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수혈로 인한 에이즈(AIDS) 감염사고에 있어 채혈 당시 에이즈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혈액공급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수혈을 받은 사람이 에이즈(AIDS)에 감염되어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절망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한 경우 채혈 당시 혈액관리법상 에이즈검사 실시의무가 없었다 하더라도 일반국민들에 대한 관계에서 혈액의 안전성확보에 관하여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는 혈액의 공급자로서 채혈 당시 에이즈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업무상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
참조조문
원고
원고 1외 3인
피고
대한민국외 2인
주문
1. 피고 대한적십자사는 원고 1, 2에게 각 금 5,044,917원, 원고 3, 4에게 각 금 1,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2.4.15.부터 1993.12.22.까지는 연 5푼,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한 각 청구 및 피고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서울대학교병원과의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원고들의, 피고 대한적십자사와의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이를 10분하여 그 9는 원고들의, 나머지는 같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 1, 2에게 각 금 141,540,781원, 원고 3, 4에게 각 금 25,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2.4.15. 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푼,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6호증의 1 내지 6, 갑 제7호증의 1 내지 3, 갑 제8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8, 을 제2호증의 1,2, 을 제5 내지 29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신영오의 증언 및 당원의 국립보건원장과 서울특별시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당사자
망 소외인(1971.1.11.생 남자)은 1987.1.7. 피고 서울대학교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이 피고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공급받아 수혈한 혈액에 의하여 후천성면역결굅증(Acquired 1mmunodeficiency Syndrome, 약칭 AIDS, 이하 에이즈라고 한다)에 감염되어, 1992.4.14. 자살한 자이고, 원고 1, 2는 그의 부모, 원고 3, 4는 그의 형제자매들이다.
나. 소외 인이 에이즈에 감염된 경위
(1) 소외 인은 5세때부터 피고 병원에서 식도협착증 등의 병으로 장간막 대정맥문합술 및 비장적출술 등의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등 많은 병력이 있었는데 1987.1.3.경부터 상부위장관출혈로 1987.1.7. 새벽에 많은 피를 토하고, 같은 날 08:05경 원고 1에게 업혀 피고 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해서 다시 500씨씨 이상의 많은 피를 토하여 갑자기 쇼크상태에 빠져서, 피고 병원의 내과 수련의인 소외 1이 간호사 소외 2에게 지시하여 소외인에게 수혈전단계로 생리식염수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정맥을 통하여 주입하였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아니하자 즉시 수혈을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2) 이에 피고 병원에서는 피고 대한적십자사가 채혈하여 피고 병원에 공급한 혈액과 소외인의 혈액형검사 및 교차반응검사를 실시한 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오자 09:45경 및 09:50경 2파인트(약 800씨씨)의 혈액을 소외인에게 수혈하였고 수혈 이후에도 소외인이 계속 피를 토하므로 10:15경 및 10:40경 다시 각 1파인트의 혈액을 수혈하였으며, 이후 상태가 안정되자 소외인은 피고 병원의 담당의사로부터 응급수술을 받은 후 며칠 뒤에 퇴원하였고, 그 뒤에도 1991.12.12.까지 여러 차례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3) 그런데, 소외 망인에게 수혈된 혈액은 피고 대한적십자사가 1986.10.20. 에이즈감염자인 소외 3(1964.1.1생 남자)으로부터 헌혈받은 것인데, 소외 3은 1988.11.1.에도 헌혈하다가 피고 대한적십자사의 에이즈검사에 의하여 항체양성반응자로 판정되어 피고 대한적십자사가 소외 3의 과거 헌혈 여부 조사결과 위와 같이 1986.10.20. 헌혈한 혈액이 피고 병원에 공급되어 소외 망인에게 수혈된 것으로 확인되어, 1991.10.15. 망인의 혈액을 채혈하여 검사한 결과 소외인도 항체양성반응자로 판명되었다.
(4) 망 소외인은 1991.11.28.경 도봉구보건소로부터 피고 병원의 수혈에 의하여 에이즈감염자로 판명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삶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상실하고 극도의 소외감 속에서 세상을 비관하며 살아 가다가 건강도 급격히 악화되어 탈장이 되고, 몸무게도 30킬로그램으로 급격히 감소한 상태에서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1992.4.14. 자살하기에 이르렀다.
