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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26221 판결
[보험금][공2001.7.1.(133),1364]
판시사항

[1] 보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 고유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과 입증 정도

[2] 영국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선원 등의 과실이 부보위험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3]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할 경우 고지의무 불이행과 보험계약 체결 사이에 인과관계 있는 것만이 중요한 사항으로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4] 영국 해상보험법상 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를 이유로 면책될 수 있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1]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그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이른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에 의한 증명으로 충분하다 할 것이다.

[2] 영국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선원 등의 과실이 부보위험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피보험자,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관리자가 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

[3]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고지의무 불이행과 보험계약 체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만을 중요사항으로 보아 고지의무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4] 영국 해상보험법 제39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하면 기간보험의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항해하게 한 때에 한하여 보험자가 면책될 수 있다.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부산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기준 외 2인)

피고,상고인

국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5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을 하였다.

가. 선체보험계약의 체결

(1) 피고는 1994년 4월경 소외 1 소유의 기선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에 관하여 보험금액 10억 원인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그 보험기간이 만료되자, 1995. 4. 29. 소외 1과 사이에 위 선박에 관하여 피보험자 소외 1, 보험기간 1995. 4. 30. 12:00부터 1996. 4. 30. 12:00까지, 보험금액 10억 원, 보험료 금 60,458,000원으로 하는 선체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갱신하여 체결하고 1분기분 보험료 금 15,114,500원을 수령하였다.

(2) 피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INSTITUTE TIME CLAUSES - HULLS, 1983)을 적용하기로 하였는데, 위 약관은 첫머리에서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른다."(This insurance is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6조 제1항에서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 rivers lakes or other navigable waters)을, 제6조 제2항 제3호에서 "선장 고급선원 보통선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negligence of Master Officers Crew or Pilots)을 각 부보위험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선박의 관리상태

(1) 1963년 10월경 진수된 이 사건 선박은 원양유자망어업용으로 사용되던 것이었는데, 소외 1은 1993. 12. 30. 전소유자로부터 이를 금 8천 8백만 원에 매입하여 1994년 1월경부터 1994년 4월경까지 금 3억 원 이상을 들여 원양통발어업용으로 개조 및 보수공사를 하고, 1994. 4. 26. 한국선급협회의 정기검사에 합격한 다음, 1994. 5. 19. 수산청장으로부터 어업허가를 받아 1994년 5월경 이 사건 선박을 파퓨아 뉴기니아로 출항시켜 조업하게 하였으나, 어구의 부적당, 운영자금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1994년 11월까지 기관장 소외 2를 제외한 한국인 선원이 모두 귀국해 버려 조업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위 선박은 소외 1의 피용자인 기지장 소외 3, 현지 교포로서 소외 1의 현지 대리인인 소외 4 등의 관리하에 파퓨아 뉴기니아의 포트 모레스비(Port Moresby)항에 장기정박하게 되었다.

(2) 이에 소외 1은 이 사건 선박을 회항시키기로 결심하고, 1995. 4. 29.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험계약을 갱신하여 체결하였으나, 1995. 5. 22. 이 사건 선박이 중간검사 미필로 선급이 정지되자 바로 그 다음날 피고에게 위 선급정지사실을 통지하고 그에 따른 추가보험료 금 6,842,145원을 지급하는 한편, 이 사건 선박을 부산항으로 회항시키기 위해 소외 5(3급 항해사 면허 소지)를 선장으로, 소외 6(2급 기관사 면허 소지)을 기관장으로, 소외 7(2급 통신사 면허 소지)을 통신장으로, 소외 8을 항해사로, 소외 9를 조기장으로 각 고용하여 대동하고 1995. 5. 28. 파퓨아 뉴기니아로 출국하였다.

(3) 소외 1 등은 1995. 5. 29. 파퓨아 뉴기니아에 도착하여 현지관리인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하였는데 그 당시 선박의 선저부에 산호초가 붙어 있고 선체부에 녹이 나 있었으나, 시운전을 해 본 결과 항해계기, 주기관, 전기 등은 대체로 양호하였으므로, 소외 5 등 5명의 선원들은 그 선박에 대하여 특별히 수리를 하지는 않은 채 1995. 6. 28. 12:00경 포트 모레스비항을 출항하게 되었다.

