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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4. 29. 선고 2003헌바118 공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공보(제92호)]
판시사항

가.뇌물죄의 가중처벌을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법정형 중 유기징역형이 살인죄의 법정형 중 유기징역형보다 무겁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인지 여부(소극)

나.위 법정형이 형법상의 수뢰죄에 비하여 과중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었는지 여부(소극)

다.작량감경을 하여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정형을 정한 것이 법관의 양형재량권 및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입법자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사람의 생명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살인죄와 공무원의 직무 순수성 내지 그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서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르므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중을 판단할 수는 없다.

나.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의 다과를 뇌물죄 경중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고,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어, 살인죄와 비교하여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다.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

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재판관 전효숙, 이상경의 반대의견

형벌은 행위자에게 속죄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관대한 형벌을 가능하게 하는 예방목적은 책임비례의 원칙에 의하여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예방의 목적만을 강조한 나머지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게 되어 있다. 이는 비교법적으로 볼 때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고, 법원의 실제양형과도 괴리를 보일 뿐만 아니라 애초의 입법목적인 일반예방의 효과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형벌체계상의 균형성도 상실하고 있고, 법관에게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또 범죄자의 귀책사유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참조판례

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판례집 7-1, 539-541

헌재 2001. 5. 31. 2000헌바91 , 결정

당사자

청 구 인 서○석

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윤홍근 외 1인

당해사건 대법원 2003도542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주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2001. 3.경 오산시 원동 소재 주택은행 오산지점 앞길에서 강○규를 통하여 김○준으로부터 진입도로 개설 등 각종 편의제공에 대한 사례비로 6천 5백만원이 입금되어 있는 강○규 명의의 주택은행통장, 도장 및 현금카드를 교부받아 공무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이 사건 당해사건의 범죄사실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위반으로 기소되어 제1심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당해사건인 대법원 2003도5426호로 상고하여 소송 계속 중 위 조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3. 12. 12. 위 신청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자, 2003. 12. 30. 위 조항의 위헌결정을 구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수뢰액이 5천만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청구인의 주장과 법원의 위헌제청기각결정의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이 사건 조항은 수뢰액만을 기준으로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가중처벌하고 있는바, 그 기준이 되는 수뢰액을 5천만원으로 정한 이래 13년이 경과하여 그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1.7배, 국민총소득은 3.3배로 증가하는 등 물가상승 및 경제규모의 변화 등으로 그 화폐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위 조항의 정당성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법정형 자체가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한 정도에 이르러 과도하게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2)또한 이 사건 조항이 수뢰액만을 기준으로 법정

형의 하한을 징역 10년으로 정한 것은 수뢰액 외에도 다양한 양형 요소를 고려하여 양형을 하여야 할 법관의 양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함으로써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 사법권의 독립, 그리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

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비록 수뢰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조항의 경우는 모든 수뢰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으며,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 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헌재 1995. 4. 20. 93헌바40 결정 참조), 이 사건 조항이 수뢰액의 기준금액을 5천만원으로 정한 이래 10여년이 경과하여 그 동안의 경제규모의 변화 및 물가상승 등으로 그 화폐가치가 하락하였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대법원의 기각 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는 1995. 4. 20. 선고한 93헌바40 사건 결정(판례집 7-1, 539)에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1)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살인죄는 강학상의 이른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사람의 생명이고 형법상의 수뢰죄나 이 사건 조항은 이른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공무원의 직무 순수성 내지 그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므로 양자는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르다. 따라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조항 소정형의 경중을 논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 점은 사람의 생명이 가장 존귀한 형벌법규의 보호법익이라 하더라도 결론을 달리할 수 없다.

(3) 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비록 수뢰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일응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는 모든 수뢰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는 점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4)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

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래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중의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2001. 5. 31. 선고한 2000헌바91 사건 결정에서도 위 93헌바40 사건 결정과 같은 취지로 이 사건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하였다.

나.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판시 이후 현재까지 이를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상경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상경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한다는 다수의견에 찬성하지 아니하므로 다음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위헌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가. 형벌의 목적과 책임비례의 원칙

오직 인간사회에서만이 공동생활에 적합한 사회질서를 구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고, 이러한 질서를 올바르게 세우고 수행하기 위하여 사회질서의 침해에 대한 제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형벌의 본질과 과제에 관하여는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있어 왔고, 그 논쟁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행위에 대한 속죄, 행위자에 대한 개선, 잠재적인 행위자에 대한 위하가 형벌의 본질적인 목적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우리 헌법제10조에서 ‘인간의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고 있다. 우리 재판소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헌법상의 인간상은 자기결정권을 지닌 창의적이고 성숙한 개체로서의 국민’이기 때문에 인간은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헌재 1998. 5. 28. 96헌가5 , 판례집 10-1, 541, 555). 이러한 인간에 대한 견해로부터 인간의 자기결정권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도출된다. 따라서, 형법에서의 불법은 그 행위자의 개인적인 책임의 한도 내에서만 벌하여져야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형벌은 단지 행위자의 책임비례에 따라’라는 기본원칙

