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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의 위헌 여부-
(헌재 2004. 7. 15. 2002헌바42, 판례집 16-2상, 14)
정 광 현*26)
1. 부담금의 정당화 요건
2.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 부과가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3. 먹는샘물 평균판매가액의 100분의 20의 범위 안에서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 비례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먹는물관리법(1997. 8. 28. 법률 제5394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8조 제1항 중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28조(수질개선부담금의 부과ㆍ징수) ① 환경부장관은 공공의 지하수자원을 보호하고 먹는물의 수질개선에 기여하게 하기 위하여 먹는샘물 제조업자 및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 기타 제9조의 규정에 의한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질개선부담금(이하 “부담금”이라 한다)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 다만, 먹는샘물의 제조업자ㆍ수입판매업자에 대하여는 먹는샘물의 평균판매가액의 100분의 20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율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ㆍ징수하고, 기타 제9조의 규정에 의한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에 대하여는 샘물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가격에서 샘물이 차지하는 원가의 100분의 20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ㆍ징수한다.
법시행령 제8조(수질개선부담금의 부과율) 법 제2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먹는샘물 제조업자 및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이하 “제조업자등”이라 한다)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이하 “부담금”이라 한다)의 부과율은 먹는샘물의 평균판매가액의 1천분의 75로 하고, 기타 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하여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이하 “기타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라 한다)에 대한 부담금의 부과율은 샘물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가격에서 샘물이 차지하는 원가의 1천분의 75로 한다.
(1) 청구인은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프랑스의 ‘다농’사로부터 ‘에비앙’과 ‘볼빅’이라는 이름의 먹는샘물을 수입ㆍ판매하여 왔다.
(2) 서울특별시장은 먹는물관리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2001. 11. 9. 청구인에게 2001년 3/4분기 수질개선부담금 38,879,340원, 2002. 2. 8. 2001년 4/4분기 수질개선부담금 41,545,600원을 각 부과하였다.
(3) 청구인은 2001. 11. 29.과 2002. 2. 28.에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위각 수질개선부담금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의 소를 제기한 후, 그 소송에서 위 법률조항 중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위헌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먹는샘물의 제조업자등은 우리나라의 지하수자원의 고갈을 초래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할 우려가 있음에 반하여, 수입판매업자는 전혀 그러한 우려 없이 단순히 외국의 먹는샘물 완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양자는 서로 성질을 달리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같지 아니한 것을 같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수입판매업자에게 판매가액의 100분의 20 범위 안에서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으로서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한다.
(3) 수질개선부담금은 상대적으로 판매가격이 높은 수입 먹는샘물의 가격을 더욱 인상시키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먹는샘물용으로 지하수가 과도하게 개발되는 것을 규제하는 한편,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수돗물우선정책, 즉 국가가 수돗물의 질을 개선하여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정책과 관련하여 수돗물과 대체관계에 있는 먹는샘물의 개발 및 소비를 상대적으로 억제함과 아울러 징수된 수질개선부담금으로 먹는물, 특히 수돗물의 수질개선이라는 환경정책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 한편, 수입판매업자와 제조업자는 모두 국가의 수돗물우선정책에 직접적이고도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가지면서 그에 특별한 위험을 야기하는 집단이고, 따라서 수질개선부담금을 지울 수 있을 만한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입판매업자에게 제조업자와 마찬가지로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 등이 인정되는바,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이 침해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1. 부담금은 조세에 대한 관계에서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하며, 어떤 공적 과제에 관한 재정조달을 조세로 할 것인지 아니면 부담금
으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입법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부담금 납부의무자는 재정조달 대상인 공적 과제에 대하여 일반국민에 비해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가져야 하며, 부담금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징수의 타당성이나 적정성이 입법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심사될 것이 요구된다. 다만, 부담금이 재정조달목적뿐 아니라 정책실현목적도 함께 가지는 경우에는 위 요건들 중 일부가 완화된다.
2.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수자원의 현황, 국민의 소득수준 등의 여러 요소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음용수에 관하여 국가가 수돗물 우선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형성권 행사로서 존중되어야 할 것인데, 수돗물과 대체적ㆍ경쟁적 관계에 있는 수입 먹는샘물이 음용수로 사용되는 것이 증가하면 그만큼 수돗물 우선정책은 위축되게 되고, 나아가 수입 먹는샘물을 선택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저소득층 국민들로 하여금 질 낮은 수돗물을 마시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게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수돗물 우선정책에 반하는 수입 먹는샘물의 보급 및 소비를 억제하도록 간접적으로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수돗물의 질을 개선하고 이를 국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려는 정당한 국가정책이 원활하게 실현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부과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먹는물의 수질에 관한 국가의 일원화되고 합리적인 관리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한편, 수돗물 우선정책이 원활하게 실현될 수 있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질 좋은 수돗물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한편, 먹는샘물은 수돗물과 마찬가지로 음용수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수돗물과 대체적ㆍ경쟁적 관계에 있어서 먹는샘물이 음용수로 보편화되면 그만큼 수돗물 우선정책이 위축되는바, 먹는샘물을 수입하여 판매함으로써 수돗물 우선정책에 특별한 위험을 야기하는 수입판매업자에 대하여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부과대상자의 선정의 측면에서 적정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부담금의 부과 및 그것의 가격에의 반영을 통해 먹는샘물의 수입판매 및 소비를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지는 않다. 한편, 수질개선부담금은 먹는샘물의 보급 및 소비를 억제함으로써 수돗물 우선정책의 원활한 실현을 가능하게 하고 아울러 먹는물의 수질개선에 소요되는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바, 입법자는 이러한 공익목적과 국민의 사익을 적절히 형량하여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부과율을 책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구체적인 부과율을 평균판매가액의 100분의 20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그에 기하여 법시행령 제8조는 이를 1천분의 75(7.5%)로 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부과율 자체가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위헌이라고 볼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부담금관리기본법 제7조에 의하면 기획예산처장관은 매년 부담금의 부과실적 및 사용명세 등이 포함된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어, 수질개선부담금 징수의 타당성이나 적정성은 매년 입법자의 지속적인 심사 하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의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약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준조세적 성격을 가진 부담금은 자칫 공과금 부담의 형평성을 훼손하고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납부의무자가 특정한 공적 과제에 대하여 일반국민에 비해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용되어야 하며, 그 위헌성은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한다.
