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1고정189 주민소환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A
주거
등록기준지
검사
김가람(기소), 고영인, 박진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이두규
판결선고
2021. 8. 18.
주문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의 지위〉
피고인은 충북 E군에 있는 B중학교에서 ** 과목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원으로서 E지역 시민단체인 ‘C’ 대표 및 ‘K E군수 퇴진운동본부’ 공동대표이다.
〈전제사실〉
E군수 K은 2019. 8. 26. 울산에서 개최된 *** 특강에서 ‘한일 협정때 일본으로부터 받은 5억 달러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 ‘위안부는 한국만 한 것이 아니고 중국, 필리핀, 동남아시아에서 다했지만 배상하지 않았다’, ‘일본 물건 불매운동을 하면 거꾸로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발언을 ‘친일 망언’이라고 규정한 다음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E군수 퇴진운동을 벌이기로 계획하였다.
피고인은 각종 언론 인터뷰, 기자회견, 문화제 등을 통해서 E군수의 발언을 문제 삼고 사퇴를 압박하면서 퇴진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여, C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2019. 8.30. 충북 E군 ***에서 K E군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E군수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면서 퇴진하지 않을 경우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갈 예정임을 밝히고, C를 비롯해 E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K E군수 퇴진운동본부’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피고인은 2019. 9. 4.경 ‘K E군수 퇴진운동본부’의 내부 논의 과정에서 ‘E군수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경우 주민소환에 돌입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협의를 거쳐, 가칭 ‘K E군수 주민소환 추진운동본부’ 결성을 위한 준비모임을 갖고, 2019. 9. 9. E군청에서 피고인이 공동대표를 맡기로 한 ‘K E군수 퇴진운동본부’를 정식으로 발족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E군수 소환운동을 예고하고, 2019. 9. 28. 충북 E군 ***에서 ‘K E군수 퇴진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퇴진운동 문화제를 개최하였으며, 위 퇴진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주민소환 서명을 받아 올 주민들 60~70명 정도를 뽑아 지역주민들의 서명을 받는 방법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범죄사실〉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국가공무원은 주민소환 청구를 위한 서명요청 활동을 하거나 서명요청 활동을 기획·주도하는 등 서명요청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20. 1. 15. 충북 E군 ***에서 ‘K E군수 퇴진운동본부’를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K E군수 주민소환 호소’, ‘E군수 주민소환에 함께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기재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고 E군민들에게 K E군수 주민소환 서명을 호소하는 선전전을 개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국가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주민소환 청구를 위한 서명요청 활동을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F에 대한 각 검사 피의자신문조서
1. 신문기사(증거목록 순번 2번)
1. 교육공무원 인사기록 카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 선택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1호, 제10조 제2항 제2호(벌금형 선택)
1. 노역장 유치
1. 가납명령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2항에서 국가공무원에 대하여 금지하는 ‘서명요청 활동’이란 같은 법에서 말하는 주민소환투표청구인서명부를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에게 제시하며 서명을 요청하는 행위만을 말하므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데 그친 피고인의 행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가사 피고인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피고인은 E군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하여 자신이 진행하는 기자회견이 위법하지 않다는 회신을 얻었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법률의 착오가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사라진다.
2. 피고인의 행위가 ‘서명요청 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령
제32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0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서명요청을 한 자
제9조(서명요청 활동) ①주민소환투표청구인대표자(이하 “소환청구인대표자”라 한다)와 서면에 의하여 소환청구인대표자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서명요청 활동기간 동안 주민소환투표의 청구사유가 기재되고 관할선거관리위원회가 검인하여 교부한 주민소환투표청구인서명부(이하 “소환청구인서명부”라 한다)를 사용하여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0조의 규정에 따라 서명이 제한되는 기간은 서명요청 활동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제10조(서명요청 활동의 제한) ①소환청구인대표자와 서면에 의하여 소환청구인대표자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자(이하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이라 한다)는 해당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선거구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선거가 실시되는 때에는 그 선거의 선거일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 그 선거구에서 서명을 요청할 수 없다.
