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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4. 7. 선고 2015두49320 판결
[관세등부과처분취소][공2017상,1015]
판시사항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의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방법 및 이때 수입자가 국내 구매자에 대한 독립적인 판매자인지 수출자의 판매대리인인지 판단하는 방법 / 수입자가 수출자의 국내 자회사로서 물품 수입 및 공급거래의 과정에서 모회사의 지시에 따르거나 수입물품에 관한 경제적 위험을 모회사와 분담하는 등 일반적인 제3자 사이의 거래와 다른 특수한 점이 있으나 그것이 거래통념상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에서 보통 이루어지는 거래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경우, 관련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자회사를 판매대리인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의 과세가격은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수수료, 운임 등을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 관세법 제30조 제1항 ). 그러므로 그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물품의 수입자가 해외 수출자에게 지급한 수입가격을 기초로 결정하여야 한다. 다만 수입자가 해외 수출자의 국내 판매대리인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는 국내 구매자가 해외 수출자로부터 직접 수입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실질에 따라 국내 구매자가 수입자에게 지급한 가격이 과세가격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때 수입자가 국내 구매자에 대한 독립적인 판매자의 지위에 있는지 아니면 수출자의 판매대리인으로서 단순 보조자에 불과한지는 물품 수입계약 및 국내 구매자에 대한 판매계약의 각 계약당사자, 수입가격 및 국내 판매가격의 결정 방식, 국내 구매자에 대한 물품공급 과정, 수입물품에 관한 위험부담의 법적 귀속주체, 관세회피 목적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관념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특정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법적 형식을 취할 것인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도 그것이 가장행위라거나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수입자가 수출자의 국내 자회사로서 물품 수입 및 공급거래의 과정에서 모회사의 지시에 따르거나 수입물품에 관한 경제적 위험을 모회사와 분담하는 등 일반적인 제3자 사이의 거래와 다른 특수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거래통념상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에서 보통 이루어지는 거래방식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관련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자회사를 수입물품의 구매자가 아닌 판매대리인에 불과하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원고, 상고인

에이엠엘코리아리미티드 유한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임승순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부산세관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인 담당변호사 이학수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의 과세가격은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수수료, 운임 등을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 관세법 제30조 제1항 ). 그러므로 그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물품의 수입자가 해외 수출자에게 지급한 수입가격을 기초로 결정하여야 한다. 다만 수입자가 해외 수출자의 국내 판매대리인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는 국내 구매자가 해외 수출자로부터 직접 수입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실질에 따라 국내 구매자가 수입자에게 지급한 가격이 과세가격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때 수입자가 국내 구매자에 대한 독립적인 판매자의 지위에 있는지 아니면 수출자의 판매대리인으로서 단순 보조자에 불과한지는 물품 수입계약 및 국내 구매자에 대한 판매계약의 각 계약당사자, 수입가격 및 국내 판매가격의 결정 방식, 국내 구매자에 대한 물품공급 과정, 수입물품에 관한 위험부담의 법적 귀속주체, 관세회피 목적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관념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특정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법적 형식을 취할 것인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도 그것이 가장행위라거나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누3027 판결 ,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26629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수입자가 수출자의 국내 자회사로서 물품 수입 및 공급거래의 과정에서 모회사의 지시에 따르거나 수입물품에 관한 경제적 위험을 모회사와 분담하는 등 일반적인 제3자 사이의 거래와 다른 특수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거래통념상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에서 보통 이루어지는 거래방식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관련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그 자회사를 수입물품의 구매자가 아닌 판매대리인에 불과하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05. 3. 29. 홍콩 소재 아시아 미네랄 리미티드(ASIA MINERAL LIMITED, 이하 ‘AML 홍콩’이라고 한다)가 설립하여 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내국법인이다. AML 홍콩은 철강 원부자재인 합금철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회사로, 세계 각국에 원고를 포함한 10개 지사를 두고 있다.

2) 원고의 주요 수입물품은 전기로에 의한 제강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발산제 또는 합금성분 첨가제인 페로 망간 또는 페로실리코 망간(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고 한다)인데, 2009년 이후 현재까지 AML 홍콩을 통해서만 이를 전량 수입하였다.