그런데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는 국내 지하수 자원을 이용하거나 훼손하지 않는 점에서 공공의 지하수자원의 보호라는 과제에 대하여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수입 먹는샘물 이외의 먹는물, 그 중에서도 특히 수돗물의 수질개선의 과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적 과제에 속하므로 이에 대해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들에게 특별한 재정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수입판매업자에 대하여 조세외적 부담금을 추가로 부담시킴으로써 공과금 부담의 형평성을 훼손한다고 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다음으로, 수입 먹는샘물에 관한 수질개선사업이란 사실상 수질검사 및 유통관리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관계법령의 규정을 보면, 수입 먹는샘물 자체의 수질개선사업에 소요되는 재정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게서 거둔 이 사건 부담금은 환경개선특별회계에 편입되어 그 세입의 일부를 이루지만 동 특별회계의 세입 중 정작 수입 먹는샘물과 관련하여 별도로 지출되는 금액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매분기마다 평균판매가액의 최고 100분의 20의 비율 범위 내에서 수질개선부담금을 고정적으로 납부하도록 되어 있는바, 이는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들의 기업활동의 자유나 재산권을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으로,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헌법재판소는 1998. 12. 24. 98헌가1 결정에서 먹는샘물 제조업자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의 부과가 합헌이라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다시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 부과의 합헌 여부가 문제로 되었다. 결과는 5 대 4의 다수의견으로 합헌이었다. 이 결정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요지는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은바, 이에 대하여 반복하여 상론할 필요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결정은 98헌가1 결정 이래 그동안 축적된 판례와 2001. 12. 31. 제정된 부담금관리기본법상의 규율내용을 바탕으로 부담금의 개념과 그 헌법적 정당화 요건을 체계적으로 논하였고, 적어도 이에 관한 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견해 대립이 없었던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하에서는 이 결정에서 판시된 내용을 위주로 하여 부담금의 개념과 공과금의 체계 내에서 부담금이 가지는 독자적인 특성을 살펴본 후, 부담금의 정당화 요건을 도출하는 데 바탕이 되는 헌법원리와 부담금의 유형별
정당화 요건, 그리고 이 사건에서의 그 구체적인 적용모습을 차례로 검토하도록 한다.
(1) 공과금(offentlich-rechtliche Abgaben)1)에 관한 개념정의는 접근방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과금을 국가ㆍ공공단체가 공권력에 기인한 강제원칙에 따라 사경제로부터 징수하는 재정 특유의 수입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리하여 공과금을 광의로는 수수료, 사용료, 부담금, 위법금 등과 같은 조세외적 행정수입뿐만 아니라 조세를 총괄하는 개념으로, 협의로는 위 조세외적 행정수입만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국세기본법에서는 공과금을 “국세징수법에 규정하는 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채권 중 국세ㆍ관세ㆍ임시수입부가세 및 지방세와 이와 관계되는 가산금 및 체납처분비 이외의 것”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동법 제2조 제8호). 이에 따르면 조세는 공과금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공과금이란 공권적 주체가 재정수요의 충당을 위하여 법적 근거하에서 징수하는 공법상의 금전급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바,2)여기서는 공과금을 이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로 한다.
(3) 한편, 국가 등의 재정수입이 되는 금전급부가 모두 공과금으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행정주체가 사법에 의거한 수익사업을 통해 얻은 수입이라든지 혹은 각종 기부금 등에 의하여 얻은 수입 등은 공권력 주체의 일방적인 부과 또는 징수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공과금이 아니다. 또한 일정한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벌금ㆍ과태료ㆍ이행강제금 등은 국가 등의 재정수입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과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4)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공과금을 조세(Steuer), 수수료 및 사용료(Gebuhren), 분담금(Beitrage), 이렇게 3가지로 분류하거나(3분법), 여기에 사회보험료를 추가하여 4가지로 분류하여 왔다(4분법). 그리고 최근에는 여기에 다시 특별부담금(Sonderabgabe)을 추가하여 5가지로 분류하기도 한다(5분법).5)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2001. 12. 31. 법률 제6589호로 제정된 부담금관리기본법 제2조에서 ‘부담금’이란 개념 하에 분담금, 특별부담금을 모두 한데 아우르고 있다.6)그러므로 여기서는 공과금을 조세, 수수료 및 사용료, 사회보험료, 부담금, 이렇게 4가지로 분류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한다.
여러 한계원리의 규율을 받는다. 특히, 납세자간의 부담의 형평성을 위해 현실적인 조세부담수준은 원칙적으로 담세능력에 따라 결정한다(이른바 담세능력의 원칙 Leistungsfahigkeitprinzip).
사용료 및 수수료는 국가 등이 제공하는 특정한 재화 및 용역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부과ㆍ징수되는 공과금이다. 즉, 사용료는 국가 등에 의해 제공되는 특정한 재화나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데 대한 대가로서, 수수료는 공무원의 행정적 서비스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부과ㆍ징수된다.
구체적인 부담수준은 등가성의 원칙(Aquivalenzprinzip)과 시설의 유지에 필요한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용을 고려하는 비용충족의 원칙(Kostentdeckungsprinzip)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의료보험료, 연금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는 피보험자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위해 보험사고 발생에 관한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산시킬 목적으로 갹출되는 공과금이다.
사회보험료는 그 납부의무자가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자로부터 일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등가성의 원칙에 토대를 두고 있으나, 상호공조에 의해 동종의 위험을 분산하는 점에서 사회보험제도 특유의 연대적 배분 원칙(Soliarausgleich)이 적용된다.
(가) 실정법에 의한 개념정의
국내 학계에서는 종래 ‘부담금’을 “특정 공익사업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그 사업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기 위하여 과하는 공법상의 금전급부의무”를 일컫는 개념으로 사용하여 왔다.7)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 사업에의 경비 충당’이 목적이라고 하기 힘든 부담금이 각 개별법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에 의한 개발부담금이나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과밀부담금의 경우, 징수한 금액의 100분의 50은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에 편입되어, 특정 공익사업을 위한 재정충당과 무관한 용도로 지출된다. 그리고 부담금이 일반회계에 귀속되지는 않지만, 특별회계에 편입된 후, 부담금 부과의 원인이 된 당해 특정 공익사업에 관한 경비충당과는 동떨어진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가령 토지관리및지역균형개발특별회계에 편입되는 위 개발부담금이나 과밀부담금의 나머지 100분의 50, 환경개선특별회계에 편입되는 대기환경보전법 및 수질환경보전법상의 배출부과금 등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러므로 부담금의 개념요소에 “그 사업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기 위하여”라는 부분을 포함시킬 경우 부담금으로의 포섭 범위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8)
이에 위와 같은 개념요소를 삭제하고, 부담금을 단순히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의 공익사업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에 대하여 부과하는 금전지급의무”로 넓게 정의하자는 주장이 나타났다.9)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참고하여 2001년 제정된 부담금관리기본법 제2조에서는 부담금을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행정권한을 위탁받은 공공단체 또는 법인의 장 등 법률에 의하여 금전적 부담의 부과권한이 부여된 자가 분담금, 부과금, 예치금, 기여금 그 밖의 명칭에 불구하고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 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의무”로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나) 분담금 및 특별부담금과의 관계
부담금관리기본법 제2조에 의해 정의된 ‘부담금’은, 조세ㆍ사용료ㆍ수수료ㆍ사회보험료에 해당하지 않으면서10)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부과되는 각종 공과금들을 총괄하여 규율할 현실적 필요성에서 고안된 개념