②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이 될 수 없으며, 서명요청 활동을 하거나 서명요청 활동을 기획ㆍ주도하는 등 서명요청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
2. 「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공무원. 다만, 「고등교육법」 제14조제1항ㆍ제2항에 따른 교원은 제외한다.
④소환청구인대표자등이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인쇄물ㆍ시설물 그 밖의 방법을 이용하여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다.
나. 관련 법령의 해석
1)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기 위하여는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중 일정 비율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주민소환법 제7조). 주민소환법 제9조, 제10조는 위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제10조 제2항, 제3항)과 그 방법(제9조, 제10조 제3항, 제4항), 기간 (제10조 제1항) 등에 관하여 복잡한 규율을 두었다. 그럼에도 주민소환법 제32조 제1호는 ‘제10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서명요청을 한’ 경우를 모두 형사처벌할 대상으로 정하였을 뿐, ‘제10조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의 세부적인 의미에 대하여는 아무런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는 주민소환법 제10조의 체계적인 해석을 거쳐야만 알 수 있다.
한편, 대한민국헌법은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하면서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의 독자성과 영속성을 유지하고자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함과 동시에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함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직업 공무원제도를 보장하고(제7조 제1항, 제2항), 마찬가지 취지에 더하여 본질적으로 이상적이고 비권력적인 성질을 가지는 교육이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청하면서, 교원의 지위를 법으로써 보장하도록 정하였다(제31조 제4항, 제6항, 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10헌마285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이유로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일반 국민에 비해 비교적 넓고 강한 기본권 제한이 정당화된다(위 2009헌마705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3) 교육공무원 역시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이 정한 직무상 의무를 부담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선거에서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며, 다른 공무원에게 위 각 금지규정을 위반하도록 요구하거나 유도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교육공무원법 제51조), 이른바 정치 운동죄를 구성하여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형벌을 받을 수 있다(국가공무원법 제84조, 지방공무원법 제82조).
이와 같은 교육공무원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의 내용은 국민으로서 교육공무원의 일반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 한편, 법률로서 교육공무원인 교원의 지위를 명확히 정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므로 그 의미가 그 자체로 모호하거나, 그 외연이 불분명할 정도로 확장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위 각 법률로서 금지되지 아니한 교육공무원의 행위로서 일반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다른 법률에서 다시 이를 제한하더라도 그 내용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 및 직업공무원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나아가 최근 헌법재판소는 위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중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의 교원이 정당이 아닌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라는 부분은 명확성원칙에 어긋나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므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교육공무원의 일반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한층 확대하는 결정에 이르렀다(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8헌마551 전원재판부 결정). 이러한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의 경향까지 고려하면 위 교육공무원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을 포함하여 교육공무원의 일반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령의 내용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4) 이러한 고려 아래 주민소환법의 내용을 보건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주민소환법 제32조 제1호, 제10조 제2항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한 서명요청 활동은 ㉠ 주민소환투표청구인대표자(이하 ‘청구인대표자’라 한다)가 될 수 없거나 그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을 수 없는 사람이 주민소환투표청구인서명부(이하 ‘서명부’라 한다)를 가지고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이하 ‘청구권자’라 한다)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하는 행위 또는 ㉡ 위와 같은 서명부 제시에 의한 서명요청 활동을 돕고 청구권자들의 서명을 독려하고자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기‧장소에서 청구인대표자가 될 수 없거나 그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을 수 없는 사람이 청구권자를 상대로 구두로 주민소환 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행위를 가리킬 뿐, 그 밖의 주민소환투표에 관한 일반적인 의사표현 행위를 모두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볼 일이다.
