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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고법 1977. 12. 29. 선고 77노1507 제3형사부판결 : 상고
[살인피고사건][고집1977형,361]
판시사항

증거가 불충분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에 파라치온농약을 부어 피해자로 하여금 파라치온급성중독으로 사망케 하여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위에 파라치온농약을 부었고 죽은 아이의 머리위에 묻어있던 것이 파라치온농약이었으며 그 아이가 파라치온농약중독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의 첫째와 그 변호인의 항소이유 요지는 피고인은 죽은 공소외 1의 머리에 농약을 부어 동인을 살해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이 심리를 미진하고 증거없이 피고인이 동인을 살해하였다고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이고,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의 둘째는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의 양정이 너무나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며, 검사의 항소이유 요지는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의 양정이 오히려 너무나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2. 그러므로 먼저 피고인과 그 변호인의 사실오인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죽은 공소외 1의 어머니인 공소외 2가 자기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감정으로 그 여자의 아들인 공소외 1을 살해할 마음을 먹고 그 아이의 머리위에 파라치온농약을 들어부어 그 중독으로 그 아이를 사망케 하였다고 인정하였는바 원심의 위 사실인정의 당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그중 공소외 1이 1967.6.2. 11:00경부터 갑자기 위독하여 치료를 받으러 다니다가 그날 3시경 노상에서 사망한 사실은 원심증인, 공소외 3, 2의 각 증언에 의하여 인정된다.

(가) 이에 첫째, 피고인이 죽은 공소외 1의 머리에 파라치온농약을 부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은 경찰, 검찰과 원심 및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이사건 당일 아침 10시 30분경 죽은 아이가 피고인의 집앞에서 울고 있어서 그의 딸인 공소외 4를 시켜 튀밥을 주고 머리에 냄새가 나는 약물류가 묻어 있기에 샘에서 물로 씻어 준 일밖에 없다고 한결같이 공소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바, 이점 피고인이 죽은 아이의 머리위에 파라치온 농약을 부었다고 인정함에 있어서 원심이 거시한 증인 공소외 1, 5, 2, 6의 경찰과 검찰 및 원심법정에 있어서의 각 진술은 모두가 죽은 공소외 1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의 진술로서 우선 위 증인들의 진술에 따라 죽은 아이가 말했다는 내용들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요지이다.