인바, 독일에서 각각 공과금의 독자적인 한 유형으로서 논의되는 분담금(Beitrage) 내지 특별부담금(Sonderabgabe) 등도 모두 여기에 포괄될 수 있다.11)
즉, 독일에서 “Beitrage”라고 하면, 이는 ‘공동체가 특정한 공공시설을 설치ㆍ유지하는 데서 특별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 이익의 범위 내에서 당해 시설의 설치ㆍ유지에 드는 비용을 분담시키기 위하여 부과하는 공과금’을 의미한다.12)그런데 이러한 분담금의 개념요소 중 ‘특정 공공시설의 설치ㆍ유지행위’도 넓게 보면 부담금의 개념요소를 이루는 ‘특정 공익사업’의 일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분담금은 부담금의 범주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법 제129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재산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로 인하여 주민의 일부가 특히 이익을 받는 경우에는 이익을 받는 자로부터 그 이익의 범위 안에서 분담금을 징수할 수 있다.”라고 하여 그 실질적 성격상 독일에서 논의되는 바와 같은 분담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부담금관리기본법의 별표 중 제14호는 이를 부담금 중 하나로 포섭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특별부담금(Sonderabgabe)은 특정 공적과제에 관한 재정 조달을 위하여 그와 특별한 경제적ㆍ사회적 관계가 있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공과금으로서,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의하여서도 도입된 바 있는 개념이다.13)그런데 이러한 특별부담금의 개념표지 역시 동시에 부담금관리법상의 부담금의 개념표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다) 분담금 및 특별부담금이라는 용어의 도입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처럼 부담금관리기본법상의 부담금 개념이 분담금과 특별부담금을 모
두 포섭할 수 있다고 할 때, 이번에는 역으로 부담금을 다시 분담금이나 특별부담금으로 세분하여 논할 실익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담금과 특별부담금이라는 용어는 자칫 개념 혼동만 야기할 수 있고, 그 각각의 구별기준이나 외연도 모호한 측면이 있으므로, 되도록 분담금 및 특별부담금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지양하고 대신 부담금관리기본법에 규정된 부담금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분담금(Beitrage)은 부담금과의 관계에 있어서 종종 개념의 혼동을 야기한다. 실제로 국내의 일부 문헌에서는 “Beitrage”를 “부담금”으로 번역하기도 하고,14)분담금과 부담금을 같은 개념으로서 혼용하거나,15)부담금 중 특히 납부의무자에게 특정 공익사업 경비의 ‘일부’를 부담시키는 경우가 분담금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16)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부담금은 관련 공익사업의 내용이 ‘공공시설의 설치ㆍ제공행위’에 한정되지 않고, “당해 특정사업에 소요되는 재정을 충당하기 위하여” 라는 개념요소도 배제하고 있는 점에서 분담금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봄이 상당하다.
한편, 독일에서는 분담금이 국가 등에 의해 제공되는 급부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점에서 수수료 및 사용료와 공통되며, 다만 수수료 및 사용료는 납부의무자가 국가 등으로부터 실제로 제공받은 현실적인 이익(aktualler Vorteil)에 대하여 부과되는 데 반하여 분담금은 단지 국가 등의 공공시설 설치ㆍ유지행위로 인해 이익을 향유할 가능성, 다시 말하여 잠재적 이익(potentieller Vorteil)에 대하여 부과되는 점에서 양자는 차이가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17)분담금에 대해 위와 같이 반대급부적 성격을 인정할 경우, 이는 일견 반대급부로서의 성격이 부정되는 특별부담금에 대한 뚜렷한 구별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특
별부담금의 정당화 요건 중 하나로서 ‘집단적 효용성’, 즉 부담금의 수입이 납부의무자들의 집단적인 효용을 실현하기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설정하고 있는바, 이 요건으로 말미암아 특별부담금과 분담금 사이의 경계선은 상당히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분담금의 납부의무자가 국가 등에 의해 제공되는 이익을 현실적으로 향유하였는지와 관계 없이 단지 그러한 이익을 향유할 가능성을 가진다는 것만을 근거로 분담금의 반대급부적 성격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보편타당한 절대적 진리인지도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부담금관리기본법이 분담금을 동법에서 말하는 부담금의 일종으로 포섭시키고 있으면서도(별표 제14호 참조) 제2조에서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 없이” 부과된다는 점을 부담금의 개념요소로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분담금의 반대급부적 성격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반대급부적 성격의 유무를 가지고 분담금이라는 용어의 독자적인 사용 필요성을 근거지우는 것은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특별부담금의 외연의 불분명성에 관하여 살펴보면, 특별부담금은 1943년에 최초로 W. Weber가 ‘조세와는 달리 경제정책적인 목적을 가지고 재정적인 목적을 가지지 않는 금전급부의무’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한 이래, 학자마다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어서, 독일 학계에서도 아직 그 개념이 완전히 확립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18)그리하여 ‘특별부담금은 일반적인 재정 소요에 조달할 목적으로 부과해서는 안 되고, 그 수입을 국가가 일반적인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에 지출해서도 안 되며, 이러한 점에서 조세와 구별된다’는 식의 소극적인 정의가 통용되고 있는 형편이다.19)한편, W. Weber가 특별부담금을 ‘경제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재정적 목적을 가지지 않는 금전급부의무’라고 정의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특정 공적과제에 관한 재정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공과
금’을 특별부담금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80. 12. 10. 직업교육부담금(Arbeitsausbildungsabgabe) 결정20)에서 동 부담금이 재정적 목적을 가지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집단적 동질성, 객관적 근접성, 집단적 책임성 및 집단적 효용성 등과 같은 특별부담금의 구체적인 부과요건을 설정하고 있다.21)반면에, 중증장애인부담금(Schwerbehindertenabgabe) 결정22)을 통해서는, 재정조달목적보다 유도적 또는 조정적 목적이 더 주된 부담금의 경우 위와 같은 부과요건들이 무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23)이처럼 특별부담금에 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는 재정 조달의 목적을 가지는 것이오히려 더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심지어 근자의 소방부담금(Feuerwehrabgabe)결정24)이나 물부담금(Wasserpfennig) 결정25)등에서는, ‘독일 기본법상 재정헌법규정은 조세나 수수료와 같은 전통적인 공과금유형 이외에 재정적 목적의 특별부담금(parafiskalische Sonderabgabe), 고유한 유형의 조정적 부담금(Ausgleichsabgaben eigener Art) 또는 그 밖의 비전형적 부담금(sonstige atypische Abgaben) 등 다양한 유형의 공과금이 허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전제 하에, 조정적 부담금의 정당화에 관한 논증을 특별부담금의 그것과 병렬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마치 전자를 후자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공과금 유형으로 파악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26)
이렇듯 특별부담금 이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독일 내에서도 그 외연이 불분명하고, 더구나 재정적 목적을 가지는 경우와 조정적 목적을 가지는 경우 각각의 정당화 요건이 서로 달라 이들을 특별부담금이라는 단일한 개념 하에 포섭시킬 실익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부담금의 개념에 관한 특별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독일의 판례법리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굳이 우리 실정법상의 부담금 개념을 도외시한 채 독일의 특별부담금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라) 부담금의 산정원리
일반적으로 조세의 정당화 여부에 있어서는 “조세의 부과 여부”의 문제와 “조세의 부과 방법”의 문제가 각각 별개로 논의될 수 있는 데 반하여, 조세외적 공과금의 경우에는 양자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서, 당해 공과금의 정당화의 근거 속에 이미 그 부과의 한계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30)이는 부담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부담금의 산정원리에 대하여 더 논하는 대신에 이하에서 항을 바꾸어 부담금의 정당화 근거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부담금관리기본법에서는 부담금을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 부과하는 조세외의 금전지급의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라고 함은 국가 등이 제공하는 특정한 급부와 부과되는 부담금 사이에 엄밀한 등가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반대급부적 성격이 없다는 점은 부담금이나 조세가 모두 공통된다. 다만,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과의 관련성을 매개로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점에서 일반국민을 상대로 담세능력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와 차이가 있다.
