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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2013.7.26. 선고 2013재노1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사건

(창원)2013재노1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피고인

A

재심청구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정용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재심대상판결

육군고등군법회의 1977. 2. 16. 선고 76고군형항 제1217호 판결

제1심판결

육군군수사령부보통군법회의 1976. 10. 5. 선고 76보군형공 제77

호 판결

판결선고

2013. 7. 26.

주문

제1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사건의 경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에 따른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라 한다)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군수사령부보통군법회의(76보군형공 제25호)에 기소되어 1976. 3, 31.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나. 피고인은 위 판결에 대하여 육군고등군법회의(70년고군형항 제466호)에 항소하였는데, 위 군법회의는 1976. 6. 23. 제1심 판결을 파기한 후 제1심인 군수사령부보통군법회의로 환송하였고, 이 사건을 환송받은 군수사령부보통군법회의(76보군형공 제77호)는 1976. 10. 5.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다.

다. 피고인은 위 판결에 다시 불복하여 육군고등군법회의 (76고군형항 제1217호)에 항소하였고, 위 군법회의는 1977. 2. 16.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허가를 하였다는 사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한 후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라. 피고인은 2013. 3. 11. 이 법원 2013재노1호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2013. 4. 26. 이 사건에 적용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임이 명백하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오적"이란 시는 이미 사상계에 발표된 시로서 피고인이 이를 보관하고 친구에게 보낸 사실로 처벌하는 것은 피고인의 통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된다.

나. 제1심판결이 선고한 형(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의 재심재판권

군사법원법 제472조는 재심청구는 원판결을 한 대법원 또는 군사법원이 관할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관할은 재판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경우에는 재심사건이라 할지라도 그 관할은 원판결을 한 군사법원이 아니라 같은 심급의 일반법원에 있다(대법원 1985. 9. 24. 선고 84도29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이후 군에서 제적되어 군인 또는 군무원의 신분에 있지 아니하고,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 군형법 제1조 제1항 내지 4항 등에 의하여 이 사건이 군사법원에 신분적 재판권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아니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을 한 육군고등군법회의에 상응하는 육군고등군사법원은 이 사건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권이 없고, 피고인의 현재지 법원으로서 육군고등군법회의에 상응하는 이 법원이 이 사건 재심사건에 관하여 관할권이 있다.

나.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

피고인의 위 항소이유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핀다.

1)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되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이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이 점에서 유신헌법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유신헌법도 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2)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 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 반대 ·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 청원 · 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행위' 및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제1항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금 ·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제8항),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위반자 · 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휴업·휴교·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제5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 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3)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4)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 무효이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판결,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결정, 대법원 2013. 4. 18.자 2010모363 결정 참조).

다. 소결

따라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제1심이 유죄로 판단한 조치는 그 범죄사실에 적용할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에는 위에서 살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69. 2. D중학교를 수석합격하여 3년간 수석졸업하고 1969. 3. E고등학교에 입학 가정교사, 우유배달 등으로 고학하다가 1970. 7. 초순경 위 고등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대학진학을 위해 충북 보은군 소재 속리산 F 및 G 앞에서 행자승으로 입산 공부하여 1970. 9. 서울시 교육위원회 시행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에서 9과목 중 5과목에 합격한 후 같은 해 10월부터 인쇄소 필경사 7개월, 서적외무사원 2년 7개월에 각 종사하다가 1974. 5. 12.경 장기하사로 지원 입대하여 1974. 12. 21. H하사관학교를 수료, 하사로 임관하여 같은 해 12. 31. 소속대에 전입하여 정비하사관 및 내무반장으로 보직된 자로서 가정빈곤으로 인하여 학업을 계속치 못하고 빈곤에 허덕이는 편모, 동생들의 장래 등으로 현실에 대한 불평이 가득한 자인바, 1971. 5.경 안양시 I에 거주할 당시 E고등학교 동창생이며 독학을 같이 하던 친구 J를 만나 J가 소지하고 있던 대학노트에서 시인 K가 지은 "오적"을 읽고, 그 글귀에 매료되어 1973. 9.경 J로부터 3회에 걸쳐 복사본을 송부받아 위 "오적"을 수취, 탐독하고 이에 공감하여 다른 시를 수록한 대학노트에 복사하여 자가에 보관하였다. 1975. 12.경 부친상을 당하여 휴가를 얻어 자가에 갔다가 위 "오적"을 복사하여 둔 대학노트를 가지고 귀대하던 길에 대구시에서 위 J를 만나 여인숙에서 함께 자던 중 위 J가 피고인의 위 대학노트를 보던 중 오적을 가리키며 "K가 시는 용감하게 써."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정부 고위층 및 군 장성을 오적에 비유하여 터무니없이 비방하는 내용의 시의 형식을 빌린 별지 기재 내용과 같이 허위사실이 기재된 부분이 포함된 위 오적이란 시를 소지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지하고 귀대하여 내무반에 보관하다가 예상되던 영외거주가 허락되지 않자 이를 다시 자가에 갖다 두고 있던 중 1976. 2.초순경 J로부터 "오적 보내라."라는 내용의 서신연락을 받고 같은 달 14일 외박을 얻어 위 대학노트를 가져와 내무반에 보관하다가 같은 달 22일 09:00경 외출을 얻어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소재 시립도서관 2층 안쪽 구석 책상에 18:00까지 약 8시간에 걸쳐 화선지에 후리펜으로 복사하는 등 유언비어 표현물인 "오적"을 소지하였다.

판단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한창훈

판사 주경태

판사 이덕환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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