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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83. 1. 11. 선고 82나613 제11민사부판결 : 상고
[손해배상청구사건][고집1983(민사편),9]
판시사항

감정의뢰인 아닌 자가 감정목적 이외의 용도로 감정평가서를 사용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감정인의 손해배상책임 유무

판결요지

감정평가서는 감정의뢰인이 감정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므로, 매매를 위한 시가감정의 목적으로 작성된 감정평가서를 감정의뢰인 아닌 자가 채무담보를 위한 담보물평가의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위 감정평가서를 제출받은 자가 위 평가서가 그 감정목적 이외에 사용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감정평가서의 감정가액을 믿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외상거래를 계속함으로써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위 손해와 위 감정평가서 작성과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원고, 항소인

서울우유협동조합

피고, 피항소인

양현모

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34,007,328원 및 이에 대한 솟장송달 다음날로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및 가집행의 선고.

이유

1.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호증(등기부등본), 갑 제2호증의 1(감정평가서), 원심증인 국창중의 증언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갑 제3호증(미수확인서), 같은 제4호증의 1, 2(사업미수금원장표지 및 내용), 원심증인 유일국의 증언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을 제2호증(감정평가의뢰서), 같은 을 제3호증(감정수수료청구서)의 각 기재, 위 각 증인 및 원심증인 김의배의 각 증언(다만 위 증인 김의배의 증언중 뒤에 믿지 아니하는 부분은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원고는 종전부터 소외 1에게 계속적으로 우유제품을 판매하여 왔는데 1980. 4.경 그 외상대금채권이 금 13,489,924원에 달하자 원고는 계속적인 거래를 조건으로 위 채권 및 장래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소외인에게 담보제공을 요구한 사실, 이에 따라 동 소외인은 자기가 매수하였으나 아직 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필하지 아니한 소외 2 소유명의의 강원도 명주군 강동면 (상세지번 생략) 임야 4정 2단 1무보(이하 이 사건 임야라고만 한다)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함과 동시에 공인감정사인 피고가 1979. 9. 3.자로 이 사건 임야의 당시 시가를 금 37,576,800원으로 감정하여 작성한 감정평가서(갑 제2호증의 1, 동 감정서에는 감정의뢰인이 소외 3으로, 감정목적이 시가로 기재되어 있고, 그 표지 뒷면에는 본 감정서는 감정의뢰목적 이외의 사용이나 타인으로 하여금 사용케 할 수 없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음)를 제출하자 위 기재내용을 확인하고 그 감정가액을 기초로 하여 1980. 4. 4. 원고와 소외 2 사이의 채무자 소외 1, 채권최고액 금 37,500,000원으로 한 같은달 1.자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원인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마친 사실, 위 감정평가서는 이 사건 임야의 실제 소유자이고 소외 2의 남편인 소외 3이 이를 타에 매도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시가감정을 의뢰함에 따라 작성된 것인 사실, 원고는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마친 이후 소외 1에게 계속하여 우유제품을 판매하여 1980.말경 위 소외인에 대한 외상대금 총액이 금 35,270,328원에 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일부 배치되는 듯한 원심증인 김의배의 증언부분은 믿을 수 없고 달리 반증없다.

2. 원고는, 이 사건 임야의 시가는 1,263,000원에 불과한데 피고의 감정평가서의 감정가액을 믿고 이 사건 임야에 채권최고액 37,5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필한 후 계속적으로 거래하여 소외 1에 대한 외상대금채권이 금 35,270,328원에 달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위 외상대금채권 금 35,270,328원 중에서 본건 임야의 경매로 인하여 회수가능한 본건 임야의 시가상당액 금 1,263,000원 및 별도 담보권실행에 의하여 회수한 금 4,000,000원을 제한 나머지 금 30,007,328원의 채권액을 회수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었는 바, 이는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본건 임야의 시가를 현저하게 고가로 감정한 것에 기인한 것이므로 피고는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제20조 에 의하여 또는 민법상 일반불법행위의 이론에 따라 원고에게 위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감정평가서는 소외 3이 본건 임야를 타에 매도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감정의뢰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원고가 위 감정평가서의 감정가액을 믿고 위와 같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필한 후 소외 1과 거래를 계속하여 위와 같은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이는 감정의뢰인 아닌 자가 감정목적 이외의 용도로 감정평가서를 사용하여 발생한 손해라 할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3. 살피건대, 위 감정평가서는 이 사건 임야의 소유명의자인 소외 2의 남편되는 소외 3이 이를 타에 매도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시가감정을 의뢰함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소외 2가 소외 1의 요청에 따라 동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담보물평가의 목적으로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동 감정서를 원고에게 제출사용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바, 감정평가서는 감정의뢰인이 감정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으로서 원고나 소외 1 또는 담보제공자인 소외 2가 위 감정평가서의 의뢰인이 아님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명백하고(원고는, 이 사건 감정평가서의 의뢰인인 소외 3이 소외 2의 남편이므로 사실상 동일인이라고 주장하나 뒤에 보는 동 평가서의 감정목적에 비추어 볼 때 동일인으로 취급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감정평가서를 제출받은 원고로서는 동 평가서에 담보제공자가 아닌 자가 감정의뢰인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제출일자가 동 작성일자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점에 비추어 동 평가서에 목적이 시가라고 애매한 표현이 있을 때에는 그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알아보았더라면 동 평가서가 그 감정목적 이외에 사용된 것임을 쉽사리 알게 되었을 것임은 사리상 명백하므로 원고가 위 감정평가서의 감정가액을 믿고 위와 같이 근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마치고 소외 1에게 우유제품을 계속 판매함으로써 위와 같은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의 위 감정평가서 작성과 원고가 입은 손해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감정평가서를 제출받은 원고는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의 선의의 제3자이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면책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위 평가서에 기재된 “감정의뢰목적 이외의 사용이나 타인으로 하여금 사용케 한 때에는 책임이 없다”는 내용을 알고서도 감정의뢰인 이외의 자로부터 이를 제출받았으므로 원고는 동법의 선의의 제3자라 볼 수 없어 원고의 주장은 그 이유없다.

그렇다면 피고의 위 감정평가서 작성과 원고의 위 손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것도 없이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원판결은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며 항소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문호(재판장) 강완구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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