그런데 부담금 납부의무자는 동시에 이미 조세 부담을 지고 있는 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다른 일반 국민들과는 달리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반대급부 없이 조세와 유사한 공과금을 추가로 부담시키려면, 그럴 만한 특별한 객관적 정당화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당화근거를 규명함에 있어서는 독일에서의 논의상황이 참조가 될 것인바, 이하에서는 이에 관하여 먼저 간략히 살펴보도록 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조세외적 공과금의 징수가 적법하기 위한 요건들을 도출함에 있어서 다음의 세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① 첫째, 연방과 주가 사물입법권한을 주장하면서, 조세에 대한 입법권 및 징수권의 연방국가적 배분을 무시하고 임의로 공과금을 징수한다면 기본법상의 재정헌법(기본법 제104a조 내지 제108조)은 그 의미와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조세외적 공과금은 세수의 획득이라는 근거 이외의, 혹은 그를 대신하는 특별한 객관적 정당화근거를 요한다. 이것은 또한 조건 없이 부과되어 납세의무를 지우는 조세와도 그 성질상 명백히 구별되어야 한다.
② 둘째, 조세외적 공과금의 징수는 공과금의무자의 부담상의 형평을 고
려하여야 한다. 조세외적 공과금의 납부의무자는 동시에 조세의 납세의무자인 것이 보통이며, 이미 그러한 납세의무자로서 공동체에 관련된 부담을 위한 재정조달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조세상의 요구 외에 개인에게 추가적인 재정조달의 의무를 지우는 조세외적 공과금은 객관적인 이유에 따른 특별한 정당화근거를 요한다.
③ 셋째, 입법자가 예산과는 별도의 수입 및 지출계정을 만들 때, 예산의 완전성이라는 헌법원칙이 문제된다. 예산의 완전성원칙은 전체 국가재정의 규모를 의회와 정부의 예산편성 및 예산확정에 따르도록 함을 목표로 한다. 이로써 의회는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국가의 가용 재정규모 및 국민에게 부과되는 공과금부담을 완전하게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할 경우에만 수입과 지출이 미리 예정된 예산편성과 통제 및 결산절차에 의해 완전하게 지배될 수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하여 직업교육부담금 결정에서 다음과 같은 특별부담금의 허용 요건을 제시하였다.
① 어떤 공과금을 특별부담금이라고 성격을 규정함에 있어서는 그 실체적 내용이 중요하다. 권한영역의 획정이 문제되기 때문에, 어떤 공과금을 부담금법률 자체에서 어떻게 성격규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조세의 개념에 포섭되는 공과금을 명시적으로 반대로 규정함으로써, 즉 명시적으로 조세의 성격을 부정하거나 또는 명시적으로 다른 공과금의 범주에 포함시킴으로써 그러한 법적 성격을 가지게 하고 이로써 그것이 허용되게 하는 것은 연방 및 주의 입법자의 권한 내에 있지 않다.
② 공과금 수입이 연방이나 주에 종국적으로 귀속되고, 연방이나 주에 의해 자유로이 (목적세의 경우에는 설정된 한계 내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한, 그것은 예외 없이 “세입의 획득”에 해당하고 따라서 조세이다.
보지 않는다면 입법자는 개별적인 경우 공과금수입의 예산상의 취급 방식에 의하여 공과금의 개념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써 공과금규정의 제정에 관한 자신의 권한을 위헌적인 방법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④ 사회의 한 집단은 법질서나 사회적 현실 속에서 처한 이익상황에 의하여 또는 특별한 공동의 여건에 의하여 일반국민 및 다른 집단과 구별될 때, 즉 이러한 의미에서 동질적 집단일 때에만 특별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 입법자는 의도된 공과금징수를 위하여 법질서 및 사회질서 내에 실체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관점에 의하여 집단을 규범적으로 임의 설정하여서는 안 된다.
⑤ 특별부담금의 징수는 납부의무자 집단과 부담금징수에 의해 추구되는 목적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부담금이 부과되는 집단은 모든 다른 집단 또는 조세를 납부하는 일반국민에 비해 부담금징수에 의해 추구되는 목적에 보다 근접하여 있음이 명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담금이 부과되는 집단에게 지워지는 특별한 부담은 일반적 평등원칙에 위배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요구되는 부담금목적에 대한 납부의무자의 객관적 근접성으로부터 조세외적 부담금에 의해 재정조달되는 특정한 과제의 수행에 관한 특별한 집단적 책임성이 도출된다. 따라서 부담금수입에 의하여 수행되어야 할 과제는 전적으로 주로 부담금이 부과되는 집단의 객관적 책임에 드는 것이어야 하지, 국가의 공동책임에 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목적의 추구는 오로지 일반국민에 관련되고 따라서 일반국민에 의해 제공되는 재원, 즉 중요하게는 조세의 재원에 의해서만 재정조달되어야 할 공적인 사업에 해당한다.
특별부담금의 징수가 허용되기 위한 “객관적 근접성”의 의의에 비추어, “객관적 근접성”은 형식적이고 “조작가능한” 기준으로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입법자는 곧바로 기본법상의 재정헌법적인 근본결정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객관적 근접성”이라는 개념은 입법자가 부담금을 도입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규범을 제정하는 것을 배제하는, 실체적 내용을 가진 기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특정한 집단이 특정한 과제에 대하여 “특별한 객관적 근접성”이 있느냐는, 법질서 및 사회질서를 고려할 때 어떠한 실정에 처해 있는가를 봐
서 결정하여야 한다.
⑥ 일정한 집단의 구성원에 대한 조세외적 부담의 부과는, 그러한 부담의 부과와 특별부담금에 의해 실현되는 이익 사이에 객관적으로 정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다. 부담금수입이 부담금 납부의무자 집단의 이익을 위해, 즉 집단적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다른 집단에 유용한 특별부담금은, 그 다른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부담금 납부의무자에게 재정적 청구를 하는 것이 사물의 본성상 설득력 있는 근거에 의해 명백히 정당화되지 않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집단적으로 유용하게” 부담금을 사용한다는 것이 부담금수입이 모든 개별적인 부담금 납부의무자에게 구체적인 이익이 돌아가게끔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즉, 그것은 주로 그 집단 전체에 이익이 되게끔 사용하는 것으로 족하다.
