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고합472 공직선거법위반
피고인
A
검사
박기동(기소 및 공판), 진현일, 배상윤(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법무법인 D 담당변호사 E, F
법무법인 G 담당변호사 H
판결선고
2016. 12. 6.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가. 피고인의 지위
피고인은 2016. 4. 13.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I 선거구에 J정당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된 사람이다.
나. 피고인의 경력
피고인은 2003년경부터 5년간 K정당과 그 후신인 L정당의 각 부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집권여당의 활동과 정책에 관한 언론 브리핑, 언론보도 및 오보에 대한 대응 업무를 담당하였고, 2007년 5월경부터 2007년 11월경까지 청와대 M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 기자실을 총괄하고, 보도 관련 지원업무 및 사실관계와 상이한 보도에 대한 대응 업무 등을 담당하였으며, 2012년 7월경부터 2016년 5월경까지 제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면서 소관 법률안의 제·개정 뿐만 아니라 모든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2014년 10월경부터 2015년 5월경까지 N정당의 원내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위 정당 원내교섭단체의 언론 브리핑, 브리핑 내용에 관한 언론보도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등 위와 같이 약 12년의 기간에 걸쳐 실체관계와 보도·논평·발언 사이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거나, 용어와 어휘의 정확한 선택과 그에 따른 발언 의미의 변화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여 왔다.
또한 피고인은 2007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동국대학교 O대학원의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매스컴과 미디어, 선거와 미디어의 관계에 관한 강의를 하였고, 숭실대학교 P과의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Q' 등에 관한 강의를 한 사람이다.
다. 본건 연설회 개최 당시의 상황
피고인은 2016. 2. 25.부터 시작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J정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피고인 가족의 보좌진 채용, 보좌관 임금의 후원금 납부 등 비위사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역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단수공천이 미루어져 오다가 J정당의 경선 실시지역에 대한 경선이 시작된 2016. 3. 13. 이후인 같은 달 14.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공천을 받았다.
또한 R자 중앙일보 기사에서 여론조사 및 각 당의 판세분석을 종합하여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I 선거구가 '경합' 지역(전체 선거구 중 33.7%)으로 분류되었다고 보도하고, S자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여론조사 및 각 당의 판세분석을 종합하여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I 선거구가 '경합'지역(전체 선거구 중 24.1%)으로 분류되었다고 보도하였다.
나아가 2016년 3월경부터 실시한 각종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서 J정당은 지지율이 답보 상태였음에 반하여, T정당은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U 한국갤럽이 밝힌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는 T정당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고, 특히 서울 지역에서 정당 지지율이 23%를 기록하며 J정당을 추월한 것으로 발표되었으며, 이와 같은 여론조사결과 및 추세가 수도권 접전지역의 J정당 지역구 후보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었고, 2016. 4. 10.경에는 다수 언론에서 전국선거결과 예측 보도를 통하여 J정당은 전국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포함하여 100석을 얻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에 놓인 반면 T정당은 30~40석을 얻는 선전(善戰)을 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에 T정당의 지지율 상승세에 위기감을 느낀 J정당 지도부는 2016. 4. 10. 무렵 V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W 전 대표가 각각 서울 지역의 지역구 지원유세현장에서 일제히 T정당 지역구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T정당 후보를 지지하면 결국 X정당 후보가 당선되므로 T정당이 아닌 J정당 후보를 지지 해달라'는 취지의 연설을 하는 등 T정당 지역구 후보들을 집중 견제하기에 이르렀다.
라. 범죄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2016. 4. 10. 18:00경부터 19:00경까지 서울 Y 소재 서울도시철도 7호선 Z역 4번 출구 앞 노상에서 연설용 방송차량 적재함 부분에 연단과 방송시설을 설치하고, AA 전 국회의원, AB 전 국회의원, AC 전 국회의원, AD 서울시청 AE 감독, 피고인의 아들인 AF, 피고인의 남편인 AG 변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그곳을 지나는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AA 전 국회의원의 지지연설-피고인의 연설-AB 전 국회의원의 지지연설-피고인의 연설-AF의 지지발언-AG의 지지발언의 순서로 진행되는 연설회를 약 1시간 동안 개최하였다.
