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재상 담당변호사 이재숙 외 3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안국이앤씨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환 외 3인)
변론종결
2011. 10. 13.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 1은 피고 주식회사 안국이앤씨와 피고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사이의 무배당 교보브이아이피변액유니버셜 종신보험계약(계약번호 1 생략)의 피보험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원고 2는 피고 주식회사 안국이앤씨와 피고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사이의 무배당 교보변액유니버셜Ⅱ 종신보험계약(계약번호 2 생략), 무배당 교보큰사랑 종신보험계약(계약번호 3 생략) 및 피고 주식회사 안국이앤씨와 피고 아이엔지생명보험 주식회사 사이의 무배당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계약(계약번호 4 생략)의 각 피보험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각 확인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주문 제2항과 같은 판결. 예비적으로 피고 주식회사 안국이앤씨는 주문 제2항 기재 각 보험계약에 관하여 피보험자 변경의 의사표시를 하고, 피고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아이엔지생명보험 주식회사는 각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라.
이유
1.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체결 및 원고들의 퇴사
원고 1은 2007. 3. 31.부터 2008. 4. 13.까지 피고 주식회사 안국이앤씨(이하 피고 안국이앤씨라 한다)의 감사로, 2008. 4. 14.부터 이사로 각 재직하였고, 원고 2는 1995. 9. 21. 피고 안국이앤씨의 이사로 취임한 후 2001. 3. 14.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피고 안국이앤씨는 그 임직원들이 재직 중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을 경우 지급할 위로금 등을 마련하기 위하여, 원고들을 피보험자로, 피고 안국이앤씨를 보험수익자로, ‘원고들이 보험기간(종신) 중 사망하거나 일정한 장해상태가 되는 때’ 등을 보험사고로 한 아래의 각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되는 데 대하여 서면동의를 하였다.
① 피고 아이엔지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아이엔지생명보험이라 한다)와 2007. 1. 31. 피보험자를 원고 2로 하여 무배당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계약(계약번호 4 생략, 보험금액 1억 5,000만 원, 월 보험료 250만 원)을 체결
② 피고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교보생명보험이라 한다)와 2008. 10. 1. 피보험자를 원고 2로 하여 무배당 교보변액유니버셜Ⅱ 종신보험계약(계약번호 2 생략, 보험금액 5억 원, 월 보험료 1,865,000원)을 체결
③ 피고 교보생명보험과 2009. 1. 8. 피보험자를 원고 1로 하여 무배당 교보VIP변액유니버셜 종신보험계약(계약번호 1 생략, 보험금액 10억 원, 월 보험료 151만 원)을 체결
④ 피고 교보생명보험과 2009. 8. 7. 피보험자를 원고 2로 하여 무배당 교보큰사랑 종신보험계약(계약번호 3 생략, 보험금액 5억 원, 월 보험료 205만 원)을 체결
그 후 원고들은 2010. 2. 12. 피고 안국이앤씨에서 퇴직하고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변경 내지 계약 해지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고 아이엔지생명보험과 교보생명보험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변경이 불가능하고 계약당사자인 피고 안국이앤씨에 의한 계약의 중도 해지만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피보험자 변경을 거절하였고, 피고 안국이앤씨는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너무 적어 손해를 본다는 이유로 계약의 해지를 거절하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10. 1. 29.자로 생명보험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타인의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계약 체결 이후 언제든지 피보험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서면동의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생명보험표준약관은 2010. 4. 1.부터 시행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2호증의 2, 갑 5호증, 갑 6, 7호증의 각 1, 2, 을가 1 내지 3, 5 내지 7호증, 을나 1호증의 1 내지 3, 을나 2호증의 1, 2, 을나 3, 4호증, 을나 5호증의 1 내지 3, 을라 1, 2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청구원인
가. 주위적 청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체결에 대한 원고들의 동의는 피고 안국이앤씨에서의 퇴직을 해제조건부로 한 의사표시이다. 또한 개정된 생명보험표준약관에서 피보험자의 동의 철회권을 신설한 취지 및 원고들이 피고 안국이앤씨에서 퇴직하는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피고 안국이앤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원고들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악을 가할 위험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대한 동의는 유효하게 철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단체보험으로서 피고 안국이앤씨가 보험금을 수령하면 이를 유가족에게 지급할 법적인 의무가 있고 원고들이 퇴사하면 당연히 피보험자 지위에서 벗어난다.’는 피고들의 기망(허위 설명)에 의하여 서면동의를 하였으므로, 착오 또는 사기를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더 이상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들은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나. 예비적 청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들의 퇴사라는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는 변경되어야 하므로, 피고 안국이앤씨는 피고 아이엔지생명보험 및 교보생명보험에 대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를 원고들이 아닌 재직 중인 임원으로 변경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피고 아이엔지생명 및 교보생명보험은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그러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의 위험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이익은 그 대상인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위험할 때에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 확인판결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된다( 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40089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에는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라는 법률적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분쟁이 있고, 이와 같이 원고들에 대한 피보험자 지위의 존부 자체에 관한 분쟁이 있는 이상 그에 관한 확인판결은 위 분쟁으로 인한 원고들의 법적 지위의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원고들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는 위 주위적 청구의 당부를 뒷받침하는 사정의 하나로 다루어질 내용으로서, 그러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들이 피보험자 지위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확인의 이익이 부정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동의가 해제조건부 의사표시인지 여부