⑦ 한 집단의 특정한 책임에 드는 과제를 특별부담금의 징수에 의해 재정조달하는 것이 장기간 예정된 경우, 입법자는 헌법적인 이유에서, “특별부담금”이라는 입법적 수단을 투입하기로 한 자신의 당초의 결정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 혹은 변화된 상황으로 인해, 특히 재정조달목적의 폐기나 목적달성으로 인해 그 결정이 변경되거나 취소되어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심사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특별부담금은 조세와는 달리 예외적 수단으로서, 충분한 정당화 근거에 의한 지속적인 정당성을 요하기 때문이다.
⑧ 특별부담금의 도입에 필요한 정당화 근거들을 종합하자면, 특별부담금은 조세에 대한 아주 드문 예외이어야 하는 특정한 입법적 수단이다. 특별부담금의 이러한 예외적 성격으로부터 그 정당화 요건은 엄격히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중증장애인부담금 결정을 통해, 조정적 부담금의 정당화 요건은 위에서 본 특별부담금의 그것보다 완화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중증장애인부담금은 법률적으로나 그 실제 내용에 따르면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 이 조정적 부담금은 특정목적을 위해 관리되고, 연방이나
주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또한 이 부담금이 부과되는 사용자집단은 동질적 집단, 즉 일반인이나 다른 집단과 분명히 구별될 수 있는 집단이며, 그러한 한에서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은 헌법상 부담금이 갖추어야 할 실질적 요건을 충족한다.
②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은, 연방헌법재판소가 직업교육부담금 판결에서 특별부담금 도입의 요건으로서 상론한 요건들 모두를 충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헌법상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위 판결에 의하면, 부담금의 목적에 대한 부담금 납부의무자들의 객관적 근접성이 필요하다고 하고, 이러한 객관적 근접성으로부터 조세외적 부담금을 통해 재원조달이 이루어져야 할 과제의 이행에 대한 특별한 집단적 책임이 발생한다고 하며, 또한 부담금수입을 납부의무자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집단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 요구되는바, 이러한 요청들은 재정조달에 일차적 목적이 있는 부담금의 경우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부담금부과의 이유가 특별한 과제의 재정 조달에 있지 않은 부담금의 경우에는 이상의 원칙들이 무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이 바로 그러한 부담금이다.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유도적 기능). 나아가 그러한 의무를 다한 사용자와 - 어떠한 이유에서든 - 그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용자 사이에 부담을 조정하여야 한다(조정적 기능).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이 갖는 이와 같은 특별한 기능은 동 부담금을 위 직업교육에 관한 결정에서 문제된 부담금과 명백히 구별되게 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그 중요 의미를 상실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유도적 기능 및 조정적 기능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재정조달기능은 그와 반대로 후퇴한다. 그러나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이 상당한 재정수입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일차적으로 재정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부담금에 적용되는 헌법적 요청들이 그에 대해서도 완전히 적용되는 것으로 본다면,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을 통해 입법자가 실현하고자 한 기능, 즉 유도적 조정적 기능은 충분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이 사건 조정적 부담금이 일정한 과제에 대한 재정조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사용자와 그 과제간의 객관적 근접성의 결
여 및 재정지원의 집단적 유용성요청의 결여를 이유로 한 조정부담금의 하향필요성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조정적 부담금을 낮추는 것은, 조정적 부담금이 부과된 사용자가 이 부담금을 조세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입법자가 설정한 정당한 목적에 반하여 유도적 조정적 기능을 약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조정적 부담금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조정적 부담금과는 달리 일차적으로 재정조달의 목적에서 징수되는 특별부담금이 갖는 객관적 근접성 및 집단적 유용성에 대한 요청들이 이 사건 부담금의 사용에 있어서 완전히 충족되는지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독일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담금은 그 유형에 따라 정당화 요건을 달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이전의 결정에서 유형별로 정당화 요건을 달리 보는 판시를 한 바 있다.31)그런데 이번 결정에서는 기존의 판시를 좀 더 보충하여 부담금의 부과목적과 기능에 따라 그 유형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순수하게 재정조달 목적만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 유형의 부담금의 경우에는 추구되는 공적 과제가 부담금 수입의 지출 단계에서 비로소 실현된다.
이는 재정조달 목적뿐 아니라 부담금의 부과 자체로 추구되는 특정한 사회ㆍ경제정책 실현 목적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 유형의 부담금의 경우에는 추구되는 공적 과제의 전부 혹은 일부가 부담금의 부과 단계에서 이미 실현된다. 가령 부담금이라는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 자체가 국민의 행위를 일정한 정책적 방향으로 유도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유도적 부담
금) 또는 특정한 공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과 그것을 이행한 사람 사이 혹은 공공의 출연(出捐)으로부터 특별한 이익을 얻은 사람과 그 외의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조정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조정적 부담금)가 이에 해당한다.
(1)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의하면,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은 재정 조달을 위하여 특정한 반대급부 없이 부과되는 점에서 조세와 매우 유사한바, 그 헌법적 정당화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가)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함으로써 조세의 납부를 국민의 기본의무로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조세는 특정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로 국민에게 재산을 출연할 부담을 지우는 것인바, 헌법은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59조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행정의 자의적인 조세부과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헌법이 여러 공과금 중 조세에 관하여 위와 같이 특별히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과제 수행에 필요한 재정의 조달이 일차적으로 조세에 의해 이루어질 것을 예정하였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없이 특정의 납세의무자를 불리하게 차별하거나 우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세평등주의의 근본취지는 넓게는 국민들 사이에 전체적인 공과금 부담의 형평성을 기하는 데까지 확장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납세의무를 지고 있는 국민들 중 일부 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부담금이라는 조세외적 공과금을 추가적으로 부담시킬 경우, 조세평등주의에 의해 추구되는 공과금 부담의 형평성은 자칫 훼손될 위험이 있다.
(다) 헌법 제54조 제1항은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ㆍ확정한다”고 하여 국회의 예산심의ㆍ확정권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예산심의를 통하여 예산의 전체 규모가 적정한지, 예산이 효율적으로 운용되는지, 예산편성이 국민의 담세능력과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등을 감시한다. 한편 예산회계법 제18조 제2항 본문은 “세입세출은 모두 예산에 계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예산총계주의원칙을 취하고 있다. 이는 국가재정의 모든 수지를 예산에 반영함으로써 그 전체를 분명하게 함과 동시에 국회와 국민에 의한 재정상의 감독을 용이하게 하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32)
그런데 대체로 일반회계예산에 편입되는 조세와는 달리, 각종 부담금 수입은 기금이나 특별회계예산에 편입되기 때문에 재정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통제기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즉, 정부가 관리ㆍ운영하는 각종 기금들은 모두 예산외로 운용되고 있어서(예산회계법 제7조 제2항 참조) 국회의 예산심의ㆍ확정권 행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기금관리기본법 제5조 참조), 정부의 모든 재정활동을 빠짐 없이 예산에 포함시키려는 예산총계주의원칙에도 중대한 예외를 이룬다. 한편, 특별회계는 국가에서 특정한 사업을 운영할 때, 특정한 자금을 보유하여 운용할 때, 기타 특정한 세입으로 특정한 세출에 충당함으로써 일반회계와 구분하여 계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 법률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바(예산회계법 제9조 제2항), 그 수가 과다할 경우 정부의 재정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33)특히, 기금이나 특별회계는 소위 ‘칸막이식 재정운용’을 통해 국가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업이 추진되게 하거나 그 사업 운영이 방만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등 재정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그로써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이상으로 공과금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가져올 염려가 있다.
