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채무자인 피고인이 채권자 갑의 기존 채권을 투자금으로 전환하여 공동으로 분양받은 을 상가에 관하여 갑과 ‘피고인은 을 상가를 매각하여 매각대금 중 일정 금액 이상을 갑에게 지급하고, 매각 후 차익이 발생할 시에는 투자금액에 비례하여 분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음에도, 자신의 단독명의로 을 상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을 상가를 임의로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은 후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함으로써 피고인과 갑을 조합원으로 한 병 조합에 손해를 가하고 조합재산을 횡령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 또는 업무상횡령의 택일적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병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병 조합의 업무집행자로서 조합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거나 병 조합을 위한 보관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전부 무죄로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채무자인 피고인이 채권자 갑의 기존 채권을 투자금으로 전환하여 공동으로 분양받은 을 상가에 관하여 갑과 ‘피고인은 을 상가를 매각하여 매각대금 중 일정 금액 이상을 갑에게 지급하고, 매각 후 차익이 발생할 시에는 투자금액에 비례하여 분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음에도, 자신의 단독명의로 을 상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을 상가를 임의로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은 후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함으로써 피고인과 갑을 조합원으로 한 병 조합에 손해를 가하고 조합재산을 횡령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 또는 업무상횡령의 택일적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이다.
동업계약은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는 민법상 조합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703조 ), 특정한 사업을 공동경영하는 약정에 한하여 조합계약이라 할 수 있고, 공동의 목적달성이라는 정도만으로는 조합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는바, 피고인과 갑이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나 이와 관련한 갑의 진술 등에 비추어 갑은 합의 무렵 을 상가의 관리ㆍ처분을 통한 수익사업에 참여하려 하였다기보다는 기존 채권의 회수를 목적으로 합의에 이르렀고, 향후 을 상가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지면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채권회수를 보다 확고히 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합의서에 기재된 문언을 보더라도 갑이 피고인과 을 상가의 관리ㆍ처분을 통한 수익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려는 의사에서 합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갑이 합의를 통하여 공동의 목적달성이라는 정도를 넘어서 을 상가에 관한 관리ㆍ처분을 통한 수익사업을 공동경영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과 갑을 조합원으로 한 병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갑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의 실질은 일정 금액 이상을 지급하는 민사상 채무에 가까우므로, 피고인이 갑에 대하여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병 조합의 업무집행자로서 조합에 대한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어 병 조합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으며, 피고인과 갑 사이에 조합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이 병 조합을 위한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전부 무죄로 판단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 제356조 , 민법 제703조 , 형사소송법 제325조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쌍방
검사
이광진 외 1인
변호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길기봉 외 1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9. 11. 선고 2019고합275 판결 ( 2019초기1758 배상명령신청)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인천 남동구 (주소 1 생략)(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한다)를 임대하여 받은 임대료 105,503,295원 업무상횡령의 점(공소사실 제1항)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상가를 3차례 담보로 제공하고 금전을 차용하거나 제3자에 매각하여 이득을 취한 업무상배임 또는 업무상횡령의 점(공소사실 제2항)에 대하여는 기본적으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공소사실 제2의 다.항 중 260,359,013원의 업무상배임의 점 및 택일적 공소사실인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는 이유무죄로 판단하였는데, 피고인은 유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는 위 임대료(105,503,295원) 횡령의 점에 대한 무죄 부분과 유죄 부분에 대하여 각각 항소하였다(검사는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항소하지 주1) 않았다).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의하여 위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함께 당심에 이심되기는 하였으나, 이 부분은 이미 당사자 간의 공격ㆍ방어의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하게 되었으므로 위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의 무죄결론에 따르기로 하고 이 법원이 다시 판단하지는 않는다.
