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다219187 채무부존재확인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아이비케이저축은행(변경 전 상호 : 주식회사 예솔저축은행)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4. 7. 17. 선고 2013나51643 판결
판결선고
2015. 4.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제3자가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관련서류에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직접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금융기관이 정한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인바, 구체적 사안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명의대여자와 사이에 당해 대출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에게 귀속시키고 명의대여자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약정 내지 양해하였음 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이하 '부산저축은행'이라고 한다)이 2003. 12. 29.부터 2009. 12. 23.까지 사이에 7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내지 7 대출을 실행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제3, 6, 7 각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 즉 ① 부산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른 규제를 피하여 부동산개발사업 등을 직접 시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거나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대출을 하고, 그 대출금을 명의대여자 명의로 개설한 위 은행 보통예금계좌에 입금하여 두었다가 사업자금으로 사용해 온 점, ②P 등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은 임원회의를 통하여 차명차주들에게 대출금채무를 부담시키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원고 등 명의대여자들에게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면서 대출로 인하여 생기는 모든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이 책임질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점, ③ 원고에게 대출 명의대여를 부탁한 P는, 2005, 5.경 부산저축은행의 대전 서구 N지구 일대의 아파트 건립사업 시행을 위하여 이 사건 제2 대출계약으로 최초로 대출명의를 빌린 이후 수차례 원고 명의를 빌려 대출을 실행하였으며, 원고가 실제로 대출받은 것은 이 사건 제1 대출금이 유일하다고 증언한 점, ④ 2005. 6. 1. 대전 서구 Q 답 424m(이하 '대전 토지'라고 한다)에 관하여, 2007. 4. 13. 김해 0 답 245m(이하 '김해 토지'라고 한다)에 관하여 각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는데, 이 사건 제2 대출금의 대부분이 대전 토지의 취득에, 이 사건 제3 대출금의 상당 부분이 김해 토지의 취득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2006. 2. 20. 대전 토지 중 384/424 지분에 관하여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주식회사 도시생각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치지자 그 다음날 이 사건 제2 대출금의 대부분이 상환되었고, 그 밖의 이 사건 제3, 6, 7 각 대출금은 이 사건 제2 내지 7 각 대출의 원리금 상환 등에 사용된 점, 6 이 사건 제2 내지 7 대출계약 체결 당시 작성된 여신거래약정서에는 대출신청금액만 기재되어 있을 뿐 여신기간 만료일, 이자율, 이자 지급시기 방법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대출과정에서 이 사건 제1 대출계약 당시 원심판결 별지 목록 제1, 2항 기재 각 부동산에 설정된 포괄근저당 외 별도의 추가적인 담보 제공이나 원고에 대한 신용조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⑦ 부산저축은행 등이 원고에게 대출원리금 변제 독촉을 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제1 대출금 잔액 외에는 나머지 대출금채무는 원고의 의사와 무관한 것이라는 원고의 2011. 10. 17.경 회신에 아무런 이의나 재확인 요청을 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제3, 6, 7 각 대출계약은 부산저축은행이 원고 명의로 대전 토지 및 김해 토지를 취득하여 부동산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원고로부터 대출금을 변제받을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체결한 것으로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법무법인의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원고는 P에게 부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측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명의를 대여하기로 한 사실, 차명 차주에게 대출금채무 부담으로 인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임원회의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된 바는 있으나, 부산저축은행이 원고에게 대출금의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하였다는 점을 밝힌 서류 등의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제2 내지 7 대출의 대출신청서에 대출한도금액과 인적사항을 기재한 후 직접 서명 날인하였고, 대출금은 원고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 해당 특수목적법인이 설립되기 이전이어서 위 법인 명의가 아니라 원고 명의로 대전 토지와 김해 토지를 취득하였고, 그 과정에서 위 대출금이 사용된 사실, 원고는 특수목적법인인 주식회사 도시 생각에 대전 토지 중 384㎡의 지분을 이전할 때에도 대전 토지 중 나머지 40m에 관한 지분을 남겨두었고, 그 후로도 위 나머지 지분과 김해 토지를 그대로 보유한 사실, P는 제1심법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이 원고에게 대출채무를 부담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말한 적은 없고, 부동산개발사업이 성공하면 대출 명의대여자에게 이익을 배당하기로 되어 있었으며, 명의 대여자 앞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에도 이윤이 발생하면 부산저축은행 설립의 특수목적법인 앞으로 그 부동산을 다시 매수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윤배당을 한다'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부산저축은행으로서는 대출신청서에 표시된 대로 원고를 이 사건 대출계약의 채무자로 할 의사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대출계약의 법률상 당사자는 원고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제3, 6, 7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고 판단함에 있어 근거로 든 사정 중, 이 사건 제2 내지 7 대출계약의 목적과 대출금의 사용용도, 대출신청서에 이자율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부산저축은행이 원고의 신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점, 원고가 변제의 독촉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은 명의대여대출 일반에 공통된 사정에 불과하거나, 이 사건 대출신청서에 직접 서명 날인함으로써 그 채무자 지위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원고의 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 삼기에는 부족하므로, 결국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에 관해서는 몰라도 그 법률상 효과까지도 원고에게 귀속시키지 아니하기로 하는 부산저축은행의 약정 내지 양해가 있었음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3자 명의로 체결한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고려 요소와 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권순일
대법관민일영
주심대법관박보영
대법관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