(2) 이상의 사정들에 대한 고려로부터 헌법재판소는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의 헌법적 정당화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요청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가) 첫째, 부담금은 조세에 대한 관계에서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하며, 공적 과제에 관한 재정 조달을 조세로 할 것인지 아니면 부담금으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입법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즉, 국가 등의 일반적 재정수입에 포함시켜 일반적 국가과제를 수행하는 데 사용할 목적이라면 반드시 조세의 형식으로 해야 하지, 거기에 부담금의 형식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나) 둘째, 부담금은 그 납부의무자가 재정조달 대상인 공적 과제에 대하여 일반국민에 비해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가져야 한다.34)이러한 관
련성은 당해 과제에 관하여 납부의무자 집단에게 특별한 재정책임이 인정되고 주로 그 부담금 수입이 납부의무자 집단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때 인정될 것이다.
(다) 셋째, 부담금의 예외적 성격과 특히 부담금이 재정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통제로부터 일탈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성을 감안할 때, 부담금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징수의 타당성이나 적정성이 입법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심사될 것이 요구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의 경우 재정조달목적은 오히려 부차적이고 그보다는 부과 자체를 통해 일정한 사회적ㆍ경제적 정책을 실현하려는 목적이 더 주된 경우가 많은바, 이 때문에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의 정당화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 고려되었던 사정들 중 일부는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의 경우에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관한 판시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첫째로,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기본적 재정질서에 터잡아 부담금에 대한 조세의 우선적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부과목적이 재정조달에 있는 경우라 할 것이며, 특정한 정책 실현에 목적을 둔 모든 경우에도 같다고 볼 것은 아니다. 공과금은 그 개념상 원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재정수입의 목적보다는 주로 특정한 경제적ㆍ사회적 정책을 실현할 목적에서 공과금을 부담시킬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은 기본적 재정질서가 어떠한가와는 별개로 헌법적 쟁점이 되고 있으며, 그러한 한에서 공과금으로서의 조세와 부담금은 똑같은 문제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 부언하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공과금이 재정조달의 목적보다는 특정한 사회ㆍ경제정책적 목적을 주로 추구한다고 하여 곧바로 위헌적인 국가행위형식의 남용(Formenmiβbrauch des Staates)35)이라 할 수
는 없다고 보고 있으며,36)헌법재판소도 조세나 부담금을 사회적ㆍ경제적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37)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처럼, 사회적ㆍ경제적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조세나 부담금이 납부의무자들에 대해 그 부과대상이 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을 사실상 봉쇄함으로써 재정조달의 목적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있다면, 국가행위형식의 남용을 인정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38)
(2) 둘째로, 조세평등주의는 담세능력에 따른 과세의 원칙을 예외 없이 절대적으로 관철시킬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라면 납세자간의 차별취급도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헌재 1999. 11. 25. 98헌마55, 판례집 11-2, 593, 608 참조). 마찬가지로, 부담금도 그 납부의무자에게 추가적인 공과금을 부담시킬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공과금 부담의 형평성에 반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합리적 이유로서,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의 경우에는 납부의무자가 재정조달의 대상인 공적 과제에 대하여 일반국민에 비해 특별히 밀접한 객관적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 반면에,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담
금의 부과가 정당한 사회적ㆍ경제적 정책목적을 실현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라는 사실이 곧 합리적 이유를 구성할 여지가 많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재정조달 대상인 공적 과제와 납부의무자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 자체보다는 오히려 ‘재정조달 이전 단계에서 추구되는 특정 사회적ㆍ경제적 정책목적과 부담금의 부과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에 더 주목하게 된다. 따라서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의 헌법적 정당화에 있어서는 중요하게 고려되는 ‘재정조달 대상 공적 과제에 대한 납부의무자 집단의 특별한 재정책임 여부’ 내지 ‘납부의무자 집단에 대한 부담금의 유용한 사용 여부’ 등은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의 헌법적 정당화에 있어서는 그다지 결정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특별부담금에 관하여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과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 등 기본권제한의 제반 한계를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다(헌재 1998. 12. 24. 98헌가1, 판례집 10-2, 819, 830; 헌재 2003. 1. 30. 2002헌바5, 판례집 15-1, 86, 95 등 참조). 여기서 평등원칙 및 과잉금지원칙과 위에서 본 부담금의 허용요건들과의 관계가 문제된다.
생각건대, 위 허용요건은 헌법상 명시적 지침으로부터 도출된 것이 아니라, 단지 헌법의 해석에 의해 도출된 것에 불과하다.39)그리고 그 내용은 평등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여부를 심사할 때에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사정들이다. 그러므로 위 허용요건을 평등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과 별개의 독자적인 심사기준으로 볼 것은 아니다. 나아가, 평등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은 위 허용요건보다 더 폭넓은 위헌성 심사 가능성을 제공한다. 즉, 위 허용요건이 충족되더라도, 그 이외의 사정을 고려하여 평등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됨을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 허용요건은 평등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을 구체화한 내용의 일부를 이룬다고 봄이 상당하다.40)
이번에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위에서 본 부담금의 정당화 요건들이 평등원칙 및 비례성원칙의 준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974. 8. 14. 개정 식품위생법시행령(대통령령 제7224호) 제9조 제31호에서 처음으로 ‘보존음료수제조업’을 허가업종에 포함시킨 이래 먹는샘물은 전량을 수출하거나 주한외국인에 판매하는 조건으로만 제조가 허가되었다. 그러다가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이 음성적으로나마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먹는샘물의 국내시판 허용이 당국에 의해 긍정적으로 검토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89년 수돗물 중금속 파동,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하자, 먹는샘물의 국내시판 허용은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유보되었고, 이후 당국의 방침은 국내시판의 허용과 그 유보 사이에서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였다. 그러던 중 1994. 3. 8. 먹는샘물의 국내시판 금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 및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41)1994년 초 다시 낙동강 유기용제 오염 사건 등이 발생함에 따라 먹는샘물 판매량은 급증하였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1994. 5. 종전에 보건사회부가 담당하던 먹는샘물 관리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수질관리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였으며, 1995. 1. 5. 마침내 먹는물관리법(1995. 1. 5. 법률 제4908호)의 제정을 통하여 먹는샘물의 국내시판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 방지와 먹는물에 대한 합리적인 수질관리를 도모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수질개선부담금은 1995년 먹는물관리법의 제정과 동시에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이며, 공공의 지하수자원을 보호하고 먹는물의 수질개선에 기여하게 함을 부과목적으로서 표방하고 있다.