이 도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의 원칙은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벌하는 것, 형벌을 행위자의 책임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 행위자에게 속죄하게 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방형벌을 제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형벌이 특별예방적인 목적이나 일반예방적인 목적만을 지나치게 추구할 때 과소하거나 과도한 형벌을 합리화하게 될 것이나, 이러한 것은 정의의 관념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적절히 조절하고 한계지우는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책임비례의 원칙이다. 이러한 책임비례의 원칙은 우리 헌법제37조 제2항에서 기본권제한의 목적·형식·방법·내용상의 한계를 분명히 밝히면서 공권력의 과잉행사로서 법치주의의 실질적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심사의 기준

우리 재판소는 형벌법규의 제정은 원칙적으로 국회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이 국회의 입법정책적인 고려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는 하나, 국회의 입법재량 내지 입법정책적 고려에 있어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입법은 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우리 재판소가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고한 바 있고,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에 관한 다수의 선례 또한 합헌이라는 결정을 하여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정형의 범위와 종류를 정할 때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와 균형을 지켜야 하고, 법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합리적이고 적정한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탄력적인 운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보장하여 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소원 사건{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 판례집15-2(하), 242}에서 위 각 조항이 위헌이라고 선언한 바도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심사함에 있

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등의 헌법원리와 우리 재판소의 선례들의 취지를 감안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책임비례의 원칙, 형벌체계의 균형성, 법관의 양형결정권과 판단권의 보장이라는 가치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과 입법목적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제정되었는데, 당시의 제정취지는 수뢰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된 뇌물의 가액에 따라 가중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하였고,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수뢰액이 500만원 이상인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수뢰액이 5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2) 그 후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동안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하여 두 차례에 걸친 개정작업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1980. 12. 18. 법률 제3280호로 처벌의 기준이 되는 수뢰액이 제1항 제1호의 “500만원 이상”이 “2,000만원 이상”으로, 제1항 제2호의 “5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이 “2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으로 변경되었고, 그 두 번째는 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처벌의 기준이 되는 수뢰액이 다시 상향조종되고, 제1항 제1호 중의 “사형”이 삭제되기에 이르렀고, 이것이 현행의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수뢰액이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라. 책임비례의 원칙과 관련하여

(1)위와 같은 제정 및 개정경위를 살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죄에 대하여 수뢰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여 잠재적 범죄자들을 위하함으로써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여 제정되었다가

그 후 화폐가치의 하락 등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두차례에 걸쳐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직사회의 청렴성이라는 중요한 법익을 보호하고, 5,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는 등의 비난가능성이 높은 범죄에 대하여는 엄한 형벌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 행위불법의 크기와 행위자책임의 정도를 훨씬 초과하는 과중하고 가혹한 형벌을 규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2) 우선 다른 나라의 입법례와 비교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대만의 예를 제외하고는 입법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중한 것일 뿐만 아니라 수뢰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입법례는 우리나라 외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3)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양형실무를 보더라도, 법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할 경우에 그 법정형의 최하한인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예는 극히 드물고, 심지어 검찰마저도 그와 같은 구형을 한 경우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뢰자를 엄히 처벌하려는 법제정자의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지로만 받아들일 뿐, 실제 형의 양정과정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비현실성을 감안하여 최저형보다 현저히 낮은 형을 구형하거나 선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수뢰자의 엄정한 처벌이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달리 오히려 수범자들에게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4)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입법목적 하에 과도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애초의 목적이었던 일반예방의 효과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엄벌주의에 입각한 범죄의 대처가 의도된 것보다 그 일반예방인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제정되었거나 개정되었다하여 수뢰죄의 통계적인 연도별 추이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범죄건수의 추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위 공직기강쇄신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공무원에 대한 비리척결작업의 강도에 따라 수뢰죄의 발생건수가 급격히 증감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결국 수뢰죄와 같은 공무원범죄를 억제하기 위하여는 일벌백계식의 처벌보다는 먼저 범죄를 유발하는 제도나 규제의 개선을 통하여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다른 한편 사정이 아닌 자정과 도덕성,