○ 주민소환법은 청구권자 중 일정 비율 이상의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한다. 이때 서명은 청구인대표자 또는 그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사람(이하 ‘청구인대표자등’이라 한다)이 주민소환투표의 청구사유가 기재되어 관할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인받은 서명부를 사용하여 요청하여야 한다.
다만, 주민소환법 제9조는 지방자치제도의 운영에 관한 공법적 규율로서 주민소환투표청구의 전제요건이 되는 일정 비율 이상 청구권자의 서명이 갖추어야 할 형식적 요건을 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므로 여기에 형벌조항인 같은 법 제32조 제1호, 제10조의 해석을 전적으로 의존하게 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
○ 주민소환법 제10조는 청구인대표자등이 서명요청 활동을 하면서 준수하여야 할 방법적 제약을 정하는데, 청구인대표자등만이 서명을 요청할 수 있고(주체의 제한), 서명부는 관할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인되어야 하며(형식의 제한)(제3항), 서명요청활동이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일 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 사이의 기간에 이루어져서는 아니 되고(시기의 제한)(제1항), 청구인대표자등은 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있을 뿐이며, 청구인대표자등은 물론 누구든지 전파력이 큰 인쇄물․시설물 그 밖의 방법을 이용하여 서명요청 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수단의 제한)(제4항). 이는 주민소환이 지방행정에서 가지는 파급효과를 감안하여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것이 아닌, 청구권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입법자가 여러 제한을 설정한 것이다. 이로써 비로소 청구인대표자등에게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서명요청 활동의 범위가 분명해진다.
입법자는 여기에 더하여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은 다른 청구권자들로부터 구분하여 청구인대표자등이 될 수 없음은 물론,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였다(제2항). 이는 직업공무원제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주민소환이 정치적 반대세력에 의하여 악용되는 정치적 혼란을 막기 위하여 주민소환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자 추가적인 한계로서 마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소환법 제10조 제2항 각 호에서 정한 사람 중 특히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은 청구인대표자등이 할 수 있는 서명요청 활동으로서 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행위를 모두 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해당 조항의 취지를 고려할 때 금지되는 서명요청 활동의 범위를 서명부 제시로 한정함으로써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이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청구인대표자등이 아닌 이상 누구든지 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 어느 쪽으로든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주민소환법 제10조 제4항)과도 균형이 맞지 아니한다.
다만,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으로 하여금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은 앞서 본 일반적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에 해당하므로 이는 서명요청 활동을 금지하는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 즉 청구권자의 서명부 서명과 사이에서 밀접한 시간적․공간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정당하다. 앞서 본 주민소환법 제10조 제4항에서 서명부 제시와 주민소환투표 취지 및 이유의 구두 설명을 병렬적으로 서면요청 활동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정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주민소환법 제10조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에 관한 입법자의 의사는 위 두 수단을 동등하게 취급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위와 같이 보더라도 주민소환투표에 부쳐지거나 부쳐질 사항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표시를 넘어 찬성 또는 반대하는 행위는 주민소환투표운동에 해당하여 여전히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이 할 수 없도록 금지되어 있으므로(주민소환법 제18조, 제32조 제2호) 지나치게 광범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5)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① 일단 ‘범죄사실’로 특정된 2020. 1. 15. 기자회견 당시 피고인이 서명부를 사용하여 청구권자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하였는지 여부, ② 또는 위 기자회견 당시 서명부 제시에 의한 청구권자의 서명과 밀접한 관련성 아래 피고인이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다. 이 사건의 경우
1) 먼저 피고인의 법정진술, 신문기사(증거목록 순번 2번 중 수사기록 45쪽부터 50쪽까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2020. 1. 15. 충북 E군 ***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 E군수 주민소환 호소’, ‘E군수 주민소환에 함께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기재된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K E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발언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로부터 피고인이 당시 직접 서명부를 제시하여 청구권자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하였다고 추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서 든 각 증거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 다음으로 피고인이 2020. 1. 15. 기자회견 당시 청구권자의 서명을 독려하고자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기‧장소에서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였는지 본다.