피고인은 AA 전 국회의원의 '이번 선거에서 T정당이 선전하게 되면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어려워지므로 J정당을 지지해달라'는 취지의 지지연설에 이어서, "분열은 안됩니다... 그런데 4월 13일을 앞두고 우리는 분열되어 있습니다. 진짜 야당 분열인지 아니면 X정당의 의중대로 분열을 가지고 오는 건지. 진짜 야당의 승리를 위한다면 기호 3번과 기호 2번은 단일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호 3번이 단일화를 할 생각은 하나도 없고 기호 1번과 손을 맞잡고 A를 헐뜯다가 법적 조치를 당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기호 3번은 AH 후보가 아닙니다. 기호 3번! 기호 2번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이제 기호 3번을 우리는 무시하고 갑시다. 더 이상 하나가 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호 2번 A에게 압도적인 승리로, 우리 I선거구의 승리, 대한민국의 승리, 야당의 승리를 가져다 주십시오"라고 연설하면서, T정당 I선거구 후보인 AI이 아닌 피고인을 지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연설을 하였다.
이어서 AB 전 국회의원의 '경제를 살리고 민생법안을 지키기 위해서는 A를 지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지지연설이 있은 후, 피고인은 다시 같은 날 오전 AJ 지역방문 과정에서 피고인이 유권자들로부터 받은 지지와 격려를 소개하는 연설을 하면서 "어른들이 이야기 하십니다. 그만 다녀도 돼. 우리 마음먹었어. 그리고 일 잘했잖아. 비교가 되나? 전과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하고 비교가 되냐고 이야기 하십니다. 여러분! 오늘 이야기 하지만 기호 3번 전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경제전문가라고 하는데 전과가 그렇게 많으면 되겠습니까?"라고 연설하여, 마치 기호 3번인 T정당 AI 후보가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후보자들 가운데 전과가 두 번째로 많은 것처럼 공표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발언에 이어서 "선관위에서 이런 거 이야기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거는 알려야 하는 내용이라고 (답변하였다)", "전과기록이 1번은 몇 개 있는지, 2번은 몇 개 있는지, 3번은 몇 개 있는지, 그 다음 사람들은 몇 개 있는지 꼭 공보물 확인해보십시오", "전과가 많은 사람들이, 전과범들이 대한민국의 나라를 책임지면 되겠습니까"라고 발언하고, "A도 전과가 하나 있습니다... AK 독재시절 AK 대통령과 싸워서 국가보안법 전과 있습니다... 이 전과 좋은 거 아닙니까?... 이것은 훌륭한 것이고, 다른 후보들이 전과가 얼마나 많은지 꼭 공보물 찾아보시고 사이트 찾아보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전과 없이 깨끗한 사람들 만세, 범죄 없이 깨끗한 사람들 만세, 사기 전과 없이 깨끗한 사람들 만세"라고 발언하여, 피고인과 (AI 후보를 포함한) 경쟁후보들과의 전과 개수 및 내용을 비교하고 전과가 많은 경쟁후보를 거론하는 취지의 연설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T정당 AI 후보는 1996. 1. 20.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등으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것을 포함하여 벌금형 전과가 4건 있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가운데에는 대전 AL선거구 무소속 AM 후보가 전과 10건, 부산 AN선 거구 무소속 AO 후보가 전과 9건1), AP선거구 무소속 AQ 후보가 전과 8건, AR선거구AS 정당 AT 후보를 비롯한 5명의 후보가 각 전과 6건, 서울 AU선거구 T정당 AV 후보를 비롯한 8명의 후보가 각 전과 5건이 있어 위 AI 후보는 전국 후보자들 가운데 전과순위가 17위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AI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위와 같이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허위 내용으로 연설함으로써, AI 후보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변소 요지
가. "기호 3번 전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합니다"(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라는 발언은 그 발언을 하게 된 전후 맥락을 고려해 볼 때 '깨끗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야 한다'는 주관적 의견표현에 부속된 발언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독자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아울러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적으로 보아도 매우 상위권에 속한다는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이를 허위의 사실로 보기도 어렵다.
