배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가 피고의 채권이 성립하지 아니하였음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채권의 발생원인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원고가 그 채권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거나 변제에 의하여 소멸되었다는 등 권리 발생의 장애 또는 소멸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원고에게 그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다1285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피고는 피고가 신청한 위와 같은 부적법한 증거신청 이외에 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