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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도5207 판결
[재물손괴][공2007.10.15.(284),1721]
판시사항

[1] 재건축사업으로 철거할 예정이고 그 입주자들이 모두 이사하여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도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고 본 사례

[2] 조합원이 재건축조합 정관에 규정된 조합원의 의무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하였고, 정관에 조합원은 조합의 건축물 철거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재건축조합이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자력으로 건축물을 철거하는 데 대한 사전 승낙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재건축사업으로 철거예정이고 그 입주자들이 모두 이사하여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채 비어 있는 아파트라 하더라도, 그 객관적 성상이 본래 사용목적인 주거용으로 쓰일 수 없는 상태라거나 재물로서의 이용가치나 효용이 없는 물건이라고도 할 수 없어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고 한 사례.

[2] 재건축조합의 규약이나 정관에 ‘조합은 사업의 시행으로서 그 구역 내의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다’, ‘조합원은 그 철거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고, 조합원이 재건축조합에 가입하면서 ‘조합원의 권리, 의무 등 조합 정관에 규정된 모든 내용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은 이로써 조합의 건축물 철거를 위한 명도의 의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일 뿐이므로, 조합원이 그 의무이행을 거절할 경우 재건축조합은 명도청구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하여 그 의무이행을 구하여야 함이 당연하고, 조합원이 위와 같은 동의서를 제출한 것을 ‘조합원이 스스로 건축물을 명도하지 아니하는 경우 재건축조합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채 자력으로 건축물을 철거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사전 승낙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이충상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물건이 그 본래의 사용목적에 공할 수 있거나, 다른 용도로라도 사용이 가능한 상태에 있다면, 재산적 이용가치 내지 효용이 있는 것으로서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 대법원 1979. 7. 24. 선고 78도2138 판결 , 대법원 1993. 12. 7. 선고 93도2701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들의 이 사건 각 아파트는 이 사건 당시 재건축사업으로 그 철거가 예정되어 있었고 소유자나 세입자들이 모두 타처로 이사하여 거주하지 않은 채 비워져 있던 상태였음을 알 수 있으나, 위 각 아파트 자체의 객관적 성상이 그 본래의 사용목적인 주거용으로 사용될 수 없는 상태로 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더욱이 피해자들이 반포주공2단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에로의 신탁등기 및 명도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계속 그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각 아파트가 재물로서의 이용가치나 효용이 없는 물건으로 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각 아파트는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해자들의 위 각 아파트가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재물손괴죄의 객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재건축조합의 규약이나 정관에 ‘조합은 사업의 시행으로서 그 구역 내의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다’는 취지와 ‘조합원은 그 철거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고, 조합원이 재건축조합에 가입하면서 ‘조합원의 권리, 의무 등 조합 정관에 규정된 모든 내용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은 이로써 조합의 건축물 철거를 위한 명도의 의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일 뿐이므로, 조합원이 그 의무이행을 거절할 경우에는 재건축조합은 명도청구소송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하여 그 의무이행을 구하여야 함이 당연한 것이고, 조합원이 위와 같은 동의서를 제출한 것을 ‘조합원이 스스로 건축물을 명도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재건축조합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채 자력으로 건축물을 철거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사전 승낙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이 사건 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 조합 정관의 모든 내용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한 점, 이 사건 조합의 정관에는 조합이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 및 조합원이 철거에 응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알 수 있으나, 한편 피해자들은 그 후 사업계획 내용의 변경으로 신축아파트의 평형배정이 불리하게 변경되고 분양가도 상승하게 되자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반대하면서 각 아파트에 관한 신탁등기 및 명도의무이행을 거부하였던 점 역시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위와 같은 동의서를 이 사건 조합에 제출한 바 있다고 하여 미리 자신들의 각 아파트의 철거를 승낙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피해자들이 이 사건 조합에 가입한 후 신축아파트에 관한 분양신청을 한 바 있다거나, 이 사건 철거 후 신축아파트의 동ㆍ호수 추첨 및 분양계약에 참여했다는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이 사건 당시 철거를 승낙하였던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조합 정관의 규정 내용 및 피해자들의 동의서 제출, 그 후의 분양신청, 동ㆍ호수 추첨, 분양계약에의 참여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해자들이 위 각 아파트의 철거에 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내지 피해자의 승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와 같이 피해자들이 이 사건 철거를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해자들이 이 사건 조합에 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철거를 승낙하고서도 권리만을 취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승낙을 철회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심은, 피해자들이 위 각 아파트의 철거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철거를 감행한 피고인의 행위는 비록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으로서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조합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도단행가처분신청이 제1심에서 기각되었고 위 사건이 항고심 법원에 계속중이었음에도 피고인이 그 재판결과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 사건 범행을 감행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사건 철거행위가 긴급피난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성을 갖춘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긴급피난 및 정당행위에 의한 위법성 조각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긴급피난과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원심은, 피고인의 이 사건 철거행위 당시 피고인이 달리 적법행위로 나아갈 것을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기대가능성 부존재에 의한 책임 조각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 역시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기대가능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주심) 양승태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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