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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8.7.9.선고 2007가합4253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07가합42537 손해배상 ( 기 )

원고

1

2 B

3 C

4 D

5 E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최병모, 송상교

법무법인 정평

담당변호사 심재환, 김승교, 정성재, 이상준, 박미혜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이민종, 김미경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장경욱, 설창일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이재정

피고

1. H

2.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김경한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고스

변론종결

2008. 5. 28 .

판결선고

2008. 7. 9 .

주문

1. 피고들은 각자 원고 A에게 금 7, 000, 000원, 원고 B, C, D, E에게 각 금 2, 000, 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06. 10. 29. 부터 2008. 7. 9. 까지는 연 5 % 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 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

3. 소송비용 중 2 / 3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20, 000, 000원 및 2006. 10. 29. 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 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 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들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의 수사 및 재판 진행과정 1 ) 원고 A, B, C은 2006. 10. 24. 국가보안법상의 회합 · 통신 등의 혐의로 체포 · 구속되고, 원고 D, E은 2006. 10. 26. 같은 혐의로 체포 · 구속되어 국가정보원에서 수사를 받다가 2006. 11. 10.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되었다 . 2 ) 검찰은 2006. 12. 8. 원고들을 국가보안법상의 간첩, 이적단체구성 내지 가입 , 잠입 · 탈출, 회합 · 통신등의 혐의로 기소하였다 . 3 ) 1심 법원은 2007. 4. 16. 원고들의 간첩혐의 등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면서 원고 A에 대해 징역 9년, 원고 C, B에 대해 각 징역 6년, 원고 D에 대해 징역 5년, 원고 E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였으나, 다만 이적단체 구성 내지 가입혐의에 대해서는 소위 ' J회 ' 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요구되는 단체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

4 ) 2심 법원은 2007. 8. 16. 원고들에 대한 간첩혐의 부분에 관하여 원고 C, D에게는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원고 A, B, E에 대하여는 일부 유죄를 인정하였고, 이적단 체구성 내지 가입 혐의에 대하여는 J회가 이적단체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

5 ) 대법원은 2007. 12. 13. 검찰과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

나. 피고 H의 K일보 기자와의 인터뷰 1 ) 국가정보원에서 원고들에 대한 위 사건을 수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각 언론들은 2006. 10. 26. 경부터 연일 " 북공작원 접촉 L정당 전간부 검거 ", " 386 정치인들과 친분관계, 정국 뒤흔들 뇌관될 수도 ", " 국정원, 북과 접촉혐의 5명 체포, 구속, 386 운동권 인사들 연계여부 관심 ", " 북공작원 접촉 A ' J회 ' 조직, 386인사 20명 연루 ", " 햇볕 아래서 서울 거리 활보하던 간첩들 ", " 북 ' 지하조직 구축 ' 지령받고 386 포섭 ", " ' 간첩단 ' 규명에 주력, 압수문건 해독여부가 관건 " 등의 제목을 단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이 사건을 보도하였다 .

2 ) 당시 국가정보원장이었던 피고 H는 2006. 10. 29.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중 피고를 찾아온 K일보의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처음에는 이를 거절하다가 기자의 계속적인 요청에 따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

3 ) 피고 H는 위 인터뷰 과정에서 기자의 " 이번 사건이 간첩단 사건인지 논란이 있다. 간첩단 사건인가 " 라는 질문에 대하여 “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고정간첩이 연루된 사건 아닌가. 이미 구속된 5명은 지난 1달간 집중적인 증거확보 등 수사를 통해 ( 간첩혐의가 )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라고 대답하였고 ( 이하 피고 H의 위 발언을 ' 이 사건 발언 ' 이라고 한다 ), 이 사건 발언은 2006. 10. 30. 자 K일보에 보도되었다 .

다. 원고들의 변호인에 대한 변호인퇴거처분 및 접견불허처분 1 ) 원고들은 이 사건 수사를 받으면서 법무법인 정평 ( 담당변호사 심재환, 김승교 ), 법무법인 창조 ( 담당변호사 이덕우 ), 변호사 장경욱, 서동용, 설창일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하였다 .

