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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5706 판결
[업무상배임][미간행]
판시사항

퇴사한 전직 동료의 편의를 위하여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개인 파일 등을 복사해 준 사안에서,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정진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75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며,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업무상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716 판결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2의 이 사건 자료파일 유출행위는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종업원으로서의 신의칙상 임무를 위배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액수 미상의 영업상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공소외 2 주식회사에게 같은 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위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배임의 고의가 있었으며, 업무상배임죄의 신분관계가 없는 피고인 1도 피고인 2의 위 배임행위에 공모한 것이라고 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공소외 3과 함께 주식회사 알룩스에서 근무하다가, 2004. 10.~11.경부터 공소외 3이 설립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창업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하였고,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피고인 1은 생산팀장으로, 피고인 2는 생산팀원으로 각각 근무한 사실, 피고인 2는 2005. 11. 하순경 기숙사에 남은 짐을 빼기 위해 회사로 찾아온 피고인 1로부터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개인파일과 가족사진 등을 새로 산 개인용 노트북에 옮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컴퓨터의 자료파일을 노트북에 옮긴 후 그날 되돌려 준 사실, 당시 옮겨진 파일은 6,375개에 달하고 이 사건 자료파일은 위 자료들 속에 별도로 구분되지 않은 채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인 2가 위 컴퓨터 파일을 복사할 당시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중요자료를 별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던 사실, 피고인 2는 위 복사와 관련하여 피고인 1로부터 어떠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를 받지는 않은 사실, 피고인 1은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퇴직한 후 □□□라는 이종의 업체에 잠시 근무하다가 퇴사하였고, 한동안의 실직상태를 거쳐 동종업체인 공소외 2 주식회사 입사는 2006. 1.경에 이루어진 사실(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공소외 2 주식회사가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후 공소외 3이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중국 소재 사업체에 설치된 단조기가 공소외 1 주식회사가 특허출원한 공법을 사용한 동일한 구조의 단조기로 알고 공소외 2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4와 피고인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감정결과 중국 소재 사업체에 설치된 단조기의 제조공법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 아님이 밝혀졌고, 이 사건 자료 파일 역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확인되어 위 사안에 대하여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한 사실, 위 고소사건에 대한 수사 당시 공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한 압수·수색결과 회사 내에서 이 사건 자료파일이 사용되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 2가 파일을 복사해주게 된 경위, 당시 피고인들의 처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업무자료에 대한 관리실태, 이 사건 자료파일 복사 후 피고인의 이용 상황 등 기록에 나타나는 제반 사정을 위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2가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의 구체적 내용이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만연히 퇴사한 전직 동료의 편의를 봐준다는 차원에서 자료를 복사해준 것이고, 피고인 1 역시 자신의 개인파일을 찾아가려는 것이 주된 의도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일부 간접사실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그들이 공모하여 회사의 중요자료를 유출하고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 손해를 입게 한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피해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에게 그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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