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시용기간 중의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그 인정 요건
[2] 수습운전기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운수회사가 취업규칙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대형차량의 운전경력증명서를 요구하면서 위 운전경력증명서의 미제출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운수회사에게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하는 데에 있어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위 해고는 위법하다고 한 사례
[3] 배척될 것이 명백한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유탈이 파기이유인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2]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3] 민사소송법 제208조 , 제423조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규대)
피고,상고인
시민버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돈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심의 인정과 판단
가.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고 회사는 부천시내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운수업체로서 2000. 7. 12. 원고를 수습운전기사로 채용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음과 같이 약정하였다.
① 수습근로기간 : 2000. 7. 13.부터 2000. 10. 13.까지 3개월간
② 근로시간 : 1일 2교대(기본 8시간과 연장근로시간), 주야 일주일 교대
③ 임금 : 기존사원의 임금(기본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월차수당 등의 합계 1,095,000원)에 준한다.
④ 수습근로기간이 종료하면 정식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한다.
(2) 원고를 포함한 피고 회사의 근로자 11명은 부천지역중소기업노동조합에 가입하여 2000. 9. 6. 피고 회사 내에 위 노동조합 시민운수분회를 설립하였으며, 원고는 위 분회의 부분회장으로서 분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활동하였다.
(3) 피고 회사가 원고를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 2000. 9. 1.부터 시행한 취업규칙 제8조에 의하면, 입사하려는 운전기사가 제출해야 할 서류는 자필 이력서, 반명함판 사진, 주민등록등본, (운전)경력증명서, 병적증명서, 면허자격증 사본 등이었다.
(4) 피고 회사는 위 취업규칙에 불구하고 2000. 9. 6. 원고를 포함한 입사서류 미제출자에 대하여 대형차량 2년 이상의 운전경력증명서, 운전정밀판정표 등을 2000. 9. 16. 12:00까지 제출하라고 공고하였고, 원고가 제출시한까지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자 원고에게 2000. 9. 18. 12:00까지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였다.
(5) 원고는 대형 면허를 취득하고 있었지만 대형차량의 운전경력은 없었으므로 2000. 9. 18. 18:00경 운전정밀판정표만을 제출하였는데, 피고 회사는 제출서류 미비와 제출시한 경과를 이유로 접수를 거부하고, 같은 날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6) 원고는 2000. 9. 22.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00. 11. 24. 피고 회사가 노동조합의 설립 직후 원고에게 취업규칙 및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6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 제42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자격요건이 아닌 대형차량 2년 이상의 운전경력증명서 등의 제출을 요구하고, 제출시한을 불과 6시간 경과한 것을 이유로 서류 미제출로 간주하여 이 사건 해고를 한 것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고 하면서, 피고 회사에게 이 사건 해고를 취소하고, 원고를 복직시킴과 아울러 원고에게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하였다.
(7) 피고 회사는 2001. 2. 16. 원고와 다음과 같이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고, 같은 날 4,000,000원을 지급하였다.
① 피고 회사는 원고를 즉시 원직에 복귀시키고, 원고에게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4,000,000원을 지급하며, 원고는 위 기간 동안의 나머지 임금청구권을 포기한다.
②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운전경력증명서를 2001. 2. 19.까지 제출하여야 하고, 정해진 기일까지 운전경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근무의사가 없는 것으로 자인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직처리를 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8) 한편, 피고 회사가 소속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 개정하여 2001. 2. 19.부터 시행한 취업규칙 제4조에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6조 ,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 제42조 제1항 소정의 여객자동차운송사업용자동차의 운전업무종사자의 요건을 반영하여, 입사하려는 운전기사가 제출해야 할 서류에 1년 이상의 운전경력증명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9) 원고는 2001. 2. 19. 피고 회사에게 자신이 1998. 6. 1.부터 1999. 5. 31.까지 청주시 흥덕구 사직2동 639-12 소재 이승우 경영의 삼원식품에서 영업부 부장으로 재직하였다는 취지의 경력증명서를 제출하였다.
(10) 이에 피고 회사는 원고가 제출한 경력증명서의 내용은 원고가 기제출한 이력서 상의 '1995. 8. 5.부터 1998. 12. 31.까지는 해찬들 대리점 운영, 1999. 2. 1.부터 2000. 6. 30.까지 청원주류 근무'경력과 부합하지 아니한 데다가 경력의 내용마저 운전과는 관계없는 영업부 부장으로 되어 있어서 피고 회사가 요구하는 운전경력증명서에 해당하지 않아 운전경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1. 2. 19. 원고를 사직처리하였다.