즉 맨 먼저 죽은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한 그의 누이인 원심증인 공소외 3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동인의 머리에서 독한 냄새가 나기에 누가 그랬느냐고 물으니까 피고인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변소모통이에서 약통을 가지고 와 머리숨통있는데 부었는데 못붓게 해도 붓기에 우니까 튀밥을 주었다고 말했고 샘에서 씻기면서 피고인도 있는 자리에서 다시 물으니까 피고인이 머리에 약을 발랐다고 했고, 이에 피고인이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자 끝내 피고인이 했다고 말했으며, 그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인경이가 울기에 웬일이냐고 하니 피고인이 부었어 하더니 말을 그치고 울었고, 그의 원심법정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우물에서 인경이를 씻겨주면서 뜨물같은 것이 흘러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피고인이 그집 변소에 있는 것을 머리에 부었다고 했으며, 인경이가 병원에서 죽어갈 때도 피고인이 머리에 물을 부었다고 말했다는 것이고 그다음 샘에서 같이 있었던 증인 공소외 5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3이 죽은 아이에게 누가 약을 머리에 발랐느냐고 물으니까 피고인이 그랬다고 말했고, 그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3이 죽은 아이에게 이게 웬일이냐고 물으니 피고인이 병에서 물을 머리에 부었다고 말했고, 그의 원심법정에서의 증언에 의하여 공소외 3이 죽은 아이에게 누가 네머리에 약을 부었느냐고 물으니까 피고인이 그랬다고 말했다는 것이고, 그 뒤 장녀인 공소외 3의 기별을 받고 온 죽은 아이의 어머니인 증인 공소외 2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인경이에게 누가 약을 부었느냐고 물으니 피고인이라고 대답하고 다시 물으니 피고인이 자기 변소앞으로 데리고 가서 머리에다 약을 부었다고 말했으며, 양산 윤약방에서도 인경이 아버지가 누가 약을 부었느냐고 물으니 피고인이 머리에 부었다고 말했고, 그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장녀인 인덕이의 기별을 받고 집에 와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물로 씻으니 괜찮다고 했으며, 그의 원심법정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이 불러들여 변소앞에서 병에 있는 물을 머리에 부었다고 했으며 윤약방에 가서도 누가 약을 머리에 부었느냐고 묻자 피고인이 그랬다고 했다는 것이고,(원심판결은 위 증인이 증언을 증거로 거시하지는 아니하였다) 죽은 아이가 위독할 때 응급조치를 하면서 맨 마지막으로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증인 공소외 6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누가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피고인이 머리에다 물을 부었다고 했고, 그의 검찰과 원심법에서의 제1차 증인신문시의 진술에 의하면 인경이 아버지가 물으니 피고인이 머리에다 물을 부었다고 했으며, 원심법정에서의 제2차 증인신문시의 증언에 의하면, 동인이 물어본 바는 없고 그 아이의 어머니가 다구쳐 물어보니까 피고인이 물을 부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위 각 증인들의 진술과 그 각 진술에 의하여 나타난 죽은 공소외 1이 말했다는 내용을 검토하여 보건대, 먼저 죽은 공소외 1은 당시 다섯 살밖에 안되는 어린아이로서 사물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아직 불확실하고 미숙하여 언어에 의한 표현도 아직 명료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당시의 증세가 악화됨에 따라 점점 말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짐작되지마는, 그 아이가 말했다는 내용중 피고인이 그의 머리에 부었다는 것에 관하여는 머리에 약을 발랐다던가, 물을 부었다던가 약인지 물인지는 말이 없고 그저 부었다던가 또는 누가 그랬느냐는 물음에 그저 피고인이 그랬다고 했다는 등으로 규구하고, 피고인이 부었다는 것의 출처에 관하여서도 변소에 있던 것이라던가, 약 "통"에 있던 것이라던가 또는 병에 있던 것이라던가 각각이어서 묻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한가지 일을 내용이 다르게 여러 가지로 이야기하고 때로는 피고인이 그의 머리에 부었다는 것이 "약"통에 들어 있었고 그것이 변소에 있었던 것이라고 용기의 성상과 출처까지도 알고 소상하게 이야기 했다는 것은 위에서와 같은 상황에 있던 아이가 말했다는 내용으로서는 수긍하기 어렵고, 과연 그 아이가 그와 같은 말을 했다하더라도 무엇을 부었다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피고인이 샘에서 씻어 줄 때 물을 부은 것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 위 증인들의 진술자체를 보더라도 우선 앞서와 같이 들은 사람과 들은 장소에 따라 각각 다르게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인바 그중 샘가에서 죽은 아이로부터 피고인이 그 아이의 머리에 약물을 부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원심증인 공소외 3과 공소외 5의 각 진술은 그때 샘에 같이 있었으나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는 원심증인 공소외 7의 증언과 모순되고 더구나 죽은 그 아이가 양산 윤약방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위독하여 말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었음(맥박이 빠르고 호흡이 곤란하여 입에 거품이 나오고 있었고 그 뒤 약 2시간 후에 사망하였다)은 원심증인 공소외 6의 증언에 의하여도 인정되는 바이므로, 그러한 상태에서 그 아이가 앞서 같은 내용의 말을 하였다는 원심증인 공소외 2, 6의 각 진술도 사리에 맞지 않으며 또한 죽은 아이와 위 각 증인들과의 신분관계(증인 공소외 2는 어머니, 증인 공소외 3은 누이, 증인 공소외 5, 6은 인척이 된다)와 그 아이의 가족과 피고인 사이에 서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위 각 증인들이 어떤 선입감을 가지고 짐작으로 과장된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되지 않는다(피고인은 경찰에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죽이려고만 하지 살리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사기록 제100장)