수질개선부담금의 납부의무자는 먹는샘물 제조업자,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 기타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이며(먹는물관리법 제28조 제1항),42)수질개선부담금 부과의 대상은 이들이 ‘제조 또는 수입하여 판매한 먹는샘물’과 ‘샘물을 원료로 제조하여 판매한 제품’이다(먹는물관리법시행령 제9조 제1항). 단, ‘수출하는 것’과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군대 또는 주한외국공관에 납품하는 것’은 수질개선부담금 부과의 대상에서 제외된다(위 시행령 제9조 제2항).43)
(1) 먹는샘물의 제조업자ㆍ수입판매업자에 대하여는 먹는샘물의 평균판매가액44)의 100분의 20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율에 따라 부담금이 부과되고, 기타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에 대하여는 샘물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가격에서 샘물이 차지하는 원가의 100분의 20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금이 부과된다(먹는물관리법 제28조 제1항 단서).
(2) 먹는샘물의 제조업자ㆍ수입판매업자의 경우 부담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판매가액이란 제조업자등이 판매한 먹는샘물의 용량규격별 가격을 평균한 가격(이하 ‘평균가격’이라 한다)에 용량규격별 판매수량을 곱한 금액을 말한다(시행령 제9조의2 제1항).
평균가격은 먹는샘물 제조업자에 관한 것과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관한 것을 따로 따로 산정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전년도에 판매한 먹는샘물의 용량규격별 각 사업자의 평균판매단가(혹은 평균단가)45)를 합산한 금액
을 당해 용량규격의 먹는샘물을 판매한 사업자의 수로 나누어 산정한다(시행령 제9조의2 제2항). 이 때에 전체 사업자 평균가격의 100분의 30을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사업자의 평균단가는 평균가격의 산정에 있어서 제외된다(시행령 제9조의2 제4항 본문).46)
한편, 기타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의 경우 부담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판매원가는 샘물을 채수하는 데 필요한 표준전력비, 지역개발세, 평균정수처리비용 등을 바탕으로 하여 산정된다(시행령 제9조의3).
(3) 구체적인 부담금 부과율은 먹는샘물 제조업자 및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의 경우에는 평균판매가액의 1천분의 75(7.5%)이고,47)기타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의 경우에는 샘물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가격에서 샘물이 차지하는 원가의 1천분의 75(7.5%)이다(시행령 제8조).
부담금 및 그 체납시 징수되는 가산금은 환경개선특별회계48)에 편입된
다(법 제28조 제4항).
환경부장관이 시ㆍ도지사에게 부담금 및 가산금의 부과ㆍ징수를 위임한 경우에는 징수액의 100분의 20을 징수비용으로 교부하여야 한다(법 제28조 제6항, 시행령 제13조 제1항). 또한 먹는샘물 제조업자 및 샘물개발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징수한 부담금 및 가산금에서 위 징수비용을 교부한 나머지 금액의 100분의 50은 당해 취수정이 위치한 시ㆍ군 또는 자치구에 교부하여야 한다(법 제28조 제5항, 시행령 제13조 제2항).
수질개선부담금에서 징수비용으로 교부된 금액은 당해 수질개선부담금의 부과ㆍ징수에 소요되는 경비로 사용하여야 하고, 그 외는 다음의 용도에 한하여 이를 사용해야 한다(법 제28조의2).49)
① 환경부장관은 먹는물의 수질기준을 정하여 이를 보급하는 등 먹는물의 수질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하는바, 그러한 수질관리시책사업비를 지원하는 용도
② 환경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먹는물에 대한 수질검사를 실시하여야 하는바, 그러한 수질검사실시비용을 지원하는 용도
③ 기타 공공의 지하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용도(이에 해당하는 용도로서, 시행령 제13조의2는 구체적으로 ‘지하수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지하수보전구역의 지정을 위한 조사의 실시’ 및 ‘지하수자원의 개발ㆍ이용 및 보전ㆍ관리를 위한 기초조사와 복구사업의 실시’를 들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2년 당시 먹는샘물 판매량은 연간 총 202만 6천톤인데, 이 중 국내제조 먹는샘물이 202만 4천톤으로서 총 판매량의 99.9%를 차지하고 있고, 수입 먹는샘물은 약 2천톤으로서 총 판매량의 약 0.1%에 불과하다.
한편, 2002년 당시 징수된 수질개선부담금은 총 140억 5,500만 원 규모인데, 이 중 국내제조업자에게서 징수한 금액이 139억 900만 원으로서 총 징수액의 약 99.0%에 해당하고, 수입판매업자에게서 징수한 금액은 1억 4,600만원으로서 총 징수액의 약 1%를 차지한다.
구 분 | ’95 | ’96 | ’97 | ’98 | ’99 | ’00 | ’01 | ’02 | |
수질 개선 부담금 (백만원) | 계 | 11,669 | 23,435 | 21,768 | 17,347 | 20,089 | 13,785 | 13,899 | 14,055 |
국내 | 11,564 | 23,165 | 21,588 | 17,275 | 20,005 | 13,654 | 13,753 | 13,909 | |
수입 | 105 | 270 | 180 | 72 | 84 | 131 | 146 | 146 | |
판매량 (톤) | 계 | 471,514 | 893,002 | 1,133,974 | 940,356 | 1,147,982 | 1,429,970 | 1,851,234 | 2,026,893 |
국내 | 470,923 | 890,976 | 1,130,940 | 939,510 | 1,147,407 | 1,427,253 | 1,848,547 | 2,024,537 | |
수입 | 591 | 2,026 | 3,034 | 846 | 575 | 2,717 | 2,687 | 2,356 | |
판매 금액 (백만원) | 계 | 60,543 | 114,970 | 118,373 | 90,382 | 127,484 | 156,189 | 203,153 | 217,492 |
국내 | 60,005 | 113,615 | 117,472 | 90,067 | 127,066 | 154,880 | 201,202 | 215,540 | |
수입 | 538 | 1,355 | 946 | 315 | 418 | 1,309 | 1,951 | 1,952 |
(※ 2000년도는 먹는물관리법시행령의 개정(2000.7.1.)에 따라 1/4분기는 20%, 2/4분기 이후는 7.5%의 수질개선부담금 요율을 적용한 것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수질개선부담금의 용도는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지만(법 제28조의2), 실제로는 이것이 엄격하게 준수되고 있지는 않다. 환경부의 담당부서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되는 징수금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 편입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국고로 귀속되는 징수금도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환경개선특별회계의 다른 세입항목과 혼융(混融)되어 동 특별회계상의 일반적인 세출항목들을 위해 포괄적으로 지출되고 있다.
