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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2009. 2. 17. 선고 2008가합1749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245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울 외 1인)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외 1인)

변론종결

2008. 12. 23.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피고 회사’라고만 한다)은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한 방송사업자로서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이하 ‘PD수첩’이라고만 한다)을 제작, 방송하는 회사이고, 피고 2는 아래에서 보는 이 사건 방송 당시 PD수첩의 기획, 제작을 책임지고 있었던 프로듀서이며, 피고 3은 PD수첩의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듀서이다.

나. 피고 회사는 2008. 4. 29. 23:00경부터 24:00경까지 60분 동안 PD수첩에서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2008. 4. 18. 타결된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국내에 수입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취지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방송(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다. 이 사건 방송 이후 농림수산식품부가 피고 회사를 상대로 정정 및 반론보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 법원은 2008. 7. 31. 피고 회사는 다음과 같이 정정 및 반론보도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 이 사건 방송에서 동영상 속 주저앉은 소(일명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주저앉은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대사장애, 골절·상처, 질병으로 인한 쇠약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할 수 있어서, 위 동영상 속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는다.

(2) 이 사건 방송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에 이르고, 이는 영국인의 경우보다 3배, 미국인의 경우보다 2배 높은 수치라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으나, 특정유전자형만으로 인간광우병의 발병 확률을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약 94%에 이른다고 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는다.

(3) 이 사건 방송에서 월령 30개월 미만인 소에 있어서 특정위험물질은 7가지인데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편도와 회장원위부를 제외한 나머지 5가지 특정위험물질이 수입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이에 대하여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제수역사무국(국제수역사무국, OIE)이 정한 분류기준에 의할 경우 미국 등 광우병위험통제국의 월령 30개월 미만인 소에 있어서는 편도, 회장원위부 등 2가지 부위만이 특정위험물질에 해당한다는 반론을 제기하므로 이를 보도한다.

라.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08. 7. 16. 이 사건 방송이 공정성과 객관성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시청자에게 사과할 것을 의결함에 따라 피고 회사는 2008. 8. 12.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제3호증의 각 기재, 갑 제4호증의 1, 2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

2. 당사자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들이 방송의 공익성·공정성을 추구하면서 객관적이고 진실한 사실을 보도할 의무를 저버린 채 의도적으로 허위·왜곡된 이 사건 방송을 내보냈고, 원고들이 위와 같이 허위·왜곡된 이 사건 방송을 시청함으로써 (1) 쇠고기 등 먹거리에 대하여 막연한 불안감, 공포심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그 피해를 국민들이 보게 되었다는 정부에 대한 심한 불신감을 갖게 됨으로써 국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상실하는 등 정신적 고통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고, (2)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불법 촛불집회와 시위가 야기됨으로써 출퇴근시 교통의 불편을 겪었으며, (3)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문제에 대한 견해대립으로 원고들의 가정, 직장, 친지 사이에서 불화와 갈등이 초래되는 등의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위자료 100만 원씩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원고들의 주장을 차례로 살핀다.

(1) 이 사건 방송은 소위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서 다소 과장되고 선정적이기 마련이므로 이를 시청한 사람들이 과도한 불안감, 공포심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감 등을 갖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송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능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 시청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인한도 내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 방송의 내용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이 사건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를 생산하는 미국 축산업자나 가공업자, 수출업자, 국내의 수입업자 등)가 매상감소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이 사건 방송을 접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방송사나 제작진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만약 불특정 다수 시청자들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방송사나 제작진이 항상 배상하여야 한다면 방송은 사회적 문제점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극도로 위축당할 것인 반면, 그러한 사법적 제재가 아니더라도 부정확한 방송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 외면당하게 됨으로써 방송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시정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2) 나아가 원고들이 주장하는 출퇴근시 불편 등의 피해는 불법적인 촛불집회로 인하여 발생한 것에 불과할 뿐 피고들이 이 사건 방송을 통하여 불법집회를 개최하도록 의도하였다거나, 그러한 집회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하여 이 사건 방송을 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 방송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할 수 없다.

(3) 또한 이 사건 방송 이외에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문제에 관하여 견해를 표명한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타 신문보도 등이 다수 있었던 가운데 원고들이 가족, 친지, 동료들과의 사이에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견해대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위와 같은 견해대립은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감수하여야 할 여론형성과 수렴과정에서의 진통이라고 할 것인바 이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수인한도를 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수인한도를 넘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거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정신적 손해와 이 사건 방송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양현주(재판장) 천지성 배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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