다. 에이즈의 발생원인과 증상 및 위험성
(1) 에이즈 즉 후천성면역결핍증은 후천적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lmmunodeficiency Virus, 약칭 HIV, 이하 에이즈바이러스라고 한다)의 감염에 의하여 야기되는 질병으로서 세포면역기능이 극도로 저하되고 그로 인하여 다른 병의 빈번한 감염을 일으켜서 거의 예외 없이 수년 내에 사망하게 되는 질환이다.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로 체내에 항체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약 3주 내지 12주 정도의 항체미형성 기간(Window period)을 거쳐 항체가 형성되고 감염자의 95퍼센트 이상에서 5개월 내에 항체가 형성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에이즈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자를 병원체보유자, 항체가 형성된 자를 항체양성반응자, 감염된 후 인체의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에이즈 특유의 임상증상이 나타난 자를 에이즈환자라고 하고, 널리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라고 함은 위의 각 경우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2조).
(2) 검사방법
에이즈바이러스 감염 여부의 검사방법으로는 크게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검사하는 방법(항체검사법)과 바이러스 항원 자체를 검사하는 방법(항원검사법)이 있다.
항체검사로는 선별검사로서 효소면역측정법{enzyme Linked immunosorbent assay, 약칭 엘라이저(ELISA)}과 확인검사로서 웨스턴 블롯(western blot, 약칭 WB)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데 99퍼센트 이상의 예민도와 95 내지 99퍼센트 의 특이도를 가지고 있으며, 연속적인 엘라이저 검사와 웨스턴 블롯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항체양성반응자로 판정한다. 항체검사법만으로는 항체미형성기간의 감염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론상 감염자를 모두 찾아내려면 바이러스의 항원 자체를 검출하여야 하는데, 바이러스의 핵산을 검사하거나, 항원검사, 바이러스배양검사등을 시도할 수 있지만 방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항원의 감도가 낮아 안전성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 개발은 되어 있으나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허가되어 있는 상태이고 수혈용 혈액의 집단 선별검사로 위 검사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국가는 아직 없으며, 다만 최근에 에이즈바이러스의 미세한 입자도 찾아낼 수 있는 종합효소연쇄반응법이 개발되었으나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현재로서는 항체미형성기간 동안의 혈액의 검사에 있어서 다른 검사를 추가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위험군의 헌혈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헌혈자의 선별이 더욱 중요하다.
(3) 연혁, 발생원인
에이즈가 최초로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였는가에 대하여는 아직 의학상의 정설은 없으나 에이즈를 야기하는 에이즈바이러스는 1981.6월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최초로 동성연애자들 사이에서 발견되었고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라는 점이 의학계에 받아들여진 것은 대체로 1985년 이후이고 그 후 에이즈는 급속도로 전세계에 전파되어 1992년 현재 500,000명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에이즈바이러스의 감염경로로는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적인 접촉, 감염된 혈액의 수혈이나 감염혈액에 의해서 제조된 혈액제제의 사용, 감염된 사람과의 주사바늘 및 주사기의 공동사용, 감염된 산모로부터 임신 중 또는 출산시 태아에게 전파 혹은 모유에 의한 감염, 장기이식 혹은 인공적 임신을 위한 감염자로부터의 장기, 조직 및 정액의 제공에 따른 감염 등이 현재까지 밝혀졌다.
