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1도7925 가. 살인 [ 인정된 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
률위반 ( 도주차량 ) ]
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도주차량 )
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운전자폭행등 )
라. 도로교통법 위반 ( 사고후미조치 )
마. 도로교통법 위반 ( 음주운전 )
피고인
박■■
주거 고양시
상고인
검사
변호인
nan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1. 6. 10. 선고 2011노64 판결
판결선고
2011. 11. 29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이다. 또한,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507 판결 참조 )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로 피해자 이○○ ( 이하 ' 피해자 ' 라 한다 ) 을 충격하여 살해하였다는 피해자의 사망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직접증거로는 김□□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이 유일한데 그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의심스러운 점이 많아서 신빙성이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뚜렷한 동기가 없으며, 갓길은 폭이 좁아 빠른 속도로 후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김미는 충격하지 않고 피해자만 살해할 의도로 충격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범행 이후 피고인의 행적도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모든 증거들을 고려하더라도 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후진하던 중 후방주시를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승용차로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피해자의 사망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후진하다가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후진하다가 피해자를 충격한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
그러나 피해자의 사망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이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직접증거로서의 김□□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범행 이전의 상황에 관한 김□□의 진술을 전부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즉, 김□□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대리운전을 해서 일산으로 가게 된 경위,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린 경위, 이 사건 승용차가 정차한 뒤 벌어진 상황, 자신과 피해자가 이 사건 승용차의 뒤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던 상황, 갑자기 붉은 빛이 보이면서 정신을 잃었던 상황 등 범행 이전의 상황을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는바, 이는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피해자의 112 신고내역, 박 과의 전화통화 내역 등 여러 증거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으며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이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1시간 40분 가량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김□□의 범행 이후의 상황에 관한 진술과 행적이 다소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범행 이전의 상황에 관한 김□□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합리성이 없는 증거의 취사선택으로 볼 것이다 ) 에 의하면, 피고인은 사건 당일인 2010. 6. 26. 18 : 00경부터 ②②시 # # 동에 있는 식당에서 직장 동료 등 약 15명과 함께 회식을 하면서 술을 마셨고, 21 : 14 일행이 대리운전기사를 불러서 피해자가 온 사실, 당시 피고인은 술에 만취한 상태여서 직장 동료들이 부축하여 피고인을 이 사건 승용차의 뒷좌석에 태웠고, 직장 동료인 김□□는 조수석에 탄 사실, 피해자가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피고인의 집이 있는 일산으로 가기 위하여 서울외곽순환고 속도로의 사고지점 부근에 이르렀을 무렵 뒷좌석에서 자고 있던 피고인이 갑자기 깨어서 ' 사기를 친다 ' 고 말하며 손을 뻗어 운전을 하고 있던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등 피해자를 폭행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이 사건 승용차를 위 도로의 갓길에 정차한 후 112에 폭행당하고 있음을 전화로 신고한 사실, 그와 같이 정차하고 있는 동안에도 피고인은 계속하여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폭행하려 하였고, 김□□는 피고인의 폭행을 말리는 한편 직장 동료인 박◁◁에게 전화하여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 사실, 그러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을 피하여 이 사건 승용차에서 내려서 뒤쪽으로 걸어 갔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뒤따라가 폭행하려 하였으며, 김□□는 피고인의 폭행을 말리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진 사실, 그 후 피고인은 한숨 자고 가라는 김□□의 말에 따라 이 사건 승용차의 운전석에 앉았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동에 대하여 사과하면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가려는 김□□와 함께 이 사건 승용차의 뒷쪽으로 갓길을 따라