또한 원심은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였는데, 배상신청인은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으므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 ) 원심판결 중 위 배상신청 각하 부분 역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가)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2007. 12. 13. 자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는 조합계약(동업약정)이 아니라 익명조합에 유사한 무명계약에 해당하는데도 원심은 이 사건 합의로 두 사람을 조합원으로 한 조합이 성립한 것으로 보고 피고인에게 조합의 업무집행자로서 조합재산을 관리해야 할 임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조합계약에 관한 법리오해에서 비롯된 배임죄의 주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설령 이 사건 합의의 법률적 성격을 조합계약(동업약정)으로 보아 조합이 성립한 것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상가를 피고인 명의로 등기한 이상 위 조합이 피고인에게 위 상가를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등기명의자는 횡령 또는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법리에 따라 피고인은 횡령 또는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무죄선고 된 임대료 105,503,295원 업무상횡령의 점)
피고인과 공소외 1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조합규정의 적용을 받는 사업공동체(동업) 관계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상가를 임대하고 수령한 임대료는 조합재산이다. 피고인은 위 조합에 대하여 임대료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인이 조합재산에 대한 정산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를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지분비율에 관계없이 횡령금액 전부에 대한 업무상횡령죄를 구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이 부분 공소사실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이 사건 상가의 관리 및 처분을 위한 조합이 성립하였고 피고인이 위 조합의 업무집행자로서의 업무에 종사하였다는 전제하에, 피고인이 임의로 조합재산인 이 사건 상가를 담보로 제공하고 금원을 차용하거나 매각한 행위는 위 주2) 조합 에 대한 업무상횡령죄 또는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를 조합계약으로 볼 것인지, 즉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인과 공소외 1을 조합원으로 한 조합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다.
2) 피고인과 공소외 1을 조합원으로 한 ‘피해자 조합’ 성립 여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합의는 피고인과 공소외 1이 각자 이 사건 상가에 현금 또는 채권을 출자하여 위 상가를 취득한 뒤 임대 및 매각을 통해 수익을 얻고, 비용을 정산한 후 출자금을 회수하는 공동사업의 내용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로써 피고인과 공소외 1을 조합원으로 하여 이 사건 상가의 관리, 처분을 위한 피해자 조합이 성립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 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 그동안 조합의 업무를 처리해 온 것으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동업계약은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는 민법상 조합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703조 ), 특정한 사업을 공동경영하는 약정에 한하여 이를 조합계약이라 할 수 있고 공동의 목적달성이라는 정도만으로는 조합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1369 판결 등 참조).
(2) 원심과 당심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공동의 목적달성이라는 정도를 넘어서 이 사건 상가에 관한 관리, 처분을 통한 수익사업을 공동경영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공소외 1을 조합원으로 한 ‘피해자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가)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등
피고인과 공소외 1은 공통 지인인 공소외 2를 통해 2004년경 서로 알게 된 이후 2005. 11. 15.경 처음으로 금전 거래(공소외 1이 피고인 소유의 대전 상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피고인에게 8억 원을 대여하였고, 피고인이 2006. 6. 12.경 원리금을 모두 변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였다)를 하였다. 피고인은 2006. 8.경 공소외 1로부터 파주시 (주소 2 생략)(이하 ‘파주 상가’라고 한다) 구입비용으로 5억 원을 차용하였다. 공소외 1은 2006. 8. 31. 은행으로부터 본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5억 원을 차용해 피고인이 지정하는 위 파주 상가 시행사(주식회사 공소외 3)의 대표이사 공소외 4 명의 계좌로 송금하였다. 같은 날 피고인은 공소외 1 명의로 시행사와 상가분양계약에 따른 약정서(증거기록 542쪽)를 작성하였다. 위 약정의 내용은 주식회사 공소외 3이 2006. 11. 30.까지 공소외 1에게 원금 5억 원과 이자 1억 5,000만 원을 합한 6억 5천만 원을 반환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주 상가 분양사업이 실패하여 시행사 측은 부도가 났고, 피고인은 공소외 4로부터 주식회사 공소외 3이 인천에서 시행 중이던 이 사건 상가를 대물변제조로 양도받기로 하였다. 피고인이 파주 상가를 공소외 1 명의로 계약한 것과 달리 이 사건 상가는 피고인 명의로 분양받았는데, 2007. 10. 4. 작성된 상가 공급계약서상 분양대금은 1,115,091,000원이었다(증거기록 17~19쪽). 이때 피고인과 공소외 4는 공소외 1의 기존 파주 상가 투자금 채권 6억 5천만 원과 환급받을 부가가치세(88,596,000원)를 제외한 나머지 376,495,000원은 피고인이 부담하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07. 10. 16. 임대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였으며 2007. 12. 10.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았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2007. 12. 13.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공소외 1은 검찰 조사에서 파주 상가와 달리 이 사건 상가를 피고인 명의로 계약한 이유에 관하여, ‘파주 상가에는 공소외 1 돈만 들어갔으나 논현 상가는 피고인의 돈도 들어갔기 때문에 공급계약서 명의와 등기를 모두 피고인 명의로 하는 것에 합의했다. 나중에 법률적인 문제를 피고인이 알아서 하기로 했다. 추후 이 사건 상가를 피고인 명의로 등기하면 공소외 1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준다고 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593쪽).
