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노4 살인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정진웅(기소), 김병현(공판)
변호인
변호사 장원택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18. 12. 7. 선고 2018고합488 판결
판결선고
2019. 4. 5.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피고인은 자수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법률상 감경사유가 있어 형이 감경되어야 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징역 2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형법 제5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자수란 범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그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범행이 발각된 후에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한 경우도 포함하며, 일단 자수가 성립한 이상 자수의 효력은 확정적으로 발생하고 그 후에 범인이 번복하여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한다고 하여 일단 발생한 자수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의 신고가 자발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신고의 내용이 자기의 범행을 명백히 부인하는 등의 내용으로 자기의 범행으로서 범죄성립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사실일 경우에는 자수는 성립하지 않고, 일단 자수가 성립하지 아니한 이상 그 이후의 수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시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자수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며, 범인이 스스로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기의 범행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그 처분을 구하는 의사표시이므로 수사기관의 직무상의 질문 또는 조사에 응하여 범죄사실을 진술하는 것은 자백일 뿐 자수로는 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3도3133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인이 자수하였다 하더라도 자수한 이에 대하여는 법원이 임의로 형을 감경할 수 있음에 불과한 것으로서 자수감경을 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자수감경 주장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12041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후인 2018. 7. 14. 22:10경 여동생의 권유로 인천 동구 I에 있는 J파출소에 방문하였다가 그 주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된 사실, 다음날인 2018. 7. 15.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나왔고, 피해자의 집 근처를 맴 돌다가 피해자를 보게 되었는데 막상 보니 죽이지는 못할 것만 같아 겁만 주려고 했다."(수사기록 135쪽), "제가 생각하기에 과도라서 배를 찔러도 사람이 죽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죽이려고 했으면 목이나 가슴을 찔렀을 것이다."(수사기록 137쪽)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그 이후의 경찰 및 검찰 1회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함으로써(수사기록 174, 196~197쪽) 살인의 고의를 부인한 사실 1)이 각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J파출소에 자진하여 출석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먼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바 없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질문에 응하여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하였으므로 이를 두고 법률상 형의 감경 사유가 되는 진정한 자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설령 피고인의 자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52조 제1항의 자수는 형의 임의적 감면사유에 불과하여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법률상 자수감경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자수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①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일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유도한 후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그것을 빌미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자녀들의 양육권과 재산분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에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계획하고, 이 사건 당일 미리 준비한 범행도구인 과도를 소지하고 피해자의 집 근처를 배회하면서 피해자가 집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다가 피고인의 살의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피해자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집 앞 현관문으로 나오자 순식간에 피해자를 제압하고 과도로 피해자의 가슴, 배 등의 부위를 약 37회 찌르거나 베어 피해자를 살해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가 현관문으로 나오자 어떠한 대화 시도조차 없이 바로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바닥에 넘어뜨린 후 칼을 꺼내어 찌르기 시작하였고, 동네 주민 등 다른 사람들이 목격하는 가운데서도 이를 의식하지 아니한 채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의 가슴, 배, 팔, 다리 등의 부위를 칼로 반복하여 찌르고 벤 후 도주한 점, 이처럼 피고인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확고한 살해의 고의와 의도를 가지고 범행 하였고, 피해자의 온 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그 범행수법도 대담하고 무자비하며 잔혹한 점, 피고인과의 이혼 후 자녀들과 새로운 삶을 꿈꿔왔던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에서 피고인이 휘두르는 칼에 찔려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였고, 피해자의 유족들 또한 피해자가 끔찍하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에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특히 피고인과 피해자의 자녀들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두게 됨으로써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고(피해자의 첫째 딸은 자신의 생일에 어머니를 잃어 그 고통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평생 이러한 슬픔과 고통을 안고 고아 아닌 고아로서 살아가게 된 점, 이처럼 피고인 스스로 자신의 가족을 해체하여 가족들을 비참한 나락으로 몰아내었으면서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등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거나 인지기능 저하 등 정신병증을 호소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책임을 경감시키려 하고 있고, 현재까지 피해자 유족들의 피해 감정을 회복하여 주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점, 피해자의 유족들과 지인들은 피고인이 한 생명, 그것도 부부로서 자신과 한평생을 함께 하였던 사람의 생명을 참혹하게 빼앗은 것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면서 피고인에 대한 법정최고형의 선고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② 유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갖고 있었던 감정과 그로 인하여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죄전력 등을 함께 고려한 다음, 그 밖에 피해자와의 관계, 사전계획과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 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이러한 흉악 범죄에 대한 사회방 위의 필요성 등을 모두 종합하여,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그 형을 정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양형은 위와 같은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적정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이 법원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정들은 원심에서도 이미 형을 정함에 있어 충분히 고려된 것이며, 그 밖에 달리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의 변경도 발견되지 않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요소를 모두 참작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오석준
판사백승엽
판사조기열
주석
1) 피고인은 검찰 제2회 조사 시부터 살인의 고의를 비롯한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종전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