윤리의식, 공동체의식의 고양을 통한 해결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 형벌체계의 균형성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1)우선 법익침해의 정도는 연속적 개념인데 비하여 법정형의 차이는 불연속적인 개념이어서 사소한 법익침해의 차이가 현저한 선고형의 차이를 초래하는 것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수뢰액이 4,999만원인 경우와 5,000만원인 경우를 비교하여 보면 전자는 작량감경을 통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여지가 있으나 후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는데, 불과 1만원의 차이가 이러한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또한, 다수의 기회에 수뢰를 거듭하여 그 총액이 5,000만원에 이른 경우에는 실체적 경합 범으로 처리되어 형법상 단순수뢰죄에 대한 경합범가중을 한 7년 6월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는데, 1회에 5,000만원을 수뢰한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받아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되는 차이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2) 또한, 우리 형법제129조 제1항에서 단순수뢰죄에 관하여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제2항에서 사전수뢰죄에 관하여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제130조에서 제3자뇌물제공죄에 관하여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제132조에서 알선수뢰죄에 관하여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등 형법제129조에서 제132조 사이에서 수뢰죄의 행위유형에 맞게 형벌을 세분화하고 있고 있는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구분을 무시하고 모든 뇌물유형을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 형법제131조에서 수뢰후부정처사죄에 관하여 1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수뢰죄와 구성요건에서 구분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부정처사’의 유무를 구성요건에서 무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법상의 수뢰의 행위유형과 부정처사의 유무를 무시하고 단순히 수뢰액으로만 구성요건을 단계적으로 형성하여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취급하라’는 원리에 어긋나는 입법형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리고, 수뢰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가액산정과정에서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판단 하에서 수사기관과 피고인이 포괄

일죄로 처벌하여야 할 것을 경합범으로 타협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피해가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더욱 철저히 수사를 하면 뇌물액수를 더 많이 밝힐 수 있으나 그렇게 될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수사를 중단할 수도 있고, 수사가 객관적인 증거보다 자백에 의존할 경우에는 수사기관과 피의자가 거래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4) 불법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생명, 신체, 자유, 정조 등의 침해에 대한 불법평가가 안정적인 것과는 달리 재산적 침해의 정도에 대한 불법평가는 경제사정의 변화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어서 가액을 물가 등에라도 연동시키지 않는 한 범죄자들간에 심한 실질적인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보더라도 1966년 제정당시 기준이 되는 수뢰액이 “500만원 이상”이었던 것이 1980년 제1차 개정으로 “2,000만원 이상”으로, 1990년 제2차 개정으로 “5,00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되었는데, 1989년에 2,000만원을 수뢰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받은 자와 다음해 4,999만원을 수뢰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자와 사이에서의 실질적인 불평등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바. 법관의 양형결정권과 판단권의 보장과 관련하여

(1) 입법자가 정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는 그 자체로서 대략적인 양형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형벌의 높이에 대한 자세한 판단은 법관들에게 맡겨져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입법자와 법관은 적절한 형벌의 확정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일을 분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 법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합리적이고 적정한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탄력적인 운용을 보장하여야 한다. 우리 형법 제51조는 양형조건으로서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 및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예시적인 규정으로 해석되며, 통상의 양형인자는 범죄구성요건의 요건과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한 것이다.

(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많은 양형인자 중 법익침해의 정도라는 불법요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나머지의 양형인자를 양형에 적절히 반영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즉, 범인의 성행, 전과유무, 증뢰자에 대한 관계, 부정처사의 유무 등의 범행후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비록 수뢰액이 적다하더라도 책임은 커질 수 있고 수뢰액이 크더라도 책임은 작아질 수 있는 것인데, 법관으로 하여금 이를 반영할

수 없게 하고 있는 것이다.

(3)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사건은 그 죄질의 형태와 정상의 폭이 넓어 탄력적으로 운용하여야할 성질의 것인데 그 법정형의 하한이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되어 있어 실무상 법관이 양형을 선택하고 선고하는데 있어서 그 재량의 폭이 너무 한정되어 인간존중의 이념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서 최대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고, 또 범죄자의 귀책사유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사. 형벌은 행위자에게 속죄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관대한 형벌을 가능하게 하는 예방목적은 책임비례의 원칙에 의하여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예방의 목적만을 강조한 나머지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게 되어 있다. 이는 비교법적으로 볼 때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고, 법원의 실제양형과도 괴리를 보일 뿐만 아니라 애초의 입법목적인 일반예방의 효과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형벌체계상의 균형성도 상실하고 있고, 법관에게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또 범죄자의 귀책사유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어 우리는 이에 위헌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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