<환경개선특별회계 세입세출 현황>
(단위 : 억원)
세 입 | 세 출 | ||||
항 목 | ’01 실적 | ’02 실적 | 항 목 | ’01 실적 | ’02 실적 |
합 계 | 12,212 | 12,268 | 합 계 | 11,466 | 12,044 |
o 부담금 | |||||
- 대기환경배출부과금 | 79 | 70 | o 중소도시지방 상수도개발 | 637 | 766 |
- 수질개선부담금 | 74 | 137 | |||
- 수질환경배출부과금 | 90 | 59 | o 도서지역식수원개발 | 247 | 358 |
- 오수ㆍ분뇨 및 축산 배출부과금 | 3 | 3 | o 하수처리시설지원 o 연안지역하수처리장 설치 | 208 1,803 | 8 1,592 |
- 생태계보전협력금 | 2 | 15 | o 팔당특별대책지원 | 300 | 300 |
- 폐기물부담금 | 514 | 499 | o 환경기술연구개발 지원 | 180 | - |
- 폐기물예치금 | 353 | 138 | o 차세대핵심환경기술 개발 | 500 | 700 |
- 폐기물처리이행 보증금 | 4 | 4 | o 21c프론티어연구개발 o 자연환경보전이용 시설 | 20 110 | 20 91 |
- 폐기물처리시설의 사후관리이행보증금 | 3 | - | o 국립공원사업 o 국립공원관리공단 출연 | 505 132 | 687 135 |
- 환경개선부담금 | 4,088 | 4,526 | o 굴뚝원격감시체계 구축 | 66 | 58 |
- 협의기준초과부담금 | 1 | 2 | o 천연가스자동차보급 | 407 | 545 |
- 환경오염방지사업 비용부담금 | 2 | 2 | o 공단폐수종말처리장 o 4대강수질개선대책 | 281 100 | 227 73 |
o 관유물매각대 | 146 | 13 | o 쓰레기매립시설설치 | 263 | 216 |
o 융자회수금 | 725 | 725 | o 폐기물소각시설 | 690 | 417 |
o 일반회계전입금 | 4,767 | 4,282 | o 비위생매립지 정비 | 363 | 351 |
o 전년도 이월금 | 357 | 681 | o 재활용산업 육성 | 600 | 650 |
o 기타 | 1,004 | 1,112 | o 기타 | 4,054 | 4,810 |
부담금관리기본법은 제3조에서 “부담금은 별표에 규정된 법률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설치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별표 제44호에서 “먹는물관리법 제28조의 규정에 의한 수질개선부담금”을 동법에서 말하는 부담금 중 하나로서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공과금이 조세인지 아니면 부담금인지는 단순히 법률에서 그것을 무엇으로 성격 규정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실질적인 내용을 결정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납세자의 조세저항 내지 조세에 대한 헌법상의 통제기능에 대한 회피수단으로서 부담금이 남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질개선부담금은 공공의 지하수 자원을 보호하고 먹는물의 수질개선에
기여하게 한다는 특정한 공적 과제를 위하여 반대급부 없이 부과되며, 그지출 용도가 매우 제한적으로 설정되어 있고(법 제28조의2), 위 행정과제와의 관련성을 매개로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점에서 그 이념과 기능이 조세의 그것과 실질적으로 구별되므로 부담금에 해당한다.50)
(1) 2001. 12. 31.에 제정된 부담금관리기본법에 의하면, 부담금의 설치목적은 부담금 부과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제4조), 부담금의 부과는 그러한 설치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제5조). 이는, 부담금의 설치목적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불명확할 경우 부과목적과 부과요건 사이의 합리적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행정청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커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51)그러므로 부담금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 명시된 목적 이외의 것은 부담금 부과의 적법한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의 부과목적에 대하여, 국내 제조업자를 보호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는 견해, 계층간에 위화감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견해 등도 있다. 그러나 수질개선부담금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공공의 지하수자원을 보호하고 먹는물의 수질개선에 기여하게 하기 위하여”라고 설치목적을 밝히고 있을 뿐,
국내 제조업자의 보호나 계층간 위화감 방지 등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들과 공공의 지하수자원 보호와 먹는물의 수질개선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제조업자의 보호나 계층간 위화감 방지 등은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적법한 목적이 될 수 없다.
(3) 한편, 헌법재판소는 1998. 12. 24. 선고한 98헌가1 결정에서 먹는샘물 제조업자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 부과는 합헌이라고 하면서, 이 부담금이 소위 수돗물 우선정책, 즉 국가가 수돗물의 질을 개선하여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음용수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하나의 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수돗물 우선정책은 부담금의 목적으로 법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바, 이를 수질개선부담금 부과의 적법한 목적으로 볼 수 있느냐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을 통해 수돗물 우선정책이 수질개선부담금 부과의 적법한 목적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즉, 이를 긍정한 5인의 다수의견은 물론이고, 4인의 소수의견도 수돗물 우선정책이 ‘공공의 지하수 자원 보호 및 먹는물의 수질개선’이라는 부담금의 설치목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여 일단 그 적법성을 인정하였다. 다만, 4인의 소수의견은 이러한 수돗물 우선정책의 타당성은 국내 수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만 인정될 수 있는바, 우리나라의 지하수자원을 사용하는 먹는샘물 제조업자에 대해서는 몰라도, 국내 수자원의 이용과 무관한 외국산 먹는샘물의 수입판매업자에 대해서는 수돗물 우선정책이란 더 이상 수질개선부담금 부과의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엄격히 해석하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에, 5인의 다수의견은 외국산 먹는샘물도 수돗물과 대체적 관계에 있고 그 소비의 증가는 수돗물 우선정책을 위축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먹는물의 일종인 수돗물의 수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돗물 우선정책은 외국산 먹는샘물의 수입판매업자에 대해서도 부담금 부과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다수의견은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을 수돗물 우선정책의 원활한 실현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이라고 규정하였고, 반면에 소수의견은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의 경
우 부담금의 부과 자체로는 곧바로 국내 지하수자원의 보호나 먹는물의 수질개선의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 사건 부담금은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으로서 정당화되는지만 문제된다고 하였다.
(4) 이처럼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담금을 재정조달목적 이외에 수돗물 우선정책의 원활한 실현이라는 정책실현목적도 가지는 부담금으로 보았기 때문에 ‘재정조달 대상 공적 과제에 대한 납부의무자 집단의 특별한 재정책임 여부’ 내지 ‘납부의무자 집단에 대한 부담금의 유용한 사용 여부’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엄격하게 심사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 부담금이 합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반면에, 소수의견은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으로서의 성격을 부인하는 전제 하에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에 관한 엄격한 심사척도를 적용하였고, 결국 공공의 지하수자원의 보호 및 먹는물, 특히 수돗물의 수질개선에 대한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의 특별한 재정책임을 부정함으로써 이 사건 부담금은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었다.
(1) 이 사건 결정은 부담금관리기본법상의 부담금을 두 가지 유형, 즉 재정조달목적만 가지는 것과 재정조달목적 외에 정책실현목적도 가지는 것으로 나누고, 각 유형별로 정당화 요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상세히 규명한 의의가 있다.
(2) 구체적으로 해당 부담금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에 관하여는 관점에 따라 상이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 사건 결정은 그럴 경우 헌법적 정당성에 관한 판단의 준거와 척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3) 이 사건 수질개선부담금에 대하여는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가령 부담금의 실제 지출에 있어서는 법 제28조의2 소정의 용도가 엄격히 준수되고 있지 않다. 또, 먹는샘물이 수돗물 우선정책에 저촉되는 정도는 그 판매가격이 아니라 판매량에 비례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의 경우 왜 같은 판매량에 대해 제조업자보다 훨씬 더 높은 액수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문제점들은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 자체의 문
제라기보다는 구체적인 법집행행위 내지 부담금의 산정방법에 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하위법령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 사건 결정에서 이들 문제점에 관한 판단은 유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