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기존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제3자 발행의 어음·수표를 교부한 경우의 법률관계
[2] 기존 채무에 관하여 채무자가 타인 발행의 약속어음을 교부하면서 금전 수령의 뜻으로 계약서의 대금 분할지급액 기재를 정정·날인하였어도 그것만으로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기존 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어음이나 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고, 어음상의 주채무자가 원인관계상의 채무자와 동일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3자인 어음상의 주채무자에 의한 지급이 예정되고 있으므로 이는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할 것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원인채무는 소멸하지 아니하고 어음·수표상의 채무와 병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2] 기존 채무에 관하여 채무자가 타인 발행의 약속어음을 교부하면서 금전 수령의 뜻으로 계약서의 대금 분할지급액 기재를 정정·날인하였어도 그것만으로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460조 , 어음법 제9조 제1항 [2] 민법 제460조 , 어음법 제9조 제1항
원고(반소피고),상고인
문호걸
피고(반소원고),피상고인
이윤수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1995. 2. 4.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와 사이에 공사대금을 금 50,000,000원으로 하는 이 사건 찜질방 시설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 공사대금을 계약 당일인 1995. 2. 4. 계약금 5,000,000원, 같은 달 15. 착수금 15,000,000원, 같은 달 20. 중도금 20,000,000원, 같은 해 3. 2. 잔금 10,000,000원으로 나누어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계약 당일 위 계약금 5,000,000원을 지급하고 같은 달 15. 착수금으로 위 약정금액보다 많은 금 25,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원고의 처로서 원고를 대리한 소외 이미숙은 위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인 같은 해 2. 18. 피고에게 공사대금이 급히 필요하다며 위 중도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로부터 현재 준비된 것이 없으니 같은 해 2. 28.까지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위 찜질방이 입주하고 있는 건물의 소유자인 소외 조성창으로부터 소외 주식회사 태영산업 발행의 액면 금 13,500,000원의 약속어음 1장을 위 조성창의 배서를 받아 교부받아 가면서 위 조성창 및 피고와 사이에 위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을 공사대금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하고 피고는 위 금 13,500,000원을 위 조성창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후, 위 공사대금을 수령하였다는 취지로 피고가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계약서(을 제7호증) 중 중도금 지급란의 20,000,000원 기재 부분을 지우고 13,500,000원으로 기재한 후 그 위에 원고의 인장을 날인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같은 해 2. 28. 위 조성창에게 금 13,500,000원을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위 약속어음을 위 공사대금 중 금 13,500,000원의 지급에 갈음하여 교부받고 위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은 피고가 위 조성창에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위 금액 상당을 변제받았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기존 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어음이나 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고 다른 한편 어음상의 주채무자가 원인관계상의 채무자와 동일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3자인 어음상의 주채무자에 의한 지급이 예정되고 있으므로 이는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할 것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원인채무는 소멸하지 아니하고 어음·수표상의 채무와 병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 당원 1995. 10. 13. 선고 93다12213 판결 , 1993. 11. 9. 선고 93다11203, 93다1121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원고가 위 조성창 및 피고와 사이에 위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을 공사대금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하고 피고는 위 금 13,500,000원을 위 조성창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가 같은 해 2. 28. 위 조성창에게 금 13,500,000원을 지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증거로 거시한 것은 을 제1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와 1심 및 원심 증인 조성창의 각 증언 등이다.
그 중 위 증인 조성창은 막연히 이 사건 공사대금의 일부로서 위 약속어음을 원고의 대리인인 소외 이미숙에게 교부하였다고 증언하는 한편, 위 이미숙이 피고에게 위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을 1995. 2. 28.에 위 조성창에게 변제하라고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가 같은 날 금 13,500,000원을 위 조성창에게 변제하였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위 을 제1호증은 위 조성창 명의의 위 금 13,500,000원의 영수증인바, 기록에 의하면 위 조성창은 위 찜질방이 입주하고 있는 건물의 소유자로서 이 사건 도급계약체결시 피고와 동행하였던 자일 뿐 원고와는 아무 친분관계도 없는 자이고 위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은 1995. 3. 31.인 사실을 알 수 있으니, 원고가 기존 공사대금채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아무 친분관계도 없는 위 조성창으로부터 그가 배서한 위 주식회사 태영산업 발행의 어음을 교부받고서 기존의 공사대금채권을 소멸시키고 어음상 채권만을 남길 의사로 피고로 하여금 위 조성창에게 위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을 그 지급기일 1995. 3. 31. 이전인 같은 해 2. 28.까지 지급하게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가 같은 해 2. 28. 위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을 위 조성창에게 지급하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피고가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계약서인 을 제7호증에 의하면 중도금 지급란의 20,000,000원 기재 부분을 지우고 13,500,000원으로 기재한 다음 그 위에 원고의 인장을 날인한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이는 원고의 대리인인 위 이미숙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금 13,500,000원의 지급을 위하여 같은 액면의 위 약속어음을 교부받으면서 장차 만기에 그 어음금이 지급될 것을 예상하여 미리 금전을 수령하였다는 뜻으로 한 것으로 보지 못할 바 아니므로 ( 당원 1990. 5. 22. 선고 89다카13322 판결 참조), 그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위 약속어음의 수수로써 그 액면금 상당의 공사대금채무를 소멸시키기로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위 조성창으로부터 위 약속어음을 교부받아 피고에 대한 위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을 소멸시키고 어음상의 채권만을 남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가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하여 본 연후가 아니면 거시 증거를 취신하여 원고는 위 약속어음을 위 공사대금 13,500,000원의 지급에 갈음하여 교부받은 것이라 할 수 없다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같은 점에 대하여 밝혀 보지 아니한 채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위 공사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위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하였으니, 원심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