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1고단765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피고인
A
검사
여문숙(기소), 이리원(공판)
판결선고
2021. 6. 17.
주문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B 뉴파워트럭 화물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11. 18. 19:00경 위 화물차를 운전하여 김해시 한림면에 있는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부산 방향 6.7km 지점 편도2차로 중 1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다.
그곳은 한림1터널 입구에 있는 다리 위의 도로로 차량의 진로 변경을 제한하는 안전표지인 백색 실선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백색 실선 구간에서 진로를 변경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백색 실선을 넘어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한 과실로, 마침 같은 방향 2차로에서 진행하고 있던 피해자 C(남, 50세) 운전의 D 아반떼 승용차의 좌측 앞 문짝 부분을 위 화물차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위 C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와 어깨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위 아반떼 승용차에 함께 타고 있던 피해자 E(여, 45세)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스트레스 장애와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각각 입게 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범죄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에 해당하는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므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에 의해 제3조 제2항 단서에 해당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진로변경금지 표시인 백색실선을 위반하여 진로를 변경한 것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신호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보아 약식기소하였으나, 이 사건과 같이 백색실선 표지를 위반하여 진로를 변경한 경우는 단서 제1호의 신호위반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단서 제1호는, "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 또는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등의 신호를 위반하거나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라고 규정하여, '제5조의 신호기 또는 경찰공무원의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와는 달리, '안전표지'의 경우는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로 명백히 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5조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를 규정하고, 도로교통법 제4조, 동법 시행령 제6조, 제8조는 교통안전시설의 종류로 신호기와 안전표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의 백색실선은 안전표지 중 노면표시1)에 해당하지만(시행령 제8조 별표 제6의 503, 해당 그림 및 설명은 별지 참조), 이는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가 아니라 단지 '진로변경금지'에 해당하는 안전표지일 뿐이다.
② 1981년 제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제정이유는 "자동차의 운전이 국민생활의 기본요소로 되어가는 현실에 부응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등의 특례를 정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려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종합보험에 가입하거나 합의된 경우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할 수 없게 하였고, 다만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시속 201cm 이상의 속도제한 위반 등의 중대한 8대 과실의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이후 시대상황에 따라 '승각의 추락방지의무', '어린이 보호구역의 주의의무', '화물추락방지의무' 등을 추가하여 현재 12대 중과실로 늘어나게 된 것으로, 단서 제1호에서 '지시위반'을 모든 안전표지 위반이 아닌,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의 위반으로 한정하는 것은 다른 단서 규정(중앙선침범, 20km 이상 속도위반 등)과 같이 중대한 위반사항에만 특례를 적용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③ 그런데 이 사건에서 백색 실선은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가 아니라 진로변경금지를 표시하는 것으로 별도의 처벌규정이 있고,2) '통행의 금지'에 관하여는 도로교통법 제6조에서 전면적인 통행금지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바,3) 진로변경금지가 '통행의 금지'에도 포함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으므로(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541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6535 판결 등 참조), '통행의 금지'의 문언의 범위를 넘어 모든 위반행위로 확장해석할 수도 없다.4)
④ 이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대법원 판례는 찾기 어렵다.5)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3107 판결은 "교차로 진입 직전에 설치된 백색실선을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가 개별적으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자동차 운전자가 그 교차로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가 정한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바 있으나, 위 사안은 교차로 내에서는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조차도 없어서 단서 제1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일뿐, 모든 차선위반이 단서 제1호에 해당한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6)
또한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4도1196 판결은 차로변경이 금지된 백색실선이 설치된 고속도로에서의 사고에서 단서 제1호를 적용한 원심을 수긍한바 있으나 특별한 법리설시는 없었고,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없기도 하다.
⑤ 물론 이 사건과 같이 교량 위나 고속도로 위 일정 구간에서의 백색실선은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설치한 것이고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사정은 있다.7)하지만 주요 위험 행위는 다른 단서 조항(제4호의 앞지르기 방법, 끼어들기 위반 등)에서도 규율하고 있는바,8) 앞서 본 바와 같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의 규정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안전표지 위반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처벌의 특례를 규정한 취지에도 어긋난다.
3. 결론
결국 이 사건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가 적용되지 않아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인바, 공소제기의 방식이 법률에 위반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판사
판사 김민상
주석
1)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8조 제1항은 안전표지의 종류로 '주의표지, 규제표지, 지시표지, 보조표지, 노면표시'를 규정하고 제2 항에서 안전표지의 종류, 만드는 방식 및 설치 ·관리기준은 별표6로 규정하는바, 그 종류만 수백개에 이른다(별지 참조).
2) 도로교통법 제14조 제5항은 "차마의 운전자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특별히 진로 변경이 금지된 곳에서는 차마의 진로를 변경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도로의 파손이나 도로공사 등으로 인하여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 고 있으나, 이를 위반한 경우는 제156조 제1호에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3) 도로교통법 제6조(통행의 금지 및 제한)
① 시·도경찰청장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구간 (구간)을 정하여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시·도경찰청장은 보행자, 차마 또 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도로의 관리청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② 경찰서장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우선 보행 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후 그 도로관리자와 협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의 대상과 구간 및 기간을 정하여 도로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③ 시·도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은 제1항이나 제2항에 따른 금지 또는 제한을 하려는 경우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 라 그 사실을 공고하여야 한다.
④ 경찰공무원은 도로의 파손, 화재의 발생이나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한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히 조치할 필요 가 있을 때에는 필요한 범위에서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일시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4) 차로변경을 금지하는 흰색실선은 현재 교차로 진입전, 횡단보도 직전 등 사고의 위험이 있는 여러 경우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모든 경우가 단서 제1호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중앙선침범이 문제된 경우에서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중앙선침범이 아니라고 한 사례는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8941 판결(1심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16. 1. 12. 선고 2015고정263 판결) 등 참조.
5) 검사는 유사사안에서 유죄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인천지법 2013. 5. 31. 2013노238 판결)을 제시하였으나, 위 판결에서도 '통 행의 금지'의 의미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 없이 진로변경위반만을 이유로 유죄로 인정하였고, 대법원의 판단도 없었다.
6) F, '판례해설 판례해설 - 교차로에서 진로변경 시도한 BMW에 받혀 인명사고 낸 산타페···BMW는 무죄, 산타폐는 벌금 500만 원 법률신문 인터넷페이지 참조 < https://www.lawtimes.co.kr/Legal-Opinion/Legal-Opinion-View?serial=97725 >
7) F(주5) 참조. 위 글은 '백색실선 침범 사고까지 중앙선침범이나 일방통행 도로 역주행과 같은 정도로 처리되는 건 적절치 않 아 보인다."고 하며 일방통행 도로 진입금지 표지 위반, 안전지대 침입, 직진 금지, 좌회전 금지 등의 안전표지 위반 등과 같 이 신호위반 또는 중앙선침범과 같은 정도의 안전표지 위반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8) 이 사건에서 단서 제1호 외 앞지르기 방법 위반 등 다른 단서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아래 판례 참조 "각 단서조항은 공소제기의 조건에 관한 사유이므로, 단서 각 호의 사유가 경합하더라도 하나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죄가 성립할 뿐 각 호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디(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도363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