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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5. 11. 8. 선고 2005나23409 판결
[손해배상(지)][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인수)

피고, 피항소인

후렛트-팩커드 컴퍼니(소송대리인 변호사 주한일)

변론종결

2005. 9. 13.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환송 전 당심에서 추가된 원고의 선택적 청구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선택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도메인이름 “hpweb.com”을 이전하라. 또는 원고가 1999. 11. 23. 등록한 도메인이름 “hpweb.com”에 대한 피고의 침해금지청구권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원고는 환송 전 당심에 이르러 선택적 청구로서 침해금지청구권부존재확인청구부분을 추가하고 손해배상청구부분을 취하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내지 4, 6호증, 갑 7호증의 1 내지 28, 갑 9호증, 을 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웹디자이너로서 “digitalcouple.com”이라는 도메인이름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자이고, 피고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법인으로서 컴퓨터 하드웨어, 프린터 등 컴퓨터 주변장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의 상품과 관련하여 “hp”로 구성되어 있는 표장으로 미국 특허상표청에 상표 및 서비스표를 등록한 자이다.

나.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 등록

(1) 원고는 1999. 11. 23. 인터넷 도메인이름 “hpweb.com”(이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이라고 한다)을 미국의 도메인이름 등록기관(registrar)인 네트워크솔루션사(Network Solution Inc., "NSI". 이하 ‘네트워크솔루션’이라고 한다)에 등록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원고가 운영하는 다른 웹사이트인 “digitalcouple.com”으로 포워딩(forwarding)시켜 놓았는데, 위 웹사이트는 회원들에게 이메일(E-mail) 주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회원들은 원고가 미리 등록하여 보유하고 있는 450여 개의 도메인이름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도메인이름을 선택하여 개인적인 이메일 주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 사건 도메인이름도 그러한 도메인이름 중의 하나이다.

나.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정책 및 그 절차규정

한편, .com, .org, .net 등 일반최상위 도메인(gTLD) 이름에 대한 등록기관을 지정하는 등 인터넷주소를 관리하는 국제기구인 인터넷주소관리기구(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ICANN". 이하 ‘아이칸’이라고 한다)는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이 아닌 제3자와 등록자 사이에 발생하는 도메인이름의 등록과 사용에 관한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정책(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해결정책’이라고 한다) 및 그 절차규정(Rules for 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절차규정’이라고 한다)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강제적 행정절차(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를 마련하고 있는데, 일반최상위 도메인이름을 등록하려는 자는 등록기관에 대하여 위 해결정책에 의한 분쟁의 해결에 동의하도록 되어 있고, 위 규정들은 아이칸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1) 해결정책 제3조(등록취소, 이전 및 변경) : 등록기관은 당해 사건에 대하여 적법한 관할권이 있는 법원 또는 중재기관으로부터 명령이 있는 경우(b항) 또는 아이칸이 채택한 해결정책에 따라 진행되고 등록자가 당사자가 된 강제적 행정절차에서 도메인이름의 등록취소, 이전 또는 변경 결정이 있는 경우(c항)에는 도메인이름의 등록을 취소, 이전 또는 변경한다.

(2) 해결정책 제4조 a항(적용대상분쟁) : 신청인이 분쟁해결기관에 대하여 다음 세 가지 사실을 주장하는 경우에 도메인이름의 보유자는 강제적 행정절차에 따라야만 하고, 강제적 행정절차에서 신청인은 다음 세 가지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여야만 한다.

① 도메인이름이 신청인에게 권리가 있는 상표 또는 서비스표와 동일하거나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하다.

② 도메인이름의 보유자에게 당해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나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지 않다.

③ 도메인이름의 보유자가 당해 도메인이름을 악의적으로 등록·사용하고 있다.

(3) 해결정책 제4조 b항(악의에 의한 등록 및 사용의 증거) ⅳ호 : 도메인이름을 사용하여, 보유자의 웹사이트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출처, 후원, 제휴 또는 보증에 관하여 신청인의 상표 또는 서비스표와 혼동을 초래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자의 웹사이트 또는 다른 온라인 장소로 유인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고 시도하는 경우에는 악의로 도메인이름을 등록·사용한다는 증거가 된다.

(4) 해결정책 제4조 c항(등록자가 도메인이름에 대한 권리나 합법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 : 등록자가 분쟁에 관한 통지를 받기 이전에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메인이름이나 이에 상응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거나 사용을 위한 분명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경우(ⅰ호), 등록자가 등록상표나 서비스표를 취득하지는 않았더라도 해당 도메인이름에 의하여 보통으로 인식되는 경우(ⅱ호), 상업적 이익을 위해 고의로 소비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고 문제된 등록상표나 서비스상표의 가치를 희석시킬 의도가 없이 도메인이름을 정당하고 공정하게 비상업적으로 사용한 경우(ⅲ호)에는 등록자가 도메인이름에 대하여 권리나 합법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증거가 된다.