위와 같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나 이와 관련한 공소외 1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공소외 1은 이 사건 합의 무렵 이 사건 상가의 관리, 처분을 통한 수익사업에 참여하려 하였다기보다는 기존 채권(파주 상가에 대한 투자원금 및 수익금 또는 피고인에 대한 대여 원리금)의 회수를 목적으로 이 사건 합의에 이르렀고, 향후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지면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채권회수를 보다 확고히 하려 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합의서의 문언 해석
피고인과 공소외 1이 2007. 12. 13. 작성한 이 사건 합의서는 아래와 같다.
합 의 서 |
파주시 (주소 2 생략) 지상 파주 상가 투자 건과 관련하여 투자자 피고인과 공소외 1은 투자금 회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약정한다. |
다 음 |
1. 피고인은 본인 명의로 위 투자금 회수조로 이 사건 상가를 공소외 4 등으로부터 대물변제받았다. |
2. 피고인은 위 건물을 매각하여 매각대금 중 최소한 595,000,000원을 공소외 1에게 지급하고, 매각 후 차액이 발생할 시에는 투자금액에 비례하여 분배한다. |
3. 위 건물 임대사업자 명의는 피고인 명의로 한다. |
4. 공소외 1은 이 합의서에 기재한 내용 이외 위 투자 건과 관련하여 일체의 권리를 피고인에게 주장하지 못한다. |
5. 제1항 기재 건물을 매각하여 투자금을 정산할 시에 그동안 피고인이 지출한 비용 일체를 공제한 금원을 기본으로 하여 정산한다. |
① 이 사건 합의의 목적을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파주 상가 투자 건과 관련하여 투자자 피고인과 공소외 1은 투자금 회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약정한다.”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이 사건 상가에 대한 투자 사업에 관하여 합의한 것이라기보다 실패한 파주 상가에 대한 투자금의 회수 방안에 관하여 합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② “피고인은 위 건물을 매각하여 매각대금 중 최소한 595,000,000원을 공소외 1에게 지급하고, 매각 후 차액이 발생할 시에는 투자금액에 비례하여 분배한다.”라는 기재는 투자금 회수 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상가를 매각하여 ‘최소한’ 5억 9,500만 원을 공소외 1에게 확정적으로 지급하고, 공소외 1에게 위 금원을 지급하고도 남는 금액에 대해서만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투자금액에 비례하여 분배한다는 내용이다. 조합계약이 체결되었다면 조합원인 공소외 1은 사업을 통한 손해도 투자비율에 따라 부담하여야 함이 당연한데, 공소외 1은 자신이 파주 상가와 관련하여 투입한 5억 원보다 많은 5억 9,500만 원을 확정적으로 보장받고 나아가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하면 그때 수익도 분배받기로 하였다. 이는 조합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어서 공소외 1을 조합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③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이 사건 합의 당시 임대사업자 명의를 피고인 명의로 한다는 것 외에 이 사건 상가의 임대나 처분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다.
