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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10550 판결
[시정명령등취소][미간행]
판시사항

갑 은행 등 17개 금융기관이 지로수수료를 공동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그에 따라 은행 간 수수료 인상액만큼 지로수수료를 인상하여 이용기관에 부과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지로수납대행 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갑 은행 등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사안에서, 지로수수료의 연혁, 결정 체계, 지로업무의 비용발생 구조, 수납업무 원가의 보전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행위는 갑 은행 등이 지로업무로 인한 적자를 보전받아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 아래 은행 간 수수료의 인상을 금융결제원에 요청하여 이를 공동으로 인상한 것일 뿐, 은행 간 수수료 인상액만큼 지로수수료를 인상하기로 담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종수 외 8인)

피고,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수희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보충이유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지로수수료에 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은행 간 수수료가 일률적으로 인상될 경우 금융기관별로 지급건수 대비 수납건수의 비율에 차이가 있음에 따라 지급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은 은행 간 수수료의 지급 부담이 커지고, 수납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은 은행 간 수수료의 수입이 많아지는 등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아니하는 점, 지로업무로 인한 이용기관 및 예금유치의 증대, 다른 금융상품 가입 등에 따른 수익 증대, 지로업무 처리에 의한 기존 고객의 만족 및 거래유지 등에 관하여 금융기관에 따라 경영방침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비록 현실적으로 은행 간 수수료가 원가에 훨씬 미치지 못한 상황이더라도 은행 간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금융기관은 각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추가수수료를 조절함으로써 은행 간 수수료의 인상분을 지로수수료 인상분에 얼마만큼 반영시킬지 여부를 다양하게 결정할 수 있고, 따라서 은행 간 수수료 인상분을 그대로 지로수수료에 반영하는 것이 반드시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 등이 2005. 3. 29. 및 2005. 5. 6. 은행 간 수수료를 인상하는 절차를 거쳐 그 인상액만큼 지로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가격의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의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① 지로제도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채권 채무의 결제나 자금의 이전에 관하여 직접 현금이나 수표 등으로 주고받는 대신 금융기관의 예금계좌를 통하여 결제하는 것으로서, 정기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대량의 자금거래에 폭넓게 이용되는 지급결제제도의 하나인 점, ② 지로수수료는 지급은행이 지로결제 제도의 이용기관과 지로수납대행계약을 체결하여 이용기관의 각종 요금의 수납을 대행해 주는 대가로 이용기관으로부터 수취하기로 약정한 금액인 점, ③ 지로업무의 비용은 수납은행이 창구에서 수납하고 지로일계표를 작성하는 등의 수납 과정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지급은행이 금융결제망을 통해 입금된 지로결제금액을 이용기관 계좌로 입금하는 과정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아니하는 점, ④ 지로업무처리 절차에서 지급은행과 수납은행이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 지급은행은 수납은행에 금융결제원이 정한 은행 간 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수납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정산하는 점, ⑤ 서민의 보편적 결제제도로서 지로제도가 가진 공공적 성격 때문에 원고 등 지로제도에 참가한 금융기관은 지로수수료가 완전히 자율화된 이후에도 이를 대폭으로 또는 자주 인상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지로수수료 수준은 지로제도 도입 이래 수납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적자산업으로 유지되어, 그 원가 보전율이 2000년 당시 60% 내외였고 그러한 사정이 원심 변론종결 당시에도 크게 다르지 아니한 점, ⑥ 이러한 상황에서 지급은행은 이용기관으로부터 수취한 지로수수료를 그대로 수납은행에 지급함으로써 ‘지로수수료=은행 간 수수료’로 인식되다시피 하여 지로제도가 운영되어 왔고, 지급은행이 은행 간 수수료 외에 추가수수료를 더하여 지로수수료를 징수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었던 점, ⑦ 지로수수료가 수납원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지로수수료를 그대로 은행 간 수수료로서 수납은행에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간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지급은행은 은행 간 수수료의 인상에 따른 손실의 누증을 막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그 인상액만큼 지로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점, ⑧ 은행 간 수수료의 공동결정행위는 지로망 내의 비용정산의 효율성 등으로 인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지로수수료의 연혁, 결정 체계, 지로업무의 비용발생 구조, 수납업무 원가의 보전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 17개 금융기관이 2005. 3. 29. 및 2005. 5. 6.에 한 공동행위의 실질은 원고 등이 지로업무로 인한 적자를 보전 받아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 아래 은행 간 수수료의 인상을 금융결제원에 요청하여 은행 간 수수료를 공동으로 인상한 것에 그칠 뿐,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은행 간 수수료 인상액만큼 지로수수료를 인상하기로 담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판단한 데에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가격담합의 의미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지로수수료 경쟁 구조 등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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