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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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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2005. 5. 13. 선고 2004노1283 판결
[횡령] 상고[각공2005.7.10.(23),1198]
판시사항

피고인이 피해자와 상호 투자를 하여 물건을 매각한 후 그 이익금을 분배하기로 약정하고도 피해자에게 분배할 이익금을 피해자에 대한 자신의 채권과 상계처리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피해자와 상호 투자를 하여 물건을 매각한 후 그 이익금을 분배하기로 약정하고도 피해자에게 분배할 이익금을 피해자에 대한 자신의 채권과 상계처리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강인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고물수집업을 하는 자인바, 2003. 2. 10.경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 있는 정관다방에서 피해자 이재호와 같은 면 모전리 35 지상건물 2동, 같은 면 용수리 1021-14, 1021-15의 지상건물 2동에 대하여 이를 매각시 피고인의 투자금 1,500만 원 및 조경용의 소개비 500만 원은 피고인이 가지고, 위 각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매각대금은 피고인 및 피해자가 공동분배하기로 약정하고, 같은 해 5. 20.경 위 모전리 35 지상건물 1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상건물 3동을 조경용에게 매도하고 동인으로부터 같은 해 5. 하순 일자불상경 매각대금조로 2,100만 원을 수령하고, 같은 해 10. 8.경 위 모전리 35 지상건물 1동을 위 조경용에게 매도하고 동인으로부터 매각대금조로 그 자리에서 200만 원을, 같은 해 10. 9.경 200만 원을 수령하는 등 합계 2,500만 원을 수령한 후 피고인의 투자금 1,500만 원과 위 조경용의 소개비 50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500만 원 중 피고인의 지분을 제외한 250만 원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 중 그 시경 양산시 북정동 552의 2에 있는 피고인의 집 등지에서 이를 생활비 등으로 임의소비하여 횡령한 것이다.

2.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위 건물의 매각대금에서 피고인의 투자금과 조경용의 소개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피해자와 반분하기로 한 것은 맞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위 투자금 외에 별도의 소개비 명목의 채권이 있었기 때문에 공소사실 기재 매각대금에서 피해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250만 원은 피고인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채권에 충당하기 위하여 지불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횡령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에게 횡령죄의 죄책을 인정한 잘못이 있다.

3. 판 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사실은 그대로 인정되고, 설사 피고인이 피고인 주장과 같이 피해자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 횡령금은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금원을 마음대로 위탁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함은 상계정산하기로 하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당초 위탁한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먼저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피고인 주장과 같은 소개비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반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애초에 위 내용으로 2000만 원의 소개비 채무를 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후 계약 내용을 변경하면서 2000만 원의 소개비 채무는 없는 것으로 하기로 되었다고 주장하므로, 피고인 주장의 소개비 채권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과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피해자 이재호의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과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 참고인 조경용의 원심에서의 진술과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의 이익분배 약정 외에 본건 건물 4동을 포함한 26동의 건물을 피해자가 매수하도록 소개해 준 대가로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자신이 1,500만 원, 조경용이 500만 원 합계 2,000만 원을 받기로 한 사실, 그 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약정을 하고 피고인이 위 소개비와 별도로 1,500만 원을 투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이미 이 사건 공소사실의 투자금으로 반환받기로 한 1,500만 원 외에 피해자에 대하여 위 소개비 1,500만 원의 채권이 있었다.

(2) 그러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별도의 다른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하는 금원을 소지함을 기화로 그 금원을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할 목적으로 반환하지 아니하고 소비한 것이 횡령죄를 구성하는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비록 원심과 같은 취지로서 다른 목적으로 금원을 위탁받은 자가 임의로 자기의 채권과 상계처리한 것이 횡령죄에 해당되며 위탁자에 대한 채권의 존재는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있기는 하나( 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도1199 판결 , 1989. 1. 31. 선고 88도1992 판결 등), 위의 사례들은 행위자가 위탁자로부터 다른 특정 용도(주로 당사자들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지급 목적)를 지정 받으면서 금원 등을 보관하게 된 후 이를 임의로 자신이 위탁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과 상계처리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인바, 본건의 경우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무슨 용도를 정하여 금원을 건네 받아 보관하게 된 경우가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약정에 따라 피고인의 투자금도 일정 부분 포함되어 있는 물건을 판 후 그 판매대금 중 피해자의 몫에 해당하는 금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여 주지 않고 이를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과 상계처리한 것에 불과하여 반드시 위 사례들의 경우와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는 도중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일종의 동업 약정처럼 상호 투자를 하여 물건을 매각한 다음 그 이익금을 반분하기로 약정하고 피고인이 이를 매각한 다음 피해자에게 반환하여 줄 이익금을 자신이 피해자에 대한 채권을 충당할 목적으로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소유인 금원을 보관하게 되었음을 기화로 이를 자신이 영득하겠다는 의사에서 위 금원을 소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피해자에게 받을 돈이 있으므로 그것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위 금원을 정산하지 않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사회통념상 이런 경우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설사 위 소개비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본건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위 건물 매매알선 및 매각의 경위에 관하여 치열하게 다투어 지고 있는 상황 및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 등으로 미루어 보아 민사판결로서 위 채권의 존부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인으로서는 위 채권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이 믿고 공소사실 기재 금원을 위 채권에 충당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달리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를 유죄로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 할 것이고,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1.항의 기재와 같은바, 이는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고규정(재판장) 백진규 양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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