④ “공소외 1은 이 합의서에 기재한 내용 이외 위 투자 건과 관련하여 일체의 권리를 피고인에게 주장하지 못한다.”라는 기재는 공소외 1이 실패한 파주 상가의 투자금으로 쓰인 5억 원의 회수를 위해 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것 외의 다른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권리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또는 이 사건 상가의 관리ㆍ처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합의서 기재의 문언을 보더라도 공소외 1이 피고인과 이 사건 상가의 관리ㆍ처분을 통한 수익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려는 의사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의 2008. 7. 11. 자 합의
피고인은 이 사건 합의가 있은 후인 2008. 7. 11. 이 사건 상가 건물에 관하여 피고인 단독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하고 취ㆍ등록세를 납부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이 사건 상가 건물이 소재한 토지에 관한 소유권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이로부터 10일 뒤인 2008. 7. 21. 만났고,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취ㆍ등록세 견적용지에 자필로 “2008. 10. 30.까지 5억 1,500만 원으로 합의했음”이라는 문구를 기재하여 피고인에게 건네주었다(피고인 제출 증 제14호증). 이는 공소외 1이 이 사건 상가의 관리ㆍ처분을 통한 수익 창출에는 별 관심이 없고, 파주 상가에 투입되었다가 회수하지 못한 5억 원의 회수에 몰두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 공소외 1의 투자금에 대한 피고인 등의 이자 부담
피고인이 2008. 10. 30.까지 5억 1,500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이 사건 합의에 따른 5억 9,500만 원도 지급하지 아니하자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변제를 독촉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공소외 1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용한 5억 원에 대한 이자를 2009. 9.부터 2016. 11.까지 공소외 2와 공동으로 부담하였다. 이처럼 공소외 1이 자신의 투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부담하지 않고 피고인 등에게 전가시켰다는 점에서 공소외 1은 피고인에 대한 채권자의 지위에서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고, 피고인과 이 사건 상가에 관한 관리, 처분을 통한 수익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려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마) 이 사건 상가의 임대와 관련된 정황
피고인이 2007. 10. 16. 임대사업자등록을 한 이후 이 사건 상가를 최초로 임대한 것은 2010. 9. 8.이다. 피고인은 이때부터 이 사건 상가를 매각하기 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주식회사 공소외 5, 주식회사 공소외 6 및 공소외 7에게 위 상가를 임대하였는데, 공소외 1이 임대에 관여한 바 없고, 임대료도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공소외 1 스스로도 위 임대가 계속되는 동안 피고인에게 임대료를 분배해 달라거나 임대수익에 관하여 별도의 약정을 한 바 없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89쪽).
(바) 공소외 1의 이 사건 상가에 관한 근저당권 설정 요구 등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투자금의 회수를 담보하기 위해 이 사건 상가에 관한 근저당권 설정을 요구하였는데, 피고인은 위 상가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전매가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대신 2011. 2. 25. 피고인 소유의 대전 상가에 관하여 공소외 1 앞으로 채권최고액 5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 이러한 정황 또한 공소외 1이 피고인과 동업자의 지위보다는 피고인에 대한 채권자의 지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 공소외 1의 고소장 기재 등
공소외 1은 2017. 1. 6.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공소외 1은 고소장 말미에 “피고소인이 처음부터 돈을 갚거나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음에도 마치 이를 갚을 의사와 능력이 되는 것처럼 속이고서 돈을 받아가고도 이를 변제하지 않는 점은 사기라고 판단되므로 피고소인을 사기죄로 엄단하여 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고소를 제기합니다.”라고 기재하였다.
3) 이 사건 상가의 담보제공ㆍ매도 행위의 범죄 성립 여부
가) 공소사실의 요지(아래 업무상배임과 업무상횡령을 택일적으로 기소)
(1) 업무상배임
피고인은 부동산업자로부터 파주 상가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당시 투자할 자금이 없어 피고인의 친구인 공소외 2를 통하여 공소외 1에게 ‘파주 상가를 구입하려는데 자금이 부족하니 5억 원을 빌려주면 3개월 안에 원금과 이자 6,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하여 2006. 8. 31.경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이 지정한 공소외 4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로 5억 원을 송금받았다.
그런데 피고인은 약속한 3개월이 지나도 공소외 1에게 이자 6,500만 원만 지급하고 원금 5억 원을 지급하지 않아 공소외 1로부터 차용금 변제를 독촉받자 2007. 12.경 공소외 1에게 위 파주 상가 계약이 잘못되어 그 대신 이 사건 상가를 받았으니 그 상가에 공소외 1이 5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처리하자고 제의하여 2007. 12. 13. 공소외 1과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위 합의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상가를 매각하여 매각대금 중 최소한 5억 9,500만 원을 공소외 1에게 지급하고, 매각 후 차익이 발생할 시에는 투자금액에 비례하여 분배한다. 위 상가 임대사업자 명의는 피고인 명의로 한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상가에 대하여 공소외 1과 동업계약을 체결하여, 위 상가의 관리 및 처분에 대하여 공소외 1과 협의하고, 처분 시는 위 합의서 내용에 따라 공소외 1에게 우선 5억 9,500만 원을 지급하고, 그 외 수익이 있으면 그 수익을 공소외 1과 피고인이 위 상가에 각 투자한 금액으로 인정한 595,000,000원 대 370,000,000원의 비율로 분배하여야 하는 등 이 사건 상가 관리 및 처분을 위한 조합(이하 ‘피해자 조합’이라 한다)의 업무집행자로서의 업무에 종사하여 왔다.
