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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3.10.17. 선고 2013재고합3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사건

2013재고합3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피고인

A

재심청구인

피고인의 자 B

검사

김은경(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C 담당변호사 D

재심대상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1979. 9. 3. 선고 79고합49 판결

판결선고

2013. 10. 17.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E당 전남제4지구당 부위원장 겸 E당 중앙상임위원으로서,

가. 1979. 3. 10. 13:30경부터 16:00경까지 사이에 순천시 F에 있는 G여관 2층 106호실에서, H으로부터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를 비방하는 등의 내용이 실린 선언문과 그 내용을 보도한 일본 조일신문 사본 1장씩을 교부받아 그 무렵부터 1979. 3. 27.까지 이를 소지하고,

나. 1979. 3. 18.경 순천시 I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J단체 등 명의의 1979. 1. 30.자 "모든 양심범을 석방하라", 1979. 3. 9.자 "불법적 징집을 반대한다", K단체 명의의 "성명서", J단체 명의의 1979. 3. 16.자 "성명서", 대구교도소 수감자 가족 일동 명의의 1979. 1. 12.자 "성명서", L단체 명의의 1979. 3. 9.자 "M", 1978. 1. 15.자 N단체 광주지부회보 8호 중 "양심범 O교수 항소심 최후진술" 등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를 비방하는 내용의 표현물들을 P, Q으로부터 교부받아 1979. 3. 27.까지 소지하다가 R에게 전달하여 배포하고,

다. R, S과 가항 기재 선언문의 내용을 지지하는 'T연합"의 지방조직을 할 것을 공모한 다음, 1979. 3. 27. 12:30경 위 G여관 2층 106호실에서 R, S, U, V, W, X, Y 등이 모인 가운데 R는 Z의 근황과 T연합의 취지를 설명한 후 위 선언문 1장을 꺼내어 S에게 주고 S은 이를 펴놓고 낭독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를 비방하는 내용을 공연히 전파하였다.

2. 사안의 경과

가.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의 선고 및 확정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1979. 9. 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였고(79고합49호, 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재심대상판결은 1979. 9. 11.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

재심대상판결에서는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에 근거하여 발령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 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를 적용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

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2.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

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7.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3. 판단

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

1)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되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하나, 이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며, 이 점에서 유신헌법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유신헌법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2)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 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당국의 지도, 감독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행위' 및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제1항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제8항),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위반자 · 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휴업·휴교·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제5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 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3)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더욱이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신헌법 제19조(현행 헌법 제22조)가 규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제한한 것이다.

4)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 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 · 무효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1)

나. 폐지 또는 실효된 형벌 관련 법령이 당초부터 위헌 · 무효인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법원은 당해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그 피고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소정의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 · 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강화석

판사 조용희

판사 신유리

주석

1) 헌법재판소도 2013. 3. 21. 선고 2010헌바70∙132∙170(병합) 결정에서 긴급조치 제9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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