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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3다27442 판결
[손해배상(의)][공2015상,532]
판시사항

갑이 의사 을에게서 우측 액와부에 척골신경으로부터 기원하는 양성 종양인 신경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우측 손가락에 근위축 증세 등이 나타난 사안에서, 갑이 수술 직후부터 우측 손가락 끝마디의 감각 이상을 호소하였다는 등의 사정들은 을의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의사 을에게서 우측 액와부에 척골신경으로부터 기원하는 양성 종양인 신경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우측 손가락에 근위축 증세 등이 나타난 사안에서, 갑이 수술 전에는 우측 상지의 운동 및 감각 기능이 모두 정상이었으나 수술 직후부터 우측 손가락 끝마디의 감각 이상을 호소하였고, 을이 수술하면서 메젠바움 가위와 전기소작기 등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들은 갑의 신경 손상에 대한 을의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사정들이라고 보기 어렵고, 신경 손상이 수술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거나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갑에게 현재의 근위축 등의 증상을 초래할 다른 원인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위와 같은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을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세계로 담당변호사 조용국)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보무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먼저 피고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의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96010, 96027 판결 등 참조). 한편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또한 의료행위에 의하여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당해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또는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 정도 및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그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기초로 하여, ① 원고 1은 우측 액와부에 척골신경으로부터 기원하는 종양이 발생하여 이를 제거하는 이 사건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전에는 척골신경의 지배 부위인 우측 상지의 운동 및 감각 기능이 모두 정상이었던 점, ② 원고 1에게 발생한 종양은 양성의 신경초종으로서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일부를 절제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신경 손상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는 점, ③ 원고 1은 이 사건 수술 직후부터 우측 4, 5번째 손가락 끝마디의 감각 이상을 호소하였는데 이는 척골신경의 손상에 따른 전형적인 증세였으며 그 후 근전도 검사에서 척골신경이 손상되었음이 확인된 점, ④ 피고 1은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메젠바움 가위와 전기소작기 등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종양을 전체적으로 완전 절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신경이 절단되거나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결국 원고 1의 척골신경 손상으로 인한 우측 상지의 운동 및 감각 기능 저하, 우측 4, 5번째 손가락의 근위축 증세는 피고 1이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주의를 게을리하여 직접 척골신경의 일부를 손상시켰거나 또는 직접 손상에 이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수술 도중 척골신경을 압박하거나 무리하게 견인함으로써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1의 수술상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 1은 2007. 1. 5. 피고 병원에서 피고 1로부터 이 사건 수술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신경초종은 피막으로 잘 둘러싸여 정상신경과 박리가 잘 되는 편이지만 원고 1에게 발생한 신경초종은 주변 조직과 유착이 심한 상태이었고, 이에 피고 1은 신경 조직을 금속 트랙션으로 견인하면서 메젠바움 가위와 전기소작기 등을 사용하여 종양을 제거하였다.

(2) 원고 1은 이 사건 수술 직후부터 우측 4, 5번째 손가락 끝마디의 감각이상을 호소하였고, 2007. 1. 10. 피고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 2007. 1. 12.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외래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면서도 우측 4번째 손가락의 저린 증세만을 호소하였다.

(3) 원고 1은 2007. 1. 29.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2007. 3. 29. 석방되었고 그 후로도 상당 기간 동안 피고 병원에 내원하지 않다가 2007. 11. 12. 다시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는데 당시 우측 손에 근위축이 발생한 상태였다.

(4) 제1심법원의 중앙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수술 자극에 의하여 원고 1에게 일시적 감각 저하나 이상이 발생할 수 있으나, 원고 1에게 이 사건 수술 후 신경 손상을 의심할 만한 근위약 등의 증상이 뚜렷하지는 않았고, ② 이 사건 수술과정이 녹화된 동영상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종양 제거 후에도 신경의 외형이 잘 유지되고 있어 수술에 의한 악화보다는 환자의 내적 요인에 의한 악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으며, ③ 설령 이 사건 수술에서 신경 손상이 있더라도 신경 손상은 이와 같은 수술에서 가장 흔한 합병증 중의 하나이며 그 유병률이 50%에 육박하고, 위 동영상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신경의 외형이 잘 유지되고 있었고 의료진이 신경 자극 검사를 통해 확인하였으므로 의료진은 현대 의학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였다는 것이다.

(5) 또한 제1심법원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에 의하면, 피고 1은 이 사건 수술에서 한쪽 신경 조직을 금속 트랙션으로 계속 견인을 하면서 수술을 하였지만 이 정도 수술에서는 신경에 심각한 손상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우선 원고 1에게 발생한 신경초종은 주변 조직과 유착이 심한 상태이어서 피고 1이 신경 조직을 금속 트랙션으로 견인하면서 메젠바움 가위와 전기소작기 등을 사용하여 종양을 제거하였다고 하여 정상적이지 않은 수술기구의 사용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서는 원고 1에게 이 사건 수술 후 신경 손상을 의심할 만한 근위약 등의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이 사건 수술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에서도 수술과정에서의 의료과실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하고 있으므로, 원고 1이 이 사건 수술 전에는 우측 상지의 운동 및 감각 기능이 모두 정상이었으나 이 사건 수술 직후부터 우측 손가락 끝마디의 감각 이상을 호소하였고 피고 1이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메젠바움 가위와 전기소작기 등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들은 원고 1의 신경 손상이 피고 1의 의료과실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사정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사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동영상에 확인되지 않는 미세한 신경 손상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손상은 의료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원고 1에게 발생한 신경초종이 일반적인 것과 달리 유착이 심한 상황이어서 수술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또한 위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서는 원고 1의 신경 손상의 원인으로 발생한 근위축 등은 이 사건 수술보다는 환자의 내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고 있고, 원고 1은 이 사건 수술 직후 바로 신경 손상을 의심할 만한 근위약 또는 근위축 등의 증상이 발현된 것이 아니었으며, 피고 병원에 2007. 1. 25. 이후로 내원하지 않다가 2007. 11. 12. 다시 내원하였을 때 근위축 등의 증상이 확인되었으므로, 이 사건 수술 부위에 신경초종이 재발하는 경우 등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원고 1에게 현재의 근위축 등의 증상을 초래할 다른 원인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피고 1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의료사고에 있어서 과실 및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고들의 상고이유와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 김신 권순일(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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