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다255266 청구이의
원고상고인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율
담당변호사 장병우, 박은주
피고피상고인
경기도
소송대리인 변호사 복선희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8. 7. 5. 선고 2018나200083 판결
판결선고
2019. 3. 1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후인 2017. 4. 17. 피고 소속의 의정부교육지원청 D를 방문하여 이 사건 채권의 원리금 중 일부인 1,500만 원에 대하여 변제제공을 하면서 나머지 이자채무에 대한 면제를 요청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로써 원고는 단순히 이 사건 채권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이 사건 채권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이에 응하여 피고에게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효과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후에 피고가 원고가 제공한 금액을 수령하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채무의 변제에 나아가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효과의사가 부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시효완성 후 이 사건 채권에 따른 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 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다56187, 5619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가 원고 외 19명을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 2006가합3285호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결과 원고에 대하여는 8,954,75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2007. 1. 31. 선고되었다. 위 판결이 2007. 3. 10. 확정됨에 따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권은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17. 3. 10.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2) 그런데 피고가 제기한 위 구상금 청구의 소의 공동피고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E에게는 판결문이 2007, 3. 22. 송달되어, 피고와 E 사이의 판결은 2007. 4. 6. 확정되었다.
(3) 피고는 2014. 12. 16. 의정부지방법원으로부터 위 구상금 청구사건에 관한 확정증명원을 발급받았는데, 위 확정증명원에는 '위 사건에 관하여 판결정본이 당사자들에게 2007. 3, 22. 송달되고, 2007. 4. 6.자로 확정되었음을 증명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4) 그런 사정 탓인지 피고의 담당 공무원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권이 2017. 4. 6. 시효완성으로 소멸되므로 아직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착각한 나머지, 2017. 3. 29. 원고에게 위 구상금 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독촉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2017, 331, 원고를 상대로 하여 의정부지방법원 2017 카명 969호로 재산명시신청을 하였다.
(5) 피고의 재산명시신청에 따라 의정부지방법원은 2017. 4. 7. 재산명시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문이 2017. 4. 12.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6) 원고는 2017. 4. 13. 및 4. 14. 경기도의정부교육청을 방문하여 채권총괄부서 F주무관 등을 만나 피고에 대한 채무 중 1,300만 원을 변제하겠으니 나머지는 면제하여 달라고 제안하였으나, F 주무관 등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법령에 근거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감면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7) 원고는 2017. 4. 17. 경기도의정부교육청을 다시 방문하여 D과 F 주무관 등에게 1,500만 원을 변제하겠으니 재산명시신청을 취하하여 달라고 하였으나, D 등은 '교육 지원청이 공공기관이어서 채무액을 면제해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적 절차가 진행중이니 그 방향에서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원고의 제안을 다시 거절하였다.
(8) 피고가 원고의 제안을 거절한 지 불과 2달 정도 경과한 무렵 원고는 피고의 자신에 대한 채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9) 원고는 제1심 법원의 자신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 과정에서 '교육청으로부터 2,800만 원을 갚으라는 편지를 2017. 3. 29.경 받고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사무장에게 그와 관련한 문의를 하였는데, 그에게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평가하여 보면, 원고가 2017. 4. 17. 피고의 담당 공무원들에게 1,500만 원의 변제를 조건으로 나머지 채무의 면제를 제안한 사실 등을 두고, 원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채무자가 자신이 부담하는 채무 중 상당한 부분을 변제하되 이를 통하여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고자 채권자에게 이를 제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드물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세 차례에 걸쳐 피고의 담당 공무원들에게 한 위와 같은 제안이 피고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분쟁해결안의 제시로 볼 여지는 있겠지만, 더 나아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부족하다.
(2) 한편 법률업무의 처리에 비교적 익숙한 피고의 담당 공무원조차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권이 2017. 4. 6. 비로소 시효완성으로 소멸된다고 알고 있었고 앞서 본 것처럼 그렇게 착각할 만한 사정도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법률조언을 해 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또한 피고의 담당 공무원과 동일한 착각에 빠져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3) 원고의 제안이 의정부지방법원의 재산명시결정 송달 직후였던 점까지 주목하면, 원고로서는 재산명시결정에 따른 법률관계를 비롯하여 피고와 사이의 분쟁 일체를 간이하게 종결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나름의 협상안을 제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정황으로,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
(4)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의 담당 공무원이 원고의 제안을 거절한 후 2 달이 경과한 무렵 원고가 피고의 채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것이 원고가 종전에 취하였던 입장이나 태도 등과 배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채권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이에 응하여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효과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안철상
박상옥
대법관노정희
주심대법관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