나.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 AI 후보의 전과가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점을 공표하기 위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 아니고, AI 후보의 전과가 T정당 소속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발언하던 중 다소 불명확한 표현을 하게 된 것으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새정치를 이야기하고 깨끗함을 유독 강조하였으며 후보자가 형사 기소되면 공천을 주지 말자는 방침이었던 AH T정당 대표가 유독 전과가 있는 후보들을 많이 공천하였는데(171명 중 67명), 피고인이 알아보니 서울 I지 역구의 기호 3번이 전국의 그 기호 3번들 중에서 두 번째로 전과가 많은 것으로 나타 났기에 이러한 T정당의 공천 행태를 비판하고 T정당 후보자들은 AH 대표처럼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다소 불명확한 표현을 하게 되었을 뿐이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
1) AI 후보의 전과 개수
기록에 의하면, AI 후보는 모두 4건의 전과를 가지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구체적으로, ① 1996. 1. 20. 춘천지방법원(96고약22)에서 상법위반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로 벌금 100만 원, ② 2000. 12. 8. 춘천지방법원(2000고약6997)에서 상법위반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로 벌금 300만 원, ③ 2002. 6. 18.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2002고약1674)에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100만 원, ④ 2014. 1. 7.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2013고약10413)에서 건설기술관리법위반죄로 벌금 200만 원의 각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그 약식명령이 모두 확정되었다.
2) AI 후보의 전과 순위
가) 전체 후보자들 중에서
AI 후보가 가진 4건의 전과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전체 후보자들 중에서 전과 건수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에는 6번째이고, 전과가 가장 많은 후보자부터 누적한 인원수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에는 18번째이다(아래 표 참조).
나) T정당 후보자들 중에서
한편 AI 후보가 가진 4건의 전과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T정당 소속 후보자들 중에서 전과 건수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2번째이고, 전과가 가장 많은 후보자부터 누적한 인원수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에도 2번째이다(아래 표 참조).
나. 이 사건 발언이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이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세한 부분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인지는 일반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11도3824 판결, 대법원 2016. 9. 8. 선고 2016수33 판결 참조).
살피건대, 피고인은 '전체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또는 'T정당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와 같이 비교 대상이 되는 모집단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기호 , 3번 전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합니다"라고 연설하였는바, '전국'의 통상적인 의미는 '온 나라'를 말하고 그 연설은 국회의원 선거유세 중에서 나온 것이므로, 피고인의 연설을 접한 일반 선거인들로서는 기호 3번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의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고 보이고(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전국의 국민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 또는 'T정당 소속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후자로 이해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발언을 청취한 일반 선거인들에게 'AI 후보가 전체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전과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여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현저히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AI 후보의 전과 4건은 전체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전과 건수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에는 6번째이고, 전과가 가장 많은 후보자부터 누적한 인원수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에는 18번째이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은 객관적 사실에 배치되어 결국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다.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 AI 후보의 전과 순위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소정의 허위사실공표죄에서는 행위자의 고의의 내용으로서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데, 이러한 주관적 인식의 유무는 그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증명하기 어려운 이상 공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출처 및 인지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규범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8. 15. 선고 2015도7172 판결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되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어야 하고, 단지 유죄의 근거가 되는 증거가 반대 증거에 비하여 우월하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것은 대법원이 확고하게 지켜온 원칙이다. 상당한 정도의 의심을 할 사정만으로는 유죄의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무죄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은 동일하고 한정되어 있는데 이를 검사와 피고인 측 모두 각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이나 관련 정황과 결합하여 정반대의 해석과 추론을 하여 제시하고 있고, 이러한 해석과 추론이 각각 설득력이 있다고 진지하게 수긍할 수 있는 한, 검사가 궁극적 책임을 지는 유죄의 증명은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2115 판결 참조).