(4) 현 황
우리 나라에서도 1985.5월경 국내에 체류 중이던 외국인에게서 최초로 발견된 에이즈감염자에 관한 보고논문이 발표된 이후 에이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는데, 다만 위 감염자의 감염경로는 이 사건과 같은 수혈로 인한 것이 아니라 동성간의 성접촉에 의한 것이었고, 내국인으로는 1985.12월경 해외에서 귀국한 근로자에게서 발견되었으며 소외 3이 이 사건 혈액을 헌혈한 1986.10.20.경부터 소외 인이 수혈받은 1987.1.7.경 사이의 에이즈감염자 현황은 위 해외근로자를 비룻하여 5명 정도가 발견되었고, 이후 1992년 현재 에이즈감염자는 세자리 숫자를 넘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5) 증상 및 위험성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는 질병과 싸우는 면역의 기능을 상실하는데, 악성종양, 세포성면역결핍, 기회감염 등의 증후군이 나타나며 면역결핍에 의한 기회감염으로 인해서 모든 질병에 감염의 기회를 주게 되어, 감기에라도 한번 걸리면 병이 감기에서 폐렴, 만성기관지염, 피부병, 만성설사 등으로 병세가 발전하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등, 에이즈는 발병하기만 하면 예후가 극히 불량하고 치유가 불가능하며, 결국 에이즈환자는 암, 폐렴, 식도염 등에 의하여 거의 2-3년 내에 사망하게 되는 불치의 병이다.
라. 피고 대한민국의 에이즈 대책
(1) 피고 대한민국은 국내에서 에이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무렵을 전후하여 국가적 차원에서의 에이즈 예방대책수립을 위하여 1985.4.11. 관계자들의 회의를 개최한 것을 비롯, 이후 1985.12.23. 까지 피고 대한민국 산하 보건사회부의 관계 공무원들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국립보건원, 대한의학협회, 대한병원협회, 제약회사의 관계자들, 의과대학, 종합병원의 교수 및 의사들이 참석한 수차례의 회의를 통하여 에이즈예방대책을 협의하였다.
(2) 1985.4.11.과 같은 달 19. 및 30. 세 차례의 회의에서 1985.3월 미국 식품 의약국의 검사승인을 받아 미국의 애보트 회사가 시판하고 있던 에이즈진단시약의 조기수입을 위하여 한국애보트주식회사가 보건사회부에 신청중이던 수입허가를 1985.5월 내에 조속히 처리하고, 환자혈액 진단검사시 검사상의 오차를 배제하기 위해 검사기준의 표준화문제 등은 국립보건원에서 하기로 하여 에이즈에대한 검사결과는 각 병원에서 국립보건원에 하기로 하며, 혈액제제의 수입허가시 에이즈검사결과성적서의 첨부를 의무화하기로 하고, 헌혈과 매혈자의 혈액을 표본추출하여 검사토록 하며 피고 대한적십자사 등에 감염우려자의 혈액채취를 금지시키는 한편 국내에서 에이즈환자가 발생되기 전에는 환자의 경비문제, 사회적 여론문제 등을 고려하여 희망자에게만 검사를 권장하고 환자발생 후에는 면역능력이 억제된 환자, 혈우병 환자, 혈액제제를 자주 주사받는 환자들의 에이즈검사를 의무화시키기로 하였다.
(3) 국내에서 최초로 환자가 발견된 이후인 1985.8.21.자 회의에서 당시까지의 조치사항 등을 정리하고, 주한미군과 협조하여 미군 및 윤락행위자들에 대한 에이즈검사결과를 파악하는 등의 향후추진계획을, 1985.10.25.자 회의에서 미군주둔지역의 윤락행위자 등에 대한 에이즈검사결과 항체양성반응자가 있을 경우의 대책을 논의하였으며, 1985.12.23.자 회의에서 단계적으로 에이즈검사대상자를 확대하는 한편 모든 헌혈자에 대한 에이즈검사의 실시를 위하여 검사방법, 소요비용 등을 검토하기로 하고, 항체양성반응자의 보호, 관리대책을 수립하였다.
(4) 보건사회부는 이와 같은 회의결과를 종합하여 관련기관에 통보하였고, 1986.1월경 항체검사에 대한 판정기준과 항체양성반응자에 대한 관리대책 등을 마련하여 시, 도지사에게 시달하였으며, 국립보건원에서는 미국 애보트 회사로부터 기증받은 에이즈진단시약으로 1985.6.13.경 혈액제제, 적십자사의 표본추출혈액 등을 시험적으로 검사하기 시작하였고, 1985.6.21. 이후 진단시약이 수입되자 주한미군주둔지역인 의정부, 평택 등과 주한외국인 등의 표본추출혈액을 검사하였으며, 1985.11월에서 12월 사이에 미군주둔지역의 윤락행위자 등 약 4,400명을 대상으로 에이즈검사를 실시하였고, 1986.1.13. 일부 지역에만 실시되던 에이즈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에이즈위험집단인 동성연애자, 마약 및 약물 상습복용자, 혈우병환자 등에 대하여 검사를 실시토록 하였다.
