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종묘업자가 생산한 씨앗에 하자가 있는지의 판단 기준
[2] 종묘업자가 그가 생산한 신품종 씨앗의 특성 및 재배상 주의사항에 관한 설명 내지 경고의무를 다하였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종묘업자가 생산한 종자가 현재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재배조건에서 재배될 경우 소비자인 농민이 정상적인 생육과정을 통하여 적정한 수확량을 거둘 수 있는 품질을 갖추고 있는 경우라면, 특수한 품질을 그 품종특성으로 등록하거나 설명하는 등 이를 보증하고 공급하지 아니한 이상 종자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구 종묘관리법(1995. 12. 6. 법률 제5024호 종자산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은 제8조 제5호에서 종묘업자가 종묘의 포장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으로 종묘의 특성과 재배력 및 재배상의 주의사항을 들고 있고, 구 소비자보호법(1995. 12. 29. 법률 제50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2항에서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는 소비자로 하여금 물품의 사용에 있어 표시나 포장 등으로 인하여 선택이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그 물품에 대하여 그 표시가 사실상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지 않는 한 사용방법, 사용 및 보관상의 주의사항 및 경고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의 취지 및 씨앗의 판매봉투에 재배상 '유의사항'과 '재배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 유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던 점, 그리고 종묘상에서 씨앗을 구입하면서 입수할 수 있었던 품종설명서에 그 품종특성, 온도 및 수분관리, 가식·정식, 비배관리 및 병충해 방제 등 재배시 유의사항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히 기재되어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씨앗이 신품종이고 매수인들로서는 씨앗의 특성과 재배방법에 대하여 생산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위 판매봉투 및 품종설명서의 기재로써 위 법에서 요구하는 종자의 특성 및 재배상 주의사항에 관한 설명 내지 경고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138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선봉 외 3인)
피고,피상고인
흥농종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용희)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씨앗의 하자 여부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들이 1995년초 피고가 생산한 만냥고추의 씨앗(이하 '이 사건 씨앗'이라 한다)을 종묘상을 통하여 매수하여 파종하였는데, 토양, 기온, 강수량 등 재배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재배한 다른 품종의 고추씨앗의 경우 평년과 비슷한 수확을 올린 반면 위 만냥고추는 정상적으로 착과되지 못하고 낙과되거나 착과되더라도 상품성이 있는 크기로 성장하지 못함으로써 수확량이 현저하게 줄어 다른 품종의 고추씨앗을 재배하였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는바, 이는 이 사건 씨앗의 하자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종묘업자가 생산한 종자가 현재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재배조건에서 재배될 경우 소비자인 농민이 정상적인 생육과정을 통하여 적정한 수확량을 거둘 수 있는 품질을 갖추고 있는 경우라면 특수한 품질을 그 품종특성으로 등록하거나 설명하는 등 이를 보증하고 공급하지 아니한 이상 종자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고 하고 나서, 그 판시사실에 의하면 만냥고추가 다른 품종에 비하여 바이러스에 대한 내병성이 약하고 가뭄상황에서는 건과품질이 우수한 대과종으로 다수확이 가능하다는 품종특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아니하여 수확량이 감소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내병성은 생육 후기에 회복이 되고 가뭄을 제외한 다른 자연조건에서는 위 품종특성이 제대로 나타나며, 동일한 자연환경조건에서도 재배관리방법에 따라 수확이 다르게 나타나고 특히 일부 농가에서는 타품종 고추에 비하여 우수한 작황을 보이는 한편 전체 재배면적의 10% 미만의 지역에서만 수확량이 적었을 뿐 아니라, 피고가 이를 공급함에 있어 바이러스나 가뭄에 강하다는 점을 품종특성으로 등록하거나 설명하지 아니한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만냥고추가 단순히 바이러스에 취약하고 가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만으로는 이 사건 씨앗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또는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설명 내지 경고의무위반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나아가, 고추씨앗의 육종에 전문적인 경험 및 지식을 가지고 종자를 생산, 판매하는 피고가 이 사건 씨앗을 판매하기에 앞서 1994년 전국 각지에서의 시험재배결과를 통하여 만냥고추는 바이러스에 대한 내병성이 약하고 가뭄하에서는 그 품종특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아니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만냥고추를 재배할 경우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아니하면 수확량이 감소하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필요하고도 충분한 설명을 하여 주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씨앗의 판매봉투에 그 특징과 함께 '본포에는 충분한 퇴비 및 추비와 엽비로 바이러스 피해를 줄이고, 5∼6월 한발시 석회 결핍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수를 실시하고 칼슘질 비료를 엽면 시비하라'는 취지의 재배상 '유의사항'을 기재하고, 피고가 제작하여 전국 각지의 농민에게 배포하는 홍보용 잡지에서도 만냥고추의 특성과 재배방법에 관하여 설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이상, 원고들에게 이 사건 씨앗의 특성 및 이를 재배함에 있어서 유의할 사항을 알리고 그에 대처하는 데에 필요한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씨앗을 생산, 판매함에 있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하여 설명 및 경고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가 이 사건 씨앗을 생산, 판매하기에 앞서 시험재배를 통하여 만냥고추의 위와 같은 취약점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어느 정도의 한발조건에서는 적절히 관수를 하는 등 통상적인 재배방법에 의하여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고 실제로 적절한 시기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였다면 용이하게 수확감소를 방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것만으로 피고가 소비자인 원고들에게 극심한 가뭄이라는 예외적인 자연현상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여 만냥고추를 다른 품종과 동일한 방법으로 재배할 경우에는 심한 가뭄에서는 수확량이 상당한 정도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까지 사전에 설명하거나 경고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구 종묘관리법(종자산업법이 1995. 12. 6. 법률 제5024호로 제정되어 1997. 12. 31.부터 시행됨에 따라 폐지된 것)은 제8조 제5호에서 종묘업자가 종묘의 포장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으로 종묘의 특성과 재배력 및 재배상의 주의사항을 들고 있고, 구 소비자보호법(1995. 12. 29. 법률 제50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2항에서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는 소비자로 하여금 물품의 사용에 있어 표시나 포장 등으로 인하여 선택이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그 물품에 대하여 그 표시가 사실상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지 않는 한 사용방법, 사용 및 보관상의 주의사항 및 경고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의 취지 및 이 사건 판매봉투에 기재된 원심인정의 '유의사항'과 '재배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유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재, 그리고 원고들이 종묘상에서 이 사건 씨앗을 구입하면서 입수할 수 있었던 품종설명서에 만냥고추의 품종특성, 온도 및 수분관리, 가식·정식, 비배관리 및 병충해 방제 등 재배시 유의사항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히 기재되어 있는 점 등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씨앗이 신품종이고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씨앗의 특성과 재배방법에 대하여 피고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위 판매봉투 및 품종설명서의 기재로써 위 법에서 요구하는 종자의 특성 및 재배상 주의사항에 관한 설명 내지 경고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씨앗의 특성 등에 대한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