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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남부지원 1996. 8. 23. 선고 96가합2171 판결 : 항소
[손해배상(기) ][하집1996-2, 313]
판시사항

[1] 광고물 사진 원판이 사진 저작물인지 여부(적극)

[2] 광고물 사진 제작 의뢰자가 그 제작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을 한 경우, 그 광고물의 저작권자(제작의뢰자)

[3] 광고물 사진 저작권자인 광고물 제작자가 다른 약정 없이 그 사진 원판을 제작 의뢰자에게 양도한 경우, 그 광고물의 저작권 전부를 양도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무릇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어야 하나 그 창작의 수준이 고도의 것이기를 요하지는 아니하는바, 광고물 사진 원판이 제품의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제품과 배경 장식물 등을 독창적으로 조화롭게 배치하여 놓고 사진촬영을 한 것이라면, 그 창작성이 있다고 볼 것이어서 그 사진 원판도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인 사진 저작물에 해당한다.

[2] 광고물 사진 제작에 있어서 광고물 제작자가 타인의 의뢰를 받아 광고물을 제작한 경우, 그 광고물 제작 의뢰자가 그 제작 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감독하면서 그 제작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였다면, 그 광고물의 저작권은 원시적으로 광고물 제작 의뢰자에게 귀속된다.

[3] 광고물 사진 저작권자인 광고물 제작자가 별다른 약정 없이 광고물 제작 의뢰자에게 광고물인 사진 원판을 양도하였다면, 이는 그 광고물의 저작권 전부를 광고물 제작 의뢰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

구성조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수영)

피고

주식회사 남부햄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영일)

피고 보조참가인

이홍기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응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74,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갑 제19호증의 1 내지 49, 갑 제24호증의 12의 각 기재 및 영상과 증인 서덕찬, 같은 조중설의 각 증언(단 증인 서덕찬의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은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1976. 9.경부터 광고사진업에 종사하여 오면서 현재 사단법인 한국광고사진가협회 이사이고, 피고 회사는 축·농산물 사육·재배 및 판매업, 육가공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나. "에드케치"라는 상호로 광고대행업을 운영하는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11.경 피고 회사로부터 피고 회사가 제조·판매하는 햄(ham) 제품을 촬영한 광고 사진 원판과 이를 이용한 햄 제품의 광고 카탈로그(catalogue) 제작을 도급받고, 같은 달 25. 원고와의 사이에, 위 햄 제품의 광고 카탈로그 제작을 위한 제품 사진 28컷(cut)을 촬영하여 그 사진 원판을 제작해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원고는 같은 날 위 계약에 따라 피고 회사의 햄 제품과 배경 장식물 등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놓고 사진 촬영을 한 후 그 무렵 위 사진 28컷의 원판(이하 이 사건 사진 원판이라 한다)을 제작하여 별다른 약정 없이 이를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납품하였고, 피고 보조참가인은 그 후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위 사진 원판을 이용, 피고 회사의 햄 제품 광고 카탈로그를 제작하여 이를 위 사진 원판과 함께 피고 회사에 납품하였다.