(5) 국내에서는 소외 주식회사 녹십자, 동아제약 주식회사 등의 제약회사에서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1987년경까지는 미국의 애보트 회사로부터 1986년도에 25,000테스트분, 1987년도에 31,000테스트분의 진단시약을 수입하여 검사에 사용하다가 1988년에서 1989년 사이에 대량생산하여 생산단가가 대폭 낮아졌는데, 보건사회부는 1987.3.12. 전 헌혈혈액(1986년에는 800,000단위 이상, 1987년에는 900,000단위를 초과하였다)에 대한 에이즈검사의 실시를 위하여 검사방법, 소요비용 등의 검토를 피고 대한적십자사에 의뢰하였고, 당시는 국내 제약회사의 진단시약의 대량생산단계 이전이라 그 소요비용이 많은 것으로 회신되었다.
(6) 피고 대한민국은 1987.2.24.경 에이즈를 전염병예방법상의 지정전염병으로 고시하고, 에이즈예방과 감염자의 보호, 관리를 위하여 외국의 입법사례조사 등 입법을 위한 준비절차를 걸쳐 1987.3.20. 경 에이즈예방에관한법률 시안을 마련하여 1987.11.28. 혈액원에서 채혈된 혈액에 대하여 항체검사를 실시토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을 제정하여 1988.1.28. 부터 시행토록 하였는데, 헌혈혈액 전부에 대한 에이즈검사는 동 법률이 제정되기 전으로 위와 같은 제반 여건의 검토 후 국내 제약회사의 시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할 무렵인 1987.7.1.부터 시행하였다.
2. 에이즈 감염과 소외 망인의 사망
망 소외인은 식도협착증 등의 지병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에이즈에 감염되어 신체의 면역기능을 상실하고 면역결핍에 의한 기회감염으로 인하여 모든 질병에 감염의 기회를 주게 되어, 기왕의 병에 의하여 발전될 암, 폐렴, 식도염 등에 의하여 거의 사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이러한 점을 인식한 소외 망인이 위에서 인정한 것과 같은 동기로 자살에 이르게 된 이상 망인의 에이즈감염과 자살로 인한 사망과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가.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에 관한 판단
(1) 원고들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피고 산하의 보건사회부 관계공무원들이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는 헌법 제36조 제3항 및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1985년 에이즈환자발생 후 즉시, 수혈될 혈액의 안전성확보를 위하여 모든 혈액에 대한 에이즈검사를 실시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직무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에 위반하여 1987.7.1. 이전까지는 모든 혈액에 대한 에이즈검사를 실시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소외 망인이 에이즈에 감염되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손해배상책임자로서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소외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보건사회부 관계공무원들은 수혈에 의한 에이즈감염의 예방에 관한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그대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혈액의 안전성확보를 위하여 내국인으로 최초감염자가 발견된 1985.12월 이전부터 에이즈예방대책수립을 위한 관계자회의를 수차에 걸쳐 개최하여 전파예방에 노력하였고 적극적 조치로서 1985.6.21. 진단시약을 수입하여 주한미군주둔지역에 대하여, 1986.1.13.부터는 전국적으로 에이즈위험집단인 동성연애자, 마약중독자, 혈우병환자 등에 대하여 에이즈검사를 실시하도록 하면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을 제정하기 이전인 1987.7.1.부터 헌혈혈액 전부에 대한 에이즈검사를 실시하여 수혈을 통한 에이즈감염방지를 최소화하도록 조치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일련의 정책결정은 에이즈검사에 따른 검사의 기술적 문제, 인력, 장비의 확보, 사회적, 문화적, 보건경제학적 측면 등 국가의 모든 사정이 감안된 합리적인 조치로 인정되고 따라서 보건사회부 관계공무원들이 국가의 모든 사정에 맞추어 그 과정에 따른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었던 단계에서 1987.7.1. 이전에 모든 헌혈혈액에 대한 에이즈검사를 실시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것만으로 국가에 대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실시한 에이즈검사법으로 항체미형성기간에도 에이즈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검사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채택하지 않고 항체검사법만을 채택한 것은 피고의 과실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혈액이 채혈되어 수혈된 시점에 피고가 에이즈검사를 실시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을 불법행위로 보지 않는 이상 검사방법의 선택에 관한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피고 대한적십자사의 책임에 관한 판단
(1) 수혈에 필요한 혈액을 채취하여 일선 병원에 공급하는 대한적십자사는 혈액의 최종사용자인 의사나 환자 등을 포함한 일반국민들에 대하여 혈액의 안전성확보에 관하여 극히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그 주의의무의 내용은 혈액을 채혈함에 있어서 최고의 의학기술수준에 맞추어 병원균감염 여부를 검사하여 하자를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등 위험성에 대한 예견가능성(예견의무)과 결과회피의무라고 할 것이다.