2) 구체적 검토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기호 3번 전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합니다"는 발언을 할 당시 피고인이 내심으로는 '기호 3번 전과가 전국의 T정당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점을 전달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비교의 대상이 되는 모집단을 정확하게 특정하지 않은 표현을 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이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발언 자체로부터 피고인이 내심의 의사와는 달리 실수로 불명확한 표현을 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피고인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 당시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의 전체 후보자 중에서 두 번째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증거기록 294쪽,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라고 진술한 사실은 인정된다. 검사는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 당시 AI 후보자의 전과 순위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사건 발언이 일반 선거인들의 입장에서는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라고 받아들여질 여지가 큰 점은 제3의 나항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발언이 반드시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라는 의미로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비교의 대상이 되는 모집단을 '전국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처럼 명확하게 특정한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라고만 표현하였기 때문에 '전국의 국민들 중에서', '전국의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또는 피고인이 의도하였다는 바와 같이 '전국의 T정당 소속 후보자들 중에 서'로도 이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이 있기도 전인 수사 초기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발언 당시 알리고자 한 바는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의 T정당 소속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것이었다고 변소하고 있는바, 이 사건 발언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다양성에 비추어 피고인의 변소가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따라서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의 전체 후보자 중에서 두 번째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라는 피고인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내세운다는 인식 아래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즉흥 거리 유세의 특성상 실수로 내심의 의도와는 다른 불명확한 표현을 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하였던 연설회는 2016. 4. 10. 18:00경부터 19:00경까지 서울 Y 소재 서울도시철도 7호선 Z역 4번 출구 앞 노상에서 열린 것인데,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에 앞서 AA 전 국회의원의 지지연설, AB 전 국회의원의 지지연설이 있었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 발언 전까지 위 지지연설 사이사이에 그들의 말을 이어받아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였다.
당시 피고인이 연설회에서 발언할 내용에 관하여 표현을 정제하여 연설문 등의 형식으로 미리 준비해두었다는 자료는 없어 피고인은 원고 없이 즉흥적으로 연설을 이어 나간 것으로 보이는데, 위 연설회에서 이 사건 발언 외에는 'AI 후보의 전과가 전국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라고 선거인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발언은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이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을 통틀어 위 Z역 연설회를 제외하고는 AI 후보의 전과에 대하여 직접 언급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AA 전 국회의원, AB 전 국회의원의 지지연설을 이어받아 원고도 없이 즉흥 연설을 하던 과정에서 실수로 피고인의 의도와는 달리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은 2016. 4. 9.경 서울 I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 CV에게 전화로 '후보자 공개사항(재산, 체납 여부, 전과사항)에 대하여 유세 과정에서 발언하여도 되는지' 물어본 사실이 있는데(증거기록 132쪽, 254쪽), 검사는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즉흥적으로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미리 AI 후보의 전과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위 CV은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아닌 한' 후보자 공개사항에 대해서는 유세 과정에서 발언하여도 무방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여 주었다는 것이므로, 피고인 입장에서는 위 질의를 통해 AI 후보의 전과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해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한 번 더 상기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 AI 후보의 전과 4건이 T정당 소속 후보자들 중에서 