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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4. 24. 선고 2018가단5104811 판결
[손해배상(국)][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담당변호사 서희석)

피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성영)

2019. 3. 20.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65,24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5. 21.부터 2019. 4. 2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3은 원고,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115,972,9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5. 21.부터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11. 2. 11. 구 수산물품질관리법(2011. 7. 21. 법률 제1088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9조 에 따라 관할관청으로부터 수산물가공업(냉동·냉장업) 등록증을 발급받아 (주소 생략)에 있는 사업장에서 □□수산이라는 상호로 냉동오징어를 해동하여 장과 껍질을 벗기고 세척한 다음 절단기에 넣어 가늘게 절단하고 급속동결하는 방법으로 가공하여 포장한 뒤 판매하는 수산물가공업을 영위해 왔다.

나. 피고 소속 ▽▽해양경찰서(이하 ‘경찰’이라 한다)는 2013. 2.경 원고가 식품위생법상의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식품제조가공업을 한다는 혐의로 수사를 시작하여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2013. 2. 25. 위 사업장 및 경남 고성군 (주소 2 생략) 소재 원고의 냉동창고에서 오징어채(채블럭) 150박스(이하 ‘이 사건 오징어채 150박스’라고 한다), 오징어 채블럭(700g) 4개, 오징어 몸살(5kg) 2개, 오징어 세척수(2리터) 3개 등(이하 이들 3종류를 ‘이 사건 감정 압수물’이라 하고, 4종류의 압수물을 모두 통칭할 때에는 ‘이 사건 압수물’이라 한다)을 압수하고, 2013. 2. 26. 원고의 거래처인 대전 동구 (주소 3 생략) 소재 소외인 경영 ◇◇수산 사업장 등 3곳(이하 ‘◇◇수산 등 거래처’라고 한다)에서 오징어제품 등을 임의제출 받았다.

다. 원고는 2013. 3. 20.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식품제조등) 혐의로 구속되고, 2013. 4. 3. ‘신고하지 않고 2011. 3. 10.경부터 2012. 12. 6.까지 오징어를 가공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3. 8. 29. 선고 2013고합20 판결 ) 및 제2심{ 부산고등법원 2014. 6. 18. 선고 (창원)2013노317 판결 }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도8448 판결 )을 거쳐 부산고등법원 2015. 5. 13. 선고 (창원)2015노46 판결 로 “식품제조·가공업을 하려는 자는 관할관청에 신고하여야 하지만, 구 수산물품질관리법령에 따라 수산물가공업 등록을 하고 해당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위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한편 수산물가공업 중 냉동·냉장업 등록을 하였다면 그 등록증에 기재된 ‘생산제품의 종류’와 다른 제품을 가공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무등록 수산물가공업(냉동·냉장업)을 영위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2015. 5. 21.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경찰은 2013. 3. 25. 검사의 지휘를 받아 이 사건 압수물 중 이 사건 오징어채 150박스는 ☆☆☆☆공업사에서 폐기하고, 나머지 이 사건 감정 압수물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라고 한다)에 감정의뢰한 뒤 국과수에서 폐기하였다(이하 ‘이 사건 폐기처분’이라 한다).

마. 경찰은 같은 날 기자들을 상대로 ‘인산염에 불린 무허가 오징어 제조, 유통업체 검거’라는 제목으로 원고를 구속하였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언론기관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는데, 보도자료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공표행위’라고 한다).

제목: 「인산염에 불린 무허가 오징어 제조, 유통업체 검거」
내용: ▽▽해양경찰서는 무허가 식품제조가공업체에서 중량을 부풀릴 목적으로 냉동 오징어를 인산염을 희석시킨 물에 담가 중량을 부풀린 후 냉동하여 절단하는 방법으로 오징어 채를 제조하여 유통시킨 경남 ○○시 소재 A사 대표 “ㄱ”씨(00세) 등 4명을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검거하여, “ㄱ”씨를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하였다고 밝혔다.
“ㄱ”씨는 2년 전부터 무허가 식품제조 공장을 차려놓고 그곳에서 만들어낸 10억 상당의 오징어채를 서울, 대전 등 도소매업체를 통해 시중 식당가에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ㄱ”씨가 생산한 오징어채에서는 허용치 보다 28배가 높은 1400㎕/L의 인산이온이 함량된 것으로 확인되어 다량의 인산염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공업용 인산염 사용 여부에 대하여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인산염을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쇼크와 같은 상태, 혈압강하, 혼수상태 그리고 때때로 경련을 일으킬 수 있어 치명적인 인체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바. 이에 따라 그날 ‘노컷뉴스’, ‘▽▽문화투데이’, ‘한려투데이’ 등 신문과 TV 등에 위 보도자료의 내용과 같은 기사가 일제히 보도되었는데, 이들 기사에는 구속된 무허가 식품가공업체 대표가 ‘△모씨’로 보도되고, 경찰이 제공한 압수물 등의 사진과 창고에서 압수하는 사진들이 함께 게재되었다.