다. 포트 모레스비항에서의 사고

(1) 이 사건 선박은 위 출항 당시 연료유가 제3, 5, 6번 연료유 유조창에만 들어 있고 제1, 2번 유조창은 비어 있어 선수가 들려진 상태이었으므로, 선장 소외 5는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기관장 소외 6에게 비어 있는 제2번 연료유 유조창에 밸러스트(ballast)로서 해수를 주입하도록 지시하였는데, 소외 6은 착오로 제2번이 아닌 제3번 연료유 유조창에 해수를 주입하여 해수와 연료가 혼합되었다.

(2) 그러나 소외 5는 이를 모르고 이 사건 선박을 출항시켰는데, 위 선박이 포트 모레스비항 입구에 있는 등대 부근 항로를 지나 약 5분 정도 항해하였을 무렵 해수가 섞인 연료가 기관의 연료계통 내로 들어감에 따라 주기관 및 발전기가 정지되었다.

(3) 이에 소외 5는 양쪽 닻을 긴급히 투하하였으나 수심이 깊어 투하된 양쪽의 닻이 해저에 닿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은 당시 불던 초속 14 내지 15m의 바람에 떠밀려 항로에서 벗어나 포트 모레스비항 입구 부근의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하게 되었으며, 그러던 중 닻이 부근의 암초에 걸리는 바람에 표류하는 것은 멈추었으나 그 뒤에도 약 3.5 내지 4m 높이의 파도에 의하여 심하게 동요하였고, 이러한 상태로 약 하루를 보낸 후 구조요청에 의하여 출동한 예인선에 의하여 구조되어 포트 모레스비항으로 되돌아갔다.

(4) 그 후 소외 5 등은 포트 모레스비항에서 이 사건 선박의 연료계통 내에 들어 있던 해수를 빼내고 주기관 등을 수리하였으나 선미부의 선저 부분에 대하여는 별다른 조사나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1995. 7. 7. 17:30경 이 사건 선박으로 포트 모레스비항을 재출항하여 시속 5 내지 7노트의 속력으로 부산항을 향하여 항해하기 시작하였다.

라. 선박의 침몰

(1) 위와 같이 재출항한 후 약 3일 동안은 기상악화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의 선체가 심하게 요동하면서 높은 파도에 의하여 가격되는 현상이 계속되었고, 1995. 7. 15. 22:00경 소외 5의 지시에 따라 소외 6이 선박의 기관회전수(RPM)를 분당 290에서 305로 증대시킴에 따라 위 선박에는 더 많은 진동이 발생하였다.

(2) 그러던 중 소외 6은 1995. 7. 16. 01:00경 기관실 당직을 맡게 되어 해수침수 여부 등을 확인한 다음(침수는 없었다) 기관실이 좁고 더워 갑판에 나가 있다가, 04:00경 다시 기관실에 들어가 해수침수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연료상태만 확인하고 나왔고, 이 사건 선박이 인도네시아 메쿠타섬 북동 20마일 지점인 북위 00도 20분 00초, 동경 129도 12분 00초 지점에 이르렀을 때인 06:00경 기관실에 다시 들어갔다가 기관실에 해수가 침수하여 주기관의 플라이휠이 반쯤 잠긴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소외 5에게 이를 보고하였다.

(3) 소외 5, 소외 6은 해수가 들어오는 장소를 확인하려고 하였으나 침수된 해수량이 너무 많아 이를 확인하지 못하였고, 배수펌프로 배수를 시도하였으나 배수펌프의 용량에 비하여 유입량이 너무 많아 기관실 내 해수량을 줄일 수가 없었으며, 1995. 7. 16. 06:20경에는 발전기가, 06:30경에는 주기관이 각 침수로 인하여 가동이 중단되었다.

(4) 이어 1995. 7. 16. 07:35경 침수한 해수가 기관대 50㎝ 위까지 차 오르면서 그 유입량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침몰위험을 느낀 소외 5는 08:00경 이 사건 선박에서 퇴선하기로 결정하고 선원 4명을 구명뗏목으로 먼저 퇴선시키고 자신은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기 직전까지 약 1시간 10분 동안 선내에서 대기하다가 구명뗏목에 합류하였다.

(5) 그 후 이 사건 선박은 오른쪽으로 기운 채 선미부터 침몰하기 시작하여 1995. 7. 16. 10:00경 완전히 침몰하였고, 선원들은 약 60시간 동안 표류하다가 1995. 7. 18. 17:50경 북위 00도 25분 00초, 동경 128도 56분 00초 지점에서 지나가던 홍콩 선적 상선 네고 노미스호에 의하여 전원 구조되었다.