2번째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의 충분한 소명이 있으므로, 이 사건 발언 당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인식에 기초하여 발언한 것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피고인은 검찰 조사 시 위와 같은 인식을 갖게 된 경위에 관하여, "CW자 스포츠 경향의 「이것만은 알고 투표장에 가자」2)는 제하의 보도는 서울 지역의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전과 횟수에 대해 공개한 언론보도였는데, 무소속 후보 전과횟수 6회, 구로의 T정당 AV 후보, 5회, T정당 AI 후보와 CH, CF 후보가 각각 4회로 많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 기사에 의하면 AI 후보가 T정당에서는 전과횟수가 두 번째라는 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서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보좌진에 'AI 후보가 T정당 내에서 전과가 몇 등인지 한번 봐라'라고 지시해두었습니다. CX자 일요서울 기사를 다시 찾아보니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서의 순위가 나왔는데 역시 AI 후보가 T정당 후보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이후에 U자 일요서울 기사에 전국적으로 후보자들의 전과가 총정리되어 보도되었는데 역시 T정당 소속 후보자 중에서 AI 후보의 전과가 두 번째로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4월초(4월 4일경) 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에서 일부 전과가 많은 후보자들의 전과내역을 확인해보고 AI 후보가 T정당 후보자 중에서 전과가 두 번째로 많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을 한 것이고, 비서관 보고도 받았습니다"(증거기록 250쪽 이하,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라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보았다는 CW자 스포츠경향 기사(증거기록 291쪽, 증 제2호증), CX자 일요서울 기사(증거기록 30쪽), U자 일요서울 기사(증거기록 443쪽)의 내용이 피고인의 위 진술에 부합한다. 그리고 피고인의 선거캠프 사무장을 맡았던 CY도 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CW자 스포츠경향 신문기사 중 '원내 정당 공천 후보로는 AV T정당 AU선거구 후보가 5건, CH CI선거구, CF CG선거구 J정당 후보와 AI T정당 I선거구 후보가 각각 4건으로 가장 많았다'라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 보고하며, 'AI 후보는 주요 정당 공천후보 중에서 또 T정당 후보자 중에서 전과가 두 번째로 많습니다', '전국체전으로 치면 은메달입니다'라고 이야기하였다"라고 진술하여 피고인의 위 진술에 부합한다.
또한 피고인은 주로 AI 후보의 'T정당 내' 전과 순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에 관하여, "저는 X정당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J정당이) T정당과 분당된 것에 대한 아픔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AI 후보는 무소속이다가 T 정당에서 공천 받는 것을 보면서 T정당의 공천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AI 후보가 T정당 내에서 전과가 몇 번째였는지가 관심이 있었습니다"(증거기록 295쪽,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라고 진술하였는바, T정당 창당 과정 및 AI 후보의 T정당 공천 과정 (당내 경선이 끝난 이후에도 상당기간 공천이 되지 않다가 후보등록일 바로 전날인 2016. 3. 23. 공천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진술이 수긍이 되고, 그 진술이 작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발언을 한 후 "공보물을 꼼꼼히 보고 전과 기록이 1번은 몇 개 있는지, 2번은 몇 개 있는지, 3번은 몇 개 있는지, 그 다음 사람들은 몇 개 있는지 꼭 여러분 공보물 확인해보십시오", "다른 후보들이 전과가 얼마나 많은지 꼭 공보물 찾아보시고 사이트 찾아보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연설하였다. 만일 피고인이 AI 후보의 전과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의도한 것이라면, 공보물 확인 또는 사이트 검색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쉽게 허위임이 탄로 나게끔 당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공표하기에 이른 동기가 되었다는 사정들과 배치되는 다른 사정들의 존재가 인정됨
검사는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할 동기가 충분하였다는 취지로 아래의 여러 사정들을 들고 있으나, 그러한 사정들은 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그와 배치되는 다른 사정들의 존재가 인정되므로, 피고인에게 AI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서울 I선거구 선거 판세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는 주장
검사는, 중앙일보는 R(증거기록 360쪽), 동아일보는 S(증거기록 362쪽) 여론조사 및 각 당의 판세분석을 종합하여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I 선거구가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었다고 보도한 점을 근거로, 서울 I 선거 판세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공표할 동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 등에 공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중앙선거여론조사공 정심의위원회에 그 여론조사 결과를 등록해야 하는데, 서울 I 선거구에 대하여는 위 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가 없으므로 위 각 기사의 판세분석 내용이 여론조사 결과를 기초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것은 단지 각 당이 자체적으로 내린 판세분석 의견을 취합하여 내린 분석으로 보일 뿐이다.