(5) 해결정책 제4조 k항(법원소송절차의 이용가능성) : 제4조에서 정하고 있는 강제적 행정절차요건들은, 도메인이름의 보유자 또는 행정절차 신청인이 강제적 행정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나 종결된 후에 강제적 행정절차와는 별도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적법한 관할권을 가진 법원에 제소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패널(Administrative Panel)이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나 이전을 명하는 결정을 내린 경우에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은 행정패널로부터 그 결정을 통보받은 때로부터 10 영업일 동안 기다렸다가 그 결정을 집행한다. 그 10 영업일 이내에 해당 도메인이름의 보유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하여, 신청인이 절차규칙 제3조 b항 xiii호에 의하여 복종하기로 진술한 관할법원(일반적으로는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또는 등록기관의 후이즈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도메인이름 보유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 중 하나이다)에 소를 제기하였다는 공식 문서(가령 법원서기관 등의 소제기 증명서 등)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등록기관은 위 결정을 집행한다. 만약 10 영업일 이내에 위 공식 문서가 제출된 경우에는 등록기관은 위 결정의 집행을 보류한다.

(6) 절차규정 제1조(정의) : 상호관할권이란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또는 등록기관의 후이즈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도메인이름 보유자의 주소지에 위치한 법원의 관할권을 의미한다.

(7) 절차규정 제3조 b항 xiii호 : 신청인은 신청서에서,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 또는 이전을 명하는 강제적 행정절차에서의 결정에 대한 불복과 관련하여, 상호관할권이 있는 법원 중 최소한 하나의 특정 법원의 관할권에 복종할 것을 진술하여야 한다.

다.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분쟁 및 미국 국가중재위원회의 결정

(1) 피고는 위 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에 따라 2000. 8. 3.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보유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아이칸이 승인한 분쟁해결기관 중의 하나인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National Arbitration Forum, "NAF". 이하 ‘미국 국가중재위원회’라고 한다)에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신청을 하였는데, 위 신청 당시 피고는 절차규정 제3조 b항 xiii호에 따라 피고가 복종할 관할법원으로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인 미국 버지니아주 헌던시(Virginia, Herndon)를 관할하는 법원을 선택하였고, 위 신청에 대하여 원고는 2000. 8. 18. 답변서를 제출하여 다투었다.

(2) 미국 국가중재위원회는 2000. 9. 8. “피고는 ‘HP’라는 표장을 사용하는 23개의 상표를 미국 특허상표청에 등록하여 두고 있고, 컴퓨터 관련 제품(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프린터 등)에 위 표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알려진 전세계적인 컴퓨터망과 폭넓은 관계를 가지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피고의 직원들이 ‘HPWEB’으로 알려진 내부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표장인 ‘HP’는 주지·저명하고 식별력이 있어 법률상 고도의 보호를 받는다.”라는 사실을 인정한 후, 해결정책 제4조 a항에 따라 ①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은 피고의 표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② 원고에게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과 관련하여 권리 또는 정당한 이해관계가 없으며, ③ 원고의 웹사이트가 피고의 표장과 출처, 후원, 제휴, 보증관계에 있는 것으로 혼동을 초래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를 유인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한 경우로서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대한 원고의 악의적인 등록·사용이 추정되는데 원고가 위 추정을 번복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라는 내용의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3) 원고는 이 사건 결정에 불복하여 해결정책 제4조 k항에 따라 이 사건 결정 후 10 영업일 이내인 2000. 9. 18. 제1심법원(서울지방법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은, 피고가 위 해결정책에 따른 신청을 할 당시 절차규칙 제3조 b항 xiii호에 따라 피고가 복종할 관할법원으로서 네트워크솔루션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법원인 미국 버지니아주 헌던시(Virginia, Herndon)를 관할하는 법원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제1심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결정의 집행을 유보시키기 위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관할법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결정에 따라 2000. 9. 29.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여 주었다.