2 ) 변호인 장경욱은 2006. 11. 8. 국가정보원 조사실에서 실시된 원고 A에 대한 신문에 변호인으로서 참여하면서 신문 내용을 기록하고 위 원고에게 진술거부권 행사를 권유하였는데, 이에 수사관은 변호인 장경욱과 사이에 위와 같은 진술거부권 행사 권유 등의 행동이 수사방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정당한 변호권의 행사인지에 관하여 언쟁을 벌이다가, 결국 변호인 장경욱에 대하여 즉시 퇴거를 명하고 이에 불응하는 위 변호인을 위 조사실에서 강제로 퇴거시켰다 .

3 ) 변호인 김승교는 2006. 11. 22. 원고 A를 접견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지위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접견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위 검찰청의 수사 검사는 위 변호인이 변호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피의자접견권을 행사하고 공범수사에 지장을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 A가 국가보안법위반 범행의 공범으로 포섭할 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변호인 김승교에 대하여 원고 A에 대한 수사가 종료할 때까지 위 원고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접견하는 것을 불허한다는 처분을 하였다 ( 이하 위 국가정보원의 퇴거처분을 ' 이 사건 퇴거처분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접견불허처분을 ' 이 사건 접견불허처분 ' 이라고 한다 ) . 4 ) 변호인 장경욱는 이 사건 퇴거처분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준항고하여 2007. 1. 3. 위 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결정을 받았고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보1 ), 변호인 H도 이 사건 접견불허처분에 대하여 위 법원에 준항고하여 2006. 11. 29. 위 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결정을 받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보3 ) .

【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14호증 ( 각 가지번호 포함 ) 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판단

가. 피고 H의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 원고들의 주장

피고 H는 당시 원고들이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되지도 않은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하여 원고들의 간첩 혐의가 명백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원고들에 대한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였다. 그 결과 원고들은 이 사건 발언이 신문에 보도됨으로 인하여 재판을 받기도 전에 간첩으로 인식되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등 정신상 고통을 받았다 .

따라서 피고 H의 이 사건 발언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피고 대한민국은 그 소속 공무원인 피고 H가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

2 ) 판단

이 사건 발언이 피의사실의 공표행위로서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려면

① 우선 피고 H의 이 사건 발언이 원고들에 대한 피의사실의 공표에 해당하여야 하고 , ② 피의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면 그 위법성 조각의 요건 및 범위를 충족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이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보도록 한다 .가 ) 이 사건 발언이 원고들에 대한 피의사실의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 ( 1 ) 피고들의 주장

피고들은 피고 H가 ' 간첩단 '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국가보안법상의 ' 반국가단체 ' 또는 ' 이적단체 ' 를 의미하는 법률적 용어로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원고들이 ' J회 ' 라는 단체를 통해 서로 조직적으로 연계하여 국내외에서 장기간에 걸쳐 간첩 또는 이적행위를 한 사실을 감안할 때 이들이 하나의 사회적 결합체를 이루어 활동하였다는 의미에서였고, ' 간첩 ' 이라는 용어 또한 국가보안법상의 구성요건으로서의 간첩이란 의미 로서가 아니라 널리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행위, 즉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 접촉하거나 연결되어 있는 행위를 포섭하는 넓은 의미로 ' 간첩 ' 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었으며, 또한 이 사건 발언에서 구체적으로 원고들에 대한 사건내용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는바 이를 두고 피고 H가 원고들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위 인터뷰는 피고 H가 국가정보원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해 오다가 국가정보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한 시점에서 가지고 있던 소회를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