(2)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국내에서 1985.5월경 외국인 에이즈발견 보고논문이 발표되고 1985.12월경 내국인 에이즈환자가 발견됨으로써 에이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혈에 의한 전파위험성도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피고 대한적십자사는 피고 대한민국의 에이즈예방대책회의에도 수차례 참석하였으며 1985.6.13.경 국립보건원에서 에이즈진단시약으로 표본추출혈액 등을 시험적으로 검사하기 시작하였고, 1985.6.21. 이후 미국으로 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진단시약으로 미군주둔지역인 의정부, 평택등과 주한외국인 등의 표본추출혈액을 검사하였으며, 1985.11월에서 12월 사이에 미군주둔지역의 윤락행위자 등을 대상으로, 1986.1.13. 경에는 검사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에이즈위험집단에 대하여 에이즈검사를 실시토록 하였으므로 1986.10.20. 이 사건 혈액의 채혈 당시 헌혈로 인한 에이즈감염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헌혈혈액 전부에 대한 에이즈검사의무가 1987.7.1.부터 부과되어 채혈 당시에는 혈액관리법상의 에이즈검사 실시의무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혈액의 최종소비자인 의사나 환자를 포함한 일반국민들에 대하여 혈액의 안전성확보에 관하여 극히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피고 대한적십자사로서는 피고 대한민국과 달리 혈액관리법상의 에이즈검사의무를 초과하는 고도의 결과회피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니 이 사건 채혈 당시 에이즈검사를하지 아니하여 망 소외인이 수혈로 인하여 에이즈감염의 결과가 나타난 것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피고는, 헌혈자인 소외 3이 항체미형성기간에 있었다면 소외인의 헌혈혈액을 채혈하면서 에이즈검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항체검사법만으로는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에이즈감염은 불가항력이었다고 주장하나, 소외 3이 헌혈 당시 에이즈검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항체양성반응자로 판명될 수 없는 항체미형성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에이즈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 에이즈검사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
(4) 그렇다면, 피고 대한적십자사는 채혈하면서 에이즈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소외 망인이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사망에 이른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소외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피고 병원의 책임에 관한 판단
(1) 원고들은 피고 병원에 대한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피고 병원 소속 의사들이 망 소외인에게 수혈을 함에 있어서 미리 수혈하는 혈액의 에이즈바이러스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 수혈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수혈의 경우 매독, 간염, 에이즈 등의 병에 감염될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극소화하기 위하여 당장 수혈을 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경우에 필요최소한의 양만을 수혈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외 망인에게 필요불가결하지 않은 수혈을 한 잘못이 있을 뿐만 아니라 수혈을 결정하였다면 소외 망인이나 가족인 원고들에게 수혈시의 에이즈감염가능성 등을 사전에 자세히 설명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혈의 승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설명없이 동의도 전혀 받지 아니한 채 소외 인에게 수혈하였으므로 피고 병원은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인하여 소외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 병원은 피고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공급받은 혈액을 수혈함에 있어서 의료기관이 에이즈검사를 하지 아니한 것을 의료상의 과실이라 할 수 없고, 망 소외인이 사망에 이를 급박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혈이 필요하고도 긴급한 응급조치였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에이즈감염가능성을 설명할 수 없는 긴급상태였으므로 설명의무불이행의 잘못이 없다고 다툰다.
