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종중이 총회결의에 의하지 않고 타인에게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건축물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의 사용권을 부여한 경우, 이를 처분행위로 단정하여 전체가 무효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갑 종중이 대종중인 을 종중에게, 갑 종중 소유 토지 위에 을 종중의 재실 및 사당을 신축하여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승낙한 사안에서, 갑 종중의 토지에 관한 무상사용 승낙행위가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총회결의가 없었음을 이유로 전체가 무효라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총유물의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을 양도하거나 그 위에 물권을 설정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므로, 그에 이르지 않은 단순히 ‘총유물의 사용권을 타인에게 부여하거나 임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총유물의 처분이 아닌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민법 제619조 에 의하면 처분의 능력 또는 권한 없는 사람도 석조, 석회조, 연와조 및 그와 유사한 건축물을 목적으로 한 토지의 임대차의 경우에는 10년, 그 밖의 토지의 임대차의 경우에는 5년의 범위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토지를 임대할 수 있으므로, 종중이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지 않고 타인에게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건축물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의 사용권을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 처분행위로 단정하여 전체가 무효라고 볼 것이 아니라 관리권한에 기하여 사용권의 부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관리행위로서 유효할 여지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갑 종중이 대종중인 을 종중에게, 갑 종중 소유 토지 위에 을 종중의 재실 및 사당을 신축하여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승낙한 사안에서, 갑 종중의 토지에 관한 무상사용 승낙행위는 원칙적으로 종중재산에 관한 처분행위가 아닌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갑 종중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위 토지를 을 종중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낙한 행위가 처분행위에 이르지 아니한 관리행위의 범위 내에서는 갑 종중 정관에 근거를 둔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갑 종중의 토지에 관한 무상사용 승낙행위가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속단하여 총회결의가 없었음을 이유로 전체가 무효라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62. 4. 4. 선고 62다1 판결 (집10-2, 민61) 대법원 1998. 10. 2. 선고 98다28978 판결
원고, 피상고인
○○○○○○○종중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준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종회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원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 위에 건물(재실 및 사당)을 신축하도록 한 후 그 토지를 무상으로 기한 없이 계속 사용하도록 승낙하는 행위는 원고 종중재산의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종중 소유의 재산은 종중원의 총유로서 그 관리 및 처분은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이 정한 바에 따르고 만일 종중규약에 그러한 규정이 없을 때에는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무상사용 승낙행위 당시 원고의 정관은 종중재산의 처분행위를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설령 이러한 정관 규정이 원고의 구성원을 제한하는 등의 종중의 본질에 반하는 일부 규정으로 인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 경우 종중재산 처분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종중재산 처분은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무상사용 승낙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원고 종중총회의 결의가 필요한데 그와 같은 총회결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총유물의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을 양도하거나 그 위에 물권을 설정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므로, 그에 이르지 않은 단순히 ‘총유물의 사용권을 타인에게 부여하거나 임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총유물의 처분이 아닌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62. 4. 4. 선고 62다1 판결 , 대법원 1998. 10. 2. 선고 98다28978 판결 등 참조). 한편 민법 제619조 에 의하면 처분의 능력 또는 권한 없는 사람도 석조, 석회조, 연와조 및 그와 유사한 건축물을 목적으로 한 토지의 임대차의 경우에는 10년, 그 밖의 토지의 임대차의 경우에는 5년의 범위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토지를 임대할 수 있으므로, 종중이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지 않고 타인에게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건축물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의 사용권을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 처분행위로 단정하여 그 전체가 무효라고 볼 것이 아니라 관리권한에 기하여 사용권의 부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관리행위로서 유효할 여지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
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무상사용 승낙행위는 원고가 대종중인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 위에 피고의 재실 및 사당을 신축하여 그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원고 종중재산에 관한 처분행위가 아닌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 데다가, 원고의 1996. 6. 2.자 개정 정관에 의하면 고정자산의 취득과 처분은 총회의결사항이나(제22조 제6호), 고정자산의 사용료 징수(제28조 제9호)나 회장이 부의하는 사항(제28조 제7호)은 이사회 의결사항이라는 것이므로 원고가 고정자산을 임대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도 처분행위에 이르지 않은 관리행위의 경우에는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 종중이 1999. 9. 22.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 사건 토지를 피고 종중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낙한 행위도 처분행위에 이르지 아니한 관리행위의 범위 내에서는 위 개정 정관에 근거를 둔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무상사용 승낙행위가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속단하여 거기에 원고 종중총회의 결의가 없었음을 이유로 그 전체가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총유재산의 처분행위나 관리행위 및 정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