( 2 ) 판단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5, 9, 10호증 ( 각 가지번호 포함 ) 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원고들이 구속된 2006. 10. 26. 부터 피고 H의 이 사건 발언이 있었던 2006. 10. 29. 까지 각 언론들은 ①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일단 원고들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 즉 국가보안법상 회합 · 통신 등의 혐의로 구속하여 수사 중에 있다는 점, ② 그러나 앞으로 원고들에 대해 간첩 혐의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며, 원고들이 당시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 진입해 있는 일부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이 대규모 간첩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③ 공안당국은 원고 A가 국가기밀이나 주요 정보를 북한에 전달했는지 여부 등 ' 간첩 ' 행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고, 원고 A의 구속영장에 ' 간첩 ' 혐의가 적시되지는 않았으며 그 부분에 대하여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J회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 ④ 압수물 분석 및 암호문건의 해독 등을 통해 원고들이 국가기밀을 탐지 · 수집해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한 증거가 포착된다면 이들이 L정당 전 · 현직 간부와 386 세대 운동권 출신과 교류해온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건이 대규모 ' 간첩단 사건 ' 으로 비화될지 주목되고 있다는 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소위 ' J회 ' 사건을 보도하였던 사실, 이 사건 발언이 있은 다음 날인 2006. 10. 30. 검찰은 국정원이 이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있는 것과는 달리원고들에 대해 간첩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물증이 있어야 하며, 일단 수사를 더 진행한 후에야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루어진 사실, 검찰은 2006. 12. 8. 원고들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가입 및 간첩혐의를 포함하여 공소를 제기하면서 가진 중간수 사결과 발표에서 " 피고 H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이 사건을 ' 간첩단 ' 이라고 볼 수 있느냐 " 는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 법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이적단체 활동을 하는 조직을 구성해서 간첩활동을 했다면 간첩단으로 볼 수 있는거 아닌가. 그 정도 정의가 간첩단이라고 한다면 간첩단으로도 볼 수 있다 " 라는 취지로 언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 한편 원고들에 대한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에 관한 혐의, 원고 D, C에 대한 간첩혐의에 대하여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피고 H의 이 사건 발언이 있었던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한 주된 관심은 과연 이 사건이 원고들이 개별적으로 단순히 북한공작원과 접촉하여 국가보안법상 회합 · 통신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을 넘어서 당시 L정당 또는 정치권의386 인사들까지 연루된 J회라는 조직을 구성하여 죄질이 무거운 간첩죄에 해당하는 국가기밀 탐지, 수집, 전달 및 북측 지령을 받아 수행하였는가에 있었고, 공안당국은 당시 원고들에 대한 구속영장상의 범죄사실은 혐의가 상대적으로 명백하였던 국가보안법상 회합 · 통신 혐의에 한정하였으나, 원고들에 대한 구속수사가 가능해짐을 계기로 J회의 실체 및 원고들의 간첩행적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이러한 상황 하에서 이 사건 발언의 내용과 그 발언 배경에 대하여 살펴 보건대 , 위 기자는 " 이번 사건이 간첩단 사건인지 논란이 있다. 간첩단 사건인가 " 라고 질문하였고, 이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당시의 관심사, 즉 이 사건을 다수의 정치권 386 인사들이 연루된 반국가단체 내지 이적단체를 중심으로 한 간첩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사건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보이고, 피고 H는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서 국가정보원의 이 사건 수사를 총괄하던 자로서 이러한 질문의 배경 및 그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그렇다면 피고 H의 "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고정간첩이 연루된 사건이다, 이미 구속된 5명은 간첩혐의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는 내용의 이 사건 발언은 당시 원고들에 대하여 회합 · 통신 등의 혐의만 명백히 적용된 반면 나머지 점 ( 이적단체의 구성, 목적수행 ) 에 관하여는 추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 H가 원고들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 간첩 ) 또는 이적단체 구성에 관한 국가보안법위반 ( 찬양 · 고무 등 ) 의 점에 관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이를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회적 의미에서의 ' 간첩 ' 또는 ' 간첩단 ' 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

또한 당시 원고들에게 ' 간첩 ' 혐의가 적용되려면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여 북한에 제공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이 수회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고 있었던 이상 원고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범행을 하였는지에 관한 내용은 없다 하더라도 ' 간첩혐의가 확실하다 ' 는 발언 자체로 이는 원고들의 간첩죄와 관련된 피의사실의 공표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나 ) 이 사건 발언이 피의사실 공표행위의 위법성 조각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 1 )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한 알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에 관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 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①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②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③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④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된다 할 것이다 .