또한 피고인이 죽은 아이의 말대로 그 아이의 머리에 농약을 부었다는 시간이나 장소가 백주에 동네사람들이 왕래하면서 쉽사리 눈에 띌 수 있는 피고인의 집마당이고(피고인의 집은 동네 샘이 있는 큰 길가에 있는 담은 어깨정도의 높이 이다) 죽은 아이는 그 친구인 공소외 8과 같이 있었을 뿐만아니라 피고인의 딸( 공소외 4)도 그 당시 집안에 있었으며 죽은 아이와는 매일 만나는 이웃간이어서 섣불리 어린아이에게 해악을 가하였다가는 금새 탄로가 날 상황에서, 당시 만삭의 몸으로 해산을 며칠앞둔 피고인이 이렇다 할 뚜렷한 동기도 없이 이 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아니한다(피고인과 죽은 아이의 어머니와 사이에 서로 험담을 터뜨려 싸워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점은 인정되나 그만한 일로서 만삭의 몸으로 어린아이를 살해하였다고 까지는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죽은 공소외 1이 과연 위 증인들이 그로부터 들었다는 내용대로 그와 같은 말을 하였는지 어떤지가 분명치 않아 그 아이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는 위 증인들의 위 각 진술은 신빙성이 없을뿐만 아니라, 죽은 공소외 1이 그런 말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서 신빙성이 없다.

결국 위 증인들의 위 각 진술은 피고인이 죽은 아이의 머리에 농약을 부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되지 못하고 원심증인 공소외 8의 경찰 검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만으로는 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나) 둘째, 죽은 공소외 1의 머리에 묻어 있던 액체가 파라치온농약이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우선 죽은 공소외 1의 머리에 묻어 있었던 액체에 관하여 원심증인 공소외 3은 무슨 약인지 모르나 독한 냄새가 났고 머리를 씻어주니 흰물이 나왔다던가 (경찰에서) 무슨 물이 묻은 것처럼 젖어 있었고 눈에 보리쌀 뜨물같은 뽀얀물이 있었으며, 우물에 있던 동네부인들이 소독약냄새가 난다고 했다던가 (검찰에서) 또는 모비루인줄 알았는데 우물에서 씻어 주니 뜨물같은 것이 흘러서 동네사람들의 말을 듣고 파라치온이라는 것을 알았다(원심법정에서)는 요지로 진술하고, 원심증인 공소외 5은 약냄새가 독하게 났고 뜨물같은 흰색인데 푸른빛이 약간 비치고 흰물이 많이 났으며 논에 주는 소독냄새가 났다던가(경찰 및 검찰에서) 또는 경유를 부었다고 생각했다(원심법정에서)는 요지로 진술하고, 원심증인 공소외 7은 머리와 목이 하야스럼하고 끈끈해 보였으며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나 독한 냄새가 났다고 진술하고(검찰 및 원심법정에서), 원심증인 공소외 2는 벼에 쓰는 농약같은 독한 냄새가 났고 소독약냄새가 코를 찌렀다고 진술하고(경찰과 검찰 및 원심법정에서), 원심증인 공소외 6은 무슨냄새인지 이상한 냄새가 났다던가(경찰에서) 머리에서 악취가 났고 독물에 중독된 것 같았다던가(검찰에서) 또는 약에 중독된 것으로 보였으나 농약정도가 아니었다(원심법정에서)는 요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죽은 아이의 머리에 묻었다는 것이 물, 모비루, 소독약, 파라치온, 경유, 농약등으로 증인에 따라 구구하고 애매모호하여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위 증인들의 피상적인 관찰과 짐작에 의한 위와 같은 막연한 진술만으로는 죽은 아이의 머리에 묻은 것이 틀림없이 파리치온농약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의 남편인 공소외 9가 이사건 나기 전해에 시장에서 100씨씨들이 농약 한병을 사서 쓰다가 이사건 나기전 음력 2월 보름께에 농약이 약 4분의 1 내지 3분의 1가량 남은 위 농약병을 피고인의 집 변소 한 구석에 숨겨 두었던 것이 이사건 나기 얼마전까지 그곳에 그대로 있었는데 이 사건이 나고 2일후에 동인이 변소에 가보니 그 농약병이 그 자리에서 없어졌고 이 사건이 나고 3일후에 그 변소 오줌통에서 농약병 한 개(증 제8호)가 나왔는데 그 것이 100씨씨들이 메칠 파라치온농약병인 사실은 원심 및 당심증인 공소외 9, 원심증인 공소외 10, 11, 12, 당신증인 공소외 13의 각 증언에 의하여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증인 공소외 9는 그가 변소에 숨겨 놓았다는 농약병에 관하여 경찰과 검찰 및 원심법정에서의 제1차 신문시까지는 파라치온병이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원심법정에서의 제2차 신문시 이래 당심법정에서는 마라치온병이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그것이 파라치온농약병이었는지 마라치온농약병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파라치온농약은 당시부터 구입하는 절차가 까다로워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가 없어서 특수한 농가이외에는 잘쓰지 않는 형편이었고 따라서 파라치온농약은 흔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피고인의 집에서도 과수원등 파라치온농약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지는 아니하였다)