2. 원고의 침해금지청구권부존재확인청구의 적법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선택적 청구로서, 해결정책 및 우리나라 실정법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 이전 등 침해금지를 구할 권리가 없음에도, 부당한 이 사건 결정으로 피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아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초부터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관한 침해금지를 구할 권리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의 소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이러한 법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그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허용되는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결정에 따라 이미 이 사건 도메인이름이 피고에게 이전된 이상 위와 같은 부존재확인청구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원고에게 회복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고, 더욱이 설령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관한 피고의 침해금지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해결정책 제3조 규정의 해석상 등록기관으로서는 이행판결이 아닌 위 확인판결만으로 피고에게 이미 이전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명의를 원고에게 다시 이전해 줄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침해금지청구권부존재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① 분쟁조정기관의 조정결정 후 10일 내에 해당 도메인이름의 보유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신청인이 신청서에서 복종하기로 한 관할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그 결정의 집행을 유보하도록 한 해결정책 제4조 k항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규정이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약관의 명시·설명의무), 제5조 (약관의 해석), 제6조 (일반조항), 제14조 (소제기의 금지 등), 제17조 (불공정약관조항의 사용금지)에 위반되어 무효인 규정이므로, 위 규정에 의한 소제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는 것은 불법이거나 부당한 이전에 해당하여 피고에게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보유할 권한이 없고, ② 해결정책의 규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도메인이름 중 ‘hpweb’과 피고의 ‘hp’는 동일하거나 유사하지 않고, 원고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포함한 450여 개의 도메인이름을 등록, 사용하여 이메일 서비스사업을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대한 권리와 정당한 이익이 있으며, 원고의 위 사업은 피고의 컴퓨터 하드웨어 등의 사업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어떠한 악의도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행위가 해결정책 제4조 a항에 따른 세가지 요건 중 그 어느 것도 충족되지 못하였음에도 미국 국가중재위원회가 피고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한 것은 부당하고, 따라서 그 결정에 기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한 것은 불법이거나 부당한 이전에 해당하여 피고에게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보유할 권한이 없으며, 또한 우리나라의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역시 피고에게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 등을 구할 권원이 없으므로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은 무효이고, 따라서 그 원상회복을 위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이전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해결정책 제4조 k항 규정의 유효 여부

도메인이름의 등록이 용이하고 신속하게 행하여지며, 인터넷 상에서의 통신은 그 전파속도가 현실세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인터넷에 대하여 전세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등의 특성 때문에 인터넷 도메인이름과 관련된 분쟁은 일반적인 분쟁과 달리 신속히 해결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라 이러한 분쟁 해결을 일반 사법제도에 맡기는 경우 발생할 시간적, 금전적 부담을 해소하고 신속, 간편, 저렴한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체적 분쟁해결절차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어 그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 해결정책과 절차규정인바, 이러한 해결정책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해결정책 제4조 k항이 분쟁조정기관의 조정결정 후 10일 내에 해당 도메인이름의 보유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신청인이 신청서에서 복종하기로 한 관할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그 결정의 집행을 유보하도록 제한함으로써 도메인이름 보유자의 이익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 위 해결정책의 규정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규정이라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 또는 부당하게 불리한 소제기를 금지하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는 450여 개의 도메인이름을 등록·보유하고 있는 자로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해결정책에 의한 분쟁해결에 동의하였고 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은 아이칸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해결정책 등에 의한 분쟁해결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등록기관이 해결정책 등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그 규정의 의미가 명백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위 해결정책의 규정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규정이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행위가 해결정책 제4조 a항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행위가 해결정책 제4조 a항의 세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이 사건 도메인이름이 피고의 표장인 “hp”와 동일, 유사한지 여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인 “hpweb.com” 중 “hpweb”에서 “hp” 부분과 “web” 부분은 이를 분리하여 관찰하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중 “web”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보통명칭에 해당하므로 “hp”부분이 그 요부(요부)라고 할 것인데 이는 피고의 위 표장과 동일하므로, 결국 이 사건 도메인이름은 피고의 표장인 “hp”와 유사하다고 할 것이며 설령 피고의 표장인 “hp”를 그 요부로 하고 있거나 이를 포함한 다른 도메인이름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도메인이름과 피고의 표장을 서로 비교함에 있어 그와 같은 도메인이름들로 인해 양자가 유사하지 않다거나 서로 혼동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2)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관한 정당한 권리 등이 있는지 여부

도메인이름의 효용과 목적 등을 고려한다면 그 도메인이름을 인터넷 주소로 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상품, 서비스 또는 정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방법으로 도메인이름을 실제 활용하여야 비로소 그 도메인이름에 관한 정당한 권리 내지 이해관계를 취득한다고 할 수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지 아니하고 단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원고의 다른 웹사이트인 “digitalcouple.com”으로 포워딩(forwarding)시키는 한편 위 웹사이트에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이메일 주소의 하나로 제공하였을 뿐이므로, 해결정책 제4조 c항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분쟁에 관한 통지를 받기 이전에 상품 및 서비스 등의 제공을 위해 이 사건 도메인이름이나 이에 상응한 명칭의 사용 또는 사용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의하여 보통으로 인식되었다거나, 원고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고의로 소비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고 피고의 표장의 가치를 희석시킬 의도가 없이 도메인이름을 정당하고 공정하게 비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등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대한 정당한 권리 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만한 전제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대한 정당한 권리 내지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

(3) 원고가 악의적으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사용하고 있는지 여부

원고가 “digitalcouple.com”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연인들을 위한 이메일 주소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피고가 영위하는 사업과 혼동을 초래하거나 인터넷 사용자들을 유인할 여지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digitalcouple.com”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두고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사용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없는 이상 원고가 위 웹사이트에서 영위하는 사업과 피고의 사업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사용함에 있어 악의가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 사건 도메인이름은 피고의 표장인 “hp”와 유사하고, 피고가 이미 이 사건 도메인이름과 동일한 이름의 내부 전산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위 표장이 주지·저명하여 강한 식별력을 가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혼동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포함하여 450여 개의 도메인이름을 등록만 하여 둔 채 이메일 주소로 제공하는 외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대하여 원고의 악의가 인정된다.

