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고합423 살인
피고인
A
검사
박순애(기소), 김다래, 박재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
담당변호사 C, D, E, F
판결선고
2018. 2. 20.
주문
피고인을 징역 10년에 처한다.
압수된 칼(총 길이: 23㎝, 칼날길이: 13㎝) 1개(증 제1호증)를 몰수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2000년경부터 피해자 G(54세)과 동거를 시작하여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던 중 2014. 3. 11.경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지간으로 평소 돈문제, 가정불화 등으로 자주다툼이 있어왔고, 2017. 5.경에는 피해자와 이혼을 할지 여부에 대하여 변호사를 통해 상담을 받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인의 딸인 H은 피고인의 집에서 애완견 1마리(말티즈)를 길렀고, 피고인의 오빠인 I 소유의 애완견 2마리(푸들)도 평소 피고인의 집에서 같이 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7. 10. 4. 23:25경 파주시 J아파트 ○○○동 ○○○호 딸인 H의 방(이하 '방'이라 한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안방에서 잠을 자던 피해자가 피고인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에 들어왔고, 마침 방에 있던 위 강아지 3마리가 피해자를 향해 짖어대기 시작했다.
이에 피해자는 "개 목을 꺽어버린다"며 푸들 1마리를 잡은 후 이불 위로 던졌고, 강아지 3마리가 거실로 도망가자 강아지들을 쫓아 거실로 나와 손으로 강아지 1마리의 목을 잡았는데, 잠에서 깬 피고인이 거실로 나와 피해자를 말리면서 피해자와 싸움이 시작되었고, 피해자가 다시 강아지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피고인은 부엌 싱크대 안에 보관 중이던 칼(총 길이 24㎝, 칼날길이 13㎝)을 꺼내 들고 피해자를 쫓아 방으로 들어갔고, 마침 피해자가 푸들 1마리의 목을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제지하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을 벽 쪽으로 밀어 벽에 부딪히자 화가 나 오른손에 들고 있던 칼로 마주보고 있던 피해자의 목 부위를 칼날이 다 들어갈 정도로 힘껏 찔러 피해자에게 칼날이 피해자의 기도를 관통하여 가슴안공간과 폐윗부분까지 이르는 자창을 가하여 2017. 10. 5. 00:30경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K병원에서 출혈성 쇼크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제2, 4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제2회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H에 대한 각 검찰 및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부검감정서, 감정회보서
1. 범죄현장사진
1. 범죄인지, 수사보고(피고인의 체포확인서 서명날인 거부 관련)
1. 약식명령문 등
1. 압수조서 및 목록(증 제2, 3호증)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유기징역형 선택
1. 몰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당시 ① 피고인은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이 없고, ② 피해자를 살해하고 자 하는 고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③ 피고인이 강아지의 목을 부러뜨리려고 하는 피해자를 말리던 중에 피고인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피해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정당방위에 해당되고, ④ 피고인은 술에 만취하여 의 사결정 및 사물변별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형이 감경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이 있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판시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① 2017. 10. 5. 오전에 경기파주경찰서의 경찰관 L이 작성한 범죄인지서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애완견 문제로 다투다가 칼로 피해자의 목을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수사기록 2쪽), ②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체포확인서에 서명날인을 거부하였는데, 경기파주경찰서의 경찰관 M이 이와 관련하여 작성한 수사보고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수사기록 19쪽), ③ 피고인도 이 법정에서 파주경찰서의 경찰관에게 "제가 찔렀겠죠"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후 경찰관에게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을 자인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이 이 사건 범행 직후에 있었던 피고인의 자인 진술은 강한 신빙성을 가진다.
이후 피고인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2017. 10. 5.자 경찰조사 시부터 피고인을 칼로 찌른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위 경찰조사에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게 된 경위, 칼을 가지고 H의 방으로 가게 된 이유, 피고인이 칼을 들고 있었던 손,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기 직전의 상황, 피해자가 칼에 찔린 횟수, 칼에 찔려 쓰러진 피해자의 상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 여부 등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하였는바, 유독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상황에 대하여만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이 있음을 자인한 이 사건 범행 직후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 게다가 피고인은 2017. 10. 26.자 검찰조사에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재차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이 있음을 자인하였다(수사기록 536, 538쪽).