한편 변소에서 건져낸 농약병(증 제8호)에 있어서도 그것이 설사 공소외 9가 변소에 두었던 바로 그 농약병이라 하더라고 죽은 아이의 머리에 묻은 액체가 바로 그 병속에서 나왔다고 막바로 단정되는 것은 아니지만(만일 두 농약병이 같은 것이라면 뒤에 보는 바와 같이 변소에 둔 농약병이 남아 있었다는 농약의 분량과 변소에서 건져낸 농약병에 남아 있었다는 농약의 분량에 비추어 전자의 농약은 사용되지 아니한 채로 있었다는 것으로 될 것이다) 어쨌던 증인 공소외 9의 경찰 및 당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그가 변소에 두었던 농약병과 변소에서 건져낸 농약병이 토양은 비슷하나 바로 동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이고, 그밖에 변소에서 농약병을 건져낼 때 관여했던 증인 공소외 11, 10, 12의 각 증언에 의하더라도 위 두 개의 농약병이 결국 같은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건져낸 농약병에 대하여 원심증인 공소외 11, 원심 및 당심증인 공소외 9는 흙이나 찌꺼기가 묻어 있었고 약물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음에 대하여 원심증인 공소외 10은 약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고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어 위 농약병의 건져낼 당시의 상태도 농약이 그 속에 들어 있었는지 어떤지등이 분명하지 않다)나아가 죽은 아이의 머리위에 묻었던 액체가 변소에 두었던 농약병이나 변소에서 건져낸 농약병속에 들어있던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더욱 어렵다.

(다) 셋째, 죽은 공소외 1이 사망하게 된 원인이 파라치온농약중독이라는 점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원심판결은 죽은 아이의 사망원인이 파라치온농약중독에 있다고 인정하고 의사 공소외 14작성의 감정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의 각 기재를 그 자료로 삼고 있다.

이에 먼저 의사 공소외 14작성의 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죽은 아이의 사체를 사망한 다음날(약21시간 경과후) 부검한 결과 사체의 두정부로부터 전두부 우안좌측 안면부에 백색분말이 부착되어 있었고, 안구는 완전혼탁되었으며 구강비강으로부터 다량의 분비물이 나와 있었고 이상한 취기를 동반하고 분비물이 소량씩 계속 유출되고 있었으며, 구비에서는 백색포말이 다량 나와있고 복부는 부패가스로 충만 팽창되어 있었으나 음부항문에는 이상이 없었는 바, 사체의 구강비강에 백색포말이 많이 나와 묻어 있었다는 점으로 보아 파라치온중독사라고 추정되나 확실한 사인은 죽은 아이의 사체에서 채취한 가검물의 화학적 분석결과에 따라 알 수 있다는 요지이다.