피고 안국이앤씨가 원고들의 재직 중 사망 등의 경우에 지급할 위로금 등을 확보하기 위한 복리후생 차원에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이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되는 데에 동의한 것이 원고들의 퇴직을 해제조건으로 한 조건부 의사표시라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대한 동의의 철회 여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인 피고 안국이앤씨가 타인인 원고들을 피보험자로 하고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여 체결한 ‘타인의 생명보험’에 해당한다. 타인의 생명보험에 관해서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을 무제한으로 인정할 경우 도박의 목적에 악용하는 것과 같은 보험의 사행계약성으로 인한 폐해, 고의로 피보험자의 생명을 해할 우려, 그리고 타인의 사망을 그 사람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보험금 지급의 조건으로 삼는 데에서 오는 공서양속 침해의 위험성을 의식하여 일반적으로 제한규정을 두는데, 이러한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례로는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생사에 관하여 금전적 이익을 가지는 경우에만 유효한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이익주의, 보험계약의 체결에 대하여 피보험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동의주의가 대표적이고, 그 외 일정 범위의 친족에게만 계약체결을 허용하는 친족주의도 있다( 헌법재판소 1999. 9. 16. 선고 98헌가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우리 상법은 동의주의에 입각하여,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도록 할 뿐 아니라( 상법 제731조 제1항 ), 보험수익자 등이 보험계약으로 인하여 생긴 권리를 피보험자가 아닌 자에게 양도하는 경우( 상법 제731조 제2항 ),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새로 지정하거나 보험수익자를 변경하는 경우( 상법 제734조 제2항 )에도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이 타인의 생명보험은 이를 무제한으로 허용할 수 없는 것이어서 위와 같이 피보험자의 보험계약에 대한 일정한 관련성이나 피보험자의 동의를 요구할 당위적인 필요가 있는 점, 그리고 타인의 생명보험의 피보험자와 관련한 이러한 제한은 보험계약의 체결 단계 뿐 아니라 보험계약이 존속하는 중에도 요구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 이에 우리 상법에서는 타인의 생명보험의 체결에 관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요구하면서 보험수익자의 변경 등과 같은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서면동의를 요구하고 있는 점, 같은 취지에서 개정 생명보험표준약관에서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계약 체결 이후 언제든지 피보험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서면동의를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이는 서면동의 철회권을 인정하지 않은 종전의 약관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개정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개정 생명보험표준약관의 위 규정이 제정되기 전에 체결된 생명보험계약의 경우에도 생명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의 전제가 되었던 사정에 관하여 중대한 변경이 생긴 때에는 피보험자가 다른 계약당사자의 동의 없이 서면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타인의 생명보험에 있어 피보험자의 동의는 당해 보험계약에 이의가 없다는 의사표시로서 준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피보험자의 동의가 철회된 경우에는 당해 피보험자에 관한 보험계약은 종료되어 더 이상 피보험자의 지위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단체보험 관계의 당연 종료에 관한 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다42877, 42884 판결 등 참조).
갑 2, 7호증의 각 1, 2, 을가 1 내지 3호증, 을나 5호증의 1 내지 3, 을라 1,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모집인들은 ‘원고들이 안국이앤씨에 재직하는 동안 사망 등의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국이앤씨가 수익자로서 보험금을 수령하여 원고들의 유가족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잘 알고 이에 맞추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체결을 권유한 사실, 피고 아이엔지생명보험은 타인의 생명보험에 있어 수익자를 법인으로 하고 그 종업원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법인의 사업자등록증과 피보험자의 수익자 지정동의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업무처리지침을 두고 있고,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중 피고 아이엔지생명보험의 위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청약서의 수익자 지정동의서 부분에는 ‘회사의 대표로서 자금을 별도로 모으기 위함’이라는 원고 2의 수익자 지정사유가 기재되어 있으며, 한편 피고 교보생명보험의 위 각 보험계약에 관한 각 보험청약서에는 피보험자들의 수익자 지정사유 란에 ‘기타 경영지원’, ‘기업체 임원’ 등이 기재되어 있고 피고 안국이앤씨의 사업자등록증, 피보험자의 재직증명서 등이 첨부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원고들과 피고 안국이앤씨 뿐 아니라 피고 아이엔지생명보험이나 피고 교보생명보험도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피고 안국이앤씨의 임직원들인 원고들이 그 재직 중 보험사고를 당할 경우 원고들의 유가족에게 지급할 위로금 등을 마련하기 위하여 체결되는 것이며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피보험자로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체결에 동의하는 것이라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들이 피고 안국이앤씨에 계속 재직한다는 점은 피고 안국이앤씨를 보험수익자로 하여 체결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대한 원고들의 동의의 전제가 되는 중대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이 2010. 2. 12. 피고 안국이앤씨에서 퇴직함으로써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전제가 되는 중대한 사정에 변경이 생긴 이상,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게 되었다 할 것이고, 원고들의 동의 철회의 의사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 사건 소장부본이 2010. 6. 9.과 2010. 6. 10.에 피고들에게 송달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대한 원고들의 동의는 유효하게 철회되어 원고들은 더 이상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
결국 원고들은 원고들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지위의 존부에 관하여 다투는 피고들에게 그 피보험자 지위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는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지위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