(4) 소결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은 해결정책 제4조 a항의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으므로, 이와 반대의 견해를 전제로 이 사건 결정에 따른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이 부당하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우리나라 현행법에 의할 때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이 부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아래에서는 해결정책이 아닌 우리나라의 현행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결정에 따른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의 당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 한다)제2조 제1호 아목 은 정당한 권원이 없는 자가 (1) 상표 등 표지에 대하여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 또는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대여할 목적 (2)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의 등록 및 사용을 방해할 목적 (3) 그 밖의 상업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그 밖의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도메인이름을 등록, 보유, 이전 또는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부정경쟁행위는 ①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그 밖의 표지, ②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도메인이름을 등록, 보유, 이전 또는 사용하는 행위, ③ 위 행위를 함에 있어 부정한 목적 등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2) 피고의 표장인 “hp"의 주지·저명성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아목 에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그 밖의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다는 의미는, 국내 전역에 걸쳐 모든 사람에게 널리 알려져 있음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국내의 일정한 지역 범위 안에서 그 표지가 사용된 상품, 서비스 등의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정도로써 족하다고 할 것이고, 널리 알려진 표지 등인지 여부는 그 사용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 범위 등과 거래의 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느냐의 여부가 일응의 기준이 된다 할 것인바, 을 9 내지 1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1984년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한국 후렛트-팩커드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1998년 5월에는 피고 단독 출자회사로 전환한 사실, 한국 후렛트-팩커드 주식회사의 매출액은 1997년에 8,986억 원에 이르러 정보통신분야에서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1998년에는 위 회사의 프린터가 국내 잉크젯프린터 시장에서 32%를 점유하는 등 그로부터 계속하여 국내 컴퓨터 하드웨어, 프린터 등 컴퓨터 주변장치 시장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사실, 또한 피고는 지속적으로 신문, TV,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자신의 브랜드와 표장을 알리는 광고를 해 온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보면 ”hp"는 피고가 판매하고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 프린터 등 컴퓨터 주변장치 등을 표시하는 표장으로서 국내의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주지의 정도를 넘어 저명 정도에 이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동일, 유사성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도메인이름인 “hpweb.com” 중 그 요부라고 할 수 있는 “hp”부분이 피고의 표장인 “hp”과 동일하므로, 결국 이 사건 도메인이름은 피고의 표장과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4) 부정한 목적의 존부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 보유 또는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지 아니하고 단지 원고가 운영하는 “digitalcouple.com”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이메일 주소로 제공하고 있어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또한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포함하여 450여 개의 도메인이름을 등록만 하여 둔 채 위 웹사이트에서 이메일 주소로 제공하는 외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hp"라는 명칭에 대하여 정당한 권원이 있는 피고 또는 제3자에게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판매할 목적 기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이용하여 상업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하였거나 적어도 그러한 목적으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보유하고 있음이 인정된다.

(5) 소결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 보유 및 사용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아목 에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로서는 원고의 위와 같은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제1항 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고, 동조 제2항 에 의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를 구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이어서, 결국 원고는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도메인이름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미국법에 의할 때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이 부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한편, 미국의 연방상표희석화방지법(The Federal Trademark Dilution Act)은 저명상표권자와 다른 당사자 사이의 경쟁관계, 혼동가능성, 과실 또는 기망 등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표시하고 식별하는 저명상표의 능력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상표희석화행위로 규정하여 상표권자로 하여금 이러한 상표희석화행위를 금지시킬 수 있게 하고 있는바,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원고는 부정한 목적으로 저명한 피고의 표장인 “hp"와 유사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 사용함으로써 위 피고의 표장의 가치를 약화시키거나 명성을 손상시켰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사용하는 행위는 위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상표 희석화행위에도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어느 모로 보나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을 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가 선택적 청구로서 환송 전 당심에서 추가한 침해금지청구권부존재확인 부분의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원고의 선택적 청구 중 이 사건 도메인 이름에 대한 이전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용호(재판장) 김환수 김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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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1.12.14.선고 2000가합67360
-서울지방법원 2001.12.14.선고 2000가합67360
-서울고등법원 2002.9.25.선고 2002나4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