사. 그러나 정작 검찰은 원고를 ‘인체에 유해한 인산염을 사용’했다거나 ‘인산염을 희석시킨 물로 중량을 부풀렸다’는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단순히 ‘신고없이 냉동오징어를 가공’하였다는 혐의만으로 기소하였고, 그것마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6 내지 8,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위법한 압수물 폐기로 인한 손해배상

1) 관련 법령

■ 형사소송법
제130조(압수물의 보관과 폐기)
②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은 폐기할 수 있다.
③ 법령상 생산·제조·소지·소유 또는 유통이 금지된 압수물로서 부패의 염려가 있거나 보관하기 어려운 압수물은 소유자 등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아 폐기할 수 있다.
제131조(주의사항)
압수물에 대하여는 그 상실 또는 파손 등의 방지를 위하여 상당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133조(압수물의 환부, 가환부)
①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압수물은 피고사건 종결 전이라도 결정으로 환부하여야 하고 증거에 공할 압수물은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또는 제출인의 청구에 의하여 가환부할 수 있다.
제219조(준용규정)
제106조, 제107조, 제109조 내지 제112조, 제114조, 제115조제1항 본문, 제2항, 제118조부터 제132조까지, 제134조, 제135조, 제140조, 제141조, 제333조제2항, 제486조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본장의 규정에 의한 압수, 수색 또는 검증에 준용한다. 단, 사법경찰관이 제130조, 제132조 및 제134조에 따른 처분을 함에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제332조(몰수의 선고와 압수물)
압수한 서류 또는 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는 때에는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간주한다.

2) 법리

가) 범죄수사와 관련하여 압수가 이루어지는 경우 수사기관은 압수의 효과에 의하여 압수물의 점유를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 뿐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고, 압수물에 대하여는 그 상실 또는 파손 등의 방지를 위하여 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므로 수사기관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당해 압수물을 보관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31조 , 제219조 참조).

나) 압수한 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는 때에는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어떠한 압수물에 대한 몰수의 선고가 포함되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검사에게는 그 압수물을 제출자나 소유자 기타 권리자에게 환부하여야 할 의무가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다( 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49343 판결 등 참조).

다) 압수의 궁극적 목적이 증거물 또는 몰수대상물을 수집, 보전하여 장차 공판절차에 있어 증거물로 이용하거나 이를 몰수하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압수물은 재판의 확정시까지는 압수 당시의 성질, 상태, 형상을 그대로 보전·유지하여 보관함이 원칙이므로 압수자는 환부 등에 이르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가지고 신속·적정하게 압수물을 보관하여야 한다. 따라서 수사절차나 소송절차가 종료하기 전에 압수물을 폐기처분하는 경우에는 압수물은 증거가 될 물건이 대부분이고 피압수자의 재산권 등 기본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형사소송법 제135조 의 이해관계인에의 통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130조 에 따라 폐기하는 압수물은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 2012. 12. 27. 선고 2011헌마351 결정 참조).

라) 이와 같이 폐기처분은 압수물의 존재를 소멸시키는 처분으로서 폐기 후에 압수물의 소유자가 압수물을 회복할 아무런 방법이 없어 재산권 침해의 위험이 큰 점, 환가처분과는 달리 이해관계인에 대한 통지나 불복방법이 없어 압수물의 소유자에게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130조 에 따른 폐기처분은 폭발물 등 압수물의 보관 자체가 위험하거나 부패 등으로 그 본래의 모습으로 보관이 어려운 경우 등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따라서 소유자 등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압수물의 보관 자체가 위험하거나 곤란한 것이 아니라면 그 폐기는 일응 위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오징어채 150박스에 관한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에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오징어채 150박스에 관한 이 사건 폐기처분은 피고의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한 처분으로 인정된다.

(1) 경찰은 2013. 2. 25. 원고로부터 이 사건 압수물을 압수한 뒤 그 중 이 사건 오징어채 150박스는 원고로부터 압수물 보관 서약서를 받고 계속하여 원고의 냉동창고에 보관하도록 하였고, 나머지 이 사건 감정 압수물은 국과수에 보내어 감정을 의뢰하였다.

(2) 압수 당일 경찰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압수물의 폐기에 동의한다는 서면에 원고의 서명 무인을 받았지만, 원고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압수물을 돌려받기를 원한다고 진술하였다.

(3) 이 사건 폐기처분 당시 이 사건 오징어채 150박스의 보관에 관해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원고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폐기처분 되었고, 이 사건 감정 압수물은 감정절차를 마치고 폐기처분 되었다.

