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다206949 정정보도 등
원고,피상고인
사단법인 A
피고,상고인
1. 주식회사 B
2. C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12. 18. 선고 2015나2008030 판결
판결선고
2019. 12. 12 .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가. 원심은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 1 ) 원고는 1984. 12. 19. ' D ' 로 창립되었다가 1998. 1. 6. ' 사단법인 D ' 로 설립된 단체로서, 그 활동성과를 건전한 언론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사업 전개, 올바른 언론의 위상 확립을 위한 언론감시활동 강화, 시민언론운동의 다양한 발전을 위한 조직활동력 강화 , 수용자운동 조직화를 통한 시민의 참여의식 함양 등으로 밝히고 있다 . 2 ) 피고 주식회사 B ( 이하 ' 피고 B ' 라 한다 ) 는 종합편성채널인 ' B ' 를 운영하는 방송사업자로서 2013. 5, 6. ' E ' 이라는 문구를 화면에 나타내면서 F의 사회로 G와 피고 C이 발언하는 형식으로 이 사건 방송을 하였다 .
3 ) 이 사건 방송이 시작될 무렵 G는 ' 종북은 말 그대로 북 ( 北 ) 의 H 권력에 추종하는 그들의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대변하는 자들이라는 의미로 요즘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 고 발언하였다 .
4 ) 이 사건 방송 도중 F이 I이라는 제목의 게시판에서 종이 1장을 떼 내어 ' A ' ( 원고 ) 명칭을 보여주면서 원고를 종북단체로 보는 이유에 관하여 G와 피고 C에게 질문을 하였다. G가 발언을 한 다음, 피고 C은 ' 이 단체가 주로 언론계에서 무슨 짓을 하였느냐 하면, 예를 들이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서 우리도 김일성 정신으로 투쟁하자는식의 글을 쓴 J대 교수 K를 비판하는 언론을 비판을 하거나, 북한의 간첩으로 공식적으로 판결 받은 L을 비판하는 사람과 언론을 비판을 하였고, 또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언론을 공격을 하였으며, 주한미군 철수를 선동을 하였다. 주한미군 철수 , 한미동맹 파괴, 국가보안법 철폐, 그 다음에 우리나라의 안보를 해치는 일련의 선전선동을 줄기차게 해왔다. 그런 점에서 아마 A은 종북세력의 선전 · 선동 수단이 아니었는가 하고 국민으로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
나. 그런 다음 원심은, 이 사건 방송에서 F과 피고 C이 원고는 북한정권의 외교방침을 추종하거나 그들의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대변한다는 의미의 종북세력이라고 한 것은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 또는 사실적 주장에 해당하고, 피고 C에 의하여 그 근거로 제시된 K, L,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괴, 국가안보 등과 관련된 사실은 모두 원고의 주장 취지나 의미를 제대로 나타내지 않는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사실에 불과할 뿐이므로, 결국 위와 같은 발언은 허위사실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
가. 표현행위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려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명예는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을 뜻한다. 누군가를 단순히 ' 종북 ' 이나 ' 주사파 ' 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지칭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러한 표현행위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되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된다 .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 극우 ' 는 ' 극좌 ' 든, ' 보수우익 ' 이든 ' 종북 ' 이나 ' 주사파 ' 는 그 표현만을 들어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할 수 없고 , 그 표현을 한 맥락을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의 지위를 고려하는 것은 이른바 공인 이론에 반영되어 있다.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 발언자의 지위나 평소 태도도 그 발언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 · 유지시켜 나가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개인의 사적 법익도 보호되어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보장과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에는 구체적인 경우에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
나. 기록 등에 의하여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
1 ) 비록 이 사건 방송이 시작될 무렵 G가 ' 종북 ' 의 의미에 관하여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는 발언을 하기는 하였으나, ' 종북 ' 이라는 표현은 '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 · 반사회 세력 ' 이라는 의미부터 '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 '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 ' 이라는 의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 종북 ' 이라는 말은 대한민국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이나 북한과의 관계 변화, 북한의 대한민국에 대한 입장 또는 태도 변화, 서로간의 긴장 정도 등 시대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용어 자체가 갖는 개념과 포함하는 범위도 변한다. 또한 평균적 일반인뿐만 아니라 그 표현의 대상이 된 사람이 ' 종북 ' 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 또는 감수성도 가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 종북 ' 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가 어렵다 .
2 ) 원고는 언론감시활동 강화 및 시민언론운동의 다양한 발전 등을 위하여 활동하여 온 사회적으로 알려진 언론시민단체이다. 언론과 관련한 일반 국민의 관심 사안에 관하여 오랜 기간 꾸준히 입장을 밝힘으로써 공적 토론을 제기하거나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자신의 입장이나 태도, 행보 등에 대하여 언론이나 타인으로부터 공적인 반응이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단체이다. 따라서 원고의 활동, 원고가 표명한 입장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 기초한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3 ) 위와 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고 피고 C 등이 행한 발언의 맥락과 그 취지 등을 살펴보면, 피고 C 등의 발언은 자신들이 의미 있다고 주목하였던 나름의 몇 가지 사정에 근거하여 원고가 그동안 취해 온 행보나 정치적 입장 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기 보다는 의견의 표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G와 피고 C이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보아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피고 B에게 정정보도 등을 명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명예훼손과 사실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노정희
주 심 대법관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