걸어가게 된 사실, 사건 발생 직전인 22 : 02경 김□□는 갓길의 차도 쪽으로, 피해자는 갓길의 가드레일 쪽으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이 사건 승용차로부터 50미터 정도 걸어갔을 무렵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후진하여 우측 뒷펜더 부분으로 피해자를 강하게 충격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이 사건 승용차와 가드레일 및 콘크리트 옹벽 ( 이하 ' 가드레일 ' 이라 한다 ) 사이에 끼이고, 머리가 이 사건 승용차의 뒷유리 오른쪽 모서리 부분에 강하게 부딪쳐서 경추골절, 두부손상골절, 다발성 늑골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고 그 뒷유리가 대부분 파손된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승용차와 가드레일 사이에 끼인 상태에서 이 사건 승용차를 앞쪽으로 진행하기도 한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충격한 후 119에 사고신고를 하지 않고 곧바로 현장을 이탈하였고, 범행 장소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뒷유리가 박살난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계속 진행하여 서울의 남서쪽에 있는 시흥요금 소를 통하여 서울시내로 들어온 사실, 피고인은 23 : 34경 청담대교 남단에서 중앙선을 넘어 진행하다가 이 사건 승용차의 좌측 앞펜더 부분으로 최 @ @ 의 쏘렌토 차량을 충격한 후 도주하였고, 곧이어 중앙선을 침범하여 불법으로 유턴하다가 이 사건 승용차의 우측 앞펜더 부분으로 채 @ @ 의 그랜져 승용차를 충격한 후 도주한 사실, 피고인은 그 다음 날 00 : 36경 올림픽대로 여의2교 밑에서 이 사건 승용차의 연료가 떨어지자 보험회사에 긴급출동서비스를 요청하여 부근의 LPG가스충전소로 가서 연료를 충전한 다음 같은 날 01 : 47경 고양시 일산동구 # # # 동에 있는 집으로 간 사실, 한편 이 사건 승용차는 피고인의 소유로서 수동변속장치가 부착되어 있고 피고인은 17년 동안 수동변속장치 차량을 운전한 경력이 있는 사실, 이 사건 승용차가 처음 정차한 지점에서 피해자를 충격한 지점으로 가는 갓길은 약간 굴곡이 있어서 그 부분은 핸들을 조작하여 후 진하여야 충격한 지점에 똑바로 도착할 수 있는 사실, 사건 현장의 갓길에는 약 50미터 간격으로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처음 정차한 지점에서도 충격한 지점에 있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
위와 같은 사실에서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피고인이 운전을 시작한 것이 피해자를 충격할 의도가 아니라 집으로 가기 위한 것이었다면 전방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으므로 그냥 앞으로 진행하면 되는데도, 굳이 고속도로 갓길에서 약 50미터를 후진한 점, ②이 사건 승용차에는 수동변속장치가 부착되어 있고, 그 전진과 후진의 기어변속 위치가 전혀 달라서 피고인이 전진하려고 하였는데 실수로 후진 기어를 조작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더우기 충격한 지점으로 가는 갓길은 굴곡이 있어서 실수로 핸들을 조작하여 후진하여 가기는 어려운 점, ④피해자의 머리가 부딪친 이 사건 승용차의 뒷유리가 대부분 박살이 나고 피해자가 경추골절, 두부손상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승용차는 빠른 속도로 후진하여 피해자를 강하게 충격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피고인이 피해자가 이 사건 승용차에 의해 충격되었음을 알았을 터인데도 멈추지 않고 피해자가 이 사건 승용차와 가드레일 사이에 끼인 상태에서 이 사건 승용차를 다시 앞쪽으로 진행한 점, ⑥피고인이 범행 이후 약 20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범행으로 인하여 뒷유리가 파손된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일대를 돌아 다니다가 교통사고를 두 건이나 일으키고도 그대로 도주하였으며 범행 시각으로부터 3시간 30분 정도 지나서야 자신의 집에 도착한 점, ⑦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의 뒷좌석에서 자다가 깨어난 후 이유 없이 피해자를 폭행하기 시작하였고, 그 폭행 또는 폭행 시도가 한동안 지속되었으며, 김□□가 말려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의 운전석에 앉고나서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볼 정황이 전혀 없어서 피고인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적의를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반드시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이나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승용차로 피해자를 강하게 충격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승용차와 가드레일 사이에 끼이게 하려는 의도는 가지고 있었다고 볼 것인데, 피고인은 그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거나 예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해자를 충격할 당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
한편, 원심은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을 그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그 공소사실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되는 나머지 공소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이를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보영
주 심 대법관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