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어음상 권리 이전의 요건으로서의 배서 연속의 의미
[2] 법인의 어음행위 방식
[3] 은행 지점장이 수취인이 은행인 약속어음의 배서인란에 지점의 명판을 찍고 기명을 생략한 채 자신의 사인(사인)을 날인한 경우, 유효한 배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어음의 배서 연속은 형식상 존재함으로써 족하고 또 형식상 존재함을 요한다 할 것이므로, 그 배서가 배서의 요건을 모두 갖춘 유효한 배서이어야만 그 어음상의 권리는 적법하게 이전되는 것이며, 그 배서가 배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그 어음상의 권리는 적법하게 이전될 수 없다.
[2] 법인의 어음행위는 어음행위의 서면성·문언성에 비추어 법인의 대표자 또는 대리인이 그 법인의 대표자 또는 대리권자임을 어음면상에 표시하고 기명날인하는 대리방식에 의하던가, 법인의 대표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고 직접 법인의 대표자 명의로 서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는 자의 대행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3] 은행 지점장이 수취인이 은행인 약속어음의 배서인란에 지점의 주소와 지점 명칭이 새겨진 명판을 찍고 기명을 생략한 채 자신의 사인(사인)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배서한 경우, 그 배서는 행위자인 대리인의 기명이 누락되어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효의 배서이므로 배서의 연속에 흠결이 있다 할 것이다.
원고,상고인
김기덕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덕주 외 1인)
피고,피상고인
롯데쇼핑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경철)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수길 외 4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다음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고는 1992. 10. 30. 참가인 은행의 지점으로부터 금 300억 원의 대출을 받으면서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각 발행일 1992. 10. 30. 발행지 서울, 지급장소 주식회사 조흥은행 반도지점, 지급기일 1993. 1. 28. 수취인 참가인 은행으로 된 액면금 100억 원권 약속어음 2매(그 중 어음번호 : 자가04966324 어음을 이 사건 제2어음이라 한다)와 액면금 50억 원권 약속어음 2매(그 중 어음번호 : 자가04966325 어음을 이 사건 제1어음이라 한다)를 발행하여, 각기 부산투자금융 주식회사의 어음보증을 받아 지점에 교부하였고, 지점은 각 그 표지에 파란색 스탬프로 횡선을 긋고, 담당자들의 결제인을 날인하여 금고에 보관하였다.
(2) 당시 지점장 소외1은 인천투자금융 주식회사 등에 매도한 양도성예금증서(C.D : Certificate of Deposit, 이하 씨디라고 한다)의 실물을 교부하지 아니하고 보관하고 있음을 이용하여 원고가 알선한 주식회사 대신증권에 이를 이중으로 매도한 후, 그 대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으로 변칙적인 거래를 하여 오다가, 만기에 이른 씨디 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심한 자금압박을 받게 되자,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평소 거래하던 희성철강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빌린 약속어음을 원고에게 할인하는 한편, 1992. 11. 3. 지점의 당좌업무담당 직원 김영표에게 "롯데쇼핑에서 어음을 보여 달라고 하니 이를 가져가서 사본을 만들어 준 후 가지고 오겠다."라고 하며 이 사건 제1, 2어음 등 4매를 달라고 지시하여 그로부터 이를 교부받아 소지하게 되었다.
(3) 소외 1은 1992. 11. 5. 원고에게 이 사건 제1어음을 월 2%의 할인율에 할인하면서, 제1배서란에 배서일을 '1992. 11. 5.'로 기재하고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2가 33의 2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 지점'이라고 새겨진 명판을 찍은 다음, 그의 기명은 생략한 채 사인을 날인하여 교부하고, 원고로부터 같은 날부터 같은 달 13.까지 4회에 걸쳐 합계 금 48억 8천 5백만 원의 할인금을 지급받았다.