2) 피고인은 2017. 10. 8.자 경찰조사에서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칼날 방향이 아래로 향해 있는 칼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었고, 이 사건 범행 직전에는 칼날이 피해자를 향해 있는 칼을 오른손으로 잡고 들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79, 180쪽). 또한,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상처는 목 부위 오른쪽 3.5㎝의 자창에서 기도 오른쪽 2.5㎝의 자창을 지나 왼 아래 방향으로 비스듬한 각도를 이루면서 내려와 기도 왼쪽 2㎝의 자창을 지나 왼 가슴 벽 1.3㎝의 자창을 형성하며 가슴 안 공간까지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수사기록 419, 420, 423, 424쪽). 이러한 이 사건 범행 직전에 칼을 잡고 있던 피고인의 자세와 칼에 찔려서 발생한 피해자의 상처 형태를 고려하면 피고인은 칼을 쥔 오른손을 자신의 머리 위로 왼쪽 방향으로 비스듬히 기울인 상태로 들고 있다가 피고인에게 접근해 오는 피해자에 대하여 칼을 피해자의 목 오른쪽 아래 부위에서부터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찔러 넣어 피해자의 목 오른쪽 아래 부위에서 왼쪽 폐 부위를 관통하는 자창을 발생시킨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달려드는 과정에서 스스로 칼에 찔렸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① 피해자의 상처는 길이가 13㎝인 칼날이 피해자의 신체로 완전히 들어가 발생한 것이고, 이와 같은 깊은 상처가 단순히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다가가는 힘만으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이는 점, ② 피해자의 상처는 피고인이 칼을 들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방식으로 찔렀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형태의 것으로 보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점, ③ 피해자가 스스로 칼에 찔렸다면 피해자는 칼에 찔렸을 때 발생하는 고통 등을 통해 자신이 칼에 찔렸음을 인식하고, 칼날이 자신의 신체로 완전히 들어오기 전에 손으로 칼날을 잡거나, 순간 멈칫하는 등의 어떤 반응을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의 신체에서는 피해자가 스스로 칼에 찔렸음을 감지하였다고 볼만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인은 피해자와 부부싸움을 할 때 종종 칼 등의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위협해왔고, 2004. 7. 15.경에는 피해자와 싸우는 과정에서 과도로 피해자의 오른팔에 약 10㎝의 상해를 가하였고(수사기록 79, 252쪽), 2011. 9. 16.경에도 피해자와 싸우는 과정에서 과도로 피해자의 왼팔에 약 2㎝의 상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가정보호처분을 받는(수사기록 298, 299쪽) 등 피해자와 싸우게 되었을 때 칼을 사용하여 상해를 가한 전력이 있는바,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위협함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이전처럼 피해자를 칼로 찔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1) 법리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 · 종류 · 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2231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사용한 칼은 총 길이가 23㎝, 칼날 길이만 해도 13㎝로서 사람의 중요 부위를 찌를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흉기에 해당되는 점, ② 피고인은 칼로 중요 혈관과 신경이 지나는 급소인 피해자의 목 오른쪽 아래 부위를 칼날이 전부 들어갈 정도로 깊이 찔러 넣었는바, 당시 피고인은 매우 강한 힘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횟수가 1회에 그쳤으나 앞서 본 피해자의 상처 부위, 깊이 등에 비추어 볼 때 칼로 찌른 횟수가 1회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는 볼 수 없는 점, ④ 피고인이 칼을 들고 H의 방에 들어온 후 바로 피해자를 칼로 찌르지 않고 강아지를 위협하고 있는 피해자를 말린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찌를 의도로 칼을 가지고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피해자와 싸우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칼로 위협하고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곧바로 피해자를 칼로 찌를 의사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거나, 피고인을 폭행하는 경우 등 상황에 따라서는 칼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험성이 큰 칼을 범행도구로 하여 피해자 신체의 중요부위인 목을 깊숙이 찔러 중대한 상해를 가한 이상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피해자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되는지 여부
1) 법리
정당방위나 과잉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하고,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되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참조),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칼을 들고 있었고, 피해자는 러닝셔츠와 팬티만 입은 채로 맨손이었던 점(수사기록 44쪽), ② 이 사건 범행 직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의 2017. 10. 8.자 경찰조사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하여 피고인이 생명의 위험을 느낄 정도의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수사기록 171쪽), ③ 피고인은 키가 150㎝ 대에 마른 체형이고, 피해자는 키 약 174㎝, 체중 약 82㎏의 건장한 체구이기는 하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체격 차이가 상당하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이 흉기를 들지 않은 배우자인 피해자에 대항하여 판시 기재와 같은 칼을 사용한 것은 현저히 상당성을 결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해자는 피고인을 손으로 밀쳤을 뿐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목 부위를 칼로 찌른 점 등을 종합하면, 당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로부터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피고인을 추가적으로 폭행하려는 피해자에게 대항하여 피해자를 공격할 의사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방위의 의사에 기초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단, 방법이 상당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범행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와 소주 2병을, 2017. 