따라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

1. 26. 선고 97다10215, 10222 판결 등 참조 ) . ( 2 ) 앞서 살펴본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발언은 아직 국가정보원이 수사를 종료하거나 검찰에 송치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예정에 없던 인터뷰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실, 원고들은 구속 수사를 받을 당시 간첩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던 사실, 당시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원고들에 대한 이적단체 구성, 가입 및 간첩혐의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이 사건 발언은 피고 H가 그 동안 국가정보원의 수사를 지휘하여 온 점 및 일반 국민들이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에 대하여 가질 신뢰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에 대하여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가할 우려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공안당국이 원고들의 간첩혐의 피의사실의 진실성을 담보할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간첩 혐의에 대한 국가정보원 및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의 최고책임자인 국가정보원장이 공식적 절차가 아닌 경로를 통하여 언론에 보도될 것을 전제로 하여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으로서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하였다거나 공식의 절차에 따라서 발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미 언론에 J회의 조직 및 원고들의 각 역할 등이 보도되고 있었다든지 원고들이 작성한 문건이나 이메일, USB 등을 확보하여 분석하는 등 피의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어느 정도의 증거가 확보되어 있었던 사정이 있었다 하여 그 위법성이 조

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

결국 피고 H의 이 사건 발언은 위법한 피의사실의 공표행위로서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

라 ) 손해배상의 범위 .

이 사건 발언은 피고 H가 일요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자의 갑작스런 요구로 이루어졌으며 위 피고도 처음에는 인터뷰를 거절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사건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고 그 표현 방법이 단정적이지 아니하여 그 불법의 정도가 약하다고 보이는 점, 원고들은 일부 간첩혐의를 비롯한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그 위자료로서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금 2, 000, 000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 .

나. 변호인 접견불허처분에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 당사자들의 주장가 )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의 변호인들에 대한 국가정보원 수사관 및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의 접견 중지 요구, 퇴거처분 및 접견불허처분은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변호인의 선임 및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므로,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

나 ) 피고들의 주장

원고들의 변호인들이 접견교통권을 내세워 수시로 릴레이식으로 접견을 신청하여 장시간 면담을 하여 사실상 원고들 간에 간접적인 의사소통 역할을 하여 수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였을 뿐더러 실질적으로 원고들에 대한 조사를 회피하게 하였는바 , 이는 접견교통권의 남용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 접견 시간을 단축해 달라고 하거나 접견불허처분을 한 것은 접견교통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2 ) 판단 .가 )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 라고 규정하여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사람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바, 이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은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34조에서 "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다. " 고 규정하고 있으며 ,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는 않다 .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체포 또는 구속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방지하고 출석을 보장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 제70조, 제200조의2, 제201조 ),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위와 같은 신체구속 제도의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이러한 한계를 일탈하는 접견교통권의 행사는 정당한 접견교통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되고 있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표리 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그 접견교통권의 행사가 위와 같은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로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1. 31. 자 2006모657 결정 등 참조 ) .

나 ) 이러한 점에 기초하여 이 사건 퇴거처분 및 접견불허처분이 원고들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국가정보원의 수사관 및 검찰은 원고 A가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 신문 내용을 기록하고 위 원고에게 진술거부권 행사를 권유하였다는 이유로 변호인을 퇴거시키거나 위 원고가 변호인을 범행의 공범으로 포섭할 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접견신청을 불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러한 변호인들의 행위가 변호인으로서의 지위를 악용하고 접견교통권을 남용하여 수사를 방해하거나 구속수사 제도를 형해화시킬 의도에서 이루어졌음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퇴거처분 또는 접견불허처분은 원고 A의 변호인에 대한 접견교통권 행사를 방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따라서 피고 H는 국가정보원장으로서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지휘 · 감독책임자이고, 위 수사관 및 검사들은 피고 대한민국 소속의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A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이 사건의 경위 및 그 후의 결과 등에 비추어 금 5, 000, 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

한편 원고 B, C, D, E도 국가정보원 또는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행사를 방해받음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들은 각자 원고 A에게는 금 7, 000, 000원, 원고 B, C, D, E에 대하여는 각 금 2, 000, 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위 불법행위일인 2006. 10. 29. 부터 피고들이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08. 7. 9. 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 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 % 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각 이유 있어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김흥준

판사장재용

판사임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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