다. 피고 회사는 1992년 말경부터 1994년경 사이에 자사의 햄 제품 광고를 위하여, 신세계, 롯데, 그랜드, 뉴코아, 진로백화점 등 서울시내 백화점의 새해, 추석, 크리스마스, 연말 선물특선집 카탈로그의 햄·소시지 상품란에, 위 사진 원판을 이용한 자사의 햄 제품 사진을 수회 게재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원고가 피고 보조참가인의 의뢰를 받아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제작함에 있어, 피고 보조참가인을 통하여 들은 피고 회사의 견해를 참작하고 원고의 작업실에 있는 사진 촬영기기들을 사용하여, 전문사진가로서의 다년간의 독창적 경험을 바탕으로 피사체의 위치 재선정, 촬영기기의 전문적인 조작, 제품과 배경 장식물의 조화로운 배치를 각 마치고 촬영에 임하는 등 원고의 주도로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제작하였으므로, 위 사진 원판은 원고의 창작적 소산물로서 원고에게 그 저작권이 귀속된다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는 위 사진 원판을, 그 제작의뢰 당시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에 약정된 용도인 피고 회사 자체 광고 카탈로그 제작을 위하여만 사용할 수 있을 뿐 함부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여 1992년 말경부터 1994년경 사이에 피고 회사의 햄 제품 광고를 위하여, 서울시내 백화점의 새해, 추석, 크리스마스, 연말 선물특선집 카탈로그의 햄·소시지 상품란에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이용한 피고 회사의 햄 제품 사진을 수회 게재함으로써 위 사진 원판에 관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피고 회사가 제조·판매하는 햄 제품을 촬영한 광고 사진 원판과 햄 제품의 광고 카탈로그 제작을 도급주고 피고 보조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사진 원판을 납품받아 그 소유자로서 이를 사용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피고 보조참가인은, 저작물이 되기 위하여는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 사진 원판은 위의 문학, 학술 또는 예술 그 어느 분야에도 속하지 아니하므로 저작물이라 할 수 없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사진의 촬영 대상에 관한 시안을 제시하고 그 시안에 따라 피고 회사의 햄 제품과 그 배경 장식물을 배치하였으며, 원고는 위와 같이 피고 보조참가인이 배치한 촬영 대상을 그대로 촬영하여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제작하였을 뿐이므로, 위 사진 원판에 관한 저작권이 원시적으로 원고에게 귀속되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가사 이 사건 사진 원판에 관한 저작권이 원고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원고가 위 사진 원판을 피고 보조참가인을 통하여 피고 회사에 양도하였으므로 그 저작권은 피고 회사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각 원고의 위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하여 다툰다.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사진 원판이 저작물인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무릇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어야 하나 그 창작의 수준이 고도의 것이기를 요하지는 아니한다 할 것인바, 이 사건 사진 원판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제품의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제품과 배경 장식물 등을 독창적으로 조화롭게 배치하여 놓고 사진 촬영을 한 것이므로 그 창작성이 있다고 볼 것이어서 위 사진 원판도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인 사진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사진 원판에 관한 저작권이 원고에게 있는지를 살펴보면, 사진 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은 일단 그 사진 저작물을 제작하는 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나, 사진 저작물이 광고물이고 그 광고물 제작에 있어서 광고물 제작자가 타인의 의뢰를 받아 광고물을 제작한 경우, 그 광고물 제작 의뢰자가 그 제작 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감독하면서 그 제작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였다면, 그 광고물의 저작권은 원시적으로 광고물 제작 의뢰자에게 귀속된다고 할 것이며, 가사 그 광고물의 저작권이 원시적으로 광고물 제작자에게 귀속된다고 하더라도 그 후 광고물 제작자가 별다른 약정 없이 광고물 제작 의뢰자에게 광고물인 사진 원판을 양도하였다면 이는 그 광고물의 저작권 전부를 광고물 제작 의뢰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제작함에 있어, 피고 회사의 견해를 참작하면서 원고의 작업실에 있는 사진 촬영기기들을 사용하여 전문사진가로서의 다년간의 독창적 경험을 바탕으로 피사체의 위치 재선정, 촬영기기의 전문적인 조작, 제품과 배경 장식물의 조화로운 배치를 각 마치고 촬영에 임하는 등 주도적으로 이 사건 사진 원판 제작 작업을 이끌었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증인 서덕찬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고 갑 제20호증의 1 내지 갑 제23호증의 30의 각 영상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갑 제24호증의 12의 기재와 증인 조중설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제작함에 있어 피고 보조참가인이 피고 회사와의 합의에 따른 광고 사진 시안과 사진 촬영에 필요한 햄 제품 및 그 배경 장식물의 대부분을 준비하고, 원고의 작업실에서 위 물건들을 이용하여, 준비한 시안에 따라 피사체를 배치하였으며, 원고는 위와 같이 피고 보조참가인이 배치한 촬영 대상을 피고 보조참가인이 요구하는 구도대로 촬영하여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제작·납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사진 원판 제작에 있어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였고 원고는 다만 촬영기기의 기계적인 조작을 통하여 위 사진 원판을 현상하여 낸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사진 원판이 원고의 정신적 소산물이라 할 수 없어 이 사건 사진 원판에 관한 저작권이 원시적으로 원고에게 귀속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며, 가사 그렇지 아니하고 이 사건 사진 원판에 관한 저작권이 원고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 보조참가인과의 사이에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제작·공급하겠다고 약정한 후 그에 따라 이 사건 사진 원판을 제작한 후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별다른 약정 없이 이를 납품하였으므로 이는 원고가 위 사진 원판에 관한 저작권 전부를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양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니,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사진 원판에 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사진 원판에 관한 저작권이 원고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건흥(재판장) 심우용 김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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