오히려 ① CX 머니투데이는 「서울 49곳, 접전지 수두룩... 단일화 수준이 승패 가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나마 후보간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지역구는 X정당이 CZ선거구(DA)... 정도이고, J정당는 DB 선거구(DC)... I선거구(A) 등이 비교적 확실한 우위에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라고 보도하였고(증 제8호증의 1), ② CW 연합뉴스는 「< 총선 D-10 판세 > ① 서울 49곳 중 32곳 접전… '오리무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J정당는... I선거구, 을(A, DD)은 박빙 승부를 예상하면서도 우위에 섰다는 판단이다"라는 보도를 하였으며(증 제8호증의 2), ③ DE 서울신문도 「격전지 69곳, 새누리 수도권 14곳 등 17곳 '오차범위 밖 우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물론, 여론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I선거구 등 12곳은 X정당도 J정당의 우세를 인정한다"라는 보도를 하였고(증 제8호증의 3), ④ DF 아시아투데이는 「D-3 총선, 서울 표심오리무중... 49석 중 절반 이상 예측불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J정당는 I선거구(A)... 등 8곳에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보도하였다(증 제8호증의 4).
② 정당지지율 측면에서도 T정당이 서울에서 J정당에 앞서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T정당 후보를 집중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
검사는 '한국갤럽이 U 밝힌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T정당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였고, 특히 서울 지역에서 정당지지율이 23%를 기록하며 J정당을 추월한 것으로 발표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갤럽의 위 조사에 의하면, 서울에서 T정당이 23%의 지지율을 보인 영역은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일 뿐 투표할 후보가 소속된 정당 지지율은 아니다(증거기록 314쪽 참조). 즉, 위 조사에서 '20대 총선에서 투표할 비례대표 정당지지도'는 X정당 31%, J정당 15%, T정당 23%로 조사되어 T정당이 J정당을 앞섰으나, '20대 총선에서 투표할 후보의 소속 정당 지지도'는 X정당 34%, J정당 23%, T정당 12%로 조사되어 T정당이 J정당에 2배 가까이 뒤지는 결과를 보였으므로, 검사의 주장처럼 T정당의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이 23%임을 들어 만연히 T정당 정당지지율이 J정당을 앞섰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리서치뷰, 조원씨앤아이, 리얼미터,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3월경부터 선거일 직전 무렵까지 전국 및 서울 지역에서 T정당의 정당지지율이 J정당의 그것을 추월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③ 선거 결과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당선무효형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AI 후보의 전과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려움
피고인은 2016. 4. 13.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I선거구에서 유효 투표 총수의 54.15%를 얻은 반면, X정당 DG 후보는 31.45%, T정당 AI 후보는 13.5%, BQ정당 DH 후보는 9.89%를 각각 얻었다. 이처럼 피고인이 과반수가 넘는 득표를 하며 선거에서 압승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선거 판세가 안정화되어 가는 것으로 보이는 선거 3일 전에 굳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AI 후보의 전과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이 방송, 신문, 통신 등 그 전파력이 월등한 매체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불과 30~40여 명의 청중이 듣고 있었던 길거리 유세장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고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재희
판사 이장형
판사 김규화
주석
1) 공소장에 기재된 8건은 오기로 보인다(증거기록 57쪽 참조).
2) 정확히는 「4·13 드라마를 만드는 유권자들, 이것만은 꼭 알고 투표장으로!」이다(증 제2호증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