10. 4. 19:00경 I이 피고인의 집에 온 후에는 피해자, I과 함께 소주 3병과 양주 반병 가량을 각 나누어 마셨고,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해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1)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피해자, I과 함께 적지 않은 양의 술을 마신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피고인의 평소 주량은 소주 기준으로 1~2병 수준(수사기록 154, 315쪽)으로서 피고인이 혼자 마신 술의 양이 특정되지 않은 이상 위와 같이 피해자, I과 함께 마신 전체 술의 양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심신미약 상태에 이를 정도로 과음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후에 피해자에 대하여 지혈을 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하였고, 경찰관에게 자신이 칼로 피해자를 찌른 사실이 있음을 자인하였으며, 현행범으로 체포된 직후에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확인서에 서명을 거부하는 등 어느 정도 의사결정 및 사물변별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후 2017. 10. 5. 오전 경에 이루어진 경찰조사에서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 전후의 사정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피고인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대법원 1985. 5. 28. 선고 85도361 판결 등), 나아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면 이처럼 불과 10시간 만에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루어진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진술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범행 직후 피고인을 촬영한 사진(수사기록 43쪽)에서 확인되는 피고인의 모습은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정도로 만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 ~ 30년
2. 양형기준의 적용
가. 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특별감경요소] 미필적 살인의 고의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7년 ~ 12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0년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다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칼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서 살인죄는 세상의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반인륜적, 반사회적 범죄임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이 매우 중한 점, 피해자는 배우자인 피고인으로부터 살해당하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유족 중 일부가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강아지를 폭행하는 피해자를 말리던 중에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또한 범행의 경위, 범행 당시 상황, 범행 후의 행동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는 확정적인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 고 보이지는 않는 점, 이 사건 범행 직후 피해자에 대하여 지혈을 시도하는 등 나름의 구호조치를 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 중 피해자의 어머니와 전처의 자녀들을 피공탁자로 하여 각 700만 원을 공탁한 점, 피고인에게 자격정지형 이상의 중대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일부 참작할 만한 정상도 있다.
위와 같은 정상들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기타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배심원 평결과 양형의견
1. 유 · 무죄에 대한 평결
○ 배심원 9명 만장일치 유죄
2. 심신미약에 대한 평결
○ 배심원 9명 만장일치 불인정
3. 양형에 대한 의견
○ 징역 7년 : 배심원 3명
○ 징역 10년 : 배심원 1명
○ 징역 11년 : 배심원 1명
○ 징역 12년 : 배심원 3명
○ 징역 15년 : 배심원 1명
이상의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을 그 희망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안종화
판사 고소영
판사 이강호
주석
1)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범행 직전에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해있었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62쪽), I은 2017. 10. 8.자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2017. 10. 4. 19:00경 피고인의 집에 갔을 때 피고인과 피해자가 소주 2병을 마신 상태였고, 이후 피고인, 피해자, I이 소주 3병 과 양주 반병 가량을 나누어 마셨다고 진술하였으며(수사기록 151~153쪽), H는 2017. 10. 6.자 경찰조사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소주 2병을 마셨고, I이 피고인의 집에 온 후에는 피고인, 피해자, I이 소주 2~3병과 양주 반병을 마셨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36쪽), 이 사건 범행 직후 피고인의 집 부엌 식탁 위를 촬영한 사진에서 빈 소주병 3개, 절반 정도 남아 있는 양주병 1개가 확인된다(수사기록 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