(4) 소외 1은 1992. 11. 14. 지점에서 발행한 씨디 10억 원권 10매를 원고의 알선으로 주식회사 대신증권에 매도하였음에도 그 발행을 취소하고 재매입하려는 과정에서, 씨디의 이중매매 사실을 알게 된 원고로부터 1992. 10. 30. 할인한 희성철강 주식회사 발행의 액면금 50억 원권 약속어음과 이 사건 제1어음의 변제방법을 추궁받게 되자, 이 사건 제2어음을 이 사건 제1어음과 같이 기명을 누락한 방법으로 배서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이 사건 제2어음금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원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이 사건 제1어음금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제1, 2어음에 대한 소외 1의 각 배서는 참가인 은행의 대표자인 자연인의 기명이 없는 배서로서 무효이므로 각 그 배서의 연속이 단절되어, 원고는 이 사건 제1, 2어음을 취득하지 못하였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소외 1이 이 사건 제1, 2어음을 임의로 유용한 것인데, ① 원고가 장기간에 걸쳐 씨디 매매의 알선과 어음의 할인 등으로 소외 1의 개인적인 자금거래에 관여한 점, ② 소외 1이 타인으로부터 빌린 희성철강 등의 어음을 개인적인 거래로서 원고에게 할인하였고, 그에 즈음하여 이 사건 제1어음을 할인한 점, ③ 이 사건 제1어음은, 은행이 매출의 대상으로 삼는 상업어음과는 달리 그 표면에 횡선이 그어져 있고 지급보증의 문언이 기재되어 그 유통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점, ④ 은행으로부터 상업어음을 매수하고자 하는 자는 은행 창구에 비치된 매입의뢰서를 작성·제출하여, 정하여진 할인율에 따라 그 대금을 지급하고 이를 배서·양도받아, 만기에 지급제시하여 그 어음금을 추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고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할인율에 이 사건 제1어음을 할인하고, 수차에 걸쳐 그 할인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외 1로부터 참가인 은행 지점의 명판과 그의 사인만이 날인되고 그의 기명이 누락된 상태로 이를 배서·양도받으면서 그 할인금을 참가인 은행이 아닌 소외 1 개인으로부터 변제받기로 한 점, ⑤ 이 사건 제2어음은 소외 1에 의한 금융사고가 우려되는 시점에 원고가 그 정을 알면서 취득하였고, 정상적인 은행거래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방식인 이미 할인하여준 어음에 대한 담보로서 취득한 점, ⑥ 원고는 장기간에 걸쳐 씨디 거래의 알선과 어음할인 등의 금융거래에 종사하여 그 실정이나 관행에 상당히 능통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1약속어음의 취득은 악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취득에, 이 사건 제2약속어음의 취득은 악의에 의한 취득에 각 해당하므로, 원고는 어음법 제77조 제1항 제1호, 제16조 제2항에 의하여 참가인 은행에게 이 사건 제1, 2어음을 각 인도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의무를 지고 있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제1, 2어음에 의한 어음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법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2. 판단
어음의 배서 연속은 형식상 존재함으로써 족하고 또 형식상 존재함을 요한다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95. 6. 9. 선고 94다33156 판결 참조), 그 배서가 배서의 요건을 모두 갖춘 유효한 배서이어야만 그 어음상의 권리는 적법하게 이전되는 것이며, 그 배서가 배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그 어음상의 권리는 적법하게 이전될 수 없는 것이고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43393 판결 참조), 법인의 어음행위는 어음행위의 서면성·문언성에 비추어 법인의 대표자 또는 대리인이 그 법인의 대표자 또는 대리권자임을 어음면상에 표시하고 기명날인하는 대리방식에 의하던가, 법인의 대표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고 직접 법인의 대표자 명의로 서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는 자의 대행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7. 4. 14. 선고 85다카1189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소외 1의 이 사건 제1, 2어음에 대한 배서는 행위자인 대리인의 기명이 누락되어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효의 배서이므로 배서의 연속에 흠결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는 실질적인 권리이전 사실을 주장·입증하지 아니하는 이상, 이 사건 제1, 2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옳고, 거기에 배서의 연속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나머지 상고이유는 이 사건 제1, 2어음의 배서가 연속됨을 전제로 한 원심판결의 부가적 판단에 관한 것인바, 그 배서의 연속에 흠결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