피고인은 위 2007. 12. 13. 자 합의에 따라 위 상가에 대하여 공소외 1과 공동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피해자 조합을 위하여 성실하게 이 사건 상가를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상가의 임대사업자 명의를 피고인 명의로 하기로 약정한 점을 이용하여, 2008. 7. 11. 피고인 단독명의로 위 상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아래와 같이 공소외 1 몰래 위 상가를 임의로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은 후, 제3자에게 임의로 양도하였다.
① 2010. 10. 27. 주식회사 공소외 8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대출금 260,000,000원)
② 2012. 1. 4. 공소외 9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대출금 100,000,000원)
③ 2014. 12. 10. 공소외 10 금고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대출금 490,000,000 주3) 원)
④ 2016. 1. 5. 공소외 9에게 매각(매매대금 850,000,000원 중 채무인수 부분을 제외한 잔금 330,000,000원)
이로써 피고인은 위 대출금 및 부동산 잔금에 해당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 조합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2) 업무상횡령
피고인은 피해자 조합의 업무집행자인데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 몰래 위 상가를 임의로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고 제3자에게 임의로 양도하여 피해자 조합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나) 업무상배임죄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나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만 한다. 만약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이는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리는 물론, 사적 자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분쟁의 해결 이전에 형벌법규에 의한 규율을 강제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과 비대화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는 법리(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의 다수의견 참조)에 비추어 보더라도, 각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입각하여 민사적 계약관계를 체결하고 그에 따른 복잡한 정산관계가 예정된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특별한 근거도 없이 일방의 타방에 대한 사무 처리자로서의 지위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2) 원심 및 당심에 제출된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의 ‘타인의 사무 처리자’로서의 지위 발생 여부 판단 시점인 이 사건 합의 당시까지 진행된 사안의 경과 및 그에 따른 피고인의 지위와 의무의 내용, 공소외 1과의 관계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의 실질은 5억 9,5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민사상의 채무에 가깝다. 피고인이 공소외 1에 대하여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공소장 기재와 같이 ‘피해자 조합’의 업무집행자로서 조합에 대한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 조합’의 사무 처리자의 지위에 있었음을 전제로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
다) 원심에서 택일적으로 공소제기 된 업무상횡령죄 성립 여부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조합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 조합을 위한 보관자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조합을 위한 보관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상가를 담보로 제공하거나 처분하여 조합재산을 횡령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
4) 소결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업무상배임의 점 일부를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는 업무상배임죄의 주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상가를 임대하여 받은 임대료를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 사용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공소외 1을 조합원으로 한 ‘피해자 조합’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조합을 위하여 이 사건 상가의 임대료를 업무상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상가의 임대료를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택일적 공소사실인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는 위 3. 가. 3)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일죄의 관계에 있는 범죄에 대한 주문은 1개이어야 하고, 위 택일적 공소사실과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하여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이상 위 택일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위 제3의 가. 3) 가)항 기재와 주4) 같다.
2. 판단
위 제3의 가. 3)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검사가 항소장의 항소의 범위란에 “전부”라고 기재하기는 하였으나, 항소의 이유란에 “원심판결에 임대료 105,503,295원 횡령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유죄로 인정’된 선고형이 지나치게 낮아 항소에 이르렀다.”라고 기재하였고, 항소이유서에도 같은 취지의 기재만 있을 뿐이어서 이유무죄 부분에 대한 항소는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주2) 공소외 1은 자신이 피해자임을 전제로 탄원서 등을 제출하고 있으나, 검사는 공소외 1이 아닌 조합을 피해자로 하여 공소를 제기하였음이 명백하다(2020. 4. 17. 자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주3) 다만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출금 490,000,000원에서 기존 대출 변제금 260,359,013원을 제외한 나머지 229,640,987원에 대하여만 유죄로 인정하였다.
주4) 다만 원심이 2014. 12. 10. 자 근저당권 설정 후 대출받은 490,000,000원 중 229,640,987원에 대하여만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 부분 배임액은 229,640,987원으로 축소한다.
참조조문
- 형법 제355조
- 형법 제356조
- 민법 제703조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1369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본문참조조문
- 민법 제703조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20. 9. 11. 선고 2019고합275 판결
- 2019초기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