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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5. 15. 선고 96다27773 판결
[보험금][공1998.6.15.(60),1621]
판시사항

[1]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상의 해상 고유 위험의 의미 및 손해가 해상 고유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

[2] 선박보험증권과 약관에 준거법을 영국 해상보험법으로 정하고 선급 유지를 명시적 담보조건으로 한 경우, 담보특약 위반의 효과

[3] 한국선급회 선급유지담보특약부 선박보험계약하에서 한국선급회의 승인 없이 격벽을 제거한 경우,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소정의 명시적 담보위반으로 보험자가 면책된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선박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es, 1983. 10. 1.) 제6조 제1항에서 말하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of the seas)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며,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

[2] 선박보험증권과 약관에 준거법을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기로 하는 규정과 아울러 선급(ship's class)을 유지(maintaining)하기로 하는 내용의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 이는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소정의 명시적 담보(express warranty)에 관한 규정에 해당하고, 명시적 담보는 위험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정확하게(exactly)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condition)으로서 엄격히 지켜져야만 하며, 일단 담보위반이 있는 경우, 설사 보험사고가 담보위반과 아무런 관계없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보험증권에 별도의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동적으로 그 담보특약 위반일에 소급하여 그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한다.

[3]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선박이 한국선급회의 선급(The Class of Korean Register of Shipping)을 유지하는 것을 담보로 한다는 특약을 하고 이를 보험증권에 명기하고서도 한국선급회의 승인 없이 선박의 격벽(bulk head)을 제거한 경우,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소정의 명시적 담보위반으로 보험자가 면책된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전)

피고,피상고인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 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제1, 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3. 9. 18. 보험업을 영위하는 피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의 223t급 기선 크로버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보험자 원고, 보험목적 선체 및 기관, 보험금액 금 395,000,000원, 보험료 금 15,894,800원, 보험기간 1993. 9. 19. 12:00부터 1994. 9. 19. 12:00까지로 하는 선박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지급한 사실, 이 사건 선박은 1994. 1. 2. 10:30경 약 400t의 화물을 싣고 부산 감천항을 출항하여 제주 서귀포항으로 항해하던 중, 그 다음날 11:13경 제주 우도 동남방 약 10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es, 1983. 10. 1.)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도록 되어 있고(전문),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위험(부보위험)의 하나로서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위험(perils of the seas, rivers, lakes or other navigable waters : 제6조 제1항)을 열거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of the seas)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며,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바, 원고가 들고 있는 해상 고유의 위험, 즉 이 사건 선박이 침몰 당일 01:00경 거문도 남동쪽 5마일 해상에서 정체불명의 어선과 충돌하여 선체의 일부가 손상되고, 그 손상 부위를 통하여 해수가 침수하는 바람에 위와 같이 침몰하게 되었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 사건 선박이 다른 선박과의 충돌로 인하여 침몰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그 밖에 이 사건 선박의 침몰이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원고의 주장ㆍ입증이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보험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 또는 해상 고유의 위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제3점에 대하여

보험증권과 약관에 그 준거법을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기로 하는 규정과 아울러 선급(ship's class)을 유지(maintaining)하기로 하는 내용의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 이는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소정의 명시적 담보(express warranty)에 관한 규정에 해당하고, 명시적 담보는 위험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정확하게(exactly)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condition)으로서 엄격히 지켜져야만 하며, 일단 담보위반이 있는 경우, 설사 보험사고가 담보위반과 아무런 관계없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보험증권에 별도의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동적으로 그 담보특약 위반일에 소급하여 그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한다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4다60332 판결 참조). 그러므로 보험자가 담보특약에 관한 사항을 알든 모르든 피보험자로서는 담보특약을 정확히 지켜야만 하고, 이를 위반하게 되면 그 사유와 시기에 관계없이 보험자는 바로 그 시점부터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하게 되므로, 보험자로서는 담보특약에 관한 사항을 구태여 알아야 할 필요가 없고, 피보험자는 보험자에게 담보특약에 관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선박이 한국선급회의 선급(The Class of Korean Register of Shipping)을 유지하는 것을 담보로 한다는 특약을 하고 이를 보험증권에 명기한 사실, 이 사건 선박은 1978. 12.경 이중저(이중저) 구조의 일반화물선으로 건조되어 화물창 1개가 설치되어 있고, 화물창의 주위에 격벽(bulk head)이 설치되어 격벽과 선벽 사이에 보이드 탱크(void tank : 부력탱크)가 있었으나, 1988. 1.경 소외 정우해운 주식회사가 이를 인수한 후 화물창 전방의 격벽을 제거하였고, 원고가 1992. 6. 26.경 이 사건 선박을 취득하여 같은 해 10. 15. 한국선급회의 선박중간검사를 받은 이후 그 침몰 이전에, 나머지 격벽을 한국선급회의 승인 없이 임의로 철거하였으며, 사단법인 한국선급회의 선급 및 강선규칙 제1편 제1장 제9절 901. (7)에 의하면, 선박을 한국선급회의 승인 없이 개조한 경우에는 그 날부터 선급이 정지되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선급유지에 관한 사항을 문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보험증권상의 담보특약은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소정의 명시적 담보로서 이 사건 선박의 선급이 계속 유지되어야만 그 담보조건을 충족하는 것인데, 위와 같이 선박의 격벽이 제거되어 그 시점부터 선급이 정지된 이상, 피보험자인 원고는 담보특약을 위반한 것으로 되어 보험자인 피고는 그 담보위반일 이후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게 된다.

원심판결은, 격벽의 제거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보험계약 취소에 의하여, 그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담보위반에 해당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이 취소 내지 자동 종료되었으므로,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보험금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그 이유는 달리하지만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받아 들여 원고의 보험금 청구를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여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원심판결에는 결국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 신성택 송진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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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6.5.3.선고 95나7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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