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 주식회사가 대주인 을 은행 및 차주인 병 주식회사와 체결한 자금보충약정에 따른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을 은행이 입은 손해액의 범위가 문제 된 사안에서, 을 은행이 대출원리금 채권에 관하여 인적·물적 담보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담보가 실행되어 변제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이상 을 은행의 손해액은 ‘대출원리금 전액’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갑 회사의 회생절차 개시 후에 을 은행의 병 회사에 대한 대출원리금 채권 전액이 소멸한 경우가 아닌 이상 회생채권인 을 은행의 갑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의 확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도, 을 은행이 입은 손해액은 ‘대출원리금에서 을 은행이 병 회사와의 대출약정에 따라 취득한 인적·물적 담보의 실제 담보가치를 공제한 액수’가 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태승엘피의 관리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인만 외 7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김용담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식회사 웅진홀딩스(이하 ‘웅진홀딩스’라 한다)가 피고(대주) 및 해안산업개발 주식회사(차주, 이하 ‘해안산업개발’이라 한다)와 체결한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에 따른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가 입은 손해액은 피고의 해안산업개발에 대한 ‘이 사건 대출원리금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위 대출원리금에서 피고가 해안산업개발과의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라 취득한 인적·물적 담보의 실제 담보가치를 공제한 액수’가 된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에 의하면 웅진홀딩스는 피고 측의 요청에 따라 해안산업개발 명의로 피고 영업점에 개설된 대출금상환계좌에 잔존하는 이 사건 대출원리금을 보충할 의무가 있음에도, 웅진홀딩스는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2) 웅진홀딩스는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에 따른 보충금을 입금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였는바, 웅진홀딩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채무불이행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의미한다.
3) 그런데 해안산업개발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무에는 극동건설 주식회사(이하 ‘극동건설’이라 한다)의 연대보증이나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담보 등 인적·물적 담보가 설정되어 있었다.
4) 그렇다면 ① 웅진홀딩스의 자금보충의무 불이행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피고의 재산상태는 ‘웅진홀딩스가 차주인 해안산업개발에게 지급하는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에 따른 보충금을 대주인 피고가 해안산업개발로부터 독점적으로 이전받아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이 만족되는 상태에서의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의 가치’이고, ② 웅진홀딩스의 자금보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피고의 재산상태는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에 따른 보충금을 해안산업개발로부터 이전받지 못해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이 만족되지 못한 상태이지만, 피고가 극동건설의 연대보증을 비롯하여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라 취득한 인적·물적 담보는 그대로 보유한 상태에서의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의 가치’이며, ③ 그 차액(①-②)이 피고의 손해액이라 할 것이다.
5) 결국 이 사건 대출원리금 전체가 그대로 피고가 입은 손해액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대출원리금에서 위 인적·물적 담보의 실제 담보가치를 공제한 액수가 피고가 입은 손해액이 된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1) 웅진홀딩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채무불이행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의미함은 원심의 판단과 같다고 할 것이나, 여기서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현재의 재산상태’를 평가함에 있어 아직 실행되지 아니한 인적·물적 담보의 존재까지 고려할 것은 아니다.
비록 이 사건에서 피고가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에 관하여 인적·물적 담보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러한 담보가 실행되어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의 변제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이상, 웅진홀딩스의 자금보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피고의 재산상태는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의 만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와 다름없고, 웅진홀딩스가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하였다면 존재하였을 피고의 재산상태는 ‘이 사건 대출원리금 전액’일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손해액은 ‘이 사건 대출원리금 전액’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2) 한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26조 제1항 , 제2항 은 ‘여럿이 각각 전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는 경우 그 전원 또는 일부에 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때에는 채권자는 회생절차 개시 당시 가진 채권의 전액에 관하여 각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전부의 이행을 할 의무를 지는 자가 회생절차 개시 후에 채권자에 대하여 변제, 그 밖에 채무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한 때라도 그 채권의 전액이 소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채권자는 회생절차의 개시 시에 가지는 채권의 전액에 관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해안산업개발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대출원리금 지급의무와 웅진홀딩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상의 손해배상채무는 채무자회생법 제126조 가 정한 ‘여럿이 각각 전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의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그 결과 웅진홀딩스의 회생절차 개시 당시 피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과 관련된 담보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정은, 그 회생절차 개시 후에 피고의 해안산업개발에 대한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 전액이 소멸한 경우가 아닌 이상, 회생채권인 피고의 웅진홀딩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의 확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①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상 자금보충은 웅진홀딩스가 해안산업개발에게 필요한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는 하나, 해안산업개발이 피고에게 지급해야 할 이 사건 대출원리금에 부족이 있는 경우 해안산업개발이 아닌 피고 측의 요청으로 웅진홀딩스가 자금보충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그 보충자금은 피고 영업점에 개설된 해안산업개발 명의 대출금상환계좌로 입금되어 실질적으로 피고가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의 독점적 만족을 얻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② 위와 같이 웅진홀딩스의 자금보충을 통하여 피고가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의 독점적 만족을 얻도록 하는 것은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의 당사자인 피고, 해안산업개발, 웅진홀딩스가 의도한 계약의 목적이자 효과이고, 웅진홀딩스는 이러한 자금보충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피고가 입게 되는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가 웅진홀딩스의 자금보충의무 불이행으로 입은 손해액은 이 사건 대출원리금 전체가 아니라 여기서 피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과 관련하여 확보한 인적·물적 담보의 실제 담보가치를 공제한 액수가 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대출원리금 전체가 손해액이라고 주장하였을 뿐 ‘위와 같은 인적·물적 담보의 실제 담보가치를 공제한 손해액’에 관하여 아무런 증명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웅진홀딩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즉 이 사건 회생채권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액 산정 및 채무자회생법에서의 ‘현존액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