3) 국내 제강사들(이하 ‘국내 구매자들’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물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원고를 비롯한 국내외 공급자들에게 경쟁입찰방식으로 초청공문을 발송하였고, 원고는 입찰에 참가하여 최저 입찰가로 낙찰을 받게 되면 AML 홍콩으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 구매자들에게 공급하여 왔다.

4) 원고는 이러한 방식으로 AML 홍콩으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263회에 걸쳐 수입하면서 AML 홍콩과 체결한 매매계약에 정한 수입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하여 관세 등을 신고·납부하였다.

5) 피고는 2013. 6. 22. 원고가 이 사건 물품의 실제 구매자가 아니라 특수관계자인 AML 홍콩의 판매대리인에 불과하고 이 사건 물품 수출입거래의 실질적인 당사자는 AML 홍콩과 국내 구매자들이라고 보아, 국내 구매자들이 이 사건 물품의 구매를 위하여 원고에게 지급한 가격을 실제 구매가격으로 하고 여기에서 국내 운송비 등을 차감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을 기초로 관세 등을 원고에게 경정·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AML 홍콩으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구매한 수출입거래의 당사자는 원고로 봄이 타당하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모회사인 AML 홍콩의 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1) 원고는 국내 구매자들의 입찰공고에 응하여 입찰에 참가한 후 최저 입찰가로 낙찰받아 원고 명의로 국내 구매자들과 이 사건 물품 판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내 구매자들에게 직접 이 사건 물품을 공급할 의무를 부담하였고, 이를 토대로 AML 홍콩과 이 사건 물품의 수입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실제 이행과정에서도 원고는 국내 구매자들에 대한 이 사건 물품의 공급자로서 계약상 책임을 이행하였다.

2) 또한 원고와 국내 구매자들 사이의 이 사건 물품 판매계약은 매도인이 물품을 수입·통관하고 지정된 목적지까지 운송하여야 하는 관세지급반입 인도조건(Delivered Duty Paid 조건, 이하 ‘DDP 조건’이라고 한다)으로 체결되었고, 원고와 AML 홍콩 사이의 이 사건 물품 수입계약은 매도인이 수입항까지의 해상운임과 보험료를 부담하는 운임보험료 포함조건(CIF 조건)으로 체결되었다. 이로써 이 사건 물품이 수입항에 도착한 이후 국내 구매자들이 지정한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는 원고가 이 사건 물품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고 그 멸실의 위험 및 납품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원고가 부담하며, 국내 구매자들에 대한 물품대금채권도 원고가 보유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국내 구매자들로서도 CIF가격이 아니라 수입통관절차까지 마쳐서 납품할 것을 전제로 하는 DDP 조건으로 구매가격을 정하여 거래한 것은 해외 수출자인 AML 홍콩이 아니라 원고를 거래상대방으로 하여 거래할 의사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한편 원고가 국내 구매자들과 이 사건 물품 판매계약을 체결하면서 AML 홍콩으로부터 가격협상에 관한 구체적인 전략 등을 지시받았고, 이 사건 물품의 수입가격을 결정할 때에도 독자적인 가격협상을 거친 것은 아니며, 재고관리의 위험뿐만 아니라 AML 홍콩과의 수입계약 조항을 통하여 이 사건 물품의 납품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과 대금결제에 관한 위험도 사실상 부담하지 아니하였던 사정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는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에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협력관계에 따른 것이거나 이 사건 물품거래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고, 이러한 점이 반영되어 원고는 이 사건 물품의 수입거래 과정에서 불과 수입가격의 1% 내지 2% 정도의 판매이윤을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를 이 사건 물품의 판매자인 AML 홍콩의 판매대리인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그리고 원고가 얻은 위와 같은 판매이윤이 통상적인 경우와 비교하여 과다하다거나 또는 원고와 AML 홍콩이 관세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정상적인 판매이윤을 개재시킨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국내 구매자들의 수입통관상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하여 이 사건 물품을 AML 홍콩으로부터 수입하여 국내 구매자들에게 전달하여 주는 판매대리인 지위에 있다고 보아, 국내 구매자들이 이 사건 물품의 구매를 위하여 원고에게 지급한 가격을 실제 구매가격으로 보고 이를 기초로 조정한 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관세법상 과세가격 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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