(4) 원고는 무신고 수산물가공업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나머지 부분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이 사건 감정 압수물에 대한 폐기처분도 위법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감정 압수물은 이 사건 압수물의 인체 유해 여부를 감정하기 위해 국과수로 보내진 뒤 감정절차를 마치고 폐기된 것이므로 이에 관해 피고의 고의·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는 또, 경찰이 ◇◇수산 등 거래처에서 오징어제품 등을 압수하였다가 위법하게 폐기처분 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경찰은 ◇◇수산 등 거래처에서 오징어제품 등을 임의제출 받았고, 을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폐기조서에도 이들 물품은 폐기 대상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압수물이 몰수대상물이거나 유독·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유통이 금지되는 물건이고, 부패의 염려가 있거나 보관하기 어려운 압수물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3항 에 따라 적법하게 폐기처분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몰수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원고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을 제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압수물에 인산염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그것이 인체에 유해할 정도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다) 오히려 인산염의 허용기준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처벌규정도 없으며, 정작 원고에 대한 기소사실에는 인산염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라) 이 사건 오징어채는 원고의 냉동창고에 보관되고 있었으므로 부패의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보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는 이 사건 압수물이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 에서 정하는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에 해당하여 이 사건 폐기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손해배상

1) 법리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 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 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0다68474 판결 등 참조).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이 사건 공표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인정된다.

가) 이 사건 공표행위는 원고에 대한 기소 전에 이루어져 그 자체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26조 에 위반된다.

나) 그 내용도 인체에 해로운 인산염을 희석한 물에 불려 중량을 속인 오징어채를 무허가로 제조·유통했다는 것으로서 일반 국민들에게 중대한 범죄행위가 발생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내용이지만, 정작 원고가 인체에 해로운 인산염을 사용하였다거나 중량을 속였다는 내용은 기소 범죄사실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무신고 영업행위만 기소되었다가 그마저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피고도 인산염 허용기준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별도의 처벌규정도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3) 피고의 주장 및 판단

가) 피고는 보도자료에 원고의 이름이나 업체명, 나이를 기재하지 않고 수사내용에 대한 것을 대략적으로 발표한 것이므로 원고를 특정하여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언론보도에 원고의 실명이 적시되지는 않았으나, 성씨, 연령, 사업내용, 사업장 소재지 등이 보도되어 원고의 주변 사람과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당사자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도였던 것으로 인정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는 또, 국민의 알권리 영역에 속하는 공적인 사안이고, 내용도 모두 사실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공표내용 중 주요 부분이 기소 범죄사실에서 빠졌고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모두 앞에서 본 것과 같고, 그 외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표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폐기처분으로 인해 원고는 이 사건 오징어채 150박스 시가 45,240,000원, 이 사건 감정 압수물 중 오징어 채블럭(700g) 4개 시가 165,600원, 오징어 몸살(5kg) 2개 시가 49,800원 등 합계 45,455,400원(= 45,240,000원 + 165,600원 + 49,800원)의 직접 피해를 입었다.

2) 경찰이 ◇◇수산 등 거래처에서 오징어제품을 압수하여 원고는 거래처로부터 그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고, 또 이 사건 공표행위로 인해 불량식품으로 낙인찍혀 대금지급을 거절당함으로써 합계 26,017,500원의 판매대금 상실 손해를 보게 되었다.

3) 원고가 무죄판결을 받기 위해 변호사 비용 14,500,000원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4) 이 사건 공표행위로 명예 및 신용 훼손, 영업부진 및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위자료 30,000,000원을 청구한다.

나. 판단

1) 이 사건 오징어채에 관한 이 사건 폐기처분으로 인해 원고는 폐기 당시의 이 사건 오징어채의 시가 상당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인데, 갑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오징어채의 폐기 당시 시가는 45,240,000원 상당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2) 원고는 이 사건 감정 압수물 중 오징어 채블럭(700g) 4개 및 오징어 몸살(5kg) 2개의 시가 상당 손해의 배상도 구하나 이 사건 감정 압수물에 대한 이 사건 폐기처분은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원고는 ◇◇수산 등 거래처로부터 합계 26,017,500원의 판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나, 갑 제9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위법행위로 위 주장과 같은 손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원고는 형사사건의 변호사 선임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나, 원고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지출한 변호사 보수는 피고의 이 사건 폐기처분 및 공표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변호사강제주의를 택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 아래에서는 손해배상청구의 원인된 불법행위 자체와 변호사 비용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어 변호사 비용을 그 불법행위 자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포함시킬 수는 없으므로(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15363 판결 ),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는 이 사건 공표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인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연령, 직업, 신분, 이 사건 보도의 경위, 내용, 원고에 대한 형사사건의 결과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위자료 액수를 2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피고의 주장 및 판단

1) 피고는 과실상계를 주장하나 이 사건 폐기처분과 이 사건 공표행위는 원고의 관여 없이 피고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과정에 원고의 책임으로 돌릴만한 사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된 형사보상금이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되고,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음으로써 그 구금기간에 대해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은 것과 피고의 이 사건 폐기처분 및 공표행위는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이 부분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폐기처분 및 이 사건 공표행위가 행해진 2013. 3. 25.로부터 3년 또는 5년의 소멸시효가 경과한 뒤에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임을 안 때를 의미하므로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며 위법하고 과실이 있는 것까지도 안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가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원고로서는 원고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2015. 5. 21. 비로소 이 사건 폐기처분 및 이 사건 공표행위의 위법성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로부터 3년 및 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5. 16.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상,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인정의 손해배상금 65,240,000원(= 45,240,000원 +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의 손해가 현실화된 날로 인정되는 위 무죄판결 확정일인 2015. 5. 2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4. 2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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