마.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의 침몰은 선박이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하면서 그 선미의 선저 부분이 산호초에 접촉되어 선체 외판에 균열과 같은 미세한 손상이 발생하였고, 그 상태에서 출항하여 항해하는 가운데 기상악화와 기관회전수 증가로 생긴 선체의 요동 또는 진동에 의하여 위 균열 부분이 더욱 심화되어, 그 틈으로 해수가 유입됨으로써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는 위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또한 선장 소외 5 등이 이 사건 선박의 재출항에 앞서 그 선미부의 선저 부분에 대한 조사 및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인데, 이는 이 사건 선박 침몰의 근인 중의 하나로서 위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그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이른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에 의한 증명으로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거나 심리미진, 이유불비 혹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부보위험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영국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선원 등의 과실이 부보위험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거기에 규정된 바와 같이 피보험자,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관리자가 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 .

기록에 의하면 피고 대리인은 이 사건 선박소유자인 소외 1이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아니한 채 선장 소외 5 등이 이 사건 선박의 재출항에 앞서 선미부의 선저 부분에 대한 조사 및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으므로 이는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지만, 원심은 이미 이 사건 선박의 침몰사고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보위험에 해당한다고 적법하게 판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선박소유자 소외 1이 이 사건 선박의 재출항과 관련하여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곤란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이 사건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셈이 되어 결과적으로 원심판결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선박이 파퓨아 뉴기니아에서 장기정박하고 있었던 사실은 영국 해상보험법 제18조 소정의 중요한 사항으로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나, 채용 증거 등에 의하면 소외 1이 피고의 직원 소외 10에게 위 사실을 고지하였거나, 소외 10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 대리인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영국 법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측에게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보험자 쪽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원심이 입증책임을 전도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적극적으로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이행사실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지만, 기록에 비추어 살펴볼 때 보험계약자인 소외 1에게 피고 주장과 같은 고지의무의 위반이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원심이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유불비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원심은 위 판단에 부가하여, 가사 소외 1이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고지의무 불이행과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고 대리인의 고지의무위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고지의무 불이행과 보험계약 체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만을 중요사항으로 보아 고지의무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 고지의무 불이행과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반드시 필요함을 전제로 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지만, 위 원심 판단 부분은 이 사건에서 보험계약자 소외 1의 고지의무위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부가하여 이루어진 보충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점을 다투고 있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감항성에 관한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선박이 1963년 10월경 진수되었고 1994년 6월경부터 포트 모레스비항에서 장기정박하고 있었으며 1995년 5월말경 이 사건 선박을 인계받을 당시 선저 부분에 산호초가 붙어 있었고 선체 부분에 녹이 슬어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 사건 선박은 1994년 1월경부터 1994년 4월경까지 대대적인 개조 및 보수를 하여 한국선급협회의 정기검사에 합격하였고, 포트 모레스비항에 장기정박하던 중에도 기지장인 위 소외 3 등에 의하여 관리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박이 물적 감항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한편 소외 6이 소외 5로부터 제2번 연료유 유조창에 해수를 주입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그 유조창이 아닌 제3번 연료유 유조창에 해수를 주입하는 바람에 해수와 연료가 혼합되게 한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소외 6이 2급 기관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박이 인적 감항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사 이 사건 선박이 물적 혹은 인적 감항능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소외 1이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로서는 감항능력 결여를 이유로 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볼 때 원심의 이 사건 선박의 인적 감항능력에 관한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여지나, 한편 선체감항능력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선박이 제1차 사고로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하면서 그 선미 선저 부분이 산호초에 접촉되어 선체 외판에 균열과 같은 미세한 손상이 발생하였다면 위 선박의 재출항 당시에는 이미 감항능력은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제1차 사고 이전의 상황인 한국선급협회의 정기검사 합격과 포트 모레스비항에서의 선박관리 사실만을 들어 감항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영국 해상보험법 제39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과 같은 기간보험의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항해하게 한 때에 한하여 보험자가 면책될 수 있는바 ,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부가적으로나마 이 사건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 사실을 피보험자인 소외 1이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로서는 감항능력 결여를 이유로 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원심이 이 사건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 여부에 관하여 판단을 잘못하였다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피고의 감항능력 결여를 원인으로 한 면책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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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9.4.2.선고 97나13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