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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13.7.25.선고 2011재고합6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사건

2011 재고합6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위반

피고인

이완규 (54****-1******)

주거 대전 유성구 이하 생략

등록기준지 대전 이하 생략

검사

박철(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산하

담당 변호사 이영기

재심대상판결

대전지방법원 1975. 7. 16. 선고 75고합75 판결

판결선고

2013. 7. 25.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사건의 경과

가. 공소사실의 요지 및 적용법령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충남대학교 공과대학 정밀기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사람이다.

가) 피고인은 1975. 6. 7. 20:30경 대전 대흥3동 61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위 학과 학회장 한○○으로부터 서울에 있는 홍익대학교에서 개최하려는 전국 정밀기계 체육대회가 무기 연기되었다는 말을 듣자, 위 한○○에게 체육대회가 무기 연기된 것은 문교부 검열에 걸려서 개최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하여 사실을 왜곡 전파하였다. 나) 피고인은 1975. 6. 9. 22:30경 위 피고인의 집에서 부산에 거주하는 ①①①에게 발송하는 서신에 "오늘 새벽 6시에 홍익대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문교부 검열에 걸려 해산당하고 말았다. 지금 신문보도가 안 되어 그렇지, 서울, 대전 등 대학가에 데모가 일고 있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감시가 시작되었으며,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때문에 말도 못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함으로써 유언비어를 전파하려다가 당국의 검열로 적발됨으로써 미수에 그쳤다.

2) 적용법령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령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이하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1.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7.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나. 사건의 경과

대전지방법원은 1975. 7. 16. 75고합75 사건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게 대통령 긴급조치제9호위반죄로 징역 1년, 자격정지 2년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이하 '재심 대상판결'이라 한다), 위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판단

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

1)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 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되는 국가긴 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이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이 점에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유신헌법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2)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 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 ·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 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 및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제1항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제8항),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 위반자 · 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휴업 · 휴교 · 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제5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 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3)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더욱이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신헌법 제19조(현행 헌법 제22조)가 규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제한한 것이다.

4)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 · 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이다(대법원 2013.4.18. 결정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나. 폐지 또는 실효된 형벌 관련 법령이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한편,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법원은 당해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그 피고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 제7항 전단 및 후단, 제1 항 가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아울러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자행되었던 위법·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큰 시련과 옥고를 겪게 된 피고인에게 이제야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고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게 된 점에 대하여 사과드리면서, 이 사건 재심판결이 피고인이 지난 날 겪었던 고통에 대한 위로와 명예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은 아픈 역사를 교훈삼아, 재판부로서는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보편적 정의를 구현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임을 다짐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종림

판사김정익

판사조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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