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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18다24771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헌법재판소가 2018. 8. 30. 선고한 ‘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제4호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의 효력이 위 제3호 , 제4호 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치는지 여부(적극) 및 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이나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에 따른 ‘객관적 기산점을 기준으로 하는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2] 갑이 유서를 대필하는 등으로 을의 자살을 방조하였다는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형기 만료 후 출소하였는데, 그 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갑이 을의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지고, 재심사건에서 자살방조의 공소 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자, 갑과 그 가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수사기관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피의자조사,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 피의사실 공표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감정인의 위법한 필적감정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 등의 청구 중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4호 에서 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효력에 따라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고,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정한 주관적 기산점과 이를 기초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을 뿐인데도, 갑 등의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위헌결정으로 효력이 없게 된 규정을 적용한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공2020상, 16)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162, 219, 466, 2015헌바50, 440, 2014헌바223, 290, 2016헌바419 전원재판부 결정 (헌공263, 1394)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외 3인)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5. 31. 선고 2017나204692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 1, 원고 2, 원고 5, 원고 6의 패소 부분 중 수사과정의 개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3, 원고 4의 상고와 원고 1, 원고 2, 원고 5, 원고 6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3, 원고 4와 피고들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위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 1, 원고 2, 원고 5, 원고 6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소외인이 1991. 5. 8. 유서를 남긴 채 ○○대학교 본관 옥상에서 분신 후 투신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검사인 피고 2, 피고 3은 이 사건을 수사하여 원고 1이 소외인의 유서를 대필하여 주는 등의 방법으로 소외인의 자살을 방조하였다는 내용 등으로 원고 1을 공소제기하였다. 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당시 명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임) 소속 감정인 피고 4의 필적감정 결과 등의 증거를 들어 원고 1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2) 당시 주임검사였던 피고 3이 수사과정에서 구속되어 있던 원고 1에 대하여 밤샘 조사, 폭언, 폭행 등 위법한 방법으로 피의자조사를 하고 상당한 기간 동안 변호인의 조사 과정 입회와 피의자 접견 요구 등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것은 위법하다. 또한 그 수사과정에서 당시 부장검사였던 피고 2가 원고 1에 대한 자살방조 관련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은 위법하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 2가 피고 3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 또는 피고 3이 위 피의사실 공표행위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 1을 자살방조 혐의로 수사하고 공소제기하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피고 2, 피고 3이 고의로 소외인의 다른 필적을 은폐하거나, 참고인들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유도하거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하여금 잘못된 감정을 하게 하였다거나, 원고 1의 가족과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대한민국은 수사기관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피의자조사,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 피의사실 공표로 인하여 원고 1과 그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 3은 위법한 피의자조사 및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행위에 관하여, 피고 2는 피의사실 공표행위에 관하여 각각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한편 피고 4가 원고 1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한 필적감정은 필적에 항상성, 희소성의 특징이 있을 것 등과 같은 필적감정의 기본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고 이에 대한 피고 4의 고의·중과실도 인정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대한민국과 피고 4는 공동하여 위법한 필적감정으로 인하여 원고 1과 그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4) 다만, 피고 2, 피고 3, 피고 4(이하 ‘피고 2 등’이라고 한다)의 소멸시효 항변과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 중 수사과정의 개별 불법행위에 관한 부분은 이유 있고, 위법한 필적감정에 관련된 불법행위책임에 대한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5) 결국 피고 대한민국은 위법한 필적감정으로 인하여 원고 1과 그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 1과 그 가족들이 입은 피해의 정도, 과거사 국가배상 사건에서 인정된 위자료의 액수, 통화가치의 변동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제1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위자료 및 제1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소멸시효 관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공동불법행위, 위자료의 산정 시점 및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

다. 소멸시효 관련 상고이유에 관하여

1) 수사과정의 개별 불법행위로 인한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가) 국가배상법 제8조 ,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1항 , 제2항 ,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 제1항 [ 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구 예산회계법’이라고 한다) 제96조 제2항 , 제1항 ]에 따르면,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1항 에 따른 주관적 기산점)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에 따른 객관적 기산점)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됨이 원칙이다 .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 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 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 헌법재판소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 , 이하 ‘이 사건 위헌결정’이라고 한다).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 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에 따른 ‘객관적 기산점을 기준으로 하는 소멸시효’(이하 ‘장기소멸시효’라고 한다)는 적용되지 않고, 국가에 대한 금전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규정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 역시 이러한 객관적 기산점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피고 대한민국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인이 사망한 당일인 1991. 5. 8.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고, 회의 직후 검찰총장은 소외인의 사망 사건에 조직적인 배후세력이 개입하고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하였다.

(나) 수사기관은 원고 1을 자살방조의 피의자로 지목한 다음 밤샘 조사를 하고, 원고 1을 위협하거나 주먹으로 폭행하는 등으로 자백을 종용하였다. 원고 1은 1991. 6. 24. 구속된 후 변호인 입회 내지 접견을 요구하였으나 수사기관은 1991. 6. 27. 저녁 무렵까지 이를 거부하였다.

(다) 원고 1은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공소제기되어 1992. 4. 20. 항소심에서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1년 6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1992. 7. 24. 원고 1의 상고가 기각되어 위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 1은 1994. 8. 17. 형기 만료로 출소하였다.

(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 정리위원회’라고 한다)는 이른바 ‘원고 1 유서대필 의혹사건’을 10대 의혹 사건으로 선정하여 조사하였고, 2005. 12. 16.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이 아니었다는 의문이 있다. 검찰이 미리 유서 대필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불리한 증거를 배척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라 의심된다.’는 내용의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 11. 13. 원고 1에 대하여 ‘원고 1이 소외인의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음에도 필적감정 및 정황에 의거 기소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게 하였다.’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하였다.

(마) 원고 1은 위 유죄확정판결 중 자살방조의 점에 관하여 서울고등법원 2008재노20호 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09. 9. 15.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됨에 따라 진행된 재심 사건에서 위 법원은 2014. 2. 13. 자살방조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1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2015. 5. 14.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위 재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원고들은 2015. 11. 3.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1 등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는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 에서 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에 따라 원고 1 등의 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정한 주관적 기산점과 이를 기초로 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다) 그럼에도 원고 1 등의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이 사건 위헌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게 된 규정을 적용한 원심판단에는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 1 등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2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2 등의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 1 등의 피고 2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는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원고 3, 원고 4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 1의 출소 후 태어난 원고 3, 원고 4(이하 ‘원고 3 등’이라고 한다)에게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제1심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원고 3 등에게 불이익하게 제1심판결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 1 등의 패소 부분 중 수사과정의 개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3 등의 상고와 원고 1 등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3 등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 노태악 오경미(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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