그러나 위 감정서기재 소견중 안구혼탁이나 복부부패가스충만은 사후 24시간가량 경과한 사체에는 대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고, 구강비강에 백색포말이 많이 나와 묻어 있다는 점도 질식사, 중독사, 쇽크사 및 그밖에 급성사등에 있어서 심한 폐부종이 동반된 기도분비과다시에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것으로(부패가 진행되어 부패가스로 복압이 상승하여 폐를 압박하면 폐나 기관지에 있는 액체성분이 구강이나 비강으로 유출되는 수도 있다) 파라치온농약중독에 특유한 소견이 아니고 또한 파라치온액은 상온에서 황색액체상태이므로 백색분말은 파라치온이라 할 수가 없고 그밖에 파라치온중독 특유의 소견을 위 감정서의 기재에서 찾아볼 수 없다(파라치온등은 항문괄약근을 이완시키므로 파라치온중독시에는 불수의적인 배변이 일어나서 사체의 항문근처에 대변이 부착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나 이사건 사체의 항문에 아무 이상이 없다).

따라서 위 감정서가 그 스스로 죽은아이의 사망원인을 추정함에 그치고 확실한 원인은 가검등의 화학적 분석에 미룬 바와 같이, 그 기재는 죽은 공소외 1의 사망원인이 파라치온농약중독에 있다고 단정할 자료가 되지 못한다.

그리하여 다음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의 기재를 살펴보면, 앞에서의 의사 공소외 14가 죽은 아이의 사체에서 채취한 약 1그램씩의 간편(증 제3호)와 피부(증 제4호) 및 분비물(증 제7호)과 약 2그램씩의 혈액(증 제6호)과 두발(증 제3호) 약 5그램의 신장(증 제5호) 및 약 10그램의 의류(증 제1호) 중에서 두발, 의류, 간편 및 신장과 피고인집 변소에서 나온 농약병에 들어 있었다는 약물 20그램(증 제8호)을 니트로테네이트법과 인도훼놀법에 의하여 유기정성분석을 해본 결과 위 각 시험물에서 유기인제가 검출되었다는 것으로 위 유기인제는 파라치온류의 농사용 살충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니트로 페네이트(P-Nitro phenol)법과 인도훼놀(Indo-phenol)법은 중독이 의심되는 인체로부터 약 50그램 내지 100그램의 비교적 많은 양의 가검물을 필요로 하는 시험방법인데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위 시험분석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소량의 가검물을 사용하였을 뿐만아니라 중독사의 근원이 되는 혈액(증제6호로 채취되어 있었다. 독물이 신체에 들어간 뒤에는 혈액을 통하여 모든 장기에 운반되어 중독사를 일으킨다)을 비롯하여 나머지 가검물에 대한 시험을 생략한 점등 그 시험과정과 방법이 정확을 기하였다고 하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위 감정에 있어서 피고인의 집 변소에서 나온 농약병속에 들어 있었다는 농약 20그램이 감정자료로서 제공되었다는 것도 또한 석연치 않다.

그것은 그 농약병에 농약이 남아 있었느냐의 여부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분명하지 않는 것이지만 또한 피고인의 남편인 공소외 9가 약 100씨씨의 농약병에 약 3분의 1 내지 4분의 1 가량의 농약이 남은채 변소에 숨겨두었던 것이 파라차온농약이었다면 약 26그램 내지 35그램이 그 안에 남아 있었던 셈인데(100씨씨의 파라치온은 약 106그램이 된다) 피고인이 병에 남은 농약을 죽은 아이의 머리위에 얼굴에 흘러 내리도록 부었다는 것이니 남은 농약을 거의 다 부었어야 할 것이고 그후 약병을 변소에 던진 것을 건져내서 보니 피고인이 위와 같이 사용하고도 아직도 20그램가량의 농약이 그 병속에 남아 있어서 이것을 감정시료로 사용하였다는 것이 되니 앞뒤가 너무나도 들어맞지 않는다.