(2) 살피건대, 위에서 든 각 증거와 당원의 대한적십자사총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를 종합하면, 대한적십자사는 혈액을 채혈한 때에 지체 없이 제반검사를 하여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혈액만을 세균감염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즉시 밀봉하여 각 병원에 수혈용으로 공급하고, 병원 역시 이차적인 세균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감염 여부에 관한 검사 없이 밀봉된 것을 개봉하는 즉시 간단한 혈액형검사 및 교차반응검사만을 실시한 후 곧바로 환자에게 수혈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므로, 피고 병원 소속 의사가 소외 망인에게 수혈된 혈액의 에이즈감염 여부를 검사하지 않았다 하여 이를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수혈 당시 소외 망인의 상태가 즉시 수혈을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피고 병원의 수혈담당의사가 혈액의 혈액형검사 및 교차반응검사를 실시하여 1차 수혈 하였고 수혈 이후에도 소외 인이 계속 피를 토하자 다시 2차 수혈하게 되었음은 위에서 인정한 것과 같은바, 피고 병원의 의사가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 있던 소외 망인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방법으로서 지체 없이 수혈을 실시한 것은 필요불가결한 조치라고 인정되고 한편, 소외인이나 원고들에게 수혈로 인한 에이즈감염 가능성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여도 사전설명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던 사정과 망인의 가족인 원고들이나 다른 건강한 사람의 혈액을 채혈하여 수혈할 수 없었던 급박한 사정 등에 비추어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수혈에 관하여 동의를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외 망인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이 피고 병원 의사들의 수혈방법 및 설명의무위반에 기인한 결과라고도 할 수 없다.
(3) 그렇다면, 피고 병원 소속 의사들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피고 병원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가. 소외 망인의 수입상실의 손해
(1)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가) 성 별:남자
생년월일:1971.1.11.
연 령:만 21세 3개월 (사고 당시)
기대여명:14년
노동능력의 상실정도:도시일용노동능력의 40퍼센트
(소외 망인의 식도협착증 등의 기왕증에 관하여 정상적인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상인과 같이 완치될 수는 없고 그 상태에서의 노동능력상실률이 60퍼센트이고, 기대여명이 14년인 점은 다툼이 없으므로 망인의 수입상실의 손해는 정상적인 치료를 받았을 때의 도시노동능력 60퍼센트 상실된 것을 기준으로 하여 에이즈감염결과 사망하게 된 나머지 40퍼센트 노동능력상실에 대한 임금의 손해이다)
(나) 월수입 등:월 25일씩 도시 일용노동의 노임:1일 금 19,300원
[증거]
갑 제1,2호증, 갑 제9,10호증의 각 1,2의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
(다) 가동연한:1992.4.14.부터 14년간
(라) 생계비:소외 망인이 정상적인 노동능력을 가진 상태에서의 수입의 3분의 1정도(다툼 없는 사실)
(2) 사고당시 현가액(호프만식계산법 적용)
금 19,300원×25×127.1451×(0.4-1/3) =금 4,089,834원
나. 위자료
(1) 참작사유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그 결과, 쌍방의 과실정도, 소외 망인과 원고들의 나이, 가족관계, 재산, 교육정도 및 피고 대한적십자사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보상위자료조로 금 30,000,000원을 지급한 점(을 제4호증)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2) 결정금액
소외 망인 : 금 3,000,000원,
원고 1, 2 : 각 금 1,500,000원,
원고 3, 4 : 각 금 1,000,000원
다. 상속관계
갑 제1, 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망 소외인의 수입상실의 손해 금 4,089,834원과 위자료 금 3,000,000원을 합한 금 7,089,834원은 원고 1, 2가 각 금 3,544,917원(=금 7,089,834원×1/2)을 공동상속하게 된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 대한적십자사는 원고 1, 2에게 각 금 5,044,917원(=상속분 금 3,544,917원 + 위자료 금 1,500,000원), 원고 3, 4에게 각 금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1992.4.15.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1993.12.22.까지는 민법 소정 연 5푼의,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 및 피고 대한민국,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며, 소송비용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제92조, 제93조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