나. 판 단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먼저,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수습운전기사였으나, 이 사건 합의 당시에 이미 수습기간이 종료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없었다면 정식사원으로 채용되어 근무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회사는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에 따른 복직 및 임금지급명령에 따라 원고를 원직에 복귀시키는 이 사건 합의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합의로 이 사건 해고를 철회하고 2001. 2. 16.자로 원고를 정식운전기사로 복직시켰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와 원고는 경기도지방노동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원고의 원직 복귀를 합의하면서 부가적으로 운전경력증명서의 제출을 약정한 것인데, 경기도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에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6조 ,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 제42조 제1항 소정의 여객자동차운송사업용자동차의 운전업무종사자 요건인 1년 이상의 운전경력을 넘어서는 자격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었고, 원고에게는 대형 자동차의 운전경력이 없었던 점, 2001. 2. 19.부터 시행되는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에도 입사하려는 운전기사가 제출해야 할 서류에 1년 이상의 운전경력증명서가 포함되어 있었던 점, 마을버스 운전기사에게 1년 이상의 운전경력을 요구하는 것 정도는 그 직업의 특성상 상당하다고 보이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가 피고 회사에게 제출하기로 한 운전경력증명서는 대형, 중형, 소형 차량에 관계없이 1년 이상의 운전경력증명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며, 나아가 그 판시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제출한 경력증명서상의 '이승우 경영의 삼원식품'은 해찬들삼원식품의 대리점으로서 고추장 도·소매업체인 사실, 원고는 위 대리점에서 충북 80나2888 차량을 운전하여 고추장 등 식품배달업무에 종사하였는데, 위 대리점에서는 원고의 근속기간과 나이를 고려하여 편의상 영업부 부장의 직함을 사용하도록 한 사실, 원고는 자신의 운전경력 중 1년 정도의 경력만을 발췌하여 운전경력증명서에 기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바에 따라 운전경력증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단지 원고가 기제출한 이력서상의 기재와 운전경력증명서상의 기재가 다소 불일치하는 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운전경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를 이 사건 합의상의 운전경력증명서 미제출을 이유로 사직처리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1)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15710 판결 , 1994. 1. 11. 선고 92다4469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인정한 위의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이 사건 수습사원근로계약은 원고를 수습사원으로 채용한 후 일정기간 동안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여 본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종의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이라고 할 것인데, 피고 회사가 2000. 9. 18.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해고는 원고가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곧바로 임박한 기한을 설정하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과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구비서류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이를 지키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단행된 것으로서 시용근로계약에 있어 해약권유보의 본래 취지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점, 이 사건 해고는 원고를 포함하여 노동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하였던 점, 원고가 이 사건 해고 시점까지 약 2개월 동안 업무부적격성이나 불성실함을 보였다는 자료가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에게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하는 데에 있어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위법하다고 할 것이고, 한편 원고가 이 사건 해고 당시에는 시용근로자였으나 이 사건 해고로 시용근로관계가 중단된 상태에서 약정된 시용기간이 경과한 다음 이 사건 합의가 이루어진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가 위법한 이상 적법한 해약권이 행사되지 못하고 시용기간이 경과한 데에는 피고 회사에게 그 귀책사유가 있고, 원고가 시용근로를 계속하여야만 할 특별한 사정도 없어 보이는 점, 이 사건 해고가 없었다면 원고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식근로자로 채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합의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판정에 따라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기로 하여 이루어진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시용기간의 만료와 동시에 정식근로자로 채용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원고를 정식 운전기사로 복직하기로 하는 내용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로써 이 사건 해고를 철회하고 2001. 2. 16.자로 원고를 정식운전기사로 복직시켰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시용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위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 상고이유 제3, 5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합의의 경위, 원고는 대형운전면허가 있을 뿐 대형차량 운전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그러한 원고가 이 사건 합의 후 3일 내에 '1년 이상의 대형운전경력증명서'를 피고 회사에 제출하기로 약정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원고와 비슷한 시기에 수습사원 또는 정식사원으로 채용된 사람들 중에도 '1년 이상의 대형운전경력'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가 피고 회사에 제출하기로 한 운전경력증명서는 차종을 불문하고 1년 이상의 운전경력증명서이면 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한편 합의서(갑 제4호증)의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2001. 2. 19.까지 소정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필 사직서를 피고 회사에 제출하기로 하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때에는 피고 회사가 사직처리를 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서류미제출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피고 회사가 자진사직의 형식으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기로 하는 약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마치 원고의 운전경력증명서 제출이 복직에 따른 부가적인 의무에 불과한 것처럼 설시한 것은 잘못이라고 하겠다.
(3) 그러나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승구 경영의 삼원식품에서 1년간 운전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할 뿐 아니라,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 회사에 제출하여야 할 운전경력증명서에 관하여 특별히 정해진 양식이 없고, 원고는 그에 해당하는 서류라는 취지로 경력증명서(을 제9호증의 1)를 제출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비록 위 경력증명서의 기재내용이 기제출한 이력서(을 제3호증의 1)와 일부 다른 점이 있고 원고가 실제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는지 여부를 즉시 확인하는 데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운전경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이로써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사직처리에 필요한 정지조건은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회사의 이 사건 사직처리는 조건미성취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4) 상고이유의 주장은 원고가 경력증명서와 이력서에 경력사항을 허위 기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직처리는 정당하다는 것이나, 이미 원고가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정식사원으로 복직한 이상 그러한 사정은 별도의 징계해고 사유가 될지언정 이 사건 사직처리의 정당화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5)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사직처리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 이 사건 합의 내용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말미암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위 상고이유의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다.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 주장이 배척될 경우임이 명백한 때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고 할 것인바(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다56116 판결 등 참조), 피고 회사가 제1심 변론과정에서부터 원고의 이력서 및 경력증명서에 허위 기재가 있으므로 이 점도 위 수습사원근로계약을 해약할 사유가 된다고 지적하였음에도 원심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합의로써 정식사원으로 복직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의 경력 및 학력 허위기재행위를 해고사유로 삼아 별도의 징계해고를 할 수 있음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를 이유로 피고 회사가 취업규칙 등에 정한 징계해고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내용을 준수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진 사직한 것으로 간주하여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배척될 경우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유탈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