또한 위 가검물의 감정에 있어서 독물이 존재하는가의 증명 즉 정성분석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그것이 어느정도의 양이 존재하였는가 즉 정량분석이 역시 필요하다고 할 것인 바 위 감정은 여기까지는 비치지 못하고 있고 더구나 정성분석에 의하여 유기인제가 검출되었다 하더라도 유기인제는 모든 유기인제류 제제뿐만 아니라 합성세제에서도 검출될 수가 있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의뢰회보의 기재도 역시 죽은 아이의 사망원인이 파라치온중독에 있다고 단정할 자료로서는 미흡하고, 더구나 증인 공소외 6의 죽은 아이가 농약중독같았다는 취지의 증언은 한낱 매약상으로서 짐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죽은 아이의 사인을 그와 같은 것으로 인정할 자료가 되지 못한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은 죽은 정인경의 머리에 파라치온농약을 부었고, 죽은 아이의 머리위에 묻어 있던 것이 파라치온농약이었으며 그 아이가 파라치온농약중독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원심증인 공소외 1, 5, 6, 2의 위 각 진술은 그 증거로 할 수 없고 그 밖에 검사가 내세운 증거는 충분하지 못하다.

원래 이 사건은 10여년전 피고인이 분만을 며칠 앞둔 만삭의 몸으로 있을 때 일어났던 일로서(피고인은 이사건 혐의로 구속된후 7일만에 분만으로 구속집행정지되고 그후 불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던중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하여 생계를 위하여 이곳저곳으로 전전하므로서 소재가 분명치 않아 재판이 중단되었다가 10여년만에 다시 구속되어 재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위 증인들의 증언도 무려 10여년전에 죽고 없으며 당시 5살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위독한 상태에 있었던 어린아이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이나 그 당시 보았다는 일을 뒤늦게 진술하는 것이고 더우기 죽은 아이와 당시 같이 있었던 증인 공소외 8이나, 죽은 아이를 맨먼저 발견한 증인 공소외 3은 당시 어린나이에 겪었던 일을 진술하는 것으로서 (증인 공소외 8은 당시 7세이고 증인 공소외 3은 당시 15세였다) 이사건 증인들의 그 당시에 있어서의 인식이나 그 뒤에 있어서의 기억들이 불확실하였거나 흐려져 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고, 또한 그 아이가 죽기전까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사의 치료소견이 하나도 없어서(죽은 아이를 맨먼저 그리고 단한번 응급치료한 공소외 6은 한낱 매약상에 지나지 않아 그의 진술에 의하여도 그 아이의 사인을 알 수 없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죽은 아이의 가족들은 학산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오던중 사망하였다고 하나 그당시 그 병원의 의사였던 당심증인 공소외 15의 증언에 의하면 그 아이를 그 병원에서 치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이사건 수사의 과정도 거기까지 미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그 아이가 사망하게 된 경위와 원인이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분명히 밝혀지지 않는다.

결국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충분하지 못함에도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서 원심판결에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 점에서 이유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당원이 다시 판결한다.

3. 이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한마을에서 사는 공소외 2와 서로 사이가 나빠 반목하던중, 그 아들을 죽일 것을 마음먹고 1967.6.2. 11:00경 충북 영동군 학산면 봉곡리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공소외 2의 아들인 공소외 1(당시 5세)의 머리에 파라치온 농약을 부어 그날 3시경 학산면에 있는 학산의원에서 응급가료를 받고 오던중 양산면 원당리 노상에서 파라치온급성중독으로 사망케하여 동인을 살해하였다는 것인 바, 앞서 원심판결파기 이유에서 본 바와 같이 검사가 내세운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못하고 그밖에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국 피고인에 대한 이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것이 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의 선고를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석락(재판장) 이익우 정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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