가) 피고인이 판시 일시 및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 E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발언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나아가 F에 대한 검사 피의자신문조서, G에 대한 사경 진술조서, 주민소환투표청구 서명요청활동 제한 안내(증거목록 순번 5번)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이 대표로 있는 C는 2019. 12. 16.부터 2020. 2. 14.까지 사이에 E군수 K을 소환청구대상자로 하는 서명요청 활동을 진행하였다.
② 피고인이 위와 같이 발언하는 과정에서 함께 발언한 F은 서명에 동참하여 달라는 내용으로도 발언하였다(수사기록 348쪽).
③ 피고인과 F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소로부터 약 50m 떨어진 자리에 서명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기자회견 장소와 서명대는 서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수사기록 348, 373쪽).
④ 당시 기자회견 장소 근처에 있던 서명대에서는 청구권자의 서명부 서명이 진행중이었고, 그곳은 시가지로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소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할 당시 그곳에는 주민소환법상 청구권자가 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위 기자회견 장소에서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에 K E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청구를 위한 서명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피고인이 기자회견과 발언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면 자연히 가까이에 있는 서명대에까지도 그 관심이 미쳐 주민소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피고인의 발언은 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서명부 서명을 요청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것으로 기대되고, 피고인 스스로도 그러한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하였다고 보인다. 무엇보다도 피고인과 같은 C 소속으로 위 기자회견에서 함께 발언한 F이 명시적으로 서명에 동참하여 달라는 내용으로 발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은 서명부 제시를 통한 서명요청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기‧장소에서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와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위 서명부 서명을 돕는 서명요청 활동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수사보고(2020. 1. 15. 플래카드 및 피켓선전전 현장 확인한 선관위 직원 상대 수사)의 기재에 따르면 판시 일시 및 장소에 임장한 E군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은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어떤 행위를 하였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당시 큰 위법사항은 없었으며, 기자들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활동은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으나(수사기록 269쪽), 이는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청구권자를 대상으로 서명을 요청하지 아니하였다는 의미일 뿐이어서 위와 같이 청구권자의 서명부서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시‧장소에서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와 이유를 설명하여 서명요청 활동으로 나아갔다고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3. 피고인의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수사보고(F제출 E선거관리위원회 문자, 2020. 1. 15. 주민소환호소 기자회견 E군선관위 현장점검)(증거목록 순번 16, 17번)의 각 기재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0. 1. 10. E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언론기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주민소환 서명호소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주민소환법’상 저촉되지 아니함. 다만, 기자회견장에 다수의 주민을 모이도록 하는 등 기자회견의 행위양태에 따라 서명요청 활동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경우에는 동법 제10조 및 제32조에 위반됨.”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고 판시일시 및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받은 E군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은 앞서 이 법원이 관련 법령을 해석한 것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주민소환투표에 관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주민소환법에 어긋나지 아니하지만, 다수의 주민을 모이도록 하는 등 서명부 제시에 의한 서명요청 활동을 도울 수 있는 행동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서는 서명요청 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에 지나지 아니한다.
앞서 본 대로 피고인은 판시 일시 및 장소에서 단순히 기자회견 및 주민소환 지지발언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주변에 서명대가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서명을 요청하는 F등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데에까지 나아감으로써 E군선거관리위원회가 위와 같이 적법하다고 회신한 행동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므로 피고인의 법률의 착오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4. 결론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벌금 500만 원 이하
2. 선고형의 결정: 벌금 100만 원
[유리한 정상]
○ 피고인이 판시 범행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E군선거관리위원회에 미리 기자회견의 허용 여부를 문의하는 등 법령을 준수하고자 나름의 노력을 다하였다.
○ 피고인이 교육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적 견해가 확립되지 아니한 학생들에